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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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폭탄처럼 쏟아지다
아버지는 집에 도착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백곰을 찾으셨다.
“동수는 잘 있냐? 이 근처 산다면서···.”
“전화해서 오라고 그래. 밥 좀 먹이게.”
어머니까지 백곰을 찾았다.
술에 취해 곤히 자고 있을 것 같아 그냥 두었는데 마침 백곰이 전화를 걸어왔다.
“속은 괜찮아?”
– 괜찮아. 그런데, 형! 나 기억이 하나도 안 나. 오피스텔에 들어가서 인사드리고 양주 한 잔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는 모르겠어.
“그럴 줄 알고 내가 동영상 몇 개 촬영했다. 보여 줄 테니 이따가 봐.”
– 나 실수한 거 없지?
“글쎄? 상대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봤을 땐 크게 실수한 건 없는 것 같다.
– 휴우! 다행이다.
“점심 먹어야지?”
– 배고파서 일어났어.
“차는 내가 가지고 왔어.”
– 오늘 출근 안 하니까 괜찮아.
“점심 같이 먹자. 집으로 와.”
– 내가 알아서 혼자 먹을게. 형수님한테 자꾸 신세지기 싫어. 씻기도 귀찮고.
“어머니 아버지 오셨는데 너 보고 싶어 하신다.”
– 어머니 아버님 오셨어? 인사는 드려야지. 금방 씻고 갈게.
어머니와 아버지는 백곰을 둘째아들처럼 여긴다.
어머니는 실제로 백곰을 둘째아들이라고 부른다.
무뚝뚝한 아버지도 문 피디가 그랬듯이 백곰을 만나자마자 홀려 버렸다.
백곰이 집에 도착했다.
“어무니 아부지, 동수 왔어요.”
“아이구 우리 둘째아들 왔구나. 어여 와.”
어머니가 백곰을 반갑게 맞이한다.
“왔어?”
아버지도 웃으며 반긴다.
“아부지, 만원 내기 장기 한 판 하실까요?”
“물리기 없기다.”
“당연하죠.”
“장기판 꺼내 와.”
백곰이 거실 구석에 있는 장기판을 꺼내 왔다.
우혁은 낙동강 오리알과 개밥의 도토리 신세가 되어 엉거주춤 서 있다.
앉아야 할지 계속 서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혁이 형, 심판 봐줘. 내가 이기면 형한테 3천 원 줄게.”
“안 돼! 심판 매수하는 거냐? 심판 없어도 돼.”
아버지가 백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혁이 엉거주춤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아내가 우혁의 팔을 잡아끈다.
“맛 좀 봐.”
김치를 찢어서 입에 넣어준다.
맛있다.
어머니의 손맛.
세상에는 수도 없이 많은 김치가 있는데 어머니가 담근 김치 맛은 다르다. 희한하게도.
“맛있지?”
아내가 묻는다.
어머니 김치는 똑같은데 아내가 찢어주면 더 맛있다. 희한하게도.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한 번 더 달라고 검지를 세워 보였다.
“물 먹혀. 이따 밥이랑 같이 먹어.”
어머니의 정겨운 잔소리.
이 듣기 좋은 소리를 사춘기 때는 왜 듣기 싫어했는지 모르겠다.
아내가 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찢은 김치를 우혁의 입 속에 넣어주고는 손등으로 우혁의 입가에 묻은 양념을 닦아준다.
백곰과 아버지의 장기가 절반도 진행되기 전에 점심상이 차려졌다.
끝나지 않은 장기판을 신주단지처럼 고이 놓아두고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백곰과 우혁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버지는 장기판을 하염없이 들여다보았다.
그럴 필요 없으실 텐데.
어차피 백곰이 아슬아슬하게 질 게 뻔하다.
백곰은 장기 고수지만 내기만 하면 아버지에게 진다. 아버지에게 져 드리는 것이다.
설거지를 마친 백곰이 아버지와 다시 장기를 둔다.
예상대로 아버지의 승.
백곰의 운전으로 회사 차를 타고 양평으로 향했다.
