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86)
인간이 만들어 내는 각종 소음들!
다양한 인종, 국가, 지역의 사람들이 개미처럼 움직인다.
빠르게 달리는 차량들.
거리를 걷는 사람들.
여기에서 저기로 혹은.
저기에서 여기로.
큰 소리로 웃는 사람.
흥정하는 사람.
우는 아이.
차량 경적 소리.
소리.
소리.
소리들···.
“아빠! 저게 뭐야?”
대여섯 살쯤 된 아이가 아빠와 손을 잡고 가다가 하늘을 가리킨다.
아빠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청명하게 맑은 하늘.
정체를 알 수 없는 섬광이 얼핏 보인다.
섬광이 점점 커진다.
즈으으으으···.
낯선 소리가 들려온다.
하늘에서.
[침묵의 소리> 씬 2. OO대학 캠퍼스 강의실.대학 강사인 송강우(강우혁)는 계단식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는 중이다.
강의를 듣는 남녀 학생들.
한 학생이 귀를 만진다.
“무슨 소리 안 들려?”
그 학생이 옆자리에 앉은 학생에게 귓속말을 한다.
즈으으으으으으으···.
“이 소리?”
“그래. 이 소리!”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판서를 하던 송강우가 학생들을 향해 돌아선다.
“교수님! 무슨 소리 안 들리세요?”
송강우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창밖에서 새소리가 들릴 뿐.
“무슨 소리?”
송강우가 학생들에게 되묻는다.
즈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이 소리 안 들리세요.”
“창가에 있는 사람들, 창문 좀 닫아줘.”
한 학생이 창가의 학생에게 부탁한다.
창가의 학생이 창문을 닫는다.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웅성거린다.
“여전히 소리가 들리잖아!”
“그러게!”
“어디서 나는 소리야?”
“무언가가 고막을 긁어대는 것 같아!”
“나도!”
열려 있는 창문이 있는지 확인하던 한 학생이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저게 뭐지?”
한 줄기 섬광이 학생의 눈을 부시게 한다.
섬광이 점점 강렬해진다.
예의 낯선 소리도 커진다.
즈으으으으으으으응···.
[침묵의 소리> 씬 3. 충격에 빠진 전 세계 사람들 몽타주길을 가던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뭐야, 저거?”
“운석 아니야?”
“설마···.”
즈으으으으으응···.
소리가 커진다.
커지고.
커지고.
커지더니···.
“으으으!”
“아악!”
사람들이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즈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응···.
소리가 더욱 커지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한다.
침대에서 잠을 자던 백인이 잠에서 깨어나 귀를 틀어막는다.
운전을 하던 남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고 귀를 막는다.
쿵!
앞차와 추돌한다.
곧이어 뒤차가 쿵!
끼이이이익!
도로를 달리던 차들이 급정거를 하고, 중앙선을 침범하는 차도 있다.
모두 운전자들이 귀를 틀어막고 있다.
항공기의 조종사도 마찬가지.
기내에 탑승한 승객들도 고통의 비명을 지른다.
[침묵의 소리> 씬 4. OO대학 캠퍼스 강의실.송강우의 강의실도 아비규환이다.
모든 학생들이 귀를 틀어막은 채 고통스러워한다.
송강우만 멀쩡하다.
“얘들아, 왜 그래?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야?”
송강우는 놀란 표정으로 학생들을 살핀다.
한 여학생이 새된 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꺄아아아아악!”
손으로 틀어막은 여학생의 귀에서 무언가가 흘러내린다.
피!
그 여학생뿐만이 아니다.
다른 한생들의 귀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다!
***
[침묵의 소리>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을 영화화한 [눈먼 자들의 도시>가 떠올랐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만약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눈이 멀고 단 한 사람만이 보게 된다는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전개된다.눈먼 자들을 가둔 수용소와 이름 없는 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성의 근원적인 본질과 가치를 파헤치고, 현대 문명과 인간 사회를 조직화한 정치권력 구조를 비판하는 작품이다.
권력과 폭력에 둘러싸여 무력하기 짝이 없는 한 개인과 사회에 대한 은유인 백색 실명 상태에 빠진 눈먼 자들을 통해 현대 사회의 인간됨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청력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침묵의 소리>는 [눈먼 자들의 도시>의 설정과 유사했다.
