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9)
침대에 똑바로 누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가 남아 있을지, 아니면 사라졌을지 긴장이 된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
마음속으로 한 글자씩 차례로 떠올렸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시겠습니까?]글자가 눈앞에 보였다.
접속하려면 [예], [아니오] 중에서 [예]를 3초간 응시해야 하는데 눈을 뜨고 말았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가 사라지지 않았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는 아내의 몸속에 잠시 머물다 떠나간 아기가 주고 간 선물이고, 아기가 아내의 몸속으로 돌아왔으니 추체험 데이터베이스는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눈을 감고 ‘추체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했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였습니다.]2초쯤 뒤에 데이터베이스 목록이 나타나야 하는데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업그레이드 내용이 있습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지금까지 추체험을 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문장이었다.
[실행을 원하시면 ‘예’를 3초간 응시해 주세요.]잠시 주저하다가 [예]를 3초간 응시했다.
[업그레이드를 실행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컴퓨터 업그레이드할 때와 매우 흡사했다.
기대와 불안.
기존의 시스템만으로도 충분했는데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능 향상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했다.
[완료되었습니다.]글자가 사라지고 새로운 문장들이 나열되었다.
[추체험 소요 시간: 5시간] [전이 능력: 20퍼센트] [전이 능력 소진 시간: 30일]이게 다 뭐지?
[작품 선택 안목: 6]을 3초간 응시했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했을 때보다 ‘작품 선택 안목’이 꾸준히 향상해 2였던 안목이 6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안목’의 최고 수치는 10이며 실전 연기를 할수록 ‘작품 선택 안목’이 향상됩니다. ‘안목’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극본, 시나리오, 대본을 완벽하게 외워 연기하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작품 선택 안목’이 상승했다?
처음에는 백곰이 작품을 선택해 주는 것을 골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혁 스스로 선택했다.
선택 기준?
그런 거 없었다.
끌림.
마음이 끌리는 작품과 캐릭터가 보이면 선택했다.
그 끌림이 ‘작품 선택 안목’인가?
추체험 데이터베이스를 처음 접속했을 당시에는 ‘작품 선택 안목’이 10점 만점에 2점밖에 되지 않았다니 놀랍다.
그런 안목이었으니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당시 우혁에게도 끌림이 있었으나 그 끌림보다는 소속사에서 권하는 작품을 했다.
소속사가 권하다 하지만 결국 최종 선택은 우혁이 하는 것이다.
소속사가 권하는 작품,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했고.
그래서 망했다.
문장을 3초간 응시하자 그에 관한 설명이 나타났다.
[추체험 시간이 7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었습니다. 추체험 시간은 최대 1시간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추체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하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만약 추체험 시간이 1시간으로 줄어든다면 필요할 때 언제든 추체험할 수도 있게 된다.
시간을 줄이려면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작품 선택 안목’을 향상시키는 것과 같은 얘기였다.
이번에는 그 아래 항목인 [전이 능력: 20퍼센트]을 응시했다.
[추체험 대상으로부터 전이받을 수 있는 능력이 꾸준히 향상되어 처음에는 10퍼센트였으나 현재는 20퍼센트입니다. 전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추체험 대상 한 명을 최소 10회 이상 추체험해야 하며, 추체험 대상의 수를 꾸준히 늘려 나가야 합니다.]
다음으로 [전이 능력 소진 시간: 30일]을 응시했다.
[전이받은 능력이 소진되는 속도는 처음에는 소진까지 10일이었으나 현재는 30일로 늘었습니다. 추체험 대상으로부터 전이받은 능력 중 당신 것으로 만들고 싶은 능력을 지속적으로 연마하면 소진 시간이 점점 늘어납니다.]추체험 대상으로부터 전이받은 능력의 소진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기간 30일이라는 건 몰랐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물론 막연하게 느끼는 것과 수치로 확인하는 것은 차이가 있었지만.
불만은 없다.
추체험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고마울 따름이다.
자, 이제 추체험을 시작해 볼까.
우선 목록에서 안중근 장군을 찾아야 한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 목록] 글상자를 3초간 응시했다.그러자 세상을 떠난 사람들 중에서 우혁이 최근에 가장 관심을 가진 인물 순서로 정렬된 목록이 나타났다.
안중근 장군이 1순위였다.
저녁 식사를 하며 이 국장으로부터 문 피디가 준비하고 있는 드라마가 안중근 장군의 일대기를 다룬 것이라는 말을 들을 때부터 우혁의 머릿속에서는 안중근 장군이 떠나지 않았다.
