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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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선물
선물이라니! 당치 않다.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아닌가.
제대로 키워 주지도 못하고 무력하게 떠나보냈는데 무슨 선물.
목이 멘다.
‘아가야. 태어날 수는 없는 거니? 좋은 아빠가 되어 줄게. 네 엄마는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이란다.’
우혁이 마음속으로 말했다.
아기 요정은 여전히 티 없이 맑은 미소를 지은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대답 대신 아기 요정이 다가와 우혁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그 순간 신비로운 빛이 뇌 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빛이 서서히 잦아들고 아기 요정이 눈앞에 보인다.
[아빠, 안녕!]아기 요정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러고는 뒤쪽으로 멀어져 갔다.
“아가야! 기다려!”
우혁이 황급히 손을 뻗으며 외쳤다.
하지만 아기 요정은 뒤쪽으로 멀어져 갔다. 한사코 뒤쪽으로.
***
예은은 남편의 목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아가야, 가지 마. 내가 잘 키워줄게. 제발 돌아오렴, 아가야!”
남편이 손을 앞으로 뻗은 채 애원하고 있었다.
예은은 남편을 조심스럽게 흔들어 깨웠다.
“오빠!”
남편이 눈을 떴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앉아 주위를 살폈다.
“오빠, 꿈꿨어?”
“꿈···?”
남편의 시선이 황망하고 쓸쓸하다. 마치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가슴이 먹먹했다.
남편을 안아 주었다.
예은의 눈에서 눈물 한 줄기가 볼을 을 타고 흘러내린다.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아기가 떠난 지 49일째.
남편은 아기의 존재를 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잊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고맙다.
그래서 미안하다.
***
“괜찮아. 어서 자.”
우혁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내를 달랜 뒤 침대에 누웠다.
아내가 옆에 누워 우혁의 왼팔을 꼭 부여안았다. 마치 구명보트라도 되는 양.
우혁은 아내에게 왼팔을 맡긴 채 눈을 감았다. 아기 요정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하지만 아기 요정은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글자가 보였다.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수령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어쩌면 아기가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선물이라면 마다할 까닭이 없다.
[원하는 답변을 3초간 응시해 주세요.] [예]를 3초간 응시했다.그러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셨습니다.]추체험 데이터베이스?
이게 뭐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추체험이라는 단어의 개념이 모호했다. 남이 체험한 것을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느낀다는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그 개념이 정확하게 잡히지 않았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 목록을 확인해 주세요.]낯익은 이름과 사진이 나타났다.
이소룡, 말론 브란도, 찰리 채플린, 로빈 윌리엄스, 김승호···.
[저세상으로 떠난 사람들 중에서 당신이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의 목록입니다.]사실이었다.
오늘 낮에 오디션을 보면서 떠올렸던 배우들이다.
[목록의 순서는 관심도가 높은 것에서 낮은 순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최근 관심도에 따라 변경되기도 하고, 새로 추가되거나 목록에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평소에는 이소룡을 떠올린 적이 거의 없었으나 오디션을 보고 나서 줄곧 이소룡을 생각했다.
같은 조에서 오디션을 본 지원자가 이소룡의 절권도를 선보일 때 그 재능이 남자로서 멋있었고, 배우로서 부러웠다.
[목록에서 추체험하고 싶은 인물을 선택합니다. 그런 뒤 그 인물의 사진을 5초 동안 응시해 주세요. 그러면 그 인물의 일생을 추체험할 수 있습니다.]인물의 일생을 추체험한다?
[추체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7시간정도입니다. 가능하면 밤 시간을 활용할 것을 권고합니다. 추체험을 하는 동안 에너지 소비가 많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한 사람의 일생을 추체험하는 데 7시간이 걸린다?
그게 가능해?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 사람의 일생을 꿈으로 꾸는 건가?
[추체험을 하고 나면 그 인물의 경험과 육체적 정신적 능력의 일부가 접속자에게 전이됩니다.]눈이 번쩍 뜨였다.
경험과 능력의 일부가 전이된다고?!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연기자에게는 어마어마한 버프가 아닐 수 없었다.
이소룡을 추체험한다면 이소룡의 무술 능력을, 말론 브란도를 추체험한다면 그의 연기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경험과 능력의 ‘일부’가 전이된다고 했는데,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해보면 알겠지.
당장 ‘추체험’을 해보고 싶었다.
