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딸 천재 토르
“마, 맛있는 거라니. 무슨 소리예요, 아빠. 호, 호호호.”
갑자기 나타난 토르의 말에 스루드가 진땀을 흘리며 말을 돌렸다.
방금까지 서리 거인들을 쓸어버리던 전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딸내미의 어설픈 모습에 토르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인간 요리사가 운영하는 식당 말이다. ‘연성이네’였지 아마? 이래도 아직 이 애비에게 모른 척할 테냐?”
“······.”
정확히 상호명까지 짚어서 말하는 토르의 모습에 스루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 아빠가 거길 어떻게 아신 거지?’
‘연성이네’가 헤르메스의 갓튜브 때문에 성좌들 사이에서 좀 유명세를 얻긴 했다.
하지만 토르는 갓튜브 따위 보지 않는 상남자, 아니 정확히는 보는 법을 모르는 옛날 성좌였다.
그래서 토르가 ‘연성이네’를 알 리가 없다고 생각한 스루드는 당황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아직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착각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토르의 성좌력까지 멋대로 소모한 벌로 요툰 헤임에 처박혀 있는 동안, ‘연성이네’의 명성이 안 퍼진 곳이 없었으니까.
아직도 갓튜브 조회수 TOP10에 들어가는 ‘프로듀스 알바 플래닛 999’와 전설급 성좌 진시황과의 배틀, 그리고 어묵 포장마차와 떡볶이 밀키트의 판매로 이제 ‘연성이네’를 모르는 성좌는 트랜드에 뒤처진 성좌로 여겨질 정도였다.
“요즘 우리 성계에서도 난리다. 그 식당에 가고 싶어서 말이지.”
“저, 정말요?”
“너도 알지? 헤임달이 그리스 여신이랑 결혼해서 낳은 딸. 그 식당 주인이 그 애를 성좌로 만들어줬다고 하더구나.”
“네? 거짓말이죠?”
일개 인간이 성좌를 탄생시킨다니 말이 된다는 소린가?
연성을 소문이 아닌 직접 자신의 영역으로 초대해 봤던 스루드이기에 그 말이 더욱더 믿기지 않았다.
그녀가 알던 연성은 조금 독특해도 인간 요리사에 불과했으니까.
과거의 연성이 지금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지 못하는 그녀였다.
그런 스루드에게 토르는 자신이 헤임달에게 들은 이야기를 모두 전해주었다.
“헤임달이 그 식당 주인에게 얼마나 고마워하던지. 조만간 자신도 그 식당을 방문해서 꼭 보답하겠다고 벼르고 있었어.”
“헤임달 아저씨가요?”
“그래. 그 소문이 퍼져서 그 식당의 인기가 지금 보통이 아니란다.”
지금 ‘연성이네’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 토르에게 들은 스루드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자신이 요툰 헤임에서 서리 거인을 썰고 있는 동안 그녀의 작은 ‘연성이네’가 너무 커져 버렸다.
“하아, 그 인간 요리사는 왜 그런 일을 해서.”
물론 헤이리스가 태어날 때부터 봐왔던 스루드는 그녀가 성좌가 된 것이 당연히 기뻤지만, 그 일을 이뤄낸 것이 하필 연성인지 한숨이 나왔다.
“나만 알고 싶었는데······.”
일명 나작맛, 나만의 작은 맛집이 유명해지자 속이 상한 스루드였다.
예전에도 카인과 하데스와 같이 순위 경쟁을 해야 할 정도로 가기 힘들었는데, 토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제는 예약을 한다고 해도 대기열이 너무 길어 언제 방문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나한테는 지인 찬스권이 있어.’
‘연성이네’의 인테리어 공사를 해줬을 때, 연성은 그녀와 카인, 하데스에게 언제든 좋으니 먹으러 와도 좋다고 했었다.
요툰 헤임에 있어서 그 찬스권을 쓸 기회가 없었지만, 이제 다시 아스가르드로 돌아가면 당장이라도 ‘연성이네’로 갈 생각이었다.
“크흠!”
앞에서 괜히 헛기침하며 딸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내는 토르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 너는 예약이랑 상관없이 바로 식당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이냐?”
“아, 아빠? 어디서 그런 소리를······?”
“하데스가 말해주더구나.”
토르나 하데스나 각자의 신화에서 최고신은 아니지만 최고신에 버금가는 지위를 가진 성좌들.
실제로 둘 다 오딘이나 제우스가 최고신의 자리에 오르기 전에 최고신이었던 적이 있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 덕에 둘은 종종 만나서 성계 간의 교류를 나누기도 했다.