회사 차 안 글로브 박스에는 누가 가져다두었는지 알 수 없으나 음주 측정기가 있다.
백곰은 전날 음주를 했기 때문에 측정을 해보았다. 다행히 미검출.
양평의 한 부동산에 도착해 아내가 인터넷을 보고 마음에 들어 했던 집을 둘러보았다.
집도 인연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아내가 마음에 들어 했던 집은 실제로 보니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런데 부동산업자가 소개한 다른 집이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세가는 오히려 더 쌌지만 아내는 그 집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막상 계약을 앞두자 아내는 돈 걱정을 했다.
“돈 더 들어올 거야. 며칠 내로 드라마 계약할 거야. 그리고 광고도 하나 더 할 계획이고.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마음에 들면 이 집으로 해.”
“고마워. 이렇게 근사한 집에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앞으로 더 좋은 집에서 살 수 있게 해줄게.”
“오빠도 이 집 마음에 들어?”
“아주 마음에 든다.”
어머니, 아버지도 마음에 들어 하셨다.
마당도 넓고, 정원도 예쁘게 잘 조성되어 있는데다가 집 옆에 텃밭도 있어서 어머니가 특히 좋아했다.
“전세값 반은 우리가 부담할 테니 그리 알아라.”
아버지의 말이었다.
“아니에요. 저희가 다 낼게요. 애비 요즘 돈 잘 벌어요.”
아내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거면 여기로 이사올 생각 없다.”
아버지는 완강했다.
“아버지 말대로 해라. 명의는 너희들 이름으로 하고. 어차피 너희들한테 주려고 모아둔 돈이니까. 그나저나 1층에 큰 방이 두 개나 되는구나. 늙은이 둘이 사는데 너무 넓은 것 같다. 너희가 1층을 쓰거라.”
어머니가 아내에게 물었다.
“무릎 안 좋으시잖아요. 2층 오르락내리락 하기 힘들어서 안 돼요.”
아내가 대답했다.
“어무니, 아부지! 1층 방 하나 저한테 세놓으시면 안 돼요?”
백곰이었다.
“둘째아들이 들어오겠다면야 공짜로 주지.”
어머니가 반색했다.
“어무니도 참, 공짜는 안 되죠.”
“안 되긴 뭐가 안 돼. 자식한테 돈 받는 게 어디 있어. 어험!”
아버지였다.
“잘 됐네요. 동수 씨만 좋으면 저희는 대환영이에요. 안 그래, 오빠?”
아내가 우혁에게 물었다.
백곰만 불편하지 않다면 우혁도 대환영이다.
그렇지 않아도 백곰만 원룸에 떨어뜨려 놓고 오는 게 걱정이었다.
“다들 좋으시다면 나야 반대할 이유가 없지.”
우혁이 대답했다.
아버지가 백곰을 툭 치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내기 값 안 줘? 방세는 안 받지만 내기 값은 받을 거야.”
“아부지, 이런 걸 소탐대실이라고 하는 거예요. 방세를 받고 내기 값은 받지 말아야죠.”
“내 맘이야, 이눔아. 어서 내기 값 내놔.”
“아부지 장사하시면 안 되겠다. 계산이 안 되시네.”
“시끄러 인석아.”
“쉬는 날마다 내기 장기 두시죠. 다음에는 반드시 제가 이길 겁니다. 안 봐줄 거예요.”
“언제는 봐줬구나.”
“그럼요. 봐준 거죠. 제 실력대로 하면 아부지는 저한테 안 돼요.”
“말은 잘한다.”
“근데 저 진짜 방 주실 거예요? 그냥 농담으로 던진 건데.”
“농담? 어른을 놀리는 거야? 안 들어올 거면 앞으로 이 집에 얼씬도 하지 말어.”
“아부지! 제가 얼씬도 안 하면 혁이 형 걸어 다녀야 되거든요. 아니면 손수 운전을 하든가. 형 지금 차도 없어요. 똥차 하나 있는 거 폐차시켰다구요. 뭐, 아부지 차를 타고 다니면 되겠네. 남양주영화촬영소가가 오르막인데 아부지 차가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잔말 말고 들어와.”