[접속자의 집중도와 몰입 능력, 컨디션에 따라 전이의 정도가 다를 수 있으며, 한 인물을 중복해서 추체험할수록 전이율이 높아집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과 능력이 서서히 소진됩니다. 그러나 그 능력을 꾸준히 수련하고 개발하면 소진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향상될 수도 있습니다.]이제야 ‘추체험 데이터베이스’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직접 해보지 않아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엄청난 선물이라는 사실!
아기 요정이 떠올랐다.
아내의 뱃속에 잠시 깃들었다 떠난 아기.
아기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이토록 큰 선물을 주다니!
열심히 살아야 할, 좋은 배우가 되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아기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좋은 배우가 되어야 한다.
[눈을 뜨면 접속이 끊어집니다. 5초 이내에 다시 눈을 감으면 인물의 추체험이 계속되지만 5초가 경과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접속을 원할 경우 눈을 감고 ‘추체험 데이터베이스’라는 문장을 떠올려 주세요.]심호흡을 크게 한 뒤 이소룡의 사진을 5초 간 응시했다.
***
다음날 아침.
흠씬 두드려 맞은 것처럼 온몸이 결린다.
“웬 땀을 이렇게 흘렸어?”
아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는다.
우혁은 아내를 멍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오빠, 괜찮아?”
“괜찮아.”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안색이 안 좋아.”
“잠을 설쳤을 뿐이야. 걱정하지 마.”
아내에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내가 우혁의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주면서 이마에 손등을 대어 본다.
“열은 없는데···.”
“괜찮대두.”
“한숨 더 자. 피곤해 보여.”
아내가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우혁은 침대에 앉은 채 방 안을 살폈다.
지난밤에 있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하다.
믿을 수가 없다. 세상에 이런 게 있다니!
설마 모든 게 꿈은 아니겠지?
‘추체험 데이터베이스’ 접속 방법은 눈을 감고 ‘추체험 데이터베이스’라는 문장을 떠올리면 된다고 했겠다.
눈을 감고 ‘추체험 데이터베이스’를 떠올렸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였습니다.]안내 문구와 함께 데이터베이스 목록이 나타났다.
눈을 떴다. 그러자 목록이 사라졌다.
분명 꿈이 아니다.
어젯밤에 이소룡의 일생을 추체험했다.
‘추체험’은 굉장한 경험이었다.
이소룡이 주연을 맡은 영화를 모두 보았고, 그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와 TV 시리즈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밤에 경험한 추체험은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제3자 입장에서 이소룡의 생을 꿈으로 꾼 것이 아니다.
이소룡으로 환생해 그의 일생을 살았다. 1940년에 태어나 1973년,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삶을.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모른다.
모르지만 우혁은 실제로 경험했다.
잠을 잔 시간은 기껏해야 여덟 시간.
그 시간 동안 우혁은 이소룡으로 환생해 33년의 일생을 살다가 돌아왔다.
장자의 호접몽이 떠오른다.
어느 날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는 꿈을 꾸고 일어난 장자가 말한다. 자신이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자를 꿈꾸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우혁의 기분이 꼭 그러했다.
우혁이 지난밤 이소룡으로 환생했던 것인지 이소룡이 지금 우혁으로 환생한 것인지 헷갈린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의 안내에 따르면 인물을 추체험하고 나면 그 인물의 경험과 능력의 일부가 전이된다고 했는데 과연 사실일까?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우혁은 방바닥으로 내려가 팔굽혀펴기를 해보았다.
서른셋.
서른넷.
서른다섯!
평소라면 이쯤에서 현저히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마흔여덟.
마흔아홉.
쉰!
이제야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제 아침이었다면 여기서 멈추었을 것이다.
그런데 좀 더 해보고 싶었다.
곧 한계에 도달했다. 팔이 후들거려 더 이상 못하겠다.
“어떤 것에도, 한계를, 두지, 말라.”
우혁은 중얼거리며 팔굽혀펴기를 계속했다.
“한계를, 두는 순간, 그렇게, 되고 만다.”
이 말은 이소룡의 지론이다.
우혁은 팔굽혀펴기를 멈추고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이소룡의 경험과 능력의 일부가 전이된다더니, 이게 그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손을 바닥에 짚고 일어난 것이 아니라 텀블링으로.
우혁은 좀 전에 누웠던 방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덤블링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아침이었으나 전혀 다른 아침처럼 느껴진다.
자신감으로 충만한 아침.
잠에서 깰 때만 해도 천신만근이었는데 지금은 몸도 마음도 가뿐하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라는 놀라운 선물을 얻었다.
이런 선물을 가지고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멋진 날들이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