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3)
────────────────────────────────────
────────────────────────────────────
계약 체결과 차기작 물색
“실장님 오셨어요?”
백곰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정의찬 실장을 향해 인사를 했다.
“고생이 많지?”
“아닙니다. 땡볕에서 촬영하는 우혁 형이 고생이죠.”
우혁은 촬영에 열중해 있느라 정 실장이 왔는지 알지 못했다.
정 실장은 그늘에 서서 촬영 장면을 구경하며 백곰에게 귓속말을 했다.
“백 대리, SBC에서 보낸 계약서 시안 우혁 씨 보여 드렸지?”
“예.”
“뭐라고 하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기는 한데, 수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추가할 조항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추가를 한다고?”
“예.”
“뭘 추가한다는 거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형이 구체적인 얘기는 안 했거든요.”
“그래?”
“이따 실장님이 직접 물어보십시오.”
“그래야겠네.”
그렇게 20여 분쯤 지났을 때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정 실장이 우혁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차에 계시지 왜 여기 올라와 계세요.”
우혁이 정 실장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정 실장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촬영 현장에 나와 안부를 묻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파악했다.
“괜찮습니다. 저야 그늘에 서 있는데요 뭐.”
“대표님 안녕하시지요?”
“예, 잘 계십니다.”
“전화 통화는 몇 번했습니다만, 대표님 못 뵌 지 두 달이 넘은 것 같네요.”
우혁은 [홍길동전> 촬영 일정으로 바빠 소속사에 들를 여유가 없었다.
“대표님께서 안부 전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덕분에 잘 있다고 전해주십시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정 실장은 손에 들고 있던 부채로 우혁을 부쳐 주었다.
“대표님하고 저는 요즘 [홍길동전>에 푹 빠졌습니다. 의무감이나 업무로 보는 게 아니라 재미있어서 보고 있어요. 아주 재미있네요. 우혁 씨 연기는 회가 거듭할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참 SBC에서 보낸 계약서 시안 보셨지요? 답변을 빨리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천천히 하시죠. 우선은 [홍길동전> 촬영을 잘 마무리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아, 예!”
“그보다 차기작 결정을 서둘렀으면 좋겠는데, 좋은 작품 들어온 거 없나요?”
“드라마가 많이 들어오네요. 사극, 현대극, 아침드라마까지 다양합니다. 영화도 대여섯 편 들어왔습니다.”
“내일부터 틈틈이 골라봐야겠네요.”
“내일 출력본 갖다드리겠습니다.”
우혁은 커다란 타월로 바람을 만들고 있는 백곰에게 말했다.
“동수야, 내일부터 차기작 고르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알았어.”
송유미가 양 손에 500cc짜리 생수병을 들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천천히 걸어오지 왜 그렇게 뛰어와요. 날씨도 더운데.”
우혁이 송유미에게 천천히 오라고 했지만 송유미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오빠, 물 좀 드세요.”
생수병 하나를 우혁의 손에 건네주었다.
냉장고에서 막 꺼냈는지 시원하다.
“이건 목에 대세요.”
송유미가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얼음 생수병을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고맙긴요. 오빠도 참. 헤헤!”
송유미가 귀엽게 웃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접이식 부채를 꺼내 우혁에게 부쳐 주었다.
“유미 씨,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래요?”
“그럼요.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
“동수한테 내일부터 시놉시스하고 대본 좀 읽어 주세요.”
“시놉시스하고 대본을요?”
송유미가 영문을 몰라 하며 우혁과 백곰을 번갈아보았다.
“유미야, 잘 부탁해.”
“예, 오빠.”
송유미는 왜 그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혁과 백곰의 부탁이라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메인 스타일리스트 고현주에게 달려가 손에 들고 있는 접의식 의자를 받아들고 달려와 우혁 뒤에 놓았다.
“오빠, 앉으세요. 메이크업 고쳐야 하거든요.”
우혁이 의자에 앉자 빠른 걸음으로 걸어온 고현주가 목에 걸고 온 가방의 지퍼를 열고서 우혁의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 내고, 가벼운 손놀림으로 메이크업을 고쳤다.
정 실장은 그 옆에 서서 SBC 계약서 시안 얘기를 어떻게 이어나갈지 기회를 엿보았다.
하지만 스타일리스트들이 듣는 곳에서 계약에 관해 논의하기는 곤란했다.
***
그로부터 1주일 뒤.
정 실장이 촬영 현장에 다시 왔을 때 우혁은 차에서 정 실장과 독대했다.
“SBC가 보낸 계약 시안에서 10년 동안 5편 출연을 제시했는데 이 부분은 10년 동안 3편으로 변경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10년에 5편은 좀 많아 보이더라구요.”
“주연 보장, 작품 선택 보장은 반드시 추가해야 되겠고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저도 그 부분은 추가 조건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작품 선택을 할 때 방송사와 협의할 수는 있지만 방송사에서 강요해서는 안 되고, 제가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도 필요하겠지요.”
