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
요리하지 못하는 요리사
1화. 요리하지 못하는 요리사
“사장님, 오늘도 맛있게 먹고 갑니다.”
“늘 연성이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딸랑.
마지막 손님께 웃으며 인사하고 가게 문에 걸린 푯말을 Closed로 바꾸는 걸로 오늘의 장사는 여기서 끝.
할아버지 때부터 3대를 내려오는 맛집, ‘연성이네’는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쳤다.
이 식당과 같은 이름을 가진 나 도연성도 무사히 하루를 끝마쳤고.
인연 연(緣)에 이룰 성(成), 합쳐서 연성(緣成).
인연이 닿아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할아버지가 지은 이 식당의 이름은 그 이름답게 60년이 넘게 이 동네에서 단골손님들과 인연을 이어 내려왔다.
그리고 그 인연은 게이트 아포칼립스가 터져 던전과 몬스터가 나타나고, 각성한 헌터가 그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 지금도 마찬가지.
“아으으, 피곤하······지는 않네.”
습관적으로 기지개를 쭉 켰지만, 몸은 전혀 피곤하질 않았다.
식당 일은 엄청 고되기로 유명한 업종.
거기다 나 혼자 식당을 꾸려가는 터라 피곤하지 않을 리가 없는데, 이게 무슨 영문일까.
“무슨 영문은 각성한 덕분이지.”
그렇다.
게이트가 열리고 던전이 생겨나 몬스터와 각성자가 서로 불을 뿜고 칼을 휘두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시대.
나 역시도 각성자였다.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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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도연성
클래스 :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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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마법사, 사제, 궁수, 심지어 무림인까지.
게이트 사태 이후 수많은 각성자가 제각기 클래스를 얻고 활약했지만, 알려지기로 [요리사]는 내가 처음이었다.
‘요리사요? 그거 싸울 수는 있는 직업인가요?’
처음 각성한 날, 각성자 협회에 가서 내 클래스를 말했을 때, 처음 들었던 이야기였다.
각성자는 무릇 던전에 들어가서 몬스터와 싸우는 존재.
이런 일을 업으로 삼아 사는 사람들을 ‘헌터’라고 불렀다.
그런데 요리사가 헌터라니. 내가 생각해도 그건 조금 이상했다.
‘던전에 들어가시겠다면 길드나 의뢰를 알선을 해드릴 수는 있지만······.’
‘괜찮습니다. 헌터를 할 생각은 없어서요.’
어차피 싸울 수 있는 직업이더라도 헌터가 될 생각은 없었다.
헌터가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선망의 직업이라지만, 내겐 ‘연성이네’가 있었으니까.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그리고 내가 33년 평생을 살아온 이 식당을 포기할 리가 있나.
그래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각성자가 되었지만, 내 삶은 각성 전과 다를 바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 조금 변한 게 있긴 했다.
“어디 보자, 물건이 제대로 도착했으려나? 오, 와 있네.”
나는 식당 2층에 있는 내 투룸 자취방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택배가 오면 누구나 기쁘기 마련이지만, 이 택배는 보통 택배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그 내용물이,
‘던전 [북해빙궁] 산 인형설삼’
‘던전 [오아시스] 산 레드 데이트’
‘던전 [데스머쉬룸] 산 블랙맨티스머쉬룸’
‘던전 [정령의 샘] 산 마력수’
전부 던전에서만 나오는 귀한 약초, 그리고 마력이 가득 담긴 물이었다.
던전 공략의 부산물로 나오는 것들이라 일반인들이 구하기 힘들고 가격도 무척이나 비싼 것들이었다.
“하이라이트는 이거지.”
나는 칼을 꺼내어 위험물 마크가 찍혀있고 단단히 밀봉된 상자를 개봉했다.
그곳에서 나온 건 크기가 60cm는 넘어 보이는 커다란 새였다.
아니, 정확히는 목이 잘리고 깃털과 내장이 모두 제거되어 손질된 새라고 해야 하나?
나는 상자에 적혀져 있는 내용물의 이름을 확인했다.
