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설기를 부탁해
그동안 성좌나 권속이랑 너무 편하게 대화를 해왔기에 이 하얀 코볼트랑 대화하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건 당연한 게 아니었다.
성좌나 권속들은 인간들보다 고차원적인 존재였기에 인간인 나에게 맞춰 자신들이 언어를 바꿔준 거였으니까.
물론 이제는 나도 권속급이라 신어(神語)를 좀 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와 이 하얀 코볼트는 경우가 달랐다.
일단 나는 몬스터의 언어를 할 줄 몰랐기에 이 녀석한테 말을 맞춰줄 수가 없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저기······.”
“냠냠, 맛있어.”
“······많이 먹어라.”
일단은 배고픔을 달래는 거 먼저니깐 편하게 먹게 해주자.
“나도 괜히 배가 고파지네.”
저렇게나 맛있게 먹고 있으니 괜히 나도 배가 고파져 왔다.
아침에 호밀빵 샌드위치를 먹은 뒤로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 때마침 점심을 먹을 시간이기도 했고.
나는 남은 단호박 수프와 호밀빵을 가져와 하얀 코볼트 옆에 앉았다.
“음, 역시 맛있네.”
녀석한테는 호밀빵을 크루통으로 만들어서 수프와 섞어줬지만, 나는 그대로 호밀빵을 수프에 찍어 먹었다.
“잘 어울려.”
호밀빵은 평범한 밀가루 빵과 맛이 좀 많이 다르다.
밀과 호밀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곡식.
부드럽고 찰진 밀에 비해 호밀은 거칠고 퍼석하고 거친 식감이었다.
결정적으로 호밀빵엔 빵을 부풀게 하고 쫄깃하게 해주는 글루텐이 적었다.
그래서 이스트 발효가 아닌 천연 효모를 이용해서 오랜 시간 발효를 해줘야 겨우 빵을 만들 수 있었다.
이를 샤워 도우라고 하는데, 장기 발효를 하느라 요거트처럼 시큼한 맛을 띠게 된다.
“이 시큼한 맛이 별미라니까.”
처음 샤워 도우 호밀빵을 먹는 사람은 이 시큼한 맛과 호밀 특유의 텁텁한 맛을 견디지 못하고 다신 먹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음식에 편견이 없는 나도 처음엔 조금 힘들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게 있었다.
호밀빵은 빵만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미야가 해준 것처럼 샌드위치로 먹어도 되었고 지금 내가 먹는 것처럼 부드럽고 달달한 단호박 수프에 곁들여 먹어도 좋았다.
더 좋은 건 구운 호밀빵 위에 신선한 치즈와 채소, 고기를 올려 먹는 부르스게타, 정확히는 오픈 샌드위치로 먹는 것이었다.
그러면 신선한 재료의 맛이 호밀빵 특유의 시큼한 맛을 가려주거든.
뭐, 이 시큼한 맛도 익숙해지면 빵만 먹어도 맛있지만 말이야.
“배불러. 살 거 같아.”
“다 먹었어?”
단호박 수프를 다섯 그릇이나 먹은 하얀 코볼트가 빵빵해진 배를 내밀며 새액새액 숨을 내쉬었다.
아니, 소화기관에 무리가 갈까 봐 단백질이나 고기를 주지 않은 건데, 이 정도로 먹을 거였으면 그냥 줘도 상관없었겠는데?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야?”
일단 계속 하얀 코볼트라고 부를 수는 없었기에 이름부터 묻자, 녀석이 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름?”
“널 부르는 말.”
내 말에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녀석을 보니 딱히 몬스터들 사이에선 ‘이름’이라는 게 없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말을 할 정도로 지능이 높은 개체인데, 이상하네.
그런 내 의문에 녀석이 답했다.
“우리 중에 나만 길게 말해.”
“너만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고?”
“원래는 그랬어.”
원래 코볼트는 ‘반짝이’, ‘냠냠’, ‘판다.’ 정도의 단어밖에 구사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하얀 코볼트는 태어날 때부터 이상하게 언어적 능력이 뛰어난 편이었다나?
