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64)
“시나리오 제목이 뭐야?”
백곰이 우혁에게 물었다.
“[어메이징 라이프>.”
“[어메이징 라이프>? 놀라운 삶? 경이로운 인생?”
백곰에게 [어메이징 라이프>의 내용을 말해 주었다.
프랑스 파리의 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거지처럼 살아가는 거리의 가수 줄리앙.
갓난아기 때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되었다가 양부모의 이혼으로 이리저리 짐짝 취급을 받다가 결국 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줄리앙은 버스킹을 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날도 끼니를 때우기 위해 버스킹을 하는데, 아무도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지. 드디어 관객이 나타났어. 그런데 그 관객은 사람이 아니라 앵무새야.”
“앵무새?”
“앵무새가요?”
우혁의 말에 백곰과 송유미가 거의 동시에 반응을 보였다.
“줄리앙은 기분이 별로였지. 1유로를 적선해 줄 마음씨 좋은 관객을 기다리는 중인데, 동전 한 푼 줄 수 없는 앵무새가 나타났으니 좋을 리가 있나.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무척 배가 고팠거든.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앵무새는 줄리앙의 노래에 맞춰 고개를 까딱여. 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지.”
“귀엽겠다!”
“머릿속에서 춤추는 장면이 떠올라요.”
백곰과 송유미가 추임새를 넣었다.
“앵무새가 활짝 열어 놓은 기타 케이스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가. 까딱까딱 춤을 추면서 말이야.”
기타 케이스에는 1유로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 있다.
그 지폐는 관객이 놓고 간 것이 아니라 줄리앙이 넣어둔 것이다.
“지폐 한 장이 놓여 있을 때, 사람들이 돈을 더 잘 놓고 간다는 징크스가 있었거든. 그래서 줄리앙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1유로는 남겨 둬.”
“일종의 종자돈인 셈이네.”
“마중물 같은.”
백곰과 송유미가 차례로 말했다.
“줄리앙은 앵무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신경이 쓰여서 노래를 할 수 있어야지. 왜 하필 기타 케이스 근처에서 알짱거리느냐 말이야. 노래 한 곡만 다 부르고 쫓아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문득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거야.”
“설마 앵무새를···?”
백곰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앵무새를 잡아서 팔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거지.”
“후유! 난 또···.”
“오빠는 무슨 생각은 한 건데?”
“앵무새를 잡아서 먹으려는 줄 알았지.”
“오빠!”
송유미가 백곰을 힐책했다.
“그때 갑자기, 일이 벌어졌어.”
“왜왜?”
“왜요왜요?”
“앵무새가 하늘로 날아올랐거든. 1유로 지폐를 물고서 말이야.”
“어이쿠! 저런!”
“도둑 앵무새였군요.”
“멈춰! 망할 놈의 새! 잡히기만 해라. 목을 부러트려 줄 테다! 소리치면서 앵무새를 뒤쫓지만, 하늘로 날아오른 앵무새를 잡을 수가 있나.”
“닭 쫓던 개가 생각나네.”
“호호호!”
“결국 그날은 쫄쫄 굶어야 했지. 그러다 며칠 뒤에 우연히 앵무새를 다시 만났어. 이번에는 사로잡았지. 앵무새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줄로 다리를 묶고서 ‘앵무새 팝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마이크 바에 붙여 두었어. 그런데 앵무새가 자꾸 욕을 해. ‘바보! 멍청이! 노래도 못 부르는 게 무슨 가수라고! 쪼다!’ 하면서 말이야. 말을 할 줄 아는 앵무새였거든. 화가 난 줄리앙이 앵무새의 목을 움켜쥐고서 한 마디만 더 하면 모가지를 부러뜨리겠다고 협박을 해. 앵무새는 ‘살려 두데요.’ 혀 짧은 소리를 내면서 불쌍한 척했지. ‘살려 줄 테니까, 입도 벙긋하지 마. 내 노래에 맞춰 춤이나 춰! 버르장머리 없는 촉새야.’ ‘난 촉새가 아니라 앵무샌데?!’ ‘닥쳐!’ 그렇게 윽박지르고는 버스킹을 다시 시작했어. 앵무새는 줄리앙이 시키는 대로 춤을 췄지.”
