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2)
“하늘의 해가 내 입 속으로 들어왔어.”
아내의 꿈 얘기가 귓가에 맴돌았다.
침대에 누운 지 30분이 지났건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기대.
태몽이 아닐까 하는.
아내도 같은 기대를 하는 것 같았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임신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임신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전에는 잠이 올 것 같지가 않다.
“감기약 좀 사올게.”
감기약을 핑계로 약국에 다녀오려고 했다.
“이 시간에 문 연 약국 없어. 피곤할 텐데 어서 자. 내일 부모님 모시고 조조 보러 가기로 했잖아.”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에 가서 를 보기로 했다.
아내가 이미 표도 예매해 두었다.
과연 내일 관객이 얼마나 올까?
영화 홍보를 위해 바쁘게 뛰어다녔다.
이제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진인사대천명.
는 첫 번째 주연 영화이다.
영화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감회가 새롭다.
새삼 추체험 이능과 그 선물을 준 아기 요정이 고맙다.
추체험 이능 덕분에 연기에 눈을 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기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인식과 자세가 달라졌다.
그 전에는 기회를 기다리기만 했다.
기회가 오지 않는 것을 한탄할 뿐이었다.
노력을 하기는 했지만 많은 명배우들의 전생을 추체험해보니 그것은 노력도 아니었다.
열심히 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
추체험 이능을 얻은 뒤로 치열하게 노력했다.
추체험 대상자로부터 배운 것이기도 하지만, 그 선물을 주고 간 아기 요정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내에게 소원했다.
사실 추체험 이능은 아내가 준 것이기도 하건만.
아기 요정은 아내의 몸에 깃들었다 떠난 아내의 분신이 아닌가.
아내에게 미안하다.
가 끝난 뒤에 몇 개월 쉬면서 아내와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길어야 1주일 정도밖에 쉬지 못할 것 같다.
그 1주일조차도 아깝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촬영에 들어가고 싶다.
촬영을 진행하면서 영화 한 편과 TV 미니시리즈 드라마 한 편을 계약했다.
시놉시스와 대본을 읽는 순간 강한 끌림을 느꼈다.
놓칠 수가 없었다.
영화는 노개런티로 하기로 했다.
노개런티지만 훨씬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어쩌면 에서 받았던 개런티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반면 TV 드라마는 스타급 대우를 받기로 했다.
대우도 좋지만 작품이 아주 마음에 든다.
끌림.
도 그렇게 끌렸다.
어느 기사에서는 B급 스토리라고 했으나 우혁에게는 A급스토리였다.
누군가 아내를 B급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연예인들의 외모와 견준다면 그렇게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혁의 눈에는 아내가 A급 아니 특급이라고 생각한다. 등급을 매길 수도 없다.
끌림, 인연!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그렇게 만났고, 결혼을 해서 살고 있다.
의 시나리오가 우혁을 강렬하게 끌어 당겼다.
어쩌면 권혁철이라는 배역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머릿속에 어떻게 연기를 하면 될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당장 촬영에 임하고 싶었다.
천만 감독이 서윤식 감독의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끌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최희락 감독의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역시.
두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그 끌림에 이끌려 제작사도 정해지지 않은 를 만났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내일이면 개봉이다.
이 영화에 10억을 투자했다.
출연 개런티 전액과 은행에 입금되어 있던 돈의 일부를 합친 금액이다.
그 돈을 모두 잃게 된다 해도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을 만큼 현재 우혁에게는 큰돈이 아니지만 잃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 투자했다.
백곰의 느낌뿐만 아니라 우혁에게도 느낌이 있었다.
투자 유치 때 우혁이 가장 먼저 투자를 결정했다.
우혁의 투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했는지 그 뒤로 투자금이 술술 들어왔다. 윤 이사가 10억을 쾌척했고, 여러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면서 짧은 시간 만에 예상했던 제작비를 웃도는 돈을 투자받았다.
순풍에 돛 단 듯이 순항했으나 그 순항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잠시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
우혁도 그 어느 때보다 혼신의 힘을 다 쏟았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영화 홍보를 위해 열심히 달렸다.
이제 영화 홍보는 끝났다.
침대에 누운 지 30여 분이 지났건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잠든 아내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미열이 있다.
임신 초기에 미열과 함께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아내는 아무리 감기에 걸려도 약을 먹지 않았다.
임신일 수도 있으니까.
아내는 임신을 원했다.
간절히!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
부디.
제발.
임신이기를!
***
가족들과 영화관에 도착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없다.
