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개산삼
개산삼이라고 불리는 산작약.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인간에게 산삼이 최고의 약초라면, 개산삼은 인간이 아닌 강아지에게 최고의 약초였기 때문이었다.
예로부터 개들이 더위를 타서 밥을 안 먹거나 몸이 좋지 않으면, 산작약의 뿌리를 달인 물에 밥을 말아 주었다고 한다.
그러면 지쳐서 움직이지 못하던 개가 벌떡 일어난다는 약초였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희박했다.
과학자들에게 연구된 것도 아니고 그냥 옛날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처방이었으니까.
그래도 난 본 적이 있었다.
삼복더위에 아버지랑 산책하다 지쳐 더위를 먹은 똘이 녀석을 안쓰럽게 보다못해 할아버지가 아는 심마니에게 얻어온 산작약을.
그리고 그 산작약 뿌리를 달인 물을 먹은 똘이가 언제 지쳤었냐는 듯 기운을 차리는 모습을 말이다.
“조금만 참아, 설기야.”
코볼트가 강아지와 비슷한 몬스터라면 산작약도 비슷하게 먹히지 않을까?
그래서 성좌 마켓에서 지금 산작약과 비슷한 약초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찾았다.”
그리고 결국 찾아낼 수 있었다.
[백두산작약(판매자 : 백두산 신령) – 50 SC]백두산작약에 백두산 신령이라니.
이름들을 보니 한반도 출신 성좌 같았다.
더군다나 그렇게 중요한 약초가 아닌지 가격도 싼 편이었다.
이게 먹힐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사고 보자.
“끄응.”
“미안하다.”
나는 마력 부족으로 끙끙대는 설기를 미안한 마음으로 쓰다듬어주었다.
설기가 아픈 건 반쯤은 내 탓이었으니까.
내가 이름을 지어준 바람에 네임드 몬스터로 진화하고 마력 부족에 시달리는 거니까.
그래서 50 스타 코인이면 싸긴 해도 절대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과감하게 질렀다.
똑똑똑.
그리고 그렇게 내가 백두산작약을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연성이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서둘러 문을 열어주었다.
“퀵이······.”
“헤이리스 님, 오셨군요!”
“······사장님?”
격렬하게 반기는 나를 보고 당황하는 헤이리스.
하지만 사정을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이게 [백두산작약]이죠?”
“네? 아, 네.”
나는 헤이리스에게 서둘러 소포를 받아와 내용물인 백두산작약의 뿌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주방으로 들어가 깨끗이 씻기기 시작했다.
그사이 헤이리스가 설기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어머! 사장님, 가게 안에 몬스터가! 처치할까요?”
“아, 안 됩니다! 지금 그 친구 고치려고 죽 만드는 중이에요!”
“······네?”
몬스터가 바닥에 누워 있는 걸 보고 퇴치하려던 헤이리스는 내가 황급히 말리자 더 당황했다.
그러나 아파서 끙끙대는 설기와 설명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요리하는 나를 보며 대충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장님은 또 한 생명을 구하려고 하시는군요.”
“네?”
이번엔 내가 당황했다.
또라니? 설마 저번에 마력 부족인 헤이리스에게 전복내장죽을 만들어준 걸 이야기하나?
그때의 헤이리스는 목숨이 위험한 수준까진 아니었으니까 생명을 구했다고까지 말하긴 좀 그런데.
아무튼, 헤이리스의 배려도 받았겠다, 서둘러 산작약을 넣은 죽을 만들어야 했다.
“우선, 백두산작약을 달이자.”
깨끗이 씻은 산작약을 마력수와 함께 냄비에 넣고 달이기 시작했다.
산작약 자체를 가루로 내어 환으로 먹여도 되지만, 그렇게 가공할 시간이 없으니, 달인 물로 요리를 하는 게 더 빨랐다.
달일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테니, 그 시간 동안 설기가 버티라고 마력수를 가져갔다.
“설기야, 이것 좀 마셔봐.”
“끄응, 끄응.”
마력수 열매를 먹기엔 씹을 힘도 없는 것 같아서 그릇에 마력수를 담아서 가져갔다.
하지만 물을 마실 힘도 없는지 설기는 끙끙거리고만 있었다.
“사장님, 제가 할게요.”
“헤이리스 님?”
헤이리스는 내게서 마력수 그릇을 받아 가더니,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마력수에 적셨다.
그리고 마력수를 빨아들인 손수건을 설기의 입 앞에 가져갔다.
할짝.
손수건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수를 설기가 핥아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인지 제대로 먹지 못하자, 헤이리스가 아예 손수건의 끝자락을 설기의 입 안에 물려버렸다.
“이러면 흘러나온 마력수가 알아서 입으로 들어갈 거예요.”
“능숙하시네요.”
“원래 전령들은 개랑 친하거든요.”
성좌 중 영역 입구 개를 키우는 집이 종종 있어서 개랑 친해지지 못하면 배달하기가 어렵다나?
지구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며 방긋 웃는 헤이리스의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안도의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 설기를 잠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름이 설기예요? 귀엽네. 저한테 맡겨주세요.”
