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0
10화. 친절한 약초상
결국, 재료 수급이 문제였다.
지금까지 내가 성좌에게 해주었던 요리는 카인에게 해준 코카트리스 삼계탕과 스루드에게 해준 제림니르 플레스케스텍, 그리고 덤으로 만든 솥뚜껑 삼겹살.
공교롭게도 모두 고기를 메인 재료로 하는 요리였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지.
고기가 제일 구하기 쉬웠으니까.
반면, 곡물이나 채소 같은 식물성 재료는 구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었다.
지금까지 농사짓는 던전이 있다고는 못 들었거든.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지만, 벼나 밀이 익어가는 던전? 푸성귀가 자라는 텃밭? 금시초문이었다.
즉, 던전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 중에 채소, 곡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대체품을 찾으면 되지 않냐고?
요리에 쓰는 식물들은 대부분 오랜 역사 동안 인간이 개량을 거쳐 맛과 양, 그리고 생산량을 늘려놓은 품종이다.
옥수수나 토마토만 봐도 야생 품종을 보면 이걸 어떻게 먹을 생각을 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던전에서 자라는 야생종을 가지고 인간의 요리를 재현하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래도 어쩌겠는가.
주문받은 이상 손님에게 요리를 내는 것이 요리사의 기본이니 가능성이 0이 아닌 이상 뭐라도 해야지.
그래서 헌터 마켓까지 와서 약초상에 들러 약초를 사겠다고 한 거였는데,
“뒤지려고 작정했어요?”
라는 소리를 들었고 그게 아니라고 부정해봤지만,
“작정한 거 맞는 거 같은데.”
당장이라도 한강에 떨어지려 하는 사람을 보는 시선을 받아야 했다.
“전 요리사거든요.”
“요리사든 뭐든 자살용 약물은 안 팔아요. 나가세요.”
거기다 내쫓으려고 하기까지.
작은 몸집인데 힘은 또 엄청나네.
아, 헌터 마켓에서 장사하려면 당연히 각성자겠구나.
나는 황급히 몸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먹고 죽으려는 게 아니라 진짜 재료를 찾으러 왔다니까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던전산 재료를 먹으면 급성 마력 중독으로 죽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요?”
던전에서 나온 재료를 먹으면 죽는다.
그녀의 말대로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게이트 시대 초기, 던전 공략 중에 식량이 떨어져 던전 안의 식물과 동물을 먹은 헌터 파티가 전멸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그 파티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헌터가 그 사실을 전하면서 이 사실은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 아니라 전 국민이 모두 아는 정보가 되었다.
때문에, 스킬로 약을 만드는 연금술사가 아니면 던전산 재료로 식용품을 만드는 건 철저히 금지됐다.
“보아하니 연금술사 아니잖아요. 혹시 맞아요?”
“아뇨, 전 연금술사는 아니고 요리사라니까요?”
“역시 자살용이네.”
“아닙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테스트해보려는 겁니다! 사람이 어느 정도 먹을 수 있는지!”
정확히는 테스트가 아니라 성좌에게 줄 요리 재료로 쓰려는 거지만, 그걸 말할 필요는 없겠지.
계약도 하지 않고 성좌들이랑 소통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쓸데없는 주목을 받을 게 뻔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이지.
하지만 그 대답으로는 약초상 주인을 설득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미 연금술사들이 다 실험해봤어요. 약 만드는 용도도 아니고 요리용으로 쓴다고요? 자살용이 아니면 암살용이네!”
와, 이젠 숫제 사람을 살인자로 몰고 가네.
“저만 먹을 겁니다. 그리고 조금만 먹으면 안 죽어요, 저는.”
“손님이 무슨 독마(毒魔)라도 돼요? 독마도 스킬이 없으면 위험하다고 안 하는데!”
독마는 중국의 헌터로 스킬로 독성 물질을 몸에 축적한 뒤 그 독으로 공격하는 걸로 유명한 자였다.
그런 정도가 아니면 던전산 재료는 못 먹는 게 사실이긴 하지.
아오, 미치겠네. 솔직히 말할 수도 없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진실을 딱 한 스푼만 털어놓기로 했다.
“그냥 요리사가 아니라 [요리사] 클래스로 각성한 사람입니다. 다 방법이 있어요.”
“요리사······? 처음 듣는데??”
내 말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약초상 주인.
그건 그럴 만했다.
각성한 뒤 파티를 짠 적도 없고 길드에 들어간 적도 없는 내 각성 정보는 각성자 협회만 알고 있을 테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각성자용 어플을 꺼내 내 정보를 보여주었다.
