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1
11화. 왜 장사가 잘되는 거야?
[‘독가시풀’은 [효과 : 마비]가 존재합니다.] [‘독가시풀’은 식용으로 부적합합니다.] [‘말린 펜마라토네 잎’은 [효과 : 질병 치료]가 존재합니다.] [‘말린 펜마라토네 잎’은 향신료로 적합합니다.] [‘펜마라토네 씨앗’은 향신료로 매우 적합합니다.] [‘폭렬초 열매’는 [효과 : 작열통]이 존재합니다.] [‘폭렬초 열매’는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로 적합합니다.]“으악, 매워!”
나는 불타는 것 같은 혀를 서둘러 우유로 진정시키고 [마나 번]으로 몸에 쌓인 마력을 태워버렸다.
나는 펜을 들어 채하나가 준 ‘초급 약초 도감’의 폭렬초 열매 항목 옆에 ‘겁나 매운맛’이라고 메모했다.
책에는 폭렬초 열매 기름을 무기에 발라 몬스터에게 추가 피해를 준 다거나 말린 폭렬초 열매 가루를 최루탄으로 만든다는 부연 설명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용도보다 더 쓸만한 용도가 있었다.
“휴, 이건 조금만 쓰면 고춧가루 대용으로 쓸 수 있겠네.”
정확히는 캡사이신 대용으로 말이지.
아직도 혀가 얼얼했지만, 나는 히죽 웃었다.
한국인이라면 역시 매운맛 아닌가.
후추와 고추 사이의 이 묘한 맛을 잘 이용하면 향신료로 쓰기 딱 좋을 것 같았다.
“그럼 이제 약초상에서 사 온 약초 정리는 대충 끝났나?”
약초상에서 약초를 종류별로 하나씩 쓸어온 지 10일.
마음 같아선 그날 다 먹고 정보를 정리하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섭취는 아무리 마력을 태운다고 해도 내 몸에 무리가 갈 것 같아서 자제했다.
그렇게 하루에 10개씩 섭취하고 [재료 분석]의 도움으로 맛을 정리한 결과,
“100개 중에서 요리에 쓸 수 있는 건 스무 개. 그것도 대부분 향신료가 전부네.”
나는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쩝 다셨다.
성좌 하데스의 주문은 신선한 식물로 이루어진 요리.
그런데 이것들로 요리해선 향신료 파티겠는데?
아니, 향신료 테러가 될 수도 있겠다.
캡사이신이 한국인에게나 맛있지, 매운 걸 못 먹는 외국인들에겐 테러나 마찬가지니까.
호신용 페퍼 스프레이에도 캡사이신이 들어가지 아마?
“그나마 괜찮은 건 이거네.”
[‘던전 수급초 용액’은 [효과 : 마력 감지]가 존재합니다.] [‘던전 수급초 잎’은 샐러드용으로 적합합니다.]‘초급 약초 도감’에 실린 사진을 보면 잘린 머리 풀이라는 아주 무서운 이름과 다르게 던전 수급초는 딱 보기에 둥글둥글한 양배추랑 비슷한 채소였다.
잎을 먹기 좋다는 걸로 보아 먹는 방법도 비슷하겠지.
지금은 약초상에서 용액만 가져왔지만, 채하나에게 부탁하면 온전한 던전 수급초를 받을 방법이 있지 않을까?
“내가 정리한 걸 공유하면 저쪽도 좋아하겠지.”
연금술사들이 자신들의 연구로 약초를 활용하는 방법을 열심히 알아내 왔지만, 그들 중 아무도 요리에 활용할 방법은 생각 못했을 거다.
약초를 요리용으로 쓰는 방법이 그들에게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재료 분석]이 알려주는 효과 중엔 약초 도감에 없는 내용도 있었으니 분명 도움이 될 터.
“연금술사들은 연구에 미친 사람들이 많으니까.”
채하나도 본업이 연금술사니 내 정보를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하진 않을 터였다.