아버지가 정색을 했다.
“그래. 그렇게 해. 혼자 있으면 밥도 제때 못 챙겨 먹을 거 아냐.”
“고맙습니다, 어무니!”
“고맙긴 뭐가 고마워. 우리가 고맙지. 혁이 데리고 다니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아. 그걸 생각하면 방이 아니라 집이라도 내줘야지.”
집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핀 뒤 계약했다.
***
월요일.
백곰과 함께 회사로 갔다.
회사 지하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백곰이 우혁에게 물었다.
“형, 피디 선생님 오피스텔에 갔을 때 동영상 찍어 놓은 거 있다고 하지 않았어?”
“보여 줘?”
“응. 그때 일이 통 기억이 나지 않아서 궁금해.”
우혁은 빙그레 웃으며 그날 찍어 놓은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
“으아아아아악! 미쳤어! 미쳤어! 제대로 미쳤어! 으으으!”
동영상을 본 백곰이 비명을 질렀다.
“형은 동영상을 찍을 게 아니라 날 말렸어야지. 피디 선생님 이제 어떻게 봐. 으! 으! 으!”
백곰은 핸들에 머리를 콩콩콩 찧었다.
그러더니 머리를 번쩍 들고서 우혁에게 물었다.
“회사에서는 내가 이렇게 한 거 아무도 모르지?”
“모를걸. 아니다. 한 사람 알 것 같다. 문 피디님하고 통화했거든.”
“설마 정 실장님?”
“아니!”
“휴우, 다행이다.”
“안창현 대표님!”
“뭐?!”
백곰이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우혁을 바라보았다.
“으흐흐흐흐흐흑!”
백곰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었다.
“회사 잘리는 거 아니야? 형이 잘 좀 말해 주라. 응? 제발!”
백곰이 우혁의 팔에 매달렸다.
“정 실장이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대표님이라···.”
우혁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문 피디가 안 대표와 통화할 때 옆에서 지켜본 우혁은 안 대표가 백곰을 절대 자르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백곰을 조금 놀려주고 싶었다.
“나 잘리면 어떡하지? 이 회사 너무너무 좋은데!”
백곰이 울먹였다.
“혹시라도 대표님이 호출하시면 용서를 빌어봐. 혹시 알아. 용서해 주실지.”
“알았어.”
백곰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풀 죽은 모습으로 차에서 내렸을 때였다.
신인 보이그룹을 맡고 있는 매니저 이 대리가 백곰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백 대리 마침 잘 만났네. 차 키 좀 줘.”
“차 키?”
“정 실장님이 오늘부터 이 차 타라고 하시더라고.”
“오늘 오후에 나가야 되는데···.”
“정 실장님한테 물어봐. 나 빨리 가봐야 되거든.”
백곰은 이 대리에게 차 키를 넘겼다.
우혁도 당황스러웠다.
오늘 오후 2시경에 SBC 방송국에 가서 이 국장을 만나 출연 계약도 해야 되고, 그 후에는 문 피디를 만나 여배우 캐스팅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배우가 캐스팅에 관여하는 일은 드물지만 문 피디는 우혁의 의견을 듣고 싶어 했다. 캐스팅뿐만 아니라 홍길동 역에 대해 논의도 할 겸.
그래서 차가 필요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를 다른 팀에게 넘기다니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우혁은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일단 정 실장을 만나 보기로 했다.
하지만 백곰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드디어 쫓겨나는구나!
백곰은 우혁과 헤어져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사무실로 올라갔다.
발걸음을 죽이고서 조용히 책상에 앉았다.
정든 책상아, 안녕!
의자 너도 고생 많았다.
가슴이 미어졌다.
정 실장님께도 면목이 없었다.
정말 잘해 주셨는데···.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백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인터폰이 울렸다.
“나무 엔터의 백동수입니다.”
– 백 대리, 나 좀 봐요.
