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53)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를 상영한 뒤 공식 행사를 마치고, 그날 저녁 애프터 파티를 열었다.
애프터 파티는 명품 브랜드의 의류, 가방, 주류, 보석, 생수 등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여러 기업의 후원을 받는다.
파티에 참석한 스타들을 세계 각국의 언론에서 취재할 테고, 포토존 뒤쪽을 장식한 기업 로고나 상품 사진이 스타들의 배경을 장식하면서 전 세계로 홍보된다.
애프터 파티만을 위해 초대되는 스타가 모습을 드러내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일테면 파티 퀸 패리스 힐*이라든지.
패리스 힐*이 스스로 파티에 참석하기도 하지만, 후원사에서 파티에 초청하는 경우가 많다.
자리를 빛내 달라는 의미에서.
스타가 떠야 스타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영화인들도 많아지고, 그럴수록 언론의 관심도 높아질 테고, 그래야 후원사 홍보에 유리하니까.
초대받은 스타들은 포토존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가기도 하고, 파티에 참석해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우혁은 애프터 파티에 참석할 생각이 없었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파티를 즐겼다. 매주 주말이면 파티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우혁은 파티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주말에는 아내와 민서, 장인 장모님, 토토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주말이 우혁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으니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한 주 간 쌓였던 심리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말끔하게 씻겨 나간다.
특히 민서와 보내는 시간은 힐링이고 축복이다.
그걸 마다하고 파티에 간다?
미치지 않고서야···.
레오의 권유로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다.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밤샘 촬영을 한 것보다 힘들었다.
술과 춤, 시끄러운 음악과 담배, 그리고 질척거리는 여자들···.
그 뒤로 다시는,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칸 영화제 애프터 파티가 있다는 레오의 귀띔을 듣고, 참석하지 않을 궁리를 하느라 머리를 굴렸다.
그런데 파티에 참석하겠다는 멜라니 로랑의 전화를 받고 생각이 바뀌었다.
멜라니의 소개 덕분에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수 있지 않았던가.
멜라니는 고마워할 필요 없다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
멜라니가 파티에 참석한다는 걸 알면서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멜라니에게 레오와 윌을 소개해 주고 빠지더라도 파티에 참석하기로 했다.
박용구 감독의 [플럼범 바이러스> 여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캐스팅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말이라도 꺼내볼 생각이다.
박 감독의 의사가 궁금해서 통화를 했었다.
기껏 캐스팅 승낙을 받았는데 박 감독이 싫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
우혁이 하자고 하면 따르기야 하겠지만.
“감독님! 여주가 꼭 한국인일 필요는 없겠지요?”
– 한국인이 아니면··· 외국 여배우 말씀인가요?
“예!”
– 현우의 아내는 당연히 한국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래서 여주의 이름을 ‘소연’으로 지었다.
“현우의 아내가 외국인이면 이상할까요?”
–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외국 여배우를 캐스팅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요.
“쉽지 않겠지요. 그 전에 감독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해서 전화드렸습니다. 감독님이 외국 여배우를 여주로 하는 것을 반대하시면 시도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 혹시 마음에 두고 계신 여배우라도···.
“아직 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만, 멜라니 로랑은 어떨까요?”
– 멜라니 로랑이라고요? 어후! 땡큐죠!
박 감독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
“감독님도 괜찮다는 거죠?”
– 그럼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하지 마세요. 캐스팅에 응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멜라니가 [플럼범 바이러스>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스케줄이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말이라도 꺼내 보려구요.”
–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배우님은 역시···.
역시?
– 시야가 넓으시네요. 전 한국에 갇혀 있거든요. 캐스팅 여부를 떠나서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으니까요. 카메오도 깜놀인데, 여주까지 멜라니 로랑이라면, 이목 좀 끌겠는데요.
레오와 제니, 윌, 타란티노 감독 등이 [플럼범 바이러스>에 카메오 출연하기로 약속을 했다.
레오와 제니가 카메오로 출연한다는 말을 듣고, 윌과 타란티노 감독이 자기도 출연하겠다고 자청했다.
