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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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출연료 협상
“차 어떠세요? 토요일에 주문을 했는데 마침 재고가 있어서 바로 출고시켜 주더라구요. 회사 법인 차량이지만 전용차처럼 활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정 실장이 우혁에게 말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네요.”
“조금도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식구가 늘어서 어차피 차가 한 대 더 필요했거든요. 그리고 우혁 씨는 이 정도 대우받을 자격 되십니다. 백 대리, 차 어때?”
“잘생긴 범고래 같아요. 물살을 가르며 우아하게 헤엄치는 범고래요.”
“그러고 보니 범고래처럼 보이네. 역시 우리 백 대리의 표현력은 끝내줘.”
정 실장이 엄지를 세워 보이며 감탄했다.
“고맙습니다, 실장님!”
백곰이 정 실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한테 고마워하면 안 되지. 고마워하려면 우혁 씨한테 해야지.”
“고마워, 형!”
백곰이 우혁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고맙긴, 내가 고맙지.”
우혁은 빙그레 웃으며 백곰의 등을 툭 쳤다.
정 실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백곰과 우혁을 바라보았다.
백곰은 우혁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대표실에서 안 대표와 우혁에게 백곰의 활약을 듣고 배꼽을 잡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슬아슬하기도 했다. 문 피디가 우혁에게 꽂혀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백곰의 술주정을 귀엽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 우혁은 안 대표에게 백곰의 상여금 지급과 급여 인상을 요구했다.
우혁은 시종 예의바르고 부드러웠으나 안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말에 무게가 있었다.
인기가 갑자기 치솟은 연예인의 안하무인이 아니었다.
자기 불편을 토로하거나 대우를 높여 달라는 것이 아니라 매니저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거였다.
“저는 오전에 법무팀과 SBC에 들어가서 출연료 조건 협의하고 오겠습니다. 협의 끝나면 오후 2시경에 들어가셔서 계약하시면 됩니다. 저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정 실장이 우혁에 말하고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이 계약 때문에 일요일에도 출근해서 자료를 준비했다.
[서울 가로등> 때는 출연료가 형편없었다.외주 제작사이지만 지상파 방송 3사가 마련해 놓은 출연료 기준을 적용했다.
지상파 방송의 출연료 기준은 18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다.
아역은 1등급에서 5등급까지, 성인은 6등급부터 18등급으로 구분된다.
등급은 드라마 PD와 CP 등 방송관계자들이 각 연기자의 해당 방송사에 대한 기여도 및 인지도를 기준으로 각 방송사에서 심사한 뒤 결정한다.
[서울 가로등>을 제작한 외주사에서 방송 3사의 기준을 참고해 만든 출연료는 회당 1등급이 약 8만원, 18등급이 약 200만 원 정도였다. 방송사와 금액 차이는 거의 없다.우혁은 겨우 8등급.
회당 출연료 약 65만 원 정도.
[서울 가로등>을 촬영하며 대형 광고 두 편과 재채기 저작권료를 받지 않았다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금액이다.방송국의 배우 급여 체계는 주급이고 배우나 매니저는 파우처를 받는 시스템이다.
즉 우혁의 경우 주 130만 원, 월 520만 원을 받은 셈이 된다.
여기에 지방 촬영이나 야외 촬영, 심야 촬영에 따른 부속 수당과 교통비와 식대까지 포함하면 월 600만 원정도 될 것이다.
소속사와 5 대 5의 수익 배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우혁의 통장으로 들어가는 돈은 2분의 1인 300만 원.
두 건의 광고 촬영과 재채기 저작권이 없었다면 빠듯한 생활비에 해당하는 돈이다.
얼핏 보기에 먹고살 수는 있을 것 같다. 매월 300만 원씩을 받을 수 있다면.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8등급 배우가 1년 내내 드라마에 출연하기는 쉽지 않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1년에 한두 편이 고작이다. 16부작 미니시리즈를 출연했을 때 소속사를 낀 8급 배우가 쥘 수 있는 돈은 4800만 원 정도이다.
1년에 한 편씩만 찍어도 먹고는 살 수 있다.
그러나 섭외가 없어 1년 동안 수입이 0인 배우가 허다하다.
일부 스타급 연기자는 등급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 계약을 한다.
회당 1억 이상에, 시청률 충족 시 인센티브까지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하기도 한다.