거기엔 [요리사] 클래스가 당당히 적혀 있었다.
각성자 등록할 때 기입된 정보니 [성좌의 요리사]로 클래스가 진화한 건 반영이 안 되어있었지만, 굳이 그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릴 필요는 없으니까.
“봐요, 요리사 맞죠?”
“······맞네. 와, 신기해.”
정말 신기했는지 약초상 주인이 눈을 크게 뜨고 중얼거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됐죠?”
“되긴 뭐가 돼요? 요리사 클래스라고 멀쩡하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
그건 맞지.
나도 스루드에게 [나우드 룬 반지]를 받지 않았다면 못 먹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 이야기를 설명해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나는 답답한 마음에 결국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
“으아! 보여줄게요. 보여주면 믿을 거죠?”
“네? 그게 무슨 소리······, 자, 잠깐만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입으로 백날 떠들어봤자 내가 먹고 안 죽는 걸 보여주는 게 나을 거다.
나는 근처에 있던 말린 약초 하나를 입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내내 시큰둥했던 약초상 주인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빨리 뱉어요!”
작은 키로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내 입의 약초를 빼앗으려는 그녀를 피해 나는 우물우물대던 약초를 꿀꺽 삼켰다.
“아악! 자살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해, 해독제! 아, 아니 위세척부터 해야 하나?”
내가 마력 중독으로 죽을 거라고 생각한 약초상 주인이 패닉에 빠져 버렸다.
그러는 사이 [재료 분석]이 발동해서 내가 먹은 약초의 정보가 떠올랐다.
[‘실피온’의 줄기는 [효과 : 혈액순환]이 미미하게 존재합니다.] [‘실피온’의 줄기는 식용으로 부적합합니다.] [‘실피온’의 뿌리를 섭취할 것을 추천합니다.]오, [재료 분석] 스킬에 이런 추천 기능까지 있을 줄이야.
나는 예상외의 정보에 씨익 웃으면서 반지를 두근거리기 시작한 심장에 가져다 댔다.
그러곤 당황한 약초상 주인 몰래 조용히 중얼거렸다.
“[마나 번].”
두근거림이 가라앉고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나는 멀쩡한 나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향해 씨익 웃었다.
“어때요? 괜찮죠?”
“그, 그럴 리가 없는데?”
약초를 먹고도 멀쩡한 나를 보며 당황한 그녀가 내 몸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런다고 내가 이제 와서 쓰러질 것도 아니지만 말이야.
코에서 흘러내린 커다란 안경을 똑바로 쓰며 약초상 주인이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손님,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
“요리사입니다.”
“······그런 요리사가 세상에 어딨어요.”
내 대답에 약초상 주인은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 * *
“혹시라도 이상 있으면 꼭 연락해야 해요!”
약초상 주인이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약초를 종류별로 하나씩 사서 돌아가는 나를 배웅했다.
혹시 모른다며 문제가 생길 경우 연락하라며 자신의 명함과 함께 마력 해독 포션도 덤으로 넣어줬다.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네.”
나는 끝까지 안절부절못하던 약초상 주인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본의 아니게 사람을 가지고 논 꼴이 되었지만, 결국 이렇게 약초를 살 수 있었으니깐.
나는 헌터 마켓을 벗어나며 약초상 주인이 줬던 명함을 꺼내 보았다.
[자매 약초상, ‘녹옥의 연금술사’ 채하나]채하나라는 이름 앞에 붙은 그녀의 이명이 눈에 확 들어왔다.
평범한 약초상 주인이 아니라 연금술사였구나.
그래서 나를 그렇게 말린 모양이었다.
연금술사들은 유일하게 던전의 재료로 사람이 먹는 약을 만드는 클래스기에 그 위험성을 익히 아는 이들이니까.
그녀가 내게 준 건 명함과 해독 포션만이 아니었다.
‘요리 재료를 찾는 데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이 책이 있으면 연구하는 데는 편할 거예요.’
채하나가 준 책은 ‘초급 약초 도감’.
연금술사들이 입문용으로 공부한다는 책으로 약초의 효능이 적힌 도감이었다.
‘약초에는 마력 중독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효과가 있어요. 약효도 있지만 독성도 있으니까 참고해서 조심히 섭취하세요.’
이러니저러니 잔소리는 많았지만, 심성이 착한 사람인 모양이었다.
약초를 먹은 다음에 효과와 맛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서 공유해줄까?