– 알아낸 정보가 조금 있는데 공유해드릴까 합니다. 메일 주소 알려주시면 그리로 보내드릴게요.
라고 명함에 적혀 있는 번호로 문자를 보낸 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지금부터는 나도 본업을 해야지.”
10일간 약초를 하루에 10개씩밖에 테스트했던 이유에는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함도 있었다.
‘전장의 축복’ 덕분에 체력이 넘치는데 몸 사릴 필요가 있냐고?
모르시는 말씀.
“오늘도 벌써 대기열이 이렇게 많이 서 있네.”
나는 열지도 않은 ‘연성이네’ 가게 밖으로 길게 서 있는 줄을 보며 기쁨 반 아찔함 반의 헛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된 건 딱 일주일 전부터였다.
* * *
일주일 전,
낮에는 가게를 운영하고 밤에는 약초를 테스트하던 나는 문득 저번에 쓰고 남았던 멧돼지 고기, 그러니까 제림니르의 고기들이 떠올랐다.
“저걸 처리해야 할 텐데.”
140kg이나 되는 삼겹살은 이미 다 썼지만, 남은 무게만 700kg이 넘었다.
[최초의 칼]로 정육을 모두 마치고 나니 돼지 뼈 무게만 100kg 가까울 정도.돼지 뼈는 훗날 국물 요리를 할 수 있을까 해서 따로 버리지 않고 냉동고에 넣고, 남은 고기들도 모두 냉장고에 넣어놓았다.
그러다 보니 업소용 냉장고와 냉동고가 꽉꽉 들어차 다른 재료를 넣을 수 없을 정도.
이대로 가다간 장사가 힘들어질 상황이었다.
그때, 내 머릿속에 해결책이 번뜩 떠올랐다.
“잠깐만, 저 고기들, 마력 제거하면 먹을 수 있는 거잖아?”
마력을 제거하면 평범한 사람들도 마력 중독을 걱정하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일반 돼지고기보다 더 훌륭한 재료가 아닐까.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고기 육질, 지방과 근육 비율의 조화, 그리고 일반 돼지고기보다 더 깊고 진한 고기 맛까지.
“게다가 기생충이나 항생제 걱정할 것도 없지.”
무려 던전에서 사는 몬스터라 몸 전체에 마력이 깃들어 있기에 기생충은 절대 몬스터 몸속에 살 수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던전의 몬스터들은 오로지 스킬의 상태 이상으로만 병드니 일반 병균이나 바이러스도 몬스터에겐 효과가 없었고.
그런 고로 기생충과 병균,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사료에 넣어서 먹이는 항생제도 이 던전산 멧돼지에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이거 최고의 고긴데?”
마력을 제외하면 이보다 완벽한 고기가 있을까?
그리고 내겐 그 마력을 제거할 방법까지 있었다.
“이럴 게 아니지. 당장 해보자.”
나는 서둘러 멧돼지의 앞다릿살을 꺼내와서 조리대에 올린 뒤, [마나 번]으로 마력을 태웠다.
“잘 썰리네.”
마력을 제거한 뒤에는 [최초의 검]을 쓰지 않아도 일반 칼로도 충분히 손질할 수 있다.
손에 익은 식칼로 앞다릿살을 불고깃감으로 쓰기 위해 얇게 썰어냈다.
“역시 돼지고기는 제육볶음이지.”
나는 중국식 볶음용 냄비인 웍을 꺼내고 달구기 전에 식용유를 뿌렸다.
“먼저 대파를 기름에 볶아서 파기름을 내고.”
이래야 파 향이 깊게 배어 나오거든.
썬 대파를 화구 위에서 볶다가 파기름이 완성되자 바로 얇게 썰어둔 제림니르의 고기를 올렸다.
설탕을 살짝 올려 단맛으로 코팅해준 뒤에는 양념과 채소를 넣고 화끈하게 볶아주었다.
“폭렬초 열매 가루를 한번 넣어볼까?”