추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안중근 장군의 사진을 5초간 응시하면 된다.
그런데 추체험 목록 상단 우측에 [작품 및 추체험 대상 선택 도우미] 글상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글상자였다.
작품 및 추체험 대상 선택 도우미?
호기심이 동했다.
글상자를 3초간 응시했다.
[‘작품 및 추체험 대상 선택 도우미’를 실행하였습니다.]실행하긴 했는데 뭘 어떻게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좌측 상단에 [도움말]이라는 글상자가 보였다.
[도움말]을 응시하자 설명이 나타났다. [‘작품 및 추체험 대상 선택 도우미’에 접속하여 ‘실행’을 3초간 응시한 뒤 극본, 시나리오, 대본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빠짐없이 읽은 연후 ‘결과’를 5초간 응시하면 당신과 어울리는 작품인지 아닌지 ‘작품 적합도’를 수치(1~100)로 보여줍니다. 또한 배역이 당신과 얼마나 어울리는지 ‘캐릭터 적합도’를 수치(1~100)로 보여주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필요한 추체험 대상 후보를 3순위까지 보여 줍니다. 그 후보를 반복해서 추체험하고 캐릭터의 대사를 완벽하게 암기하면 캐릭터 수치를 올릴 수 있
습니다.]
이거다!
우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지 작품 선택 시 예상관객수를 수치로 보여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욕심이다.
어울리는 작품과 캐릭터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혜택이다.
작품이 설사 실패한다 해도 자신과 어울리는 작품과 캐릭터를 고른다면 연기를 훨씬 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작품이 아무리 성공한다 해도 마음이 끌리지 않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작품을 하면서 좋은 연기가 나올 리 없다.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는데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자신에게 어울리고 끌리는 작품과 캐릭터를 골라야 한다.
그렇게 해야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고, 시청자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 및 추체험 대상 선택 도우미’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영화 한 편, 드라마 두 편을 이미 하기로 결정했다.
내일 아침에 ‘작품 및 추체험 대상 선택 도우미’를 활용해 그 작품들의 대본들을 읽어 보고 얼마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작품이고 캐릭터인지 확인해 보아야겠다.
그 동안 추체험을 하면서 막연했던 점들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추체험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맙고 다행스럽다.
이제 안중근 장군을 추체험할 차례이다.
안중근 장군의 사진을 5초간 응시했다.
***
다음날 아침.
안중근 장군의 일생을 추체험하고 일어났다.
지금까지 추체험했던 인물들 중에서 가장 큰 울림을 주었다.
안중근 장군에 관한 드라마를 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경험이었다.
안중근 장군으로 환생해 살다온 느낌.
감히 이런 분의 삶을 연기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일인 줄 알지만 최선을 다해보는 수밖에 없다.
운동과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연습실에 들어가 어제 장 작가에게 받은 드라마 대본 [안중근 장군> 1회를 꺼냈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 ‘작품 및 추체험 대상 선택 도우미’를 활용해 [안중근 장군>을 읽었다.
[작품 적합도: 78] [안중근 캐릭터 적합도: 82]비교 대상이 없어서 이 수치가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비교를 해보기 위해 영화 시나리오 [길 밖의 새>를 ‘작품 및 추체험 대상 선택 도우미’를 활용해 읽어 보았다.
[작품 적합도: 51] [권혁철 캐릭터 적합도: 89]이번에는 jtvN에서 하기로 한 미니시리즈 [환생부부> 드라마 1회를 읽어 보았다.
[작품 적합도: 63] [김성수 캐릭터 적합도: 74]세 작품 중에서 권혁철 캐릭터 적합도가 가장 높았다.
권혁철을 연기하기 위해 ‘나운규’를 여러 차례 추체험을 했고,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연구 분석한 뒤 권혁철의 대사를 완벽하게 암기했기 때문에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안중근, 김성수 캐릭터는 아직 대본을 완벽하게 암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치가 낮은 것 같다.
작품 적합도로 보면 우혁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은 [안중근 장군>인 모양이다.
반면 [길 밖의 새>는 우혁과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작품은 아닌 듯하고.
그러고 보니 [길 밖의 새>가 끌림이 세 작품 중에서는 가장 약했던 것 같다.
[길 밖의 새>를 읽을 때만 해도 서윤식 감독이나 최희락 감독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훨씬 그 끌림이 강했는데 [환생부부>와 [안중근 장군>과 비교하면 약했다. [길 밖의 새>를 처음 읽었을 때 우혁은 권혁철이라는 캐릭터에 끌렸다.캐릭터 적합도는 권혁철이 안중근 장군보다 높지만 그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어쩌면 권혁철을 연기하기 전에는 적합도가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우정 출연하기로 했던 영화 [마른 풀잎의 노래>를 읽었다.
