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친구니까
무턱대고 키워달라고 하면 쓰나.
물론 설기는 귀여운 아이고 몬스터라지만 인간에게 해를 끼친 아이가 아니니 같이 지내도 상관이 없었다.
이미 마녀와 흡혈귀, 원숭이 요괴가 함께 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설기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설기는 사람의 모습으로 있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몬스터의 모습으로 평범하게 가게 안에서 지낼 수는 없는 노릇.
그에 대한 조치가 필요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그것이라면 자신에게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내 요구사항을 들은 웨프와웨트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니 내게 선물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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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칼의 라피스 라줄리 목걸이(영웅급)]– 하늘의 기운을 담고 있는 천상의 보석으로 만든 목걸이.
–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기후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쓸 수 있다.
– 각인 스킬 [자칼화] : 웨프와웨트의 기운이 서려 있어, 언제든 자칼의 형상으로 모습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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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물은 라피스 라줄리, 그러니까 청금석으로 조각된 자칼 장식이 달린 개 목걸이였다.
그나저나 아이템에 각인된 스킬의 설명이 독특했다.
자칼의 형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평소에 자신이 직접 쓰던 목걸이므로 효과는 확실하다고 자부합니다.]웨프와웨트는 한때 저승의 신이었고 지금은 죽은 자들의 영혼을 저승으로 이끄는 저승사자 신.
그래서 성좌들의 세계뿐만이 아니라 지구에도 자주 내려온다고 했다.
그 덕분에 죽은 자들의 무덤이 있는 이집트의 붉은 사막에서는 자칼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다녔다고 한다.
이는 형제인 아누비스도 마찬가지였다나?
그 덕분에 이집트에선 자칼이 죽은 자들의 무덤을 수호하고 영혼을 저승으로 안내해주는 동물이라는 믿음이 생겨났다고 한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그 목걸이를 설기에게 채우면, 평소에는 자칼의 모습으로 지내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아니 자칼도 그다지······.”
물론 몬스터보다야 덜 놀라겠지만, 식당에 자칼이 있으면 다들 놀라서 도망갈 것 같은데.
우리 부모님 세대 때는 라쿤 카페나 미어캣 카페, 심지어 양이 사는 카페에서도 데이트를 했다지만, 식당에 자칼은 좀 그렇지 않아?
“왕! 목걸이! 좋은 냄새나!”
반면, 설기 녀석은 내 손에 들린 목걸이가 신기한지 코를 킁킁대며 연신 냄새를 맡아댔다.
“이게 좋아 보여?”
“응! 내 거야?”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고 있는 설기를 보니 안 채워주면 안 될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설기의 목에 목걸이를 채워주었다.
“딱 맞네. 불편한 곳은 없어?”
“왕!”
역시 성좌가 준 아이템이라 그런가?
설기의 목에 맞춤 제작이라도 한 듯 딱 들어맞았다.
나는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어대는 설기를 진정시키고 목걸이를 써보라고 했다.
“자칼의 모습이 어떤지 봐야 할 것 같으니 변신해 봐.”
“응!”
내 말에 설기가 눈을 꼭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셀키도 그렇고 미리도 그렇고 몬스터들은 말을 못 하는 타입이 더 많아서 그런지, 인간 각성자들과 달리 시동어를 외치지 않고 집중만 해도 스킬이 써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자칼화] 스킬이 성공했는지 설기의 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 어?”
앞의 ‘오’는 감탄이고 뒤의 ‘어’는 의문이었다.
“이게 자칼이야?”
그도 그럴 게 내 눈앞에는 여우와 늑대를 섞어놓은 듯한 모습의 자칼이 있는 게 아니라,
“왕! 왕!”
복슬복슬한 털에 짤막한 다리, 뭔가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기 진돗개가 있었으니까.
“너, 설기니?”
“왕! 왕!”
내 물음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아기 진돗개.
자칼······이 아니라 진돗개로 변한 뒤에는 사람의 말을 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솜사탕 같은 몸에 분필 같은 꼬리를 열심히 흔들고 있는 설기를 보며 나는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물론 아기 진돗개의 모습을 더 좋아한 이도 있었다.
“어머, 귀여워라.”
“왕!”