안창현 대표였다.
올 게 왔구나!
“예, 알겠습니다.”
백곰은 인터폰을 끊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정 실장은 현장에 나갔는지 출근 이후로 내내 자리가 비어 있었다.
천근만근인 발걸음을 옮겨 대표실로 올라갔다.
문 앞에서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노크를 했다.
“들어와요.”
안 대표의 목소리가 들렸다.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대표실에는 정 실장과 우혁도 있었다.
우혁은 백곰의 시선을 피했다.
형이 먼저 와서 빌고 있었구나.
고마운 형!
백곰은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실장님! 대표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라니 무슨 용서? 어서 일어나서 여기 앉아요.”
안 대표가 말했지만 백곰은 일어날 수 없었다.
“백 대리 왜 그래. 일어나서 이리 와요. 어서!”
정 실장이 손짓했다.
백곰은 할 수 없이 일어났다.
무릎을 꿇는다고 용서해줄 분위기가 아닌 듯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소파에 엉덩이를 걸쳤다.
우혁은 여전히 백곰의 시선을 외면했다.
“문 피디한테 조연 3명 이상 출연해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안 대표가 백곰에게 물었다.
“제가요?”
“문 피디하고 새끼손가락까지 걸고서 약속을 얻어냈다며! 하하하하!”
안 대표가 호쾌하게 웃었다.
정 실장도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백곰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안 대표와 정 실장을 번갈아 보았다.
“예전에 내가 문 피디를 쫓아다니면서 우리 배우들 좀 써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조연 하나 못 얻었어. 그런데 백 대리가 3명 이상을 한꺼번에 얻었단 말이야.”
“저도 몇 번 부탁을 드려 봤는데 쳐다보지도 않으시더라구요.”
정 실장이 안 대표의 말을 거들었다.
“정 실장. 백 대리 포상 좀 해야 되지 않겠나?”
“그럼요.”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승진은 좀 그렇고, 특별상여금 100프로 지급하고, 급여 10프로 인상하지.”
안 대표가 정 실장에게 지시했다.
백곰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잘리지만 않으면 급여 반을 깎아도 고맙다고 절을 할 판인데 상여금 100프로에 급여 10프로 인상이라니!
잘릴 줄 알고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마치 머리 위로 폭탄이 쏟아지는 것 같다. 경사 폭탄이.
“그리고 이거!”
우혁이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백곰에게 건네주었다.
새로 뽑은 새 차의 키였다.
백곰은 이게 뭔지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멀뚱멀뚱 차 키와 안 대표, 정 실장, 그리고 우혁을 번갈아보았다.
우혁과 정 실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대표님, 법인카드 말씀 빠뜨리신 것 같습니다.”
우혁이 안 대표에게 환기시켰다.
“그렇지. 문 피디 만나러 갈 때 백 대리한테 법인카드 줘.”
안 대표가 정 실장에게 지시했다.
“예, 알겠습니다.”
정 실장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즉각 대답했다.
“백 대리, 문 피디가 드시고 싶다는 거 다 사 드려. 금액에 신경쓰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백곰은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혁 형이 대표님에게 뭔가 조치를 취한 것 같다는 거.
뭐라고 했길래 잘릴 사람을 살려 놓은 것도 모자라 상여금에 급여 인상을 해준단 말인가.
고마운 형!
“백 대리가 [서울 가로등> 대박 날 거라고 했다면서?”
안 대표가 빙그레 웃으며 백곰에게 말을 건넸다.
“그건 그냥···.”
“직원들 모두 안 된다고 했는데 나하고 백 대리 둘이서만 된다고 했단 말이야. 안 그래, 정 실장?”
“예, 맞습니다.”
“백 대리!”
“예, 대표님!”
“오늘 저녁에 나하고 술 한잔 하지.”
“저는 술을 잘···.”
“나도 술 잘 못해. 맥주 한 병씩만 마시자고.”
“알겠습니다, 대표님!”
우혁은 백곰에게 형이 한 명 더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문씨 형에 이어 안씨 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