설정에 있어서 차이점이라면, 시력이 아니라 청력을 잃는다는 것과 청력을 잃지 않은 사람이 꽤 많다는 것.
설정뿐만 아니라 포괄적 주제도 비슷하다.
하지만 배경과 전개 방식, 캐릭터와 갈등 양상 등은 전혀 달랐다.
표절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원작자인 주제 사라마구 유족들과 접촉해 문제를 해결했다.
국내 저작권 전문가들에게 표절 문제를 검토 의뢰했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침묵의 소리>는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에 비해 훨씬 대중적이고 이해하기 쉬웠다.가장 중요한 요소는 극적 재미!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다이나믹한 영상, 뚜렷한 갈등 양상과 갈등 해소, 그리고 감동이 어우러져 있다.
처음 시나리오는 주제 의식이 너무 겉으로 드러나 있었다.
재미보다는 주제.
그래서 어려웠다.
어둠기도 했고.
최희락 감독의 시나리오가 가진 특징이었다.
물론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천만 감독은?
요원하다.
천만 감독이 꼭 되라는 최 감독의 아들이 남긴 유언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천만 관객을 동원하려면, 시나리오 손 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 감독과 술을 마시던 날, 우혁이 했던 말이다.
“얼마든지!”
의외로 최 감독은 우혁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자신의 시나리오를 고집하기로 유명한 최 감독이 아닌가.
조감독으로 합류한 박용구 감독과 시나리오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박 감독 특유의 유니크한 상상력이 결합되면서 시나리오가 훨씬 말랑말랑해졌다.
과거에는 최 감독의 시나리오에 박 감독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최 감독이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최 감독은 시나리오에 관한 한 그 어떤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걸 최초로 깨뜨린 사람이 우혁이었다.
[생강> 촬영 때.우혁의 의견을 개진했고, 놀랍게도 최 감독이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
당시 조감독이었던 박 감독은 두 번 놀랐다.
우혁의 의견이 자신의 생각과 거의 일치해서 놀랐고, 최 감독이 그 의견을 받아들여서 다시 한 번 놀랐다.
우혁은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하지는 못하지만, 좋은 시나리오가 갖춰야 할 요소를 정확하게 짚었다.
박 감독은 [플럼범 바이러스>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하면서 그 사실을 직접 경험했다.
[침묵의 소리> 시나리오 수정 작업에서도 다시 한 번 우혁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우혁은 시나리오 분석력이 매우 뛰어났다.
특히 캐릭터 분석력은 탁월했다.
행간에 숨어 있는 등장인물의 심리, 지향점, 목표 등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 인물에게 어울리지 않는 대사와 행동을 찾아내 어울리는 대사와 행동을 제시해 주었다.
또한 시나리오에 꼭 필요한 인물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없이 많은 등장인물이 쏟아져 나왔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조연과 엑스트라까지.
극의 내용과 분위기에 꼭 어울리는 등장인물을 제시해 주었다.
그가 제시해주는 등장인물은 이 세상에 실제로 있었거나 지구 어딘가에 있을 것처럼 구체적이다.
주인공 송강우도 우혁 덕분에 훨씬 탄탄해졌다.
송강우는 우혁을 닮았다.
이름부터 두 자가 비슷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우혁을 떠올리면서 만든 캐릭터거든. ‘강우혁’에서 ‘강우’를 따서 이름으로 하고, 내 마누라 성을 붙였지.”
최 감독의 말이었다.
최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는 내내 ‘강우혁’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송강우’는 우혁을 많이 닮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완성하자마자 백곰한테 보내 우혁의 캐스팅을 제안한 것이다.
***
[침묵의 소리> 씬 24. 송강우의 집 안방(낮)텔레비전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갑자기 수많은 농아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송강우는 뉴스에 뚫어져라 본다.
“날 버리지 않고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송강우의 아내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아내의 양쪽 귀에는 치료 흔적이 보인다.
“별 소릴 다한다.”
송강우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대답한다.
그러다가 아내가 자신의 말을 듣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다시 말한다.
“별 소릴 다한다.”
아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이다.
송강우는 휴대전화 메모앱을 열어 자판을 터치해 글을 썼다.
자판 터치음이 울린다.
타다다 타다다다···.