그 외에도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에 출연했던 조연급 배우들 중 몇 명도 출연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플럼범 바이러스>에서 투자자이자 주연 배우이면서 프로듀서로서 관여하고 있는 우혁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박 감독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었다.스톤 감독의 [위대한 시민>을 촬영하면서 박 감독과 수시로 소통하며 [플럼범 바이러스> 시나리오를 완성해 나갔다.
전체 줄거리, 캐릭터, 갈등 양상, 사건 전개 등에서 우혁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되었다.
우혁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토대로 박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우혁은 그 시나리오를 검토한 뒤, 수정 보완할 점을 체크했다.
박 감독의 말마따나 극본 작가에 우혁의 이름이 들어가는 게 당연할 만큼 시나리오 집필에 우혁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배우 캐스팅에서도 우혁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상황이었다.
애프터 파티 참석이 내키지 않았으나 비즈니스라 생각하고 참석했다.
파티에 참석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파티복을 따로 준비할 생각이 없었으나 아내가 챙겨 주었다.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잖아.”
시상식에 입을 검은색 정장과 나비넥타이를 메고 파티에 참석할 수도 있었으나 파티에 어울리는 복장은 아니었다.
“민서 엄마는 역시···.”
아내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며 아내가 챙겨준 세미 슈트를 입고서 파티에 참석했다.
레오는 캐주얼 룩, 윌과 타란티노 감독은 블레이저 룩 차림으로 나타났다.
레오는 파티족이다.
과거 칸 영화제 애프터 파티에서 만난 모델과 연인으로 발전했던 경우도 있었다.
레오는 일을 할 때 혼신의 힘을 다하고, 놀 때 신나게 즐긴다.
멋지게 사는 레오.
우혁은 포토존에서 윌, 레오, 타란티노 감독과 어깨동무를 하고 포즈를 취해 주었다.
“강우혁 씨!”
한국어가 들려왔다.
한국에서 온 기자였다.
그쪽을 향해 포즈를 취해 주었다.
“안뇽하세요!”
타란티노 감독이 그 기자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한국말로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자 레오와 윌도 그 기자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한국의 기자는 활짝 웃으며 신나게 촬영을 했다.
파티장은 홍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럽과 유사했는데, 홍대 클럽보다 조명이 다양하고, 홀이 넓고 다양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함께 어울릴 수 있으면서도 삼삼오오 독립적으로 모여서 얘기를 나누기에 좋았다.
파티 초반에는 타란티노 감독, 레오, 윌과 뭉쳐 다녔다.
“여배우들이 나타날 때가 됐는데···.”
레오가 입구를 흘낏거렸다.
“파티 퀸 패리스도 참석한다고 하더군.”
타란티노 감독이 말했다.
“남자친구하고 올 거예요. 이렇게 일찍 나타날 리도 없고. 지각쟁이로 유명하거든.”
레오가 흥미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 눈빛이에요.”
윌이 레오를 놀렸다.
“윌! 당신 눈빛도 만만치 않아요. 굶주린 늑대 같다고!”
“티 나요?”
“많이!”
“들켰군! 감독님 눈빛도 만만치 않아요.”
윌이 이번에는 타란티노 감독을 걸고 넘어졌다.
“먹잇감을 노리고 있으니까.”
타란티노 감독이 대꾸했다.
“안 돼요, 안 돼!”
윌이 타란티노 감독을 만류했다.
“오해하지 말아요. 차기작 출연 배우를 찾아보겠다는 의미니까. 하하!”
타란티노 감독이 너스레를 떨었다.
“먹잇감만 노리지 말고, 순진한 사슴도 신경 좀 씁시다.”
레오가 우혁에게 어깨동무를 하면 말했다.
우혁을 놀리는 거였다.
“모두 짝을 찾아 떠나고 우혁 혼자 남아서 외로운 사슴처럼 어슬렁거리게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
타란티노 감독이 합세했다.
“사슴은 외롭지 않을 거예요. 휴대전화에는 사랑하는 아내 사진이 가득 들어 있으니까요.”
우혁이 빙그레 웃으며 받아쳤다.
“지금부터 내일 새벽까지 그 빌어먹을 휴대전화, 건드리기만 해!”
타란티노 감독이 우혁을 협박했다.
“걱정 마십쇼. 우혁에게 멋진 친구를 만들어 줄 테니까.”
