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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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일만 남았다
가평 펜션에서 햇살을 즐기며 강아지와 놀고 있는 우혁.
민환이 마당으로 들어선다.
우혁은 선하디선한 표정으로 민환을 맞이한다.
“어떻게 오셨지요?”
“고문기술자! 나 조태일이야. 국정원 직원. 모르겠어?”
일순 우혁의 눈빛이 싸늘해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오며 미소를 짓는다.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 민환의 머리카락에 가려진 이마의 흉터를 확인한다.
“개자식!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어떻게 됐는지 알아?”
“허허 거참! 도끼를 휘두른 놈을 원망해야지 도끼한테 원망을 하면 되나. 아무런 감정도, 죄도 없는 도끼가 무슨 죄라고.”
우혁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서 혼잣말을 한다. 일종의 방백이다.
“저는 볼일이 있어서 그만···.”
우혁이 자리를 피하기 위해 움직이자 은신하고 있던 사내 다섯 명이 나타나 우혁을 에워싸며 퇴로를 차단한다.
그제야 우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한다.
사내 중 하나가 우혁에게 주먹을 날린다.
우혁은 사내1의 주먹을 가볍게 피한다.
여기서부터는 우혁의 대역배우가 격투 신을 찍고, 격투 중간중간 대치 장면이나 가벼운 주먹 교환, 몽둥이에 등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 등을 우혁이 찍게 될 것이다.
격투 신의 마지막에 민환은 싸우다 지친 우혁의 옆구리를 칼로 찌른다.
“윽!”
옆구리에 칼을 꽂은 채 민환과 우혁의 시선이 맞부딪친다.
“뷰티풀! 아주 아름다워! 이 흉터, 내가 만들어 준 거지?”
우혁이 메마른 목소리로 말한다.
민환의 흉터를 예술품이라도 감상하는 듯한 표정이다.
그러나 곧 돌변해 민환을 씹어 먹을 듯이 노려본다.
“그래, 이 자식아!”
분노한 민환이 칼을 좀 더 깊이 찔러 넣는다.
우혁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고통, 환멸, 조롱이 뒤섞인 눈빛으로 민환을 응시한 채.
“잘못했다고 빌어. 어서! 네가 인간이라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어서!”
민환이 미친 듯이 발악하며 소리를 지른다.
“미안해.”
우혁이 민환에게 귓속말을 한다.
민환의 표정이 흔들린다.
“그때 널 좀 더 아프게 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흐흐흐!”
우혁이 음산한 소리로 웃는다.
민환이 악마라도 본 것처럼 부들부들 떤다.
“넌 너무 성급했어. 기술자는 이렇게 하지 않아. 이렇게 한 번에 찔러 버리면··· 너무 빨리 죽어 버리잖아. 천천히··· 즐기면서 천천히 했어야지. 애송아!”
우혁은 칼을 쥐고 있던 민환의 손을 부여잡더니 더욱 깊이 찔러 넣는다.
“안 돼. 지금 죽으면 안 돼. 내가 당했던 것처럼 똑같이 해줄 거야.”
민환이 소리친다.
“저승에서··· 기다릴게. 거기서는 많이 아프게 해주마. 흐흐··· 흐흐흐···.”
우혁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인다.
공포에 질린 민환이 뒷걸음질 친다.
“컷!”
***
우혁 형이 잘 됐으면 좋겠는데, 정말 잘 됐으면 좋겠는데, 연기가 약했다.
연기 좀 못하면 어쩌랴. 사람이 좋으면 됐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연기까지 된다.
뜨는 일만 남았다.
우혁 형과 헤어져 다른 배우를 만나 보고서야 깨달았다. 우혁 형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새로운 기획사에 입사했을 때, 큰 회사에 들어갔다고, 월급 많아졌다고 좋아했다.
유명한 배우를 맡았다고 자랑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그룹 매니저라고 으스댔다.
소속사도 잃고 매니저도 없이 혼자 다니는 우혁 형을 두고서 말이다.
“영화는 망해도 형은 뜰 거야.”
백곰이 혼잣말을 했다.
백곰은 영화의 줄거리를 떠올려 보았다.
차를 몰고 촬영장으로 오는 길에 우혁에게 영화 줄거리를 들었다.
민환이 맡은 남자 주인공 조태일은 국정원의 말단 직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국정원의 내부 비리가 드러나게 되면서 국정원이 언론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 조태일이 그 비리의 누명을 쓰게 된다.
조태일은 결백을 주장하지만 어딘가로 끌려가 고문기술자에게 고문을 받으면서 거짓 자백을 강요받는다.
끔찍한 고문의 고통을 다시 겪을까 두려워 검찰에서도 거짓 자백을 한다.
집행 유예를 선고받아 다행히 교도소 신세를 면하게 되지만 그의 생활은 망가져 버린다.
놀란 어머니는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고, 결혼 날짜까지 정했던 애인은 떠나간다.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던 회사는 오히려 그를 압박한다. 결국 회사를 퇴사하고 만다.
정상적인 회사 생활을 할 수가 없다.
특히 생강만 봐도 고문당할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고문을 당할 당시 재갈과 함께 그의 입에 생강이 입 안 가득 물려 있었던 것이다.