‘몬스터 코카트리스 투계(목 제거)’
보는 사람을 석화시키는 무시무시한 스킬을 쓰는 몬스터, 코카트리스의 시체가 그 정체였다.
당연히 석화의 마력이 담긴 코카트리스의 눈과 머리 부분은 제거되고 없었다.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헌터들에게 엄청 비싼 재료거든.
그게 포함되어 있었다면 지인 할인을 받았더라도 내 통장 잔고로는 절대 사지 못했을 거다.
“나한테 그 머리가 있어봤자 쓸 데도 없었겠지만.”
나는 피식 웃으며 코카트리스 시체가 담겨있던 상자에 붙어있는 메모장을 읽었다.
– 부탁한 거 보냄. 어디에 쓰려는 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이런 거 시키지 마.
말투만 봐도 냉랭함이 묻어나오는 이 메모의 주인은 다름 아닌 나와 8살 차이가 나는 내 동생 도연준이었다.
연준이는 나랑 달리 어릴 적부터 각성해 미래가 유망한 헌터로 활약 중이었다.
그 덕분에 각성자라지만 길드도 없고 던전에도 들어갈 생각이 없는 내가 이런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거지.
“짜식, 그거 한 번 부탁했다고 되게 까칠하게 구네.”
예전에는 형아, 형아 껌딱지처럼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으려던 녀석이 언제 이렇게 매정해졌담.
녀석이 헌터가 되던 그때쯤부터였나?
10년 전, 15살의 나이로 각성한 연준이는 프로 헌터가 되기 위해 집을 떠나야 했고 그때까지 식당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함께 가셨다.
그때 식당을 접으려고 하셨던 걸 말리고 내가 물려받았고 말이다.
“그래도 부탁을 들어줬으니 물건 잘 받았다고 연락은 해야겠지.”
나는 핸드폰을 꺼내 ‘동생놈’이라고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차례 갔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뭐야, 던전 공략 중인가?”
헌터인 연준이가 이렇게 전화를 받지 않을 때는 대부분 던전에 들어가 공략 중일 때가 많았다.
한 번 들어가면 최소 사나흘은 걸리니 당분간 연락 안 되겠네.
나는 그래서 전화를 더 거는 대신 문자를 남겼다.
– 땡큐, 잘 쓸게.
무뚝뚝한 문자였지만, 형제란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
나는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택배 상자들을 들고 다시 식당으로 내려갔다.
집이 아니라 식당, 그것도 주방에 던전에서 나온 부산물들을 가져간 이유는 하나였다.
“요리는 주방에서 해야 하는 법이지.”
그렇다.
나는 몬스터와 던전 부산물로 요리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도전해 볼 요리는 바로,
“코카트리스 삼계탕. 아니 삼코카트리스탕이라고 해야 하나?”
마력수에 던전 산 약재들을 함께 넣고 코카트리스 고기를 푹 삶아낸 코카트리스 삼계탕이었으니까.
잠시 후,
“흠······.”
나는 식당 주방 조리대에 몬스터 코카트리스의 시체가 아닌 코카트리스 고기와 각종 재료를 올려놓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 재료들을 어떻게 요리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였다.
“어떻게든 먹을 수는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야.”
마력이 깃든 재료.
언뜻 들으면 영약처럼 희귀한 가치를 지닌 좋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실상은 정반대였다.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들에게 마력은 마치 방사능처럼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게 만드는 ‘독’이었다.
“즉, 마력이 깃든 재료로 만든 요리는 진짜 ‘독 요리’라는 거지.”
그러면 각성자들이 먹으면 되지 않냐고?
어처구니없게도 각성한 헌터들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았다.
일반인들과 다르게 마력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마력으로 스킬을 사용하는 이들이 각성자였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던전에서 나온 재료의 마력은 너무 과했다.
아주 소량의 재료만 넣고 요리해도 매번 [요리에 실패했습니다.]라는 알림만 뜨고 먹을 수 없는 괴상한 결과물이 나와버렸다.
절대 내 요리 실력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10년 넘게 이 식당을 운영하면서 언제나 손님들을 만족시켰던 나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재료에 문제가 있는 거지. 암.
