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96)
그레미상과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하러 미국에 갔을 때, 타란티노 감독과 디즈니사를 만나 영화에 출연하기로 계약했다.
계약 조건은 당연히 지난번보다 좋았다. 한국에서 받는 개런티보다 열 배에서 스무 배나 많다.
사람들은 말한다. 할리우드에서 계속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우혁은 다작 배우이다.
다작으로 인해 이미지의 소비가 심하면 관객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그래서 2, 3년을 주기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작품을 하기로 했다.
할리우드 작품만 하면서 1, 2년 정도 휴식을 취해도 되지만, 우혁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추체험 이능에 대한 의무감이랄까.
돈도 충분히 벌었고, 쉬엄쉬엄 쉬어 가며 한다고 해서 그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었으나, 우혁 스스로 게으름을 경계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만 하느냐?
그건 아니다.
워커홀릭처럼 일만 하는 건 결코 아니었다. 추체험 이능이 생긴 이래로, 열심히 달리긴 했으나, 무리한 적은 없다. 충분히 휴식을 취해왔다.
연기는 엄청난 집중력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매우 힘든 일이다.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 없이 달리다간 몸이 망가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휴식이 길어졌을 때, 루틴이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혁은 일과 휴식을 잘 유지해 왔다. 앞으로도 지금의 리듬을 유지할 생각이다.
이번에 타란티노 감독과 하게 될 작품은 우혁이 원톱으로 나선다.
시나리오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캐릭터와 인물관계도, 줄거리는 타란티노 감독의 머릿속에 모두 들어 있었다.
한 시간에 걸쳐 타란티노 감독으로부터 작품 내용을 듣고 나서, 우혁은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 내용을 백곰에게 말했을 때,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만큼은 아니지만, 느낌이 매우 좋다고 했다.
디즈니사의 마블 영화의 내용도 백곰에게 말해 주었다.
그때까지 우혁은 출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썩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빚을 갚아야 했다.
[플럼범 바이러스> 개봉 때, 북미 지역 배급을 맡으면서 4,000개나 되는 스크린을 확보해 주지 않았던가.백곰에게 마블 영화 내용을 말해 주었을 때, 백곰은 우혁의 손을 덥석 잡았다.
“지금까지 형이 했던 영화와 드라마 중에서 아우라가 가장 찬란해. 찬란한 정도가 아니라 황홀해. 이건 무조건 해야 돼. 무조건! 러닝 개런티로!”
백곰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다음날 디즈니사를 방문해 마블 영화 출연 계약을 했다.
지금까지 백곰의 느낌은 단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었으니까.
설사 백곰이 어긋난다 해도 상관없다.
앞으로도 백곰의 느낌을 계속해서 믿을 것이다.
***
계절의 여왕 5월.
싱그러운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고, 햇살이 따뜻하다.
봄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벌과 나비를 부르는 날.
서울의 한 영화관 입구에 입간판이 걸려 있다.
축 결혼.
신랑 백동수.
신부 송유미.
30분 후, 영화관에서 백곰과 송유미의 결혼이 있을 예정이다.
예식장에는 하객들이 반 정도 차 있었다. 신부 측의 객석은 3분의 2쯤 차 있는 데 반해, 신랑 측 객석이 3분의 1도 차지 않아 썰렁했다.
옷차림새도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신부 측은 도시 사람이 많았고, 신랑 측은 시골에서 올라온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송유미의 부친은 서울에서 회사원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모친도 오랫동안 옷 가게를 하고 있어서 도시 손님들이 많았다. 두 분이 모두 서울 태생이라 일가친척이 서울이 많기도 했고.
반면 백곰의 고향은 남해의 작은 섬이었다. 200가구도 채 되지 않는 섬마을.
일가친척들도 모두 섬과 인근 육지에 살고 있다.
예식을 서울에서 하게 되면서 버스 한 대를 대절해 함께 모여서 왔다.
예식을 올릴 지역을 택할 때, 백곰의 고향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와 위치상으로 중간인 대전, 그리고 서울을 두고 고민을 했으나,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했을 때 서울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송유미의 양친은 예식을 치를 지역의 결정은 사돈의 의사에 따르겠다고 했다.
“예식은 서울을 하자. 대전에서 혼례를 치르자면 두 집이 다 움직여야 하는데 뭣 하러 그래. 한 집이라도 편한 게 낫지.”