“귀여웠겠다!”
“보고 싶어!”
“앵무새가 춤을 추는 걸 보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 거야. 구경을 하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케이스에 지폐와 동전을 놓고 가.”
“야호!”
“동업을 하면 되겠는데요!”
“줄리앙도 그 생각을 한 거지. 그런데 한 사람이 나타나서 돈을 줄 테니 앵무새를 팔라고 해. 그때까지 마이크 바에 ‘앵무새 팝니다’ 안내 종이가 걸려 있었거든.”
“안 팔지.”
“당연하죠.”
“안내 종이를 구겨서 버렸지.”
줄리앙은 앵무새를 도망가지 못하게 발목에 줄을 묶은 채 데리고 다니며 버스킹을 하고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하게 산다.
자신을 괄시하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거리가 아니라 허름한 숙소에서 잠을 자게 된다.
우혁은 30분에 걸쳐 백곰과 송유미에게 [어메이징 라이프> 결말까지 다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송유미가 감탄했다.
“진짜 재미있어요!”
우혁과 단둘이 남았을 때, 백곰도 자신의 느낌을 털어놓았다.
“형! 이 작품, 성공할 것 같아! 아우라가 엄청나! [플럼범 바이러스> 못지않아.”
***
“[어메이징 라이프>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다음날 멜라니를 만났을 때, 솔직하게 말했다.
“정말 재미있어요?”
멜라니가 우혁에게 물었다. 눈을 반짝이며.
“예! 정말 재미있습니다.”
“다행이다.”
멜라니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플럼범 바이러스> 빨리 찍어야겠어요. 그래야 [어메이징 라이프>를 찍을 테니까요.”
“[플럼범 바이러스> 시나리오 너무 좋아요.”
“박용구 감독님이 집필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감독님 말씀으로는 우혁 씨가 많이 도와줬다고 하던데요. 우혁 씨가 아니었으면 이 정도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하더라구요.”
“훈수 몇 마디 두었을 뿐입니다. 감독님이 다 쓰셨지요. [어메이징 라이프> 누구 도움을 받으신 건가요?”
“아뇨! 불행히도 저에게는 우혁 씨 같은 분이 옆에 없어요.”
“혼자서 쓰신 거예요?”
“예!”
“놀랍군요. 작곡도 하고, 노래도 하잖아요?”
“그래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나 봐요. 한 분야만 집중해서 파야 성공을 할 텐데 말이에요.”
“그런데 줄리앙 역에 왜 저를 캐스팅하셨지요?”
“우혁 씨가 가면을 쓰고 노래 부르는 동영상을 봤거든요.”
‘가면무도회’에 출연했을 때, 동영상이 떠돌아다녔었다.
그걸 본 모양이다.
“그 동영상을 보다가 [어메이징 라이프> 줄거리가 떠오르는 거예요. 그 동영상 보기 전에 말하는 앵무새 동영상을 본 것도 아마 영향을 미쳤겠죠. 그 동영상 봤어요? 부부 싸움을 그대로 흉내 내는 앵무새 동영상요.”
본 적 있다.
몸짓까지 똑같이 흉내 내는 걸 보고, 아내와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 앵무새 동영상을 보면서 깔깔깔 웃다가 우혁 씨 동영상을 본 거예요. 우혁 씨가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줄 몰랐어요. 반했다니까요. 인터넷을 뒤져서 우혁 씨 노래하는 동영상 다 보고, 성이 차지 않아서 방송국 사이트에 방문해서 다시보기로 몽땅 다 봤어요.”
“그 동영상을 본 게 언제였죠?”
“2년 전쯤?”
“[어메이징 라이프>를 2년 동안 다듬은 셈이군요.”
“그것만 쓴 건 아니구요. 이것저것 끄적거리거든요. 내키는 대로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해요. 그러다가 우혁 씨가 칸에 온다는 말을 듣고, 기다렸죠. 되든 안 되는 일단 말이나 꺼내 보자 하고 애프터 파티에 우혁 씨를 찾아간 거예요. 그런데 놀랍게도 당신이 먼저 캐스팅 얘기를 꺼내더라구요.”