“그렇다면 반대로 간다.”
사람이 먹을 수 없다는 한계를 피할 수 없다면, 반대로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재료로만 요리를 해본다.
당연히 사람이 먹을 수 없기에 시도조차 하지 않은 방법이었다.
다른 방법은 모두 시도해보았으니 남은 길은 이것 하나뿐이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코카트리스를 도마에 올린 나는 식칼을 들어 올렸다.
“우선 코카트리스의 날개 발톱부터 잘라야지.”
죽었다고 하더라도 몬스터의 시체니깐 많이 튼튼하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내가 힘차게 식칼을 내려치는 순간이었다.
뚝.
십 년 넘게 써왔던 내 애검, 아니 애식칼은 깨끗하게 두 동강 나 있었다.
“······망할.”
* * *
한 시간을 고군분투하고 나서야 나는 겨우 코카트리스의 발톱을 잘라낼 수 있었다.
그것도 식칼을 다섯 자루나 해 먹고 공업용 절단기까지 동원해서야 자를 수 있었지.
나는 번들번들 빛나는 발톱 두 개를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하, 하하, 이거라도 팔면 식칼값은 나오려나?”
그럴 리가.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발톱을 치워놓고 코카트리스를 들어 올렸다.
다행히도 코카트리스의 손질은 그걸로 끝이었다.
비전투계열 각성자인 내가 몬스터의 시체를 뼈를 발라내서 고기만 정육 할 수 있을 리가.
그래서 일부러 메뉴도 통째로 넣고 삶을 수 있는 삼계탕을 선택한 거였다.
각종 던전 산 약초를 뱃속에다 집어넣은 뒤, 커다란 냄비에 코카트리스를 넣고 마력수를 부었다.
일반 물로는 코카트리스를 삶을 수가 없었다.
“몬스터가 어떤 존재인데, 당연히 안 되지.”
헌터들의 스킬이나 마법의 불꽃에도 거뜬히 버티는 괴물들이 바로 몬스터였다.
고작 끓는 물에 익어버리는 살이었으면, 헌터들이 던전 가서 고생할 필요 없이 끓는 물을 부어버리면 다 죽었겠지.
때문에, 코카트리스의 살을 익히려면 380도 이상에서 끓는 마력수에 넣고 푹 삶아야 했다.
“자, 그럼 한번 익혀 보실까.”
다음 달 가스비가 걱정되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마력수가 끓으면서 발생하는 마력 증기를 환기하기 위해 환기팬을 최대로 틀어놓은 뒤, 나는 서서히 가열되는 마력수와 코카트리스가 담긴 냄비 앞에 앉아 지켜보았다.
마력수가 줄어들면 다시 마력수를 부어주는 걸 반복하면서 코카트리스가 삶아지길 기다리다 보니,
삐빅- 삐빅-
으음, 무슨 소리지?
그새 깜빡 졸았던 나는 귓가를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근데 내가 알람을 맞춰놨던가? 그런 기억은 없었는데?
살짝 당황하며 눈을 떴을 때, 내 눈앞에는 반투명한 푸른 화면이 떠올라 있었다.
“상태창? 난 꺼낸 적 없는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상태창에 떠오른 내용을 읽어보았다.
[땅을 갈지 못하는 농부가 당신의 요리에 관심을 가집니다.]“뭐야? 이거 설마 성좌······?”
성좌의 선택.
특출난 재능을 가진 아주 소수의 각성자만 받을 수 있다는 성좌의 메시지를 받게 되는 걸 말한다.
이 메시지를 받은 각성자는 성좌와 계약을 맺고 더 강력한 힘을 지닐 수 있게 된다.
그런 기회가 싸우지도 못하는 [요리사]인 내게 왔다고?
내가 놀라서 눈을 껌뻑이는 순간이었다.
[땅을 갈지 못하는 농부가 당신의 요리를 원합니다.] [땅을 갈지 못하는 농부가 당신에게 요리를 공물로 바칠 것을 요구합니다.]성좌는 계약이 아니라 내 요리를 요구하고 있었다.
땅을 갈지 못하는 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