“조조라서 그래. 게다가 우리가 너무 일찍 왔어.”
아내가 우혁을 위로했다.
8시 40분.
영화 시간 20분 전이다.
조금 일찍 오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표를 끊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역시 관객이 너무 없다.
열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누.”
어머니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영화 시작하면 관객들이 들어올 거야.”
아내가 우혁에게 귓속말을 했다.
백곰의 표정에 실망감이 가득하다.
우혁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했으나 속으로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홍보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다른 영화관 상황은 어떤지 궁금했다.
KOFIC(영화진흥위원회) 사이트에 들어가면 실시간 예매율, 누적 관객수, 순위, 좌석 점유율, 스크린 수 등을 알 수 있다.
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KOFIC 사이트에 검색했다.
최악이다.
관객수야 조조라 그럴 수 있다지만 실시간 예매율이 2%도 되지 않는다.
절망감이 밀려왔다.
실망하긴 이르다.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 보자.
시간을 확인했다.
9시 5분 전.
곧 영화가 시작될 텐데, 객석은 여전히 텅 비었다.
먼저 와 있던 관객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속삭인다.
“사람이 왜 이렇게 없어? 괜히 들어왔나 봐.”
“그러게!”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광고라도 나와야 하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깜깜하다.
울고 싶을 만큼 참담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화를 보러 오는 게 아닌데!
어머니, 아버지, 아내를 볼 면목이 없다.
“오빠!”
아내가 우혁을 불렀다.
“일어나, 오빠!”
아내 목소리만 들리고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조명이 왜 안 들어오는 거지?
“오빠! 영화 보러 안 갈 거야?”
영화 보러 안 가냐고?
여기가 영화관인데···.
뭔가 이상하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
가족들도 보이지 않고, 몇 명 되지 않던 관객들의 모습도 온데간데없다.
상영관 스크린도 사라졌다.
“오빠!”
아내의 얼굴이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니 안방이다.
꿈.
꿈이었다.
“많이 피곤하면 더 잘래? 영화는 오후나 저녁때 봐도 되니까. 내일 봐도 되고.”
아내가 말했다.
“지금 몇 시지?”
“8시.”
“아침 8시?”
“응!”
꿈이라서 다행이다.
하지만 참담한 마음은 가시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가 실패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적어도 손익분기점은 넘기겠거니 여겼다.
뭘 믿고?
꿈에서처럼 폭망할 수도 있다.
“피곤해 보여. 좀 더 자.”
아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야. 다 잤어.”
우혁은 침대에서 내려섰다.
KOFIC 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싶었으나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실시간 예매율과 스크린 수 정도밖에 볼 게 없을 것이다.
실시간 예매율이 몹시 궁금했지만 우선 세수부터 하기로 했다.
어머니 아버지는 영화관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나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내도 두 분이 아니었다면 우혁을 깨우지 않았을 것이다.
1층으로 내려가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 영화관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어머니 아버지는 외출복으로 깨끗하게 차려입으셨다.
영화관에 갔다가 꿈에서처럼 텅 빈 상영관을 보시게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
꿈에서 보았던 민망함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던 어머니와 아버지의 표정이 생생하다.
영화관에 도착하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집으로 돌아가자고 할까?
아니면 서울로 가?
서울에는 여기보다 상황이 좋을 텐데···.
차를 주차하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섰다.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다.
주말이라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의 모습도 보인다.
꿈에서 본 것보다 많기는 하지만 조조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서둘러 왔건만 상영 시간이 5분도 채 남지 않았다.
과연 상영관 좌석이 얼마나 채워져 있을까.
긴장 때문인지 소피가 마려웠다.
화장실에 다녀오자 어머니가 재촉했다.
“어서 오너라. 영화 시작하겠다.”
서둘러 상영관에 들어서자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막 시작하려 했다.
“아!”
우혁은 걸음을 멈추고 짧은 탄성을 삼켰다.
상영관이 관객들로 거의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아내가 우혁의 손을 잡아끌었다.
자리를 찾아 가족 모두 나란히 앉았다.
백곰, 아버지, 어머니, 아내, 우혁.
우혁은 영화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으로는 스크린을 보면서 신경은 온통 관객들에게 가 있었던 것이다.
관객들의 반응에 귀를 기울였다.
웃어야 할 때 웃어 주고, 울어야 할 때 흐느껴 주었다.
아버지가 가장 크게 웃었다. 알바로 심어 놓은 관객처럼.
웃음은 전염성이 강하다.