“그렇죠.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 등의 출연도 보장되어야 하겠구요.”
“회당 출연료 1억 이상 보장해준다고 했는데 매 작품 계약 때마다 재협상한다는 조항도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 1억과 10년 뒤의 1억의 가치는 다를 테니까요. 새로운 작품을 계약할 때마다 갱신하게 되면 2억, 3억으로 계약할 수 있겠네요. 인센티브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청률 1위를 할 경우 총액 개런티의 20% 이상이 적당할 것 같은데 실장님은 어떠신가요?”
“저도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쪽에서 10%를 제시하면서 흥정을 하자고 할 것 같기는 한데 무조건 20% 이상 받아내겠습니다.”
정 실장은 우혁과 대화하며 중요한 대목은 계속해서 수첩에 메모를 했다.
“출연료 선급금에 해당하는 계약금은 매 작품 출연 계약할 때마다 전체 개런티의 50%의 금액을 계약금으로 지급받았으면 합니다.”
이 부분이 가장 민감한 부분이었다. ‘나무’로서는 SBC가 제안한 대로 계약 성사 시 한 번에 최대한 많이 받고 싶을 터이다.
“계약 성사 시 한꺼번에 받지 않으시고요?”
정 실장은 우혁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담담한 표정으로 확인 차 물었다.
“예!”
우혁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답했다.
“잘 알겠습니다.”
“위약금 조항도 필요할 텐데, 회사의 사정으로 기간 내에 하기로 했던 작품을 하지 못할 경우 직전 출연 작품의 개런티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우에게 지불하고, 배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하지요.”
“천재지변이나 폐업, 촬영이 불가능할 정도의 육체적 정신적 상황일 경우 위약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도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세부적인 것들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런데 SBC 측은 배우의 경우 200~300%의 위약금을 물리려 할지도 모르겠네요.”
“실장님께서 막아 주셔야지요. 여의치 않을 경우엔 제가 직접 해결하겠습니다.”
우혁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막아보겠습니다. 말씀하신 내용 정리해서 우혁 씨한테 확인받은 뒤에 SBC 측과 접촉하겠습니다. 지난번처럼 우혁 씨가 나서는 일 없도록 제 선에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아마 지난번처럼 홀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난번에 당한 수모를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상합니다.”
정 실장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명도 없는 배우에게 행하는 방송사의 갑질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뭐.”
“참, 이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놓칠 뻔했네요. 계약이 성사될 경우 계약금 명목이긴 하지만 격려금 차원에서 SBC에서 주겠다고 한 1억은 이익 배분 없이 우혁 씨에게 모두 드리기로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대표님께 감사 인사 드려야겠네요.”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나무’는 이미 우혁 씨와의 계약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겼습니다. 우혁 씨 덕분에 회사 브랜드 가치도 더 높아졌구요.”
“다행이네요.”
“[홍길동전> 시청률 1위는 거의 확정적인 것 같고, 출연료 회당 5000씩 계산하면 총 9억을 받게 됩니다. 5 대 5로 나누면 4억 5천인데 세금 정산한다 해도 큰 금액이죠. 사실 대표님이나 저는 우혁 씨의 [홍길동전> 출연료는 예산에서 뺐거든요. 시청률 1위 쉽지 않을 거라고 봤으니까요.”
“운이 좋았습니다.”
“제 생각엔 운이 좋았다기보나 우혁 씨가 운을 만든 것 같은데요.”
“저 혼자 만든 건 아닐 겁니다.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았지요.”
“휴식 시간 다 끝난 것 같습니다.”
“올라가 봐야겠네요.”
“수고하십시오.”
우혁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 실장은 수첩에 메모해 두었던 주요 사항들을 노트북에 정리했다.
정리를 하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내 예상대로야. 계약금을 일시불로 받지 않을 줄 알았어. 선급금을 많이 받아 봤자 해약금에 대한 부담만 커지고 서로에게 짐이 될 수도 있거든. 윈윈 계약이라는 게 이런 거지.”
정 실장은 대표님과 논의를 거치고, 우혁에게 확인을 받은 뒤 SBC 측 담당자에게 연락해 미팅 날짜를 잡았다.
***
“아이고, 정 실장님, 어서 오십시오.”
SBC 드라마운영부에 들어서자 지난번에 만났던 적이 있는 직원들 중 한 사람이 정 실장을 정중하게 맞이했다.
지난번 강우혁의 출연료 섭외할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정 실장과 ‘나무’ 법무팀 직원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에 들어갔다.
지난번에는 20분 이상 기다리게 하더니 이번에는 5분도 지나지 않아 두 명의 직원이 시원한 음료와 다과를 들고서 나타났다.
이야기는 간단하게 끝났다.
만나기 전에 몇 차례 교차 검토를 거치면서 논의해야 할 사안은 거의 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세부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에 대해 확인한 뒤 계약 체결에 합의했다.
이제 계약서를 작성한 뒤 당사자인 우혁과 회사가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된다.