“나만 그랬는데, 서로 잡아먹더니 점점 말을 잘해. 나처럼, 나보다 더 잘해. 그래서 무서웠어.”
하얀 코볼트는 끔찍한 기억이 떠오른 건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맞다, 변질된 코볼트들은 서로를 잡아먹고 진화한다고 했지.
괜히 끔찍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게 한 것 같아서 나는 서둘러 말을 돌렸다.
“그럼, 말은 어디서 배웠어?”
말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혼자서 배울 수는 없는 법이다.
언어는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서 탄생한 수단이니까.
그런 내 물음에 하얀 코볼트가 곰곰이 고민에 빠지더니,
“아!”
생각이 났다는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런 걸 봐도 개랑 똑같네.
나는 웃음을 속으로 참으며 녀석의 말을 들었다.
“위 땅에서 누가 말했어. 계속 듣고 있었더니 말할 수 있었어.”
“위 땅?”
“아래 땅은 발밑에, 위 땅은 머리 위에 있어.”
아, 천장을 말하는 거구나.
정확히는 천장이 아닌 위쪽, 그러니까 하늘을 가리키는 게 아닐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녀석이 말을 이어 나갔다.
“자기를 부르는 말, 가르쳐줬는데 어려워서 기억 못 했어.”
위 땅, 그러니까 하늘에서 들려온 목소리, 그리고 어려운 말로 된 이름.
나는 녀석의 말을 듣자마자 그 정체가 성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네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거였구나.”
“응?”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는 듯했고 나도 이제야 깨달은 거지만, 이 녀석, 아까부터 신어(神語)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성좌랑 이야기하면서 나름 신어를 배운 모양.
격에 따라 그 유창함이 달라지는 언어라 몬스터인 하얀 코볼트의 말은 어설프고 더듬더듬했긴 했지만 말이야.
잠깐, 그렇다면 이 녀석, 성좌의 메시지를 받은 몬스터라는 거잖아?
나는 호기심이 생겨서 하얀 코볼트에게 물었다.
“위 땅에서 너한테 뭐라고 했어?”
“신기하대. 그래서 뭘 주겠다고 했어.”
“역시나.”
이 녀석은 헌터들처럼 성좌랑 계약을 맺고 뭘 받은 모양이었다.
성좌와 후원 계약을 맺은 몬스터라니.
이건 진짜 놀라운데?
“뭘 받았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어.”
“공물을 바친 적은 없고?”
“공물?”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하얀 코볼트.
하긴, 공물을 바친 적이 없다면 특별한 능력은 못 받았겠네.
뭐, 그건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음, 그러면 앞으로 너를 설기라고 부를게.”
“설기?”
“너처럼 하얗고 맛, 아니 멋진 떡의 이름이야.”
“좋아!”
어휴, 나도 모르게 맛있어 보인다고 할 뻔했네.
하얀 코볼트, 아니 설기의 하얗고 짧은 털이 갓 쪄낸 백설기처럼 포슬포슬해 보여서 지은 이름이었다.
다행히 설기 녀석도 그 이름을 좋아하는 듯했고.
나중에 백설기라도 만들어줄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성좌의 사랑을 받는 코볼트에게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특수한 재능을 가진 코볼트였기에 자격이 충분합니다.] [코볼트 ‘설기’가 네임드 몬스터로 진화합니다.]놀랍게도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더니 설기가 ‘네임드 몬스터’기 되었다는 알람이 떠올랐다.
네임드 몬스터.
던전에 출몰하는 몬스터 중 다른 개체들과 다르게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매우 강한 몬스터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남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몬스터들은 대부분 강력한 몬스터로 성장하며 대부분 보스 몬스터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설기는 어쩌면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됐을지도 모르는 강력한 개체였다는 소리였다.
“왕?”
설기 본인도 놀란 듯 자기 꼬리를 보며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네임드 몬스터가 된 탓인지, 전신에서 은은하게 녹색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녹색인 걸 보니 고급인가?