[작품 적합도: 69] [김 선생 캐릭터 적합도: 57]작품 적합도는 높은 편이었으나 캐릭터 적합도는 네 작품 중 가장 낮았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작품은 강렬하게 끌렸으나 캐릭터는 크게 끌리지 않았다.
그러나 네 작품 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이야기였다.
총 제작비가 5억 원밖에 되지 않는 저예산 영화.
[마른 풀잎의 노래>는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다.‘남원댁’은 평생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숨기고 살다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자신이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100권도 넘게 쓸 수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남원댁’에게 손자 녀석이 한글로 이름도 쓸 줄 모르면서 무슨 소설을 쓰냐며 핀잔을 주자 그 말에 자극을 받은 ‘남원댁’은 죽기 전에 자기가 살았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로 결심한다.
소설을 쓰려면 한글을 알아야 했기에 무료 한글 교실에 나가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때 남원댁의 나이 일흔여덟.
김 선생은 구청의 지원으로 운영하는 한글 교실 자원 봉사 한글 교사로 학생인 주인공 남원댁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는 인물이다.
남원댁은 소설 100권을 쓰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한글을 배우지만 소설 100권은커녕 편지 한 통 쓰기도 어렵다.
소설을 쓸 정도는 아니지만 남원댁의 한글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그렇게 1년이 지나 편지는 물론이고 일기까지 쓸 수 있게 되어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로 하지만, 위암 판정을 받는다.
남원댁은 남은 시간 동안 소설 100권을 쓰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신 시 100편을 쓰기로 결심한다.
우연히 남원댁이 쓴 시를 읽은 김 선생이 깊은 감명을 받고 다른 시들도 보여 달라고 한다.
남원댁이 쓴 시는 모두 50여 편.
김 선생은 남원댁이 100편의 시를 모두 쓸 수 있게 자극하고 도와준다.
하지만 남원댁은 50편도 채우지 못하고 쓰러진다.
병석에 누워서도 시 쓰기를 멈추지 않고, 아픈 몸을 이끌고서 위안부 집회에도 참석한다.
그렇게 해서 70편의 시가 모인다.
김 선생은 남원댁인 쓴 시들을 출판사에 다니는 선배에게 보내 출간을 의뢰하고, 얼마 뒤 출판사에서 출간을 결정한다.
시집 제목은 ‘마른 풀잎의 노래’로 정하고 출간 작업을 한다.
남원댁은 출간 작업과 상관없이 100편을 채우기 위해 시를 계속해서 쓴다.
드디어 100편째 시를 완성한다.
그 시를 완성한 지 사흘 후 유난히 햇살이 따사로운 날.
남원댁은 조용히 눈을 감는다.
남원댁의 머리맡에는 남원댁이 마지막으로 쓴 100번째 시가 놓여 있다.
100번째 시의 제목은 ‘인자 고만 갈라요’.
우혁은 그 시를 읽고서 가슴이 먹먹해 점심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아내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우혁은 아내에게 ‘인자 고만 갈라요’를 보여 주었다.
아내는 시를 다 읽고 나서 시나리오를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다.
***
제목: 인자 고만 갈라요(순심이 아부지에게)
전생에 무슨 못된 짓을 지었는지
왜놈 땅에 건너가서 모진 고초 겪었지요
고향이라 돌아오니 문둥이 취급해요
서럽고 서러워서 고향 떠나 떠돌았소
그동안 불쌍하게 살았다고 좋은 사람 만났지요
행복하게 잘 살았지요
알콩달콩 잘 살았지요
박복한 년 행복한 게 꼴 보기 싫었는가
착한 남편 일찍도 데려가데
원통하고 억울해서 많이도 울었다오
억울하고 원통해서 밤마다 울었다오
순심이 아부지요
당신 자식 순심이 광식이 결혼 다 시켰소
저것들 아니었으면 진즉에 당신 따라 갔을 것인데
저것들 따문에 못 죽고 살았잖소
내 나이 일흔여덟인가 아홉인가
오래도 살았네
징하게 살았네
인자 고만 갈라요
당신한테 갈라요
고생했다 말해 주소
어서 온나 말해 주소
나 인자 당신 곁에 갈라요
[ 작품 및 추체험 대상 선택 도우미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