“하데스 님이요?”
스루드는 하데스가 아빠 친구였다는 충격적인 사실보다 그가 지인 찬스권에 관한 걸 토르에게 말했다는 것에 더 기가 막혔다.
“아악! 그 양반은 진짜 도움이 안 돼!”
인테리어 공사할 때도 사사건건 방해하더니.
스루드가 머리를 부여잡고 씩씩대자 토르는 그런 딸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그러게, 평소에 잘하고 다녔어야지.”
“아빠는 누구 편이에요?!”
한 방 먹은 딸이 아니라 한 방 먹인 하데스의 편을 드는 토르를 보며 스루드가 기가 막힌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그러자 토르는 씨익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나한테 지인 찬스권을 주는 성좌 편.”
보아하니 토르는 하데스에게도 찬스권을 달라고 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용의주도한 하데스는 자신의 찬스권을 넘겨주는 대신, 스루드의 찬스권을 팔아먹은 모양이고.
‘안 돼. 이러다간 나는 식당에 가지도 못하고 아빠한테 양보해야 하게 될 거야.’
마음을 굳힌 스루드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애절한 표정으로 토르를 바라보았다.
“아빠아, 뜨루드는 고기 가고 시푼뎁!”
“딸. 서리 거인이랑 싸우다가 혀라도 잘렸니?”
“너무해! 다른 아빠들은 다 딸 바보라던데!”
사춘기 이후로 해본 적 없는 필살 애교가 먹히지 않자 스루드가 억울한 듯 외쳤다.
하지만 토르는 허허허허 웃을 뿐이었다.
“다른 딸들은 너처럼 서리 거인 목을 따고 다니진 않지.”
“윽.”
“그래도 이 애비는 훌륭한 전사인 네가 자랑스럽단다.”
“그럼······.”
두툼한 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토르를 보며 스루드가 다시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토르는 자타공인 딸 천재였다.
“그러니 전사답게 지인 찬스권을 두고 결투다!”
“이 망할 아빠야!!!”
스루드도 어디 가서 못 싸운다는 말은 듣지 않는 여전사 발키리였지만, 하필 상대가 아스가르드 최고의 전사, 천둥의 신 토르였다.
그리고 최고의 전사는 딸에게도 적당히 봐주지 않는 법.
그렇게 토르는 서리 거인들과의 전투 직후에 지친 딸에게 최선을 다해 싸운 결과 지인 찬스권을 양도받아 하계로 향했다.
“두고 보자, 엄마한테 이를 거야······!”
최고의 전사도 두려워하는 안방마님을 소환하겠다고 이를 가는 딸을 남겨둔 채로 말이다.
* * *
“설기야, 잘 잤어?”
“왕!”
아침에 일어나서 가게로 나오자마자 나를 보고 신나게 꼬리를 흔드는 설기.
나는 낮이라서 아기 진돗개의 모습을 하고 있는 설기를 쓰다듬어주었다.
“잠자리는 안 불편했어?”
“왕! 왕!”
내 질문에 말로 대답할 수 없기에 고개를 힘껏 끄덕이는 설기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식당 이층에 있는 내 거처는 투룸 빌라.
내 방을 제외한 창고 방을 설기의 침실로 내어주려고 했는데, 자신은 밖에서 지내는 게 더 편하다고 거부했다.
던전에서 계속 답답한 갱도에서 살았던 탓에 탁 트인 바깥이 좋다나?
그래서 옛날에 똘이가 쓰던 집을 꺼내줬더니 신나서 아기 진돗개의 모습으로 변신해 거기서 잠을 잔 설기였다.
밖에서 잘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들킬 수도 있으니 코볼트의 모습은 할 수 없었다.
그게 불편할 만도 한데, 설기는 마냥 신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지.”
“왕!”
설기 녀석은 밥 소리에 격렬하게 꼬리를 흔들며 내 품으로 점프했다.
그런 설기를 안아 들며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얘가 우리 가게에서 머무르는 가장 큰 이유가 먹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단 말이지.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네임드 몬스터가 된 설기는 예전보다 많은 마력을 필요로 했는데 살던 던전에서 브레이크로 쫓겨난 탓에 마력을 흡수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마력을 유지하려면 내 요리에 가득 담긴 마력을 먹어야 한다는 거지.
“왕!”
마력보다는 맛에 더 신이 나 보이는 것 같은 건 내 착각인가?
나는 피식 웃으며 가게 안에 설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 안으로 들어왔으니 이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도 돼.”