헤이리스가 방긋 웃으며 아기 진돗개로 변한 설기를 품에 안아 들고 쓰다듬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보다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칼이요? 저게 어딜 봐서 자칼입니까?”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이건 자신도 예상 못 했다면서 먼 곳을 쳐다봅니다.]하긴, 성좌라면 격, 속된 말로 가오가 살아야 하는데 진돗개로 변하는 목걸이를 웨프와웨트가 쓰고 다녔을 리는 없겠지.
성좌와 몬스터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원래 모습이 자칼과 진돗개의 차이라서 그런가?
아무튼 예상치 못한 이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이 강아지가 있으면 손님들도 좋아하겠는데요?”
“그것도 그렇네요.”
몬스터가 아니더라도 자칼을 보면 손님들이 도망쳤을 터였다.
하지만 아기 진돗개라면?
당장 헤이리스가 귀여워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귀여워하겠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귀여운 강아지는 존재만으로도 행복해지게 해주는 존재였으니까.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 중에서 설기를 싫어할 사람은 없을 터였다.
물론 위생의 문제도 있으니 식당 안에서는 기를 수 없겠지.
그래도 식당 뒤편 주차장에 집을 마련해주고 낮에는 강아지로, 밤에는 코볼트의 모습으로 같이 지내면 될 터였다.
“그렇게 할래?”
“왕! 왕! 헥헥헥!”
설기도 내 제안이 마음에 드는지 힘껏 짖으며 꼬리를 선풍기처럼 붕붕 돌렸다.
헤이리스도 자신이 안고 있는 설기의 귀여움에 흠뻑 빠진 모양인지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헤이리스 님도 보상을 받아야죠.”
“진심이셨어요?”
“그럼요. ”
내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헤이리스가 살짝 위쪽의 눈치를 보며 내게 속삭였다.
“그런데 저 성좌 님이 주실까요?”
그녀도 이제 성좌가 되었지만, 아직 신참이라 그런지 다른 성좌들의 눈치를 보는 모양이었다.
본인이 전설급 성좌라 신화급 성좌를 제외하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아누비스면 몰라도 웨프와웨트가 신화급 성자는 아닐 것 같고 말이지.
아무튼, 그녀의 걱정과 다르게 나는 웨프와웨트에게 보상을 잔뜩 뜯어낼 생각이었다.
“웨프와웨트 님, 여기 헤이리스 님은 전설급 성좌시면서 성좌 마켓에서 물류 운송을 맡고 계십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자신도 얼마 전 탄생한 신생 혼혈 성좌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합니다.]여기서 혼혈 성좌라고 하는 건 욕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헤이리스가 그리스 신화와 북유럽 신화의 신들 사이에서 나왔다는 걸 말하는 것.
신화 간의 혼혈 자체가 거의 없는 일이라 그렇게 말한 것뿐이었다.
나는 웨프와웨트가 헤이리스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알고 계시다니 다행이네요. 그렇다면 앞으로 이집트 신화 쪽 우편은 헤이리스 님께 맡겨주시죠?”
성좌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조용히 사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서로 교류도 자주 하는 편이었다.
물류 배송은 주로 성좌 마켓을 통한 것이 많았지만, 그 외에 개인적인 선물이나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으니까.
어떻게 알았냐고?
그동안 내가 받은 성좌 손님이 몇 명인데.
그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워듣게 되는 법이었다.
어쨌든 그런 상황이었기에 이를 담당하는 전령들도 존재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자신들의 성계에도 전령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물론 있다.
이집트 신화뿐만이 아니라 각종 성계에는 전령의 역할을 맡은 성좌나 권속이 존재했다.
엄밀히 말하면 헤르메스도 그런 존재였고.
다만 신화급 성좌라 그런 일을 안 하는 것뿐이었다.
웨프와웨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집트 신화에도 전령을 담당하는 권속들이 있었다.
악어의 머리를 한 하-케루, 개의 머리를 한 우세트, 뱀의 머리를 한 아아, 사자의 머리를 한 케세프-아트 등등 저승에 있는 7개의 관문에서 대기하고 있는 7명의 전령이 존재했다.
“하지만 원래 저승에서만 전령을 담당하는 권속이죠? 성계와 성계 사이를 이동하기엔 능력이 많이 부족하고요.”
원래는 저승의 일곱 관문 사이를 왕복하는 권속들이 우주를 건너 다른 성계에 우편을 전달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당연한 일.