1년이 지난 뒤, 조태일은 뒤늦게 자신의 억울함을 여기저기 호소해 보지만, 그 누구도 그의 억울함을 귀담아들어 주지 않는다. 친구도, 직장 동료도, 언론도, 국가도 모두 외면한다.
조태일은 자신의 분노를 한 사람에게 불태운다.
바로 자신을 고문했던 고문기술자.
고문기술자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그를 추적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가 사는 곳을 알아내고 그를 찾아가 살해한다.
하지만 악마를 죽였는데 사회는 조태일을 살인자로 몬다.
조태일은 구속이 되고 이소연이라는 국선 변호사의 변호를 받는다.
이소연은 비록 어리지만 유능한 여성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해 조태일을 변호한다.
하지만 역부족.
조태일이 살해한 고문기술자의 행적을 아무리 조사해도 착하고 선한 30대 초반의 대한민국 남자일 뿐이다.
결국 이소연조차 조태일에게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며 다그친다.
너무나 화가 난 조태일은 자신이 당했던 고문을 이소연에게 자행하는 꿈을 꾼다.
생강을 이소연의 입 속에 가득 우겨 넣고 재갈을 물린 뒤 고문을 하는 꿈.
조태일은 자기 내면 속에 들어앉은 고문기술자를 발견하고 놀란다.
그 괴물은 점점 그의 내면을 잠식한다.
조태일은 고문기술자에게 자신이 당했던 고문 기술을 떠올리며 자기만 알아볼 수 있는 그림으로 정리하는 한편, 출소 후 고문기술자가 되어 자기가 당했던 고통을 맛보게 해줄 명단을 작성한다.
그 명단에는 약혼녀, 이소연 등이 포함되어 있다.
모두 자기보다 약한 약자들이다.
고문을 할 때 사용할 도구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생강은 필수.
아버지에게 부탁해 들여온 생강 하나를 화분에 심고 정성껏 재배한다.
영화는 조태일이 교도소에서 화분을 재배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우혁으로부터 영화의 줄거리를 들은 백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화가 크게 성공할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우혁이 짧게 등장하는 고문기술자 콘티와 우혁 형이 잠깐 선보였던 연기를 보았을 때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영화는 성공 못해도 고문기술자 역할을 맡은 우혁 형은 뜬다.
백곰의 느낌이었다.
촬영장에서 우혁 형의 연기를 보면서 더욱 확신을 얻게 되었다.
우혁 형의 연기는 최고였다.
촬영장에 모여 있던 배우들과 스텝들은 우혁의 연기에 압도되어 침조차 함부로 삼키지 않았다.
모니터를 응시하던 최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헤드폰을 끼고서 중얼중얼 혼잣말을 늘어놓았다.
“연기를 저렇게 잘하는데 왜 여태 못 떴지? 장일곤 너! 날 바람 맞췄지? 영화 시사회 때 초대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지리는 꼴 좀 봐야겠다.”
***
“자, 격투 신 갑시다.”
최 감독은 흡족한 표정으로 스텝들을 향해 외쳤다.
목소리에 생기가 돈다.
“우혁 씨, 조금만 더 수고해 줘. 격투 신 장면 몇 컷만 찍으면 되니까.”
최 감독이 만면에 웃음을 띤 얼굴로 우혁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감독님! 격투 신 대역 없이 제가 해보면 안 되겠습니까?”
“대역 없이? 위험할 텐데. 무술 실력도 있어야 하고. 가능하겠어?”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대역배우에게 맡기겠습니다.”
“대역 없이 갈 수만 있다면 좋지. 조감독!”
“예, 감독님!”
“무술 감독한테 우혁 씨 소개시켜 드리고 합을 맞춰 봐. 전체를 다 가기는 힘들겠지만 하는 데까지 우혁 씨로 가보자고.”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박용구가 우혁을 안내했다. 그 태도가 극진하다.
백곰도 서둘러 우혁 뒤를 따랐다.
그때 누군가가 백곰을 불러 세웠다.
“백동수 씨!”
민환의 매니저 정의찬 실장이었다.
“예, 실장님!”
“강우혁 매니저 다시 하시기로 하신 건가요?”
“아뇨.”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와 계세요? 회사는 어쩌시고?”
“잘렸어요.”
백곰은 무안한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러세요?”
백곰은 우혁 쪽을 흘끔거렸다.
“시간 좀 내주실래요. 잠시면 되는데.”
“예예. 그리고 말씀 낮추세요.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데.”
“그럴 수야 없죠, 몇 번 뵙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친해지면 그때 말 놓겠습니다.”
“예, 실장님! 헤헤!”
“저 혹시, 강우혁 씨 소속사 정했나요?”
“아뇨.”
“얘기 오가는 데도 없고요?”
“그것까진 잘 모르겠는데요.”
“그렇군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일보시죠.”
“아, 예! 그럼···.”
백곰은 정 실장에게 인사를 꾸벅하고는 우혁에게로 서둘러 달려갔다. 남들 걷는 속도에 불과하지만 분명 달리는 거였다.
정 실장은 휴대폰으로 찍어둔 우혁의 연기 동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누가 채가기 전에 잡아야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