“왕! 돌아왔어!”
[자칼화]를 풀고 다시 원래의 코볼트 모습으로 돌아온 설기 녀석.덩치가 커지며 땅을 딛던 발이 네 발에서 두 발로 바뀌었다.
그런데 본래 모습이나 진돗개 모습이나 얼굴이 거의 똑같아서 달라진 걸 못 느끼겠네.
“아까 그대로 밥 먹어도 되는데.”
“굳이?”
“몸이 작아. 그래서 더 많이 먹을 수 있어.”
설기는 지금도 12살짜리 아이의 덩치와 비슷하지만, 아기 진돗개로 변신하면 크기가 더 작아진다.
음식의 양은 같은데 몸은 더 작아지니 이득이라고 생각한 걸까?
나는 설기의 어린아이 같은 생각에 피식 웃었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강아지한테 사람 음식 준다고 뭐라 그래. 강아지 모습이면 강아지 사료만 줄 거야.”
“사료? 그거 맛있어?”
“그, 글쎄다?”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사료가 맛있냐고 묻는 설기에게 나는 당황해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내가 사료를 먹어본 적이 있어야지.
혹시 맛이 있으려나?
아니야, 요리사가 아무리 맛을 연구해야 하는 직업이라지만, 개 사료까지 먹고 싶진 않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뭘 먹을 거야?”
“소시지 에그 정식.”
“왕?”
일명 움직이는 성 정식.
단순히 계란 프라이와 베이컨을 굽는 간단한 식단인데, 고전 애니메이션에서 너무 맛있게 요리하는 장면이 나와서 유명해진 구성이었다.
다만, 강아지에게는 염분이 많은 음식이 좋지 않아서 그나마 덜 짠 소시지로 대체할 생각이었다.
소시지도 짠 음식 아니냐고?
이 소시지는 짜지 않게 직접 만든 소시지거든.
“왕! 신기하게 생겼어!”
내가 꺼낸 하얀 소시지를 보고 설기가 신기한 듯 눈을 반짝였다.
이 소시지의 색이 하얀 이유는 고기가 아니라 어육으로 만든 어육 소시지였기 때문이었다.
“물고기 살로 만든 거야.”
“물고기?!”
재료에 대해 듣자 더 신기해하는 설기 녀석.
하긴 광산 던전에서 살아왔으니 물고기는 구경도 못 해봤겠지.
“몬스터 폴락이라고 어묵을 만들 때 쓰는 생선 살이 있어. 그걸 향신료와 적당량의 소금으로 간한 뒤, 뭉치기 좋게 밀가루를 섞어 줘.”
“왜?”
“밀가루가 들어가야 이렇게 뭉치기가 쉽거든.”
생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전분 가루나 밀가루를 최소한으로 넣는 어묵과 달리, 어육 소시지는 밀가루를 적당량 넣어줘야 모양잡기가 편하다.
“그렇게 만든 내용물을 소시지용 식용 비닐 케이싱에 꼼꼼히 채워 넣은 뒤, 한번 삶으면 완성이야.”
참고로 식용 비닐은 진짜 비닐이 아니라 먹을 수 있는 콜라겐으로 만든 콜라겐 케이싱이었다.
소시지를 만들 때 주로 사용되고 가끔 순대를 만들 때도 쓰이는 물건이었기에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자, 완성.”
나는 어육 소시지와 계란을 바삭하게 익혀 접시에 옮겼다.
그리고 전날 먹고 남은 단호박 수프와 호밀빵도 가져왔다.
아침이지만, 완벽한 브런치 메뉴네.
“얼른 먹자.”
“헥헥, 배고팠어.”
바로 접시에 주둥이를 갖다 대듯이 가까이 가져간 뒤 포크로 소시지와 계란을 흡입하는 설기 녀석을 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요리사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상대가 맛있게 먹어주는 순간이니까.
“나도 먹어볼까?”
웃음을 그대로 머금은 채 내가 수저를 드는 순간이었다.
[‘뱀을 혐오하는 목요일의 주인’이 당신에게 지인 찬스권을 사용하겠노라 선포합니다.] [‘뱀을 혐오하는 목요일의 주인’이 그 날짜는 오늘이라고 당당하게 외칩니다.]내 눈앞에 떠오르는 성좌의 메시지.
처음 보는 성좌인데 지인 찬스권을 쓴다니?
나는 당황해서 하늘을 보며 입을 열었다.
“누구?”
아니, 대체 누구시길래 저한테 이러세요?
저 아세요?
요르문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