-이런 일이 생겼다고 자기 아내를 버리는 남편이 어디 있겠어.
“당신은 하늘에서 나에게 보낸 수호천사야.”
“천사는 무슨···.”
아내의 말에 송강우는 입으로 먼저 말을 하고, 휴대전화로 같은 글을 써서 아내에게 보여 주었다.
“천사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봐?”
송강우가 아내를 침대에 눕힌다.
아내를 웃게 하려는 장난이었으나, 송강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아내는 남편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남편을 밀어낸다.
송강우는 아내 옆에 드러누워 천정을 바라본다.
남편을 밀어낸 것이 미안하다.
“미안해! 갑자기 달려들어서 놀라서 그랬어.”
송강우 쪽으로 돌아누워, 송강우를 안으며 묻는다.
송강우는 웃음을 지어 보인 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천정을 응시하고 있다.
“무슨 생각해?”
아내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음탕한 생각.”
송강우가 대답한다.
아내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휴대전화를 가리킨다.
글로 써서 보여 달라는 뜻이다.
송강우는 휴대전화 메모에 글을 쳐서 아내에게 보여주면서 입으로 말을 한다.
“천국에 천사가 있을까?”
“?”
“천국에는 천사가 없을 거야.”
“천사가 천국에 없으면 어디에 있어?”
“지옥!”
“말도 안 돼!”
“끔찍한 고통을 받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 그 사실을 외면한 채 자기만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악마와 천사 중 어디에 가까울까?”
“음···. 악마도 천사도 아닌 것 같은데. 보통 사람 아닌가? 나처럼.”
“보통 사람이겠지. 적어도 천사라고 할 수는 없을 거야. 천사는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니까.”
“천사는 지옥에서 고통받는 죄인이 있다는 걸 알면서 천국에서 행복을 누릴 리가 없다?”
“지옥에 내려가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원하거나, 위로하거나, 같이 고통을 나누겠지.”
“당신처럼.”
“난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이야. 지옥에서 고통받는 죄인들을 구원할 오지랖을 부릴 생각은 조금도 없어. 죄를 지었으면 죄 값을 받아야지. 난 인간이 좋아. 음탕한 인간이.”
송강우가 휴대전화를 침대 위에 던지고 아내를 껴안는다.
이번에는 송강우를 밀어내지 않는 아내.
키스를 기대하며 눈을 감는다.
그때 창밖에서 헬기 소리가 들린다.
투두두두두두두!
송강우가 벌떡 일어나 창문 밖을 살핀다.
아내는 영문을 몰라하고.
***
이제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때이다.
연기자들과 감독, 촬영 스태프들 사이의 호흡 조절이 끝났으니까.
내용도 본격적 갈등으로 접어들었다.
1퍼센트의 ‘들을 수 있는 자’들은 99퍼센트의 ‘들을 수 없는 자’들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통제하고, 억압하고, 소외시키고.
갑질과 폭력, 조롱을 일삼는다.
부와 권력을 쥐게 된 ‘들을 수 있는 자’들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포악해진다.
그러나 ‘들을 수 있는 자’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들 중 일부는 99퍼센트의 ‘들을 수 없는 자’들을 안내하고 보호한다.
송강우가 바로 부류의 사람이다.
‘들을 수 없는 자’들의 편이 되어 싸웠다.
의협심 때문에?
공명심?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천만에!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
아내와 아들은 그날의 사건으로 ‘들을 수 없는 자’가 되었던 것이다.
‘들을 수 있는 자’들에게 당한 경험이 있는 ‘들을 수 없는 자’들이 항거하기 시작한다.
어쩌다 보니 송강우는 그 우두머리가 되어 앞장을 서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들을 수 있는 자’들은 송강우를 암살하기로 한다.
항거에 지친 ‘들을 수 없는 자’들은 ‘들을 수 있는 자’에게 투항하고, 배신자가 되어 송강우 암살자로 활동하기도 한다.
‘들을 수 없는 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군부를 장악한 ‘들을 수 있는 자’들은 항거하는 자들을 무참히 학살한다.
내용도 촬영도 막바지를 향해 순조롭게 나아갔다.
영화 내용은 살벌했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예기치 않은 복병이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예정보다 빨리 크랭크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화위복이 되기는 했지만.
[ 순조로운 촬영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