나는 헤이리스에게 설기를 맡기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산작약 달인 물은 아직 더 끓여야겠네.”
그렇다면 그동안 다른 재료를 다듬을 차례였다.
설기의 모자란 마력을 확 보충해줄 요리는 다름 아닌 황태삼계죽이었다.
역시 강아지 몸보신에는 황태랑 닭이지.
“코카트리스는 고기가 질기고, 천둥오리는 자극적인 맛이 강하니까, 이번엔 퀑 고기로 하자.”
‘퀑’은 이름이 비슷한 꿩과 닮은 새였다.
맛도 꿩과 비슷한 편이었는데 개체마다 독특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고기의 맛도 개체마다 다 달랐다.
죽은 뒤에는 그 능력이 거의 사라지지만, 효과 자체는 고기에 남아있는 게 퀑 고기의 특징이었다.
예를 들면, [빙결] 능력이 있는 퀑 고기는 아무리 구워도 익지 않는다.
마정석 화로의 고열로도 익지 않는 터라, 육회로만 먹어야 했지.
다행히 지금 꺼낸 퀑 고기는 [빙결] 능력을 지닌 퀑은 아니었다.
“마침 [치료] 능력을 지닌 퀑이 있어서 다행이지.”
얼마 전에 연준이가 독특한 능력이 있는 퀑을 잡았다며 내게 보내왔었다.
[치료] 능력이 있어서 상처를 스스로 회복하는 퀑이라 잡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하던가.죽은 뒤에도 요리하려고 칼집을 내면 스스로 아물어 버리는 등 능력이 아직 남아있어서 이 고기를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이었다.
“그래서 아예 푹 삶아서 고기를 찢어 놓았었지.”
아예 재생하지 못할 정도로 푹 삶은 퀑 고기를 가늘게 찢어서 따로 분리해놓았었다.
“[치료] 효과가 미약하게라도 남아있으니 설기의 회복을 도와주겠지.”
능력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건 퀑 고기를 다루기 어려운 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다양한 맛과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는 설기에게 약선 요리가 될 터였고 말이다.
“그런데 이거 참 신기하네.”
공교롭게도 그 손질을 한 것이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던 밤이었다.
설기 녀석이 그때 [만물의 냄새를 맡는 코]로 퀑 고기 냄새를 맡고 ‘연성이네’로 오게 된 거였으니, 결국 이 고기는 설기가 먹을 운명이었나 보다.
“찢어 놓은 퀑 고기는 이따 죽을 끓일 때 다시 넣기로 하고, 던전 북어를 손질하자.”
나는 몬스터 폴락을 말린 던전 북어를 힘껏 두들겼다.
말린 북어는 몹시 딱딱해서 뜯어내기도 힘들고 이대로 쓰면 먹기도 힘들거든.
이렇게 두들겨서 살을 연하게 만들어야 요리하기도, 먹기도 편해진다.
“흡!”
어느 정도 풀어진 던전 북어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좌아악 뜯어낸다.
권속급의 힘을 가지게 되었고 ‘전장의 축복’까지 받고 있는 터라 살을 뜯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음은 가시를 발라내자.”
나는 던전 북어 살에 숨어있는 가시를 모조리 찾아 빼냈다.
가시가 남아있으면, 설기가 먹다가 목에 걸릴 수가 있었으니 치료를 하나 마나였다.
퀑 고기에도 잔뼈가 많아서 하나하나 다 발라내야 하지만, 다행히 퀑 고기를 손질하면서 이미 다 해놨기에 지금 당장은 할 필요가 없었다.
“재료는 얼추 준비가 다 되었네.”
[치료] 효과가 있는 퀑 고기로 몸을 회복시키고 영양소가 풍부한 던전 북어로 보양을 시킨다.그리고 개산삼이라고 불리는 백두산작약을 달인 물로 설기의 원기를 북돋아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설기에게 막대한 마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가장 핵심 재료는 자청비의 쌀이지.”
자청비의 종자로 마철성이 키워낸 [두 여신의 보살핌을 받은 쌀(전설급)].
무려 전설급 쌀로 죽을 만들 생각이었다.
이 쌀이 영약급 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이미 연준이나 윤진하, 마철성을 통해 확인했다.
연준이는 무려 내공이 반 갑자나 늘었다니까.
성좌나 권속들에게는 마력이 조금 높은 쌀에 불과하겠지만, 몬스터인 설기에게는 영약이나 다름없을 터.
“마지막으로 할아버지가 남겨주신 [약선구급방].”
할아버지는 단순히 마력 해소를 위한 요리 재료 연구만 하신 게 아니었다.
전통 요리들과 한의학 서적을 들춰보며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려고 하셨다.
그 중엔 이런 내용도 있었다.
– 세종, 문종, 단종, 세조 총 4명의 임금을 모신 의관 전순의는 『식료찬요』에서 꿩 죽이 번갈을 치료하고 오장육부가 바싹 말라 갈증이 멈추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고 적었다. 그 조리법은······.
책에는 번갈과 오장육부의 마름을 치료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는 게이트 사태가 터지기 전의 효과.