우혁의 경우 스타급으로 대우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극이 첫 작품인데다가 주인공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SBC 측은 우혁에게 등급을 적용하려 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등급을 적용한다면 최고 등급을 받는다 해도 회당 200만 원 미만이다.
하지만 우혁에게 최고 등급인 18등급을 적용할 리가 없다. 경력이 우혁보다 많은 베테랑 배우들을 비교 대상으로 내세울 테니까.
정 실장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우혁은 자유 계약을 요구했다. 방송사에서 정한 18등급으로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남은 것은 협상 테이블에 나갈 정 실장과 법무팀의 능력이다.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
정 실장은 그런 마음으로 각오를 다졌다.
우혁은 소속사의 도움 없이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 역할을 따왔다.
이제는 정 실장 자신이 나설 차례다.
부하직원인 백 대리는 조연 3명의 출연을 성사시켰다.
“직속 상사로서 부하직원보다 못해서야 되겠어?”
정 실장은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며 혼잣말을 했다.
***
SBC 드라마본부 드라마2국 회의실 문이 열리며 SBC 직원 6명이 나왔다.
잠시 뒤 나무 소속 법무팀장과 정 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 실장의 표정이 어둡다.
협상 실패.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선빵을 날렸는데, 상대가 전혀 충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화만 북돋웠다.
강우혁은 12등급 이상 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일단 쪽수에서 밀렸다. 저들은 여섯 명이 우르르 떼로 들어왔다.
나무 측은 세 명.
저들은 익숙한 자기 회사의 회의실에서 와이셔츠 차림으로 소매를 동동 걷어붙이고서 나타났다.
합의하지 않고 협상을 끝낸 것만으로 성과였다.
재협상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을까?
회사에 가서 뭐라고 해야 하나?
정 실장은 입을 꾹 다문 채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차에 올랐다.
회사 사무실에 도착하자 백 대리가 달려왔다.
“고생 많으셨죠? 어떻게 됐어요, 실장님?”
백 대리가 물었다.
“합의점을 찾지 못했어. 만만치가 않네.”
정 실장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안 대표가 정 실장을 호출했다.
대표실에 들어서자 안 대표가 심란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좀 전에 이 국장하고 통화했어. 불같이 화를 내더구만.”
“면목 없습니다.”
정 실장이 풀 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무래도 우리가 오버한 것 같아. 강우혁 씨 불러서 대책 논의하자고. 12등급도 나쁘지 않아.”
안 대표는 정 실장에게 말하며 우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혁 씨 아직 회사에 있지요? 대표실로 좀 와줘요.”
우혁은 빈 회의실에서 [홍길동전> 대본을 읽고 있었다.
안 대표의 전화를 받은 우혁은 곧바로 대표실로 갔다.
“합의가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에요.”
안 대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 실장은 우혁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우혁의 표정은 담담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제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서겠습니다.”
우혁의 말에 정 실장이 고개를 들었다.
“직접 계약 협상을 하시려구요?”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문 피디님의 도움을 받는 건 어떨까요?”
“아뇨! 이 일에 문 피디님을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문 피디님도 난감하실 테구요.”
피디와 연기자는 돈 얘기에서 빠지는 게 일반적이다. 직접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지만 피디나 연기자나 돈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면에 나서기 민망해서 뒤로 빠져 있을 뿐.
돈 문제는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는 걸 지난 세월 동안 여러 차례 절감했다.
“다음 협상은 언제죠?”
우혁이 정 실장에게 물었다.
“약속을 잡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할 건지 준비를 한 뒤에 협상 일정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지금 전화하셔서 오늘 2시에 다시 뵙자고 해주십시오.”
우혁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으나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정 실장, 우혁 씨 말대로 해보자고. 연락해서 약속 잡아봐.”
안 대표가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정 실장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전화를 걸어 담당자와 통화했다.
“오후 2시로 약속 잡았습니다.”
***
“[홍길동전>이 방영되는 기간에 방영되는 드라마들 중에서 시청률 1위하지 못하면 출연료 받지 않겠습니다.”
우혁의 말에 SBC 직원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훅이나 잽이 날아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상대가 가드를 내려 버렸다.
이 무슨 자신감이지?
“대신 시청률 1위를 달성하면 회당 1억을 주십시오.”
가드를 내린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이상한 펀치가 날아왔다.
변칙 공격.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펀치.
SBC 측 직원들은 당황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럼 이만 일어서겠습니다. 논의해 보시고 연락 주십시오.”