레오가 장담하며 우혁에게 윙크를 했다.
“난 사슴을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여우들을 쫓아내겠습니다.”
윌이 우혁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세 사람은 파티 문화에 경험이 많지 않고, 아내밖에 모르는 우혁을 실컷 놀려댔다.
그때였다.
“우혁!”
입구에서 우혁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멜라니와 줄리엣 비노쉬가 파티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멜라니는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피치 컬러 드레스를 입었고, 비노쉬는 흰 티셔츠 위에 블랙 래드 재킷과 검정색 바지 차림이었다.
타란티노 감독, 레오, 윌이 우혁을 바라보았다.
우혁은 두 사람에게 다가가 프랑스식 인사 비쥬를 나누었다.
“영화 봤어요. 최고예요. 당신이 남우주연상 받을 것 같아요. 오, 옐로우!”
멜라니가 호들갑을 떨었다.
“저도 옐로우한테 빠졌어요. 멋지더군요.”
줄리엣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참 그리고, 이 친구는 아멜리에 로랑이에요. 제 사촌 동생이죠. 줄리엣이 출연한 영화에 함께 출연했어요.”
멜라니가 부끄러운 듯 멜라니 뒤로 숨는 20대 후반의 숙녀를 소개시켜 주었다.
멜라니와 분위기가 비슷하면서도 빼어난 미모가 돋보이는 여성이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멜리에 로랑입니다.”
아멜리에가 우혁에게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강우혁입니다.”
아멜리에와 비쥬를 나누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우혁은 세 사람을 타란티노 감독, 레오, 윌이 서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멜라니와 타란티노 감독은 안면이 있었고, 다른 사람은 초면이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얘기를 주고받았다.
레오와 윌은 아멜리에에게 관심을 보였다.
타란티노 감독은 멜라니와, 우혁은 줄리엣과 담소를 나누었다.
배우들이 하나둘 파티장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파티장으로 들어온 배우들이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우혁에게 다가왔다.
“만나서 반가워요. 영화 재미있게 봤어요.”
“당신이 옐로우 역을 맡은 분이시죠? 사진 한 장 같이 찍을 수 있을까요?”
“당신을 보고 싶어서 파티에 왔어요.”
세계적인 스타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고, 사진을 함께 찍자고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파티장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한쪽에 마련된 칵테일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여기저기 흩어져 앉거나 서서 얘기를 나누었다.
우혁은 거의 한 자리에 멈춰 있었으나 레오와 윌, 타란티노 감독은 끊임없이 자리를 옮겨 다녔다.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그런데 세 사람이 노리는 먹잇감이 우혁 주변에 가장 많았다.
우혁이 외로운 사슴처럼 낙오가 될 줄 알았는데 웬걸!
사슴 주변에 아름다운 여우들이 득실거렸다.
파티가 시작된 이래로 여우들은 우혁 혼자 남아 있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여우들이 사슴을 잡아먹지 못하게 가봐야겠어.”
윌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우혁에게 다가왔다.
디스크자키가 나타나면서 파티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춤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우혁이었으나 담소만 나누었다.
브루스 음악이 흐를 때 레오가 아멜리에에게 다가가 춤을 청했다.
춤이 끝나자 아멜리에가 우혁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춤추실래요?”
숙녀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아멜리에와 춤을 추었다.
아멜리에와 춤이 끝나자 새로운 여배우가 다가와 춤을 청했다.
타란티노 감독, 레오, 윌이 칵테일 바에 모여 그 광경을 보았다.
약간의 질투도 없지 않았으나 흐뭇하고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사슴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군!”
“그러게 말입니다.”
“불쌍한 여우들! 아무리 애를 써도 헛일일 텐데. 아내밖에 모르는 사슴인 것을!”
한편 우혁은 춤을 추면서도 내내 [플럼범 바이러스> 캐스팅 생각을 했다.
우혁에게 다가온 배우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차기작 얘기를 하게 되었고, 차기작에 함께 출연할 생각이 없는지 운을 뗐는데, 의외로 많은 배우들이 관심을 보였다.
멜라니에게도 슬쩍 물어보았는데, 매우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영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당신의 아내 역이란 말이죠? 꼭 하고 싶네요.”
[ 칸 영화제 애프터 파티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