그런 면에서 헤이리스는,
“헤이리스 님은 1초에 지구를 4바퀴나 도는 분입니다. 거기다 전설급 성좌죠. 아마 이집트 신화 쪽도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겁니다.”
이집트 신화 쪽은 우편이 신속 정확해질 테니 좋고 헤이리스는 성계의 우편을 담당하면서 인지도를 더 쌓을 수 있을 테니 양쪽 모두 윈윈일 터였다.
이런 내 배려에 감동했는지 헤이리스가 눈물을 글썽였다.
“사장님, 저번에도 감사했는데 이번에도 절 위해······.”
“헤이리스 님이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설기도 목숨이 위험했을 거예요. 그러니 충분히 보상받으실 자격이 되십니다. 그렇죠?”
네가 신수로 삼고자 하는 설기를 구한 공에 대한 보상은 줘야 하지 않겠어?
라는 의미를 담은 내 시선을 받은 웨프와웨트는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그 제안을 승낙하겠다고 합니다.]“하하, 감사합니다.”
당연히 받아 낼 보상이었지만, 그래도 예의상 고맙다곤 해야지.
“사장님,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밀키트도 더 빨리, 더 많이 배달할게요!”
헤이리스는 눈을 반짝이면서 내게 감사를 표했다.
이걸로 밀키트 판매량이 더 늘어나겠네.
나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일이 늘어났으니 너무 무리하진 마시고요. 저번처럼 쓰러지실라.”
“하, 하하. 건강도 챙겨가면서 할게요.”
그렇게 밀린 배달 업무를 하러 헤이리스가 떠나자, 웨프와웨트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이제 보상이 끝났냐고 묻습니다.]“그럴 리가요. 아직 제 보상은 없는데요?”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이미 보상을 두 가지나 주지 않았냐고 투덜댑니다.]아니, 라피스 라줄리 목걸이는 설기가 여기서 살 수 있는 아이템이니 당연히 웨프와웨트가 챙겨야 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헤이리스한테 간 보상이잖아.
나도 보상을 받아야지.
내가 뻔뻔한 얼굴로 하늘을 물끄러미 보자, 웨프와웨트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어쩔 수 없다면서 한숨을 내쉽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원하는 걸 말하라고 합니다.]“원하는 거라······. 글쎄요.”
나는 웨프와웨트의 말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사실 지금까지 성좌들에게 이런저런 보상을 받아왔지만, 내가 뭘 원해서 받은 경우는 많이 없어서.
대부분 요리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나 능력을 보상으로 받았지만, 전혀 아닌 것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하데스가 준 [퀴네에의 조각]이라던가 말이야.
그건 한반도 해군 어벤져스들을 도울 때 빼곤 쓴 적이 없었다.
“요리에 도움이 되는 거라면 좋겠습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부여잡습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자신은 요리에 대해 잘 모른다며 곤란해합니다.]먹는 걸 좋아하는 성좌가 있다면 전혀 관심 없는 성좌도 있는 법.
웨프와웨트는 후자였다.
그래서 요리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끙끙 대던 웨프와웨트는 결정을 내렸는지 내게 선물을 보내왔다.
“음? 풍뎅이?”
빛이 번쩍이면서 내 손에 나타난 건 분홍빛을 띠고 있는 풍뎅이 모양의 조각, 스카라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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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한 순백의 알라바스타(설화석고)에 신들의 피를 섞어 만든 분홍색의 스카라베.
– 오그도아드 여덟 신과 엔네아드의 아홉 신의 보증이 걸려 있는 신성한 맹약의 상징.
– 이 스카라베를 내세울 경우, 오그도아드와 엔네아드의 신들은 맹약에 의거, 소유자의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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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신화급?
안 그래도 스카라베 주변으로 무지갯빛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진짜 신화급이었어?
신화급 성좌는 봤었어도 신화급 아이템은 생전 처음이었기에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아마 지구상에서 신화급 아이템을 가진 건 나 혼자뿐일걸?
거기다 아이템의 효과는 더 어마어마했다.
오그도아드는 이집트의 창세 신화에 등장하는 여덟 신으로 눈, 나우네트, 헤흐와 헤헤트, 케크와 케케트, 아몬과 아마우네트를 뜻한다.
말 그대로 세계를 창조한 신들이었다.
엔네아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집트 신화 속 아홉 신들로 아툼 혹은 라, 슈, 테프누트, 게브, 누트, 오시리스, 이시스, 세트, 네프티스였다.