그날의 기억이 또렷하다.
우혁도 되든 안 되든 일단 말이나 꺼내 보자는 생각으로 멜라니에게 캐스팅을 제안했다.
“잘됐다 싶었죠. 작품 내용을 들어보니까 재미있기도 하고 해서 캐스팅에 응했던 거예요. 그러고 나서 우혁 씨한테 제 영화에 출연해 달라고 말을 꺼냈죠. 그때만 해도 [플럼범 바이러스>가 이렇게 멋진 작품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우혁 씨를 [어메이징 라이프>에 캐스팅할 생각만 했으니까요.”
그건 우혁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멜라니는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도 말하지 않았다. 묻지 않고, 출연하겠다고 대답했다.
멜라니를 [플럼범 바이러스>에 여주로 캐스팅할 욕심에.
멜라니의 캐스팅에 흔쾌히 응했던 것은 멜라니가 칸에 초청받을 정도로 유능한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멋진 작품일 줄은 몰랐다.
[어메이징 라이프>는 어메이징한 작품이었다.“[플럼범 바이러스>는 정말 놀라운 작품이에요.”
멜라니가 말했다.
“[플럼범 바이러스>에는 제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깊이와 통찰력이 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얼마나 흥분했는지 몰라요. 촬영 빨리 하고 싶어서 미치겠더라니까요.”
[어메이징 라이프>를 빨리 찍고 싶은 건, 우혁도 마찬가지였다.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어메이징 라이프>는 [플럼범 바이러스>가 가지지 못한 따뜻하고 유니크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 많을 겁니다. 저도 그렇구요. 음악과 귀여운 앵무새의 춤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따뜻한 기쁨을 선물할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어메이징 라이프>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제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 적이 없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아요.”
“아닙니다.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우혁 씨 말대로 되었으면 좋겠네요. [플럼범 바이러스>도요.”
우혁과 멜라니는 각자의 영화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똑같은 계약금과 똑같은 조건의 러닝 개런티로 계약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멜라니 몸값이 훨씬 높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적어도 할리우드에서는 멜라니보다 우혁이 훨씬 높다.
두 사람은 몸값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기로 했다.
“잘해 봅시다.”
우혁이 멜라니에게 악수를 청했다.
“열심히 할게요.”
멜라니가 우혁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동지.
서로 다른 공간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으나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났고, 평생 영화를 만들 사람이라는 점에서 우혁과 멜라니는 같은 길을 가는 동지, 또는 도반이다.
***
[플럼범 바이러스>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촬영 기간은 속전속결로 할 생각이다.
할리우드 시스템을 적용해 메인팀과 서브 1, 2팀, 총 세 개의 촬영팀이 작업을 동시에 시작했다.
촬영 일정을 매우 촘촘하게 계획했다.
이 역시 할리우드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박 감독를 비롯한 연출부에서 애를 좀 먹었다.
그 덕분에 12시간 촬영이지만 기존 시스템에서 24시간 동안 촬영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었다.
각 촬영팀은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았다. 8시간으로 하려고 했으나 촬영팀이 무리라며 간곡하게 부탁해서 4시간을 양보했다.
단역 배우들과 스태프들에 대한 대우는 업계 최고를 훌쩍 뛰어넘었다.
촬영 현장에서 쓸데없이 낭비하는 시간이 없고, 대우는 좋아지면서 출연진과 스패프들의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스태프들 중에는 [마른 풀잎의 노래>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이들이 많다.
우혁이 [플럼범 바이러스>의 주인공이자 투자자라는 말이 알려지면서 [마른 풀잎의 노래>의 스태프들이 찾아왔다.
“배우님! 참여하고 싶습니다.”
“학수고대하고 있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들을 마다할 까닭이 없었다.
[플럼범 바이러스>는 내년 2월 말에 개최되는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한 뒤, 3월 초에 한국과 북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 개봉할 예정이다. [어메이징 라이프>는 9월에 개최되는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을 목표로 잡고 있다.베니스 영화제는 최근 들어 그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세계 3대 영화제인 것만은 변함이 없다.
한국 언론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할리우드에서도 [플럼범 바이러스> 크랭크인 소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