“암 그렇고말고.”
백곰의 모친과 부친의 말이었다.
결국 논의 끝에 서울의 영화관에서 식을 올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막상 그렇게 결정을 하고 보니, 섬에서 서울까지 올라와야 하는 백곰의 가족과 일가친척이 애를 먹어야 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첫 배를 타고 나와 관광버스를 타고 멀미까지 하면서 올라오느라 진이 다 빠졌던 것이다. 서울 구경이고 뭐고, 막배를 놓치지 않으려면, 결혼식이 끝나면 부랴부랴 내려가야 할 판이었다.
신부 측 객석에 앉아 있던 하객들이 수군거렸다.
“신랑 측 하객이 너무 적은 것 같다.”
“그러게. 하객을 보면 그 집안의 가세를 짐작할 수 있다는데···. 신랑 쪽은 사람도 적고 죄다 노인들밖에 안 보이네.”
“신랑이 연예인 매니저라면서?”
“신랑 인간관계가 좀 문제 있는 거 아니야? 매니저면 연예인들을 알 텐데, 연예인 한 명 안 보이잖아.”
“매니저 결혼식에 연예인이 왜 오겠어. 영향력 있는 매니저라면 모를까.”
“신랑이 앞뒤가 막혔나 봐. 이렇게 하객이 없을 것 같으면, 알바라도 동원해야지 이게 뭐야. 창피하게.”
“그런 알바가 있어?”
“일일 애인 알바도 있는데, 결혼식 하객 알바가 없겠어?”
송유미의 양친과 오빠도 신랑 측 하객이 너무 적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신랑 측 하객, 다 온 건가? 사람이 너무 적네.”
송유미의 모친이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측 하객을 신랑 측 객석에 가서 앉으라고 하든지 해야 할 것 같구먼.”
부친이 말했다
“연예인 기획사 대표라면서 어떻게 연예인 한 명 안 와? 연예인 구경 좀 하나 했더니 연예인은 그림자도 안 보이네.”
송유미의 오빠가 투덜거렸다.
그때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를 기자들 몇 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다가왔다.
“어? 설민환 씨 같은데!”
송유미 오빠가 말했다.
얼마 전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주인공, 설민환.
최근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설민환이다, 설민환!”
“대박!”
설민환을 알아본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마침 백곰이 입구에 나타났고, 백곰을 발견한 설민환의 매니저가 백곰을 향해 걸어와 허리를 굽혔다.
“대표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민환 형, 여기 있으면 어떡해? 화보 촬영하러 이탈리아에 가 있어야 할 사람이.”
백곰이 매니저에게 물었다.
“대표님 결혼식 꼭 참석해야 한다면서, 일정 앞당겨 끝내고 곧장 귀국했습니다.”
설민환이 백곰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다가왔다.
“대표님! 결혼 축하합니다.”
“화보 촬영은 제대로 한 거야?”
“화보 촬영이 문제야. 우리 회사 대표님이 결혼을 한다는데. 결혼식에 안 왔다가 찍히면 어떡해.”
“별 소릴 다한다. 와 줘서 고마워, 형!”
“고맙긴! 당연히 와야지. 네 덕분에 살아났는데.”
“혁이 형 덕분이지, 내가 도와준 게 뭐가 있다고.”
“우혁이는?”
“오고 있을 거야. 외국에서 급한 손님이 왔나 봐.”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축하드립니다.”
설민환이 신랑 측 입구에 서 있는 백곰의 양친께 인사를 올렸다.
송유미의 오빠는 다시 한 번 누군가를 발견하고서 혼잣말을 했다.
“헉! 설마 저 사람도 매제 하객?!”
드라마 [홍길동전>에서 여자주인공으로 출연해 홍길동역의 강우혁과 호흡을 맞추었던 박예진이 기자들과 함께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동수 오빠!”
“예진이 왔구나. 고맙다.”
예진아?
송유미 오빠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눈이 부신 박예진의 이름을 부르다니!
매제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송유미의 모친도 마찬가지였다.
텔레비전에서 늘 보던 박예진과 오누이 사이처럼 말을 주고받는 사위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유명한 배우들이 속속 몰려들었던 것이다.
모두 신랑 측 하객들이었다.
K&B의 직원들도 우르르 몰려왔다.