이 신들은 그리스 신화로 치면 올림포스의 12주신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이것이 자신이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라며 한숨을 내쉽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자신도 함부로 쓰지 못하는 물건이니 조심해서 잘 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입니다.]최고일만 하네.
웨프와웨트가 준 신화급 스카라베는 그런 위대한 신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아이템이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그만큼 설기를 위한 자신의 마음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합니다.]“말하지 않으셔도 그런 것 같네요.”
한낱 몬스터를 위해서 신화급 아이템을 내어놓다니.
단순히 설기가 라피스 라줄리를 찾아낼 수 있는 신수 후보라서 이렇게까지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하늘을 향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설기를 소중히 여기시는군요.”
처음에는 단순히 보석을 얻을 생각으로 갱도 안에서 친구를 원했던 외로운 코볼트의 ‘친구’가 되어주었지만, 어느새 웨프와웨트도 설기를 진심으로 아끼게 된 모양이었다.
그런 내 예상이 맞았는지 웨프와웨트의 마지막 메시지가 내 눈앞에 떠올라 있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친구’를 위해서 아까울 게 뭐가 있냐며 웃습니다.]멀리서 흰색 자칼의 머리를 한 성좌가 흐뭇하게 웃는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 * *
그 시각, 뜨거운 사막으로 이루어진 이집트 성계와는 정반대로 차가운 눈으로 뒤덮인 북유럽 성계.
그곳에서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져 나왔다.
“드디어 끝났다!”
얼음 산에서 뛰쳐나온 건 다름 아닌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 발키리 스루드.
그녀의 몸은 온통 서리 거인의 피와 살점투성이였다.
“나 혼자서 서리 거인을 모두 퇴치했으니 이제 아버지도 오딘도 나를 막지 못할 거다!”
그녀가 혼자서 서리 거인의 본거지인 요툰헤임으로 쳐들어가 서리 거인들을 무찌른 이유는 놀랍게도 한 인간 때문이었다.
도연성의 식당에 줄을 서기 싫어서 성좌력을 과하게 쓴다는 게 문제였으니까.
“내 성좌력만 쓸 걸 괜히 아버지 스타 코인을 몰래 빼돌려 쓰는 바람에······.”
스루드도 전설급 성좌지만, 카인과 하데스의 성좌력에 비하기엔 인지도가 살짝 모자랐다.
그 탓에 지기 싫어서 아버지 천둥의 신 토르의 성좌력을 몰래 슬쩍했다가 걸려버린 것.
소모한 성좌력은 금세 복구할 수 있었지만, 토르는 이번 기회에 딸의 버릇을 고치겠다며 그녀를 요툰 헤임으로 보내버렸다.
혼자서 서리 거인들을 정리하라면서.
“으으, 정말 오래 걸렸어.”
같은 발키리 동료들과 함께 온 것도 아니고 혼자서 서리 거인 무리를 상대하는 건 전설급 성좌인 그녀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이 애비는 옛날에 심심하면 혼자서 싸우러 갔다. 우는소리 하지 마.’
‘아니, 그건 아빠가 토르여서 그런 거구요······.’
무려 한 달하고도 보름이 걸린 전투.
그것만으로도 대단했지만, 토르라면 하루 만에 끝날 일이었기에 자랑할 수도 없었다.
“헤헤, 그래도 이제 인간 요리사의 식당에 갈 수 있다.”
오로지 도연성의 요리를 생각하며 버텼던 고된 전투가 이제 끝났으니, 그녀는 당장이라도 하계로 내려가 ‘연성이네’에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닥친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번쩍! 우르르릉!
하늘을, 아니 세계를 찢어버릴 것 같은 섬광과 소리가 요툰헤임을 뒤흔들었다.
“으악! 아빠! 놀랐잖아요!”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번개와 함께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덩치의 사나이, 토르가 딸 스루드를 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딸, 맛있는 식당에 혼자 갈 생각이지? 슬프구나. 이 늙은 애비한테 맛있는 걸 먹여줄 효도는 생각 안 해봤니?”
“······.”
스루드는 토르의 입가에 흐르는 군침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토르는 ‘연성이네’에 갈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찬 모양이었다.
‘인간 요리사, 미안해. 세상에서 가장 받기 힘든 손님이 갈 거 같아.’
딸 천재 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