마력이 조금씩 퍼지기 시작한 뒤에는 먹은 사람의 몸에 마력이 증가하는 위험한 효과가 생겼다고 적혀 있었다.
아마 번갈과 마름을 치료하는 효과가 수분이 아닌 ‘마력’의 마름을 치료하는 걸로 바뀐 게 아닐까?
그 밑에는 할아버지가 절대 사람에게 먹이지 말라고 엄중 경고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력을 필요로 하는 몬스터에게는 오히려 약이 되겠지.”
인간에게는 독이고 몬스터에게는 약이 되는 아이러니함이라니.
하지만 지금 설기에겐 꼭 필요한 요리였다.
“얼른 죽을 끓이자.”
나는 산작약 달인 물과 꿩 육수를 섞고 쌀과 꿩고기, 던전 북어채까지 넣은 뒤 압력솥에서 진득하게 끓였다.
그사이 설기가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때마다 고맙게도 헤이리스가 마력수를 먹여주며 잘 보살펴 주고 있었다.
“완성됐네. 맛도 괜찮아.”
환자에게 주는 죽이라 조금 슴슴하게 간을 했지만, 꿩 고기와 던전 북어에서 나온 진한 고기 맛이 일품이었다.
거기에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산작약의 약초 향까지.
나는 죽을 그릇에 담아 서둘러 홀 바닥에 누워 있는 설기에게로 향했다.
“아, 사장님, 오셨어요?”
“네. 설기가 지금 먹을 수 있을까요?”
“조금 기운을 차렸어요.”
헤이리스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녀석, 어느새 헤이리스의 무릎 위에 고개를 얹고 보살핌을 받고 있었던 거지.
그래도 기운을 좀 차렸는지 축 처졌던 귀가 반쯤 올라가 있었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설기에 다가가 물었다.
“설기야, 먹을 수 있겠어?”
“······웅?”
코를 킁킁거리던 설기가 코끝을 찡그렸다.
“냄새가 써.”
“이 녀석, 몸에 좋은 건 쓴 법이야.”
아, 산작약 달인 물이 좀 쓰긴 하더라고.
홍삼진액 정도로?
산작약 달인 물의 냄새가 설기의 민감한 코에는 더 쓰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나는 숟가락을 들어 설기의 입에 죽을 가져다주었다.
“자, 먹어 봐.”
처음에는 주저하던 설기는 내 재촉에 입을 열고 합 죽을 삼켰다.
그러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쓴데 맛있어!”
오, 역시 개산삼은 개산삼인 모양이었다.
죽을 한 입 먹은 설기가 부들부들 떨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그릇에 담긴 죽에 주둥이를 들이박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크, 효과 좋네.
얼마나 효과가 좋았냐면, 죽을 전부 먹었을 때쯤엔 마력 고갈로 쓰러지기 전처럼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신나! 이제 안 아파!”
기운을 제대로 차린 건지 나와 헤이리스 주변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설기를 보고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설기의 회복에 크게 기뻐하며 당신에게 감사를 전합니다.]“아뇨, 설기가 아픈 건 제 책임도 있으니까요.”
설기가 마력으로 차 있는 던전 안에서 네임드 몬스터가 되었다면, 이런 위기는 없었을 터였다.
마력도 없는 이곳에서 내가 이름을 지어준 탓에 네임드 몬스터로 진화하면서 마력이 고갈된 것이 문제였다.
이렇게 치료할 수 있어서 다행이네.
나는 겨우 얼굴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배달이 밀려있어서.”
“이런, 제가 너무 오래 붙잡았죠.”
“아니에요. 저렇게 아파서 누워 있는 걸 보니 남 일 같지도 않아서요.”
그러고 보니 헤이리스도 딱 내 집 앞에서 쓰러져 있다가 나한테 죽을 먹고 회복했었지.
그렇게 말한 헤이리스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제 목숨을 구해주시고 성좌로도 만들어주셨잖아요. 이 정도라도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에요.”
“그래도 시간을 뺏은 건 보상해드려야죠.”
“보상이요?”
“네.”
나는 헤이리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도움을 준 존재들에게는 응당 그 보답을 해드려야지.
아, 물론 내가 직접 해주겠다는 건 아니고.
대신 보상을 해줄 성좌가 한 명 있어서.
“이제 설기도 괜찮아졌으니, 우리 계산할 게 좀 남아있죠?”
나는 히죽 웃으며 하늘에 대고 말을 걸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계산이라는 당신의 말에 의아해합니다.]“웨프와웨프 님의 신수가 될 설기를 살렸잖아요? 그리고 네임드 몬스터로도 만들어줬고요.”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당황합니다.]“그리고 앞으로 설기를 맡아서 돌봐주려면 그에 대한 대가도 있겠죠?”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당신의 요구에 할 말을 잃습니다.]나는 당황하는 웨프와웨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나?
이거 왜 이러셔.
배고픈 자에게 요리는 해주지만, 음식값은 제대로 받는 사람이야, 내가.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항복을 선언합니다.]그럼 그렇지.
내 정당한 요구에 웨프와웨트는 두손 두발을 들 수밖에 없었다.
친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