우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만요. 윗분들께서 오늘 중으로 마무리 지으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조건 윗분들께 보고드리고 오겠습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측 직원들이 우르르 일어나 회의실을 나갔다.
정 실장이 놀란 눈으로 우혁을 바라보았다.
우혁은 담담한 목소리로 정 실장에게 말했다.
“문 피디, 이 국장 선에 보고가 될 텐데, 그분들 성정이 보통 아니시라 걱정입니다.”
정 실장은 제발 오디션 자체가 취소되는 일만 없기를 바랐다.
“오디션 없던 일로 하자고 할까 봐 걱정이세요? 그러면 다른 작품하면 되죠. 한 번 등급이 정해지면 거기서 탈출하는 게 개미가 개미지옥을 탈출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뼈에 사무치게 맛보았습니다. 이번 계약 파기되어도 저는 잃을 게 없습니다. 소속사가 잃을 게 있나요? 투자한 게 있습니까?”
우혁의 어조는 전에 없이 날카로웠다.
“SBC 측에서 저에게 회당 1억을 줄 리는 없을 겁니다. 회당 1억을 받으려고 이러는 것도 아니구요. 등급에 묶이지만 않으면 회당 201만 원을 제시해도 계약에 응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시청률 1위를 하지 못할 경우는 한 푼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정 실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청률, 1위 할 겁니다.”
우혁의 말에 정 실장은 할 말이 없었다.
“설사 1위를 못한다 해도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많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실장님!”
우혁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혁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출연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 해도 광고 하나만 잡아도 출연료의 몇 배가 되는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광고를 못하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우혁이 나무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우혁에게 지급한 계약금을 상회하는 돈을 이미 회사는 벌어들였다.
[홍길동전>으로 10원짜리 하나 벌지 못한다 해도 회사가 손해 볼 것은 없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 실장의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계약 안 되면 더 좋은 작품 하면 되지 뭐.
“알겠습니다. 저는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정 실장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정 실장이 나가고, 우혁 혼자 회의실에 남게 되자 우혁은 가방에 넣어온 [홍길동전> 대본을 꺼내 대사를 외웠다.
10분 뒤에 정 실장이 들어오고, 다시 20분이 지나자 SBC 직원들이 들어왔다. 여섯 명이 아니라 두 명만.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논의가 조금 길어져서요.”
두 명 중 한 직원이 우혁에게 말했다.
“윗분께 요구하신 조건 말씀드렸습니다.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1억은 너무 많다고 하셨습니다.”
직원의 말에 정 실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오디션 합격 결과를 없던 일로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이제 남은 것은 금액.
지금으로서는 회당 300만 원만 되어도 좋겠다.
300만 원은 너무 적은가?
그렇다면 500만 원.
“회당 5천 만 원까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원의 말에 정 실장이 자기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오, 오 천만 원?!’
반면 우혁은 눈썹 하나 까딱 하지 않았다.
이소룡, 토니 트리디니, 허균,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을 추체험을 하면서 매번 고통스런 죽음을 경험했다.
이 까짓 일로 놀랄 우혁이 아니었다.
“10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논의를 한 뒤에 답변드리겠습니다.”
우혁이 요청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10분 뒤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러고는 직원이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우혁은 직원이 나가자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던 [홍길동전>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정 실장은 몸이 달아서 의자에 엉덩이를 떼었다 붙였다 어쩔 줄 몰라 했다.
“5000만 원, 받아들이실 거죠?”
정 실장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회당 201만 원을 제시해도 받아들일 생각이었는데 5000만 원을 주겠다니 당연히 받아들여야지요.”
우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논의를 하겠다며 10분의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은 제안을 받자마자 받아들이는 게 멋쩍어서였다.
우혁의 대답을 듣고 정 실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혁이 계속해서 1억을 고집할까 봐 조마조마했던 것이다.
회당 5000만 원이면 총 출연료는 8억이다. 5 대 5로 나누면 우혁과 회사가 각각 4억씩 나누게 된다. 물론 시청률 1위를 달성해야겠지만.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우혁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긴다.
시청률 1위를 못 한다 해도 괜찮다.
광고나 몇 개 들어와라. 광고 계약 협의는 자신 있다.
정 실장은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우혁을 바라보았다.
“제가 한 게 아무것도 없네요. 죄송합니다.”
“별 말씀을 다하세요. 방송사 횡포를 이길 수 있는 기획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우혁은 빙그레 웃어 보인 뒤, 다시 [홍길동전>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