누군가 크게 웃으면 따라서 웃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권혁철이 한라산 정상에 불시착해서 서럽게 울 때, 아내와 어머니가 따라 울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우실 줄은 몰랐다.
아버지는 스크린에 시선을 부려놓은 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운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으셨는지 아버지는 눈물을 훔치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눈물을 본 적?
없다!
가족이 그리워 우는 권혁철을 보며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걸까?
권혁철이 아니라 아들이라고 여기시는지도 모르겠다.
눈물 흘리는 아들을 보는 아버지의 마음.
잘 짐작이 가지 않는다.
눈물 흘리는 아버지를 보는 아들의 마음.
가슴이 미어질 것 같다.
***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 타이틀이 올라갔다.
아버지는 매우 황망해하며 백곰에게 물었다.
“끝난 거냐?”
“예, 아부지!”
“하늘로 올라간 이는 어떻게 되는 거야?”
“영화 보는 사람 상상에 맡기는 거예요.”
“거참! 고향땅에 가서 가족들을 남한에 데리고 오는 것까지 보여 줘야지 여기서 끝내는 법이 어디 있어.”
아버지가 의자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자 어머니가 아버지를 달랬다.
“집에 안 갈 거유? 어서 일어나요.”
“끄응!”
아버지는 마지못해 일어났다.
“결말을 제가 알고 있는데 말씀 드릴까요?”
“말해 보거라.”
“주인공이 가족들 모두 데리고 남한으로 가서 행복하게 살게 됩니다.”
“그럼 그래야지. 암 그래야지.”
아버지의 표정이 그제야 개운해 보였다.
우혁은 휴대전화 매너 모드 설정을 해제했다.
해제하자마자 전화가 걸려왔다.
박 감독이었다.
– 배우님! 반응이 예상보다 좋습니다.
“그래요?”
– KOFIC 확인해 보셨어요?
“아뇨. 아직! 방금 가족들하고 영화 보고 나오는 길입니다.”
– 사이트 들어가 보십시오.
“알겠습니다.”
– 이 분위기라면 손익분기점은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초반이니까 지켜봐야겠네요.”
박 감독과 통화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동수야, 가는 길에 약국 있으면 좀 세워줘.”
우혁이 동수에게 작은 소리로 부탁했다.
“왜? 어디 아파?”
“아픈 건 아니고 뭘 하나 살 게 있어서. 어르신 걱정하니까 약국 앞에 차 세우지 말고.”
“알았어.”
집에 가는 길에 약국을 발견하고 동수가 근처에 차를 세웠다.
우혁은 차에서 내려 약국으로 들어가 임신 테스트기를 구입한 뒤 주머니에 넣고 차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에게 임신테스트기를 건네주었다.
“아니면 어쩌지?”
아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쩌긴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해야지.”
아내가 피식 웃고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서 긴장된 표정으로 욕실에 들어갔다.
아내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았으나 아내가 욕실에 들어간 뒤 우혁은 거실을 서성였다.
소파에 앉아 쿠션을 등에 받쳤다가 품에 안았다가 안절부절못했다.
소파에서 일어나 욕실 앞까지 걸어가 노크를 하려다가 멈추고 냉장고로 가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1년 8개월 전,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했다고 했을 때, 조금 어이가 없었다.
임신을 했다고?
딩크족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아내가 알면 몹시 서운해 하겠지만 우혁은 당시 그랬다.
기쁨보다는 당황스러움과 걱정이 앞섰다.
무명 배우인데다가 반 지하에 살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반면 아내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고아로 자란 아내는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 했다.
그렇게 생긴 아인데···.
아쉽게도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이제는 형편도 되고, 잘 키울 자신도 있다.
아내를 위해서라도 아이가 빨리 생겼으면 좋겠는데···.
“근데 왜 이렇게 안 나오지?”
우혁은 욕실 앞으로 다시 걸어갔다.
욕실 문에 귀를 대어 보았다.
그때 마침 문이 열리며 아내가 나왔다.
아내의 표정을 살폈다.
아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 눈물이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임신이 아니어서 우는 것인지, 임신이어서 우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내의 손에 들려 있는 임신테스트기를 건네받아 확인했다.
줄 두 개가 선명하다.
임신이다!
줄 두 개를 확인하는 순간, 목이 메었다.
아내를 조용히 안아 주었다.
우혁은 한참 동안 아내를 안고서 등을 도닥여 주었다.
와 줘서 고맙다, 아가야!
잘 키워줄 테니 떠나지 마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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