다음날, 우혁은 계약서에 사인하기 위해 SBC에 들렀다.
계약서에 사인한 뒤, 사장이 우혁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사장실에 갔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가다가 사장이 우혁에 물었다.
“계약 내용에 더 추가하고 싶은 건 없었나요?”
“사실은 한 가지가 더 있었는데 사장님께 결례를 범하는 조항인 것 같아 고심 끝에 내려놓았습니다.”
“그게 뭔가요?”
“이 국장님 국장직 정년 보장을 조항에 넣고 싶었습니다.”
“국장직 정년 보장을요? 하하하하!”
“국장님께서 저를 뽑아 주시기도 하셨고, 촬영 기간 내내 전폭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으셨죠. 그리고 이번 계약에도 제 입장을 많이 고려해 주셨구요.”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했으니까 다시 쓰는 건 번거로운 일이고, 구두 약속이지만 제가 재직하는 동안에는 이 국장님 국장직 보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혁이 사장실에서 나간 뒤 사장은 이 국장을 호출했다.
사장은 이 국장에게 우혁이 국장직 보장을 조항에 넣고 싶어 했다는 말과 우혁의 말대로 해주고 싶었으나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라 대신 구두 약속을 했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강우혁이 오버한 것 같습니다. 민망하네요.”
“민망하긴 뭐가 민망합니까. 보기 좋기만 하구만요. 얼마나 좋아요. 내가 국장님이면 좋아서 춤을 추겠네. 하하하!”
“민망하긴 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당연히 좋지요. 국장님이 부럽습니다. 농담 아니에요. 강우혁 그 친구 알아갈수록 매력적이에요. 예술 하는 사람들이 우리 같은 직장인들하고는 감성이 다르긴 한 모양입니다. 우리는 이런 생각 못하지 않습니까. 좀 엉뚱하긴 한데, 난 아주 마음에 듭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꽂히면 엉뚱한 것조차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사장으로서는 강우혁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청률이 두 자리 수만 유지해 줘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계속해서 오르고 있지 않은가.
종방 때는 20프로를 훌쩍 넘을 것 같다.
계약 조건에서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10년 동안 3편 출연으로 수정한 점.
하지만 10년 동안 5편 출연은 욕심이 지나쳤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배우에게도 SBC에게도 좋을 게 없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이 요즘 들어서 마음에 와 닿는 걸 보면 나도 늙었나 봅니다. 이렇게 말이 많아지는 것만 봐도 늙긴 늙었어요. 하하하!”
사장이 호쾌하게 웃었다.
그렇게 웃는 사장의 귀밑머리가 얼핏 눈에 들어왔다.
하얗게 세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검은색이었던 것 같은데···.
친구들은 모두 백발이 되었지만 자기는 머리가 검다면서 자랑하시더니 1년 사이에 흰머리가 생겼다.
주주들이 닦달을 했을 테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촬영 막바지에 접어들었지요?”
“2회 추가 편성분 촬영도 이번 주면 마무리 된다고 합니다.”
“마지막 촬영 때 최고급 식단으로 밥차 한 번 쏩시다. 그리고 종방연 이후에 가까운 동남아 휴양지로 포상 휴가 주고 싶은데 어때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작년부터 해외 포상 휴가 주려고 마음먹었는데 시청률이 나와야 주지요. 꼴찌를 하는데 휴가를 어떻게 주겠어요.”
“면목 없습니다.”
“그 말씀 오랜만에 듣는군요. 하하하!”
***
[홍길동전> 마지막 촬영이 끝났다.우혁은 백곰이 운전하는 밴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내일 문 피디님 오피스텔에서 한잔하기로 했다. 이 국장님도 오실 거야. 동수 널 꼭 데리고 오래.”
“으으으으. 드디어 올 게 왔구나.”
“너무 걱정할 거 없대두 그런다. 그건 그렇고 마음에 드는 작품은 없었어?”
우혁은 뒷좌석에 앉아 시놉시스와 대본 출력본이 가득 든 박스를 살펴보며 백곰에게 물었다.
“별로 없더라고. [홍길동전>보다 좋은 건 바라지도 않고 비슷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비슷한 것도 없어.”
“[홍길동전>보다 못하더라도 작품만 좋으면 괜찮아.”
“그래도 [홍길동전> 정도는 되는 게 좋지. 아직 시간 여유 많으니까 천천히 고르지 뭐.”
“여기 있는 건 뭐야?”
“그건 볼 필요 없어. 연극 대본이거든.”
우혁은 백곰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은 박스에 담겨 있는 극본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작품 하나가 우혁의 마음에 들어왔다.
“이 작품 마음에 드는데!?”
“뭔데?”
“뮤지컬!”
“뮤지컬 대본이 있었어? 연극 대본 박스에 있었던 모양이구나. 제목이 뭔데?”
“[알람>”
“[알람>?”
“신기한 알람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야.”
“오!”
“내용이 독특하면서도 따뜻해. 들어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