어차피 정리하는 김에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자, 그럼 일단 돌아가서 제대로 먹부림을 부려볼까.”
오늘은 약초만으로 배가 잔뜩 부를 예정이었다.
* * *
한편, 그 시각,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각오를 다지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후, 괜찮겠지?”
‘발키리’ 윤진하는 자신의 이명답게 번쩍이는 금속 갑옷과 창, 그리고 방패를 주무장으로 삼아 싸워왔었다.
하지만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지금 그녀는 지금까지 그녀가 써왔던 장비를 모두 파는 중이었다.
‘[초재생]이 있으니 방어구에 더 투자하지 않아도 돼. 대신 더 좋은 무기를 사야지.’
성좌가 내려준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전설급)을 먹고 나서 생긴 스킬 [초재생]이 있는 한, 그녀가 던전에서 부상으로 리타이어할 일은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방어구를 좀 더 가볍고 저렴한 걸로 바꾸고 제림니르를 토벌할 때 너덜너덜해진 무기를 더 강력한 걸로 살 생각이었다.
물론 지금의 방어구를 그대로 입고 싸워도 상관은 없었지만,
“하, 보상금을 나눠주지만 않았어도 팔 것까진 없었는데.”
전설급 퀘스트 보상을 독식하는 대신 함께 던전을 공략한 길드원들에게 보상 대신 그녀의 돈을 나눠줘야 했다.
전설급 퀘스트 보상 대신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통장은 먼지만 남아버렸다.
그래서 제대로 된 무기를 사려면 방어구를 파는 수밖에 없었다.
“갑옷은······ 이거밖에 못 쓰려나.”
금속 갑옷 대신 그녀가 고른 건 가벼운 가죽 갑옷이었다. 등급도 고급밖에 되지 않았다.
윤진하는 얄팍해진 방어력이 못내 아쉬웠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처를 입으면 고통스럽겠지만, 순식간에 상처가 나을 테니 잠깐만 버티면 되었다.
앞으로는 그 고통을 버티면서 적을 공격하는 스타일이 그녀의 전투 방식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려면 이게 적당하겠네.”
그동안 애용하던 창 대신 그녀가 고른 건 자루가 길고 날이 거대한 외날 도끼, 데인 엑스(유일급)이었다.
전에 쓰던 창이 희귀급이었으니 한 단계 더 높은 등급이었다.
“열심히 해서 성좌님께 공물을 바치면 여기에 룬문자를 각인시켜주실지도 몰라.”
그녀의 성좌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는 북유럽 신화 계통이었기에 퀘스트 보상이나 공물의 대가로 룬문자 각인을 내려줄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룬문자가 각인되면 한 등급 더 상승한 영웅급 아이템이 될 터.
“운이 좋아서 스킬이라도 붙으면 전설급 아이템이 되는 거 아냐? 에이, 설마 그러려고.”
자신이 한 생각에 본인도 웃긴다는 듯 윤진하가 실소를 터뜨렸다.
일반-고급-희귀-유일-영웅-전설로 이어지는 아이템 등급.
그중에서 전설급 아이템이 나타난 건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룬문자 각인도 좋지만, 그 요리 다시 한번 먹어볼 수는 없으려나.”
처음에는 [초재생]이라는 스킬을 준 것에 기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의 맛이 아른거리는 윤진하였다.
바삭한 겉껍질에 육즙 가득 촉촉한 속살.
생각만 해도 벌써 군침이 입에서 흘러넘치는 듯했다.
“······열심히 던전을 뛰어서 공물을 많이 바쳐야지. 그러면 언젠가 그런 요리를 또 주시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한 윤진하의 눈이 의욕으로 불타올랐다.
“당장 오늘부터 던전에 들어간다. 나 지금 의욕 최고야. 아무도 말리지 마.”
아무도 안 말리는데도 콧김을 훅훅 내뿜으며 길드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윤진하.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와, 딱 봐도 잘 싸울 거 같은 헌터네.”
그 요리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옆에서 커다란 도끼를 들고 뛰는 그녀를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돌아가서 약초부터 확인해야지.”
요리 재료만 구할 수 있다면 가장 쉬운 요리가 바로 샐러드.
그 재료를 위해 도연성이 맛과 효능을 확인해야 할 약초가 산더미였다.
“자, 저승의 여왕님을 만족시킬 고향의 맛을 한번 찾아보자고.”
도연성은 콧노래를 부르며 발을 놀려 주차장으로 향했다.
왜 장사가 잘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