매니저들이 백곰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
식장의 신랑 측 객석은 어느새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찼다.
신부 측 객석에서 결혼식 하객 알바 어쩌고 속삭이던 하객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처음에는 알바라도 동원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알바라고 하기에는 너무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알바비를 주고 동원하려면 어머어마한 비용이 들 것이다.
“유명한 배우들은 다 온 것 같다.”
“정치인들도 보이는 것 같은데.”
“신랑 뭐하는 사람이야?”
“연예인 매니저라며?”
“분명히 그렇게 들었는데···.”
“헐! 저기 좀 봐, 저기!”
“뭔데? ···헉!”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던 것이다.
예식장 안으로 세계적인 스타들이 들어왔다.
한두 명도 아니도 네다섯 명이 동시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윌 스미스, 제니퍼 로렌스, 멜라니 로랑, 타란티노 감독.
그리고 강우혁!
“저기 좀 봐!”
무대 끝 대기실에서 결혼식 사회자가 등장했다.
국민 MC 유대석.
“지금부터 신랑 백동수 군과 신부 송유미 양의 결혼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유대석의 목소리에 이어, 암전이 되었다.
신랑과 신부의 웨딩촬영 사진이 스크린에 떠올랐다.
식순에 따라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유명인들이 많아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가 주목받지 못할 뻔했으나 암전과 조명을 적절히 사용하고, 사회를 맡은 유대석의 능수능란한 언변 덕분에 신랑과 신부에게 포커스가 맞춰졌다.
결혼식은 평범했다.
하지만 결혼식장에 참석한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주례는 SBC 이현직 사장이었고, 축가를 부른 가수는 한국 대중음악의 전설 조영필이었으며, 신부의 부케를 받은 이는 제니퍼 로렌스였다.
기념사진 촬영 때 신랑 측 친구의 면면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신부 측 하객들 모두, 신랑을 바라보는 눈이 처음과 완전히 달라졌다.
“신랑 풍채 좋다.”
“관상이 참 좋네. 인복, 재물복이 많을 관상이야.”
“신부가 신랑을 잘 얻었네.”
***
우혁은 백곰의 결혼식을 지켜보며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신부 측 가족이 백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송유미를 통해 얼핏 듣고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백곰은 작은 결혼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족과 일가친척만 부르겠다는 것이다.
직원들과 소속사 배우들에게도 결혼 사실만 알리고 청첩장은 돌리지 않았다. 가족들끼리만 모여 스몰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면서.
그건 백곰 생각이고, 신부 측은 다르게 볼 수도 있었다.
백곰이 초라하게 보이는 건,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직원들과 소속사 배우들에게 결혼식에 참석해 축하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렇다고 오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부른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표님 결혼식에 무조건 참석하려고 했습니다.”
“내가 안 가면 누가 가겠소.”
직원들과 몇몇 배우들은 참석했다가 욕을 얻어먹는 한이 있어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타란티노 감독과 레오 등에게도 백곰의 결혼 소식을 알려주었다.
“배컴 결혼식이라면 가야지.”
레오, 윌, 제니는 마침 영화 홍보 차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었고, 멜라니 로랑은 일부러 찾아왔고, 타란티노 감독은 차기작 논의를 위해 우혁을 만날 겸 들어왔다가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주례, 사회자, 축가, 부케 받을 사람 섭외도 우혁이 나섰다.
우혁이 나서기는 했지만 백곰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았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흔쾌히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곰이 행복해 보인다. 결혼식 내내 입꼬리가 귀에 걸려 있다.
그런데 결혼식이 끝날 무렵 우혁과 눈이 마주쳤을 때, 백곰의 눈에 이슬이 맺히더니 눈물 한 줄기가 흘러 내렸다.
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을 때 우혁은 백곰 옆에 섰다.
“형이 불렀다며?”
백곰이 우혁에게 속삭였다.
“작은 결혼식 망쳐서 미안하다. 그래서 날 보자마자 울었어?”
“형 결혼식 생각나서. 그때도 지금처럼 5월이었을걸. 청첩장을 열심히 돌렸는데, 설민환 형 한 사람 빼고, 연예인은 한 명도 안 왔잖아. PD님들도. 감독님들도. 형은 그렇게 초라한 결혼식을 올렸는데···.”
“사진 찍는다, 동수야! 웃어야지. 김치!”
[ 5월의 결혼식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