격을 보는 성안을 가진 내게 네임드 몬스터가 되며 오른 설기의 격이 보였다.
성좌나 권속, 다른 S급, A급 몬스터들에 비해 뛰어나진 않았지만, 일단 내 눈에 격이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몬스터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는 소리.
“······.”
나는 강력한 몬스터의 탄생에 이를 축하해야 하나, 우려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당장은 배가 고파했고 ‘연성이네’ 방어 시스템에 당해 죽기 직전이었기에 구해서 밥을 먹였지만, 설기는 엄연히 몬스터.
그것도 던전 브레이크를 통해 던전 밖으로 나와 인간을 공격하던 몬스터였다.
이런 몬스터가 내 탓으로 더 강해졌다니.
나, 잘하고 있는 건가?
나도 모르게 품속에 있는 [최초의 칼] 위로 손이 갔다.
만약 설기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정말 하기 싫은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당신에게 잠시 진정하라며 당황합니다.]누구지?
갑자기 내게 정체 모를 성좌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성좌명이 완전히 생소한 걸 보면, ‘연성이네 신야식당’에 한 번이라도 예약한 적이 없는 성좌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아닌 다른 존재 때문에 말을 걸어왔다는 소린데······.
나는 고개를 돌려 설기에게 물어보았다.
“설기야, 혹시 위 땅에서 너한테 말을 건 존재가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야?”
“맞는 거 같아.”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설기.
던전에서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성좌의 이름을 듣자 기쁜 건지 다시 꼬리를 붕붕 흔들고 있었다.
나는 그런 설기를 보다 하늘 쪽을 살짝 쳐다보았다.
“설마······.”
망자와 자칼이라.
그 두 가지의 조합으로 떠오르는 성좌는 한 명뿐인데.
“아누비스.”
이집트 신화의 신으로 자칼의 머리를 한 죽음의 신이었다.
원래 아누비스는 파괴의 신 세트와 절망과 슬픔의 여신 네프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신이었다.
그러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누비스를 세트의 형이자 대적자인 오시리스, 그리고 그의 아내인 이시스가 데리고 가서 키우게 된다.
판본에 따라선 네프티스가 오시리스를 유혹해 불륜으로 낳은 아이라는 소리도 있지만······.
어쨌든 아누비스는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인 오시리스를 충실히 따르고 사랑했다.
그래서 이후 오시리스가 세트의 음모로 온몸이 산산조각이 나 죽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오시리스의 시체를 모두 모아 미라로 만들어 부활시키는 기적을 일으켰다.
이후 오시리스가 저승을 다스리는 왕이 되자, 오시리스는 망자들의 심장을 천칭으로 무게를 달아 생전의 죄를 심판하는 판관이 되었다.
때문에, 고대 이집트인들은 아누비스를 두려워하면서도 죽어서 자신이 좋은 곳으로 가길 빌며 그를 숭배했다고 하던가?
아마 최소 전설급이고 신화급일지도 모르는 유명한 신이었다.
나는 그런 대단한 성좌가 설기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에게도 말을 걸어온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다음 메시지가 오기까지는 말이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당신이 말한 성좌는 자신의 형제라고 합니다.]잠깐, 아누비스가 아니라고?
그런데 아누비스의 형제라고?
그러고 보니 아누비스는 검은 자칼의 머리를 하고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 성좌의 성좌명에 들어가는 단어는 ‘하얀 자칼.’
아누비스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자신의 이름은 웨프와웨트. 망자들을 저승까지 갈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전쟁의 신이라고 말합니다.]웨프와웨트라니,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집트는 워낙 신들이 많은 곳이었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왜 그가 내게 말을 거는 걸까?
그렇게 당황해하고 있는 나를 향해,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 웨프와웨트가 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당신에게 부탁이 있다고 합니다.]“부탁이라뇨?”
내 반문에 웨프와웨트가 충격적인 발언을 보내왔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훗날 자신의 신수가 될 운명을 타고난 설기를 돌봐달라고 당신에게 부탁합니다.]키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