아직도 얼얼한 내 혀를 생각하면 청양고추 보다 화끈하게 매운맛을 내줄 터였다.
나는 아까 맛을 보았던 폭렬초 열매 가루를 [마나 번]으로 마력을 제거한 뒤 살짝만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맛을 입혀주기 위해 화끈하게 웍질을 하자,
화르륵!
폭렬초 열매 가루와 양념에 불이 붙으면서 환상적인 불쇼가 펼쳐졌다.
놀랍게도 폭렬초 열매 가루에 불이 붙으니 불꽃놀이처럼 무지개색 불꽃이 튀었다.
“이건 손님들 앞에서 하면 엄청 좋아하시겠는데?”
가끔은 퍼포먼스도 요리의 일부니까.
나는 폭렬초 열매 가루를 퍼포먼스용으로 사용하리라 기억해둔 뒤 웍에서 완성된 제육볶음을 접시로 옮겼다.
마무리는 깨를 솔솔 뿌려 데코해주기.
“자, 맛을 볼까?”
이름을 붙인다면 제림니르 고기로 만든 ‘폭렬(爆裂) 제육볶음’?
나는 젓가락을 들어 폭렬 제육볶음을 시식했다.
“와, 화끈하게 맛있네.”
제림니르 고기의 진한 맛과 육질에서 오는 식감, 거기다 폭렬초 열매의 화끈한 매운맛까지.
땀이 뻘뻘 날 정도로 매운맛이었지만, 계속 손이 가게 되는 마성의 요리였다.
“이거 폭렬초 열매 가루를 조절하면 맵기 조절도 쉽겠는데?
한국인은 매운맛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데다 맵부심까지 부리는 민족.
맵기 단계를 1단계에서 10단계로 설정해두면 맵잘알과 맵고수들이 알아서 도전하러 올 터였다.
“이건 먹힌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바로 다음 날, 신메뉴를 개시했다.
그리고 반응은 내 생각대로 폭발적이었다.
시작하고 나서 처음에는 단골들만 폭렬 제육볶음을 주문했지만, 입소문이 점점 나기 시작하면서 매일 손님이 늘기 시작하더니,
“아니 이렇게 장사가 잘될 줄 몰랐지.”
이젠 가게 오픈 전에 웨이팅이 50명이 넘을 정도였다.
3대 동안 맛을 잃지 않고 장사해온 우리 ‘연성이네’는 원래도 잘 나가는 식당이긴 했다.
그런데 지금은 차원이 달랐다.
하루에 모든 메뉴 합쳐서 60접시가 나갔었는데, 이제는 하루에 다른 요리를 제외하고 폭렬 제육볶음만 50접시가 나갈 정도였으니까.
그것도 하루 50접시 한정을 걸어놔서 그만큼이었지, 아니면 하루에도 100접시는 거뜬히 나갈 기세였다.
“언제 다 쓰나 했는데 이제는 제림니르 고기가 모자랄까 봐 걱정될 정도네.”
냉장고와 냉동고를 꽉 채웠던 고기가 빠르게 줄고 있었다.
150kg가 넘었던 앞다릿살은 이미 반도 안 남았다.
다 쓰면 뒷다릿살로도 제육볶음을 만들 수 있지만, 계속 이대로 가다간 고기가 부족해서 폭렬 제육볶음을 조만간 메뉴판에서 내려야 할 정도.
그런데 모든 이가 이 사태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저승의 왕이 아내에게 줄 요리는 언제 되는 거냐고 근엄하게 묻습니다.]그 대단한 하데스라도 음식이 늦게 나오면 재촉하는구나.
하지만 재료가 있어야 요리를 하지.
나는 작은 목소리로 하늘을 향해 중얼거렸다.
“재료 구할 방법을 찾고 있으니깐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마 내 예상이 맞다면 슬슬 연락이 올 것 같은데.
따르릉-
“네, 연성이네입니다.”
가게 전화가 울리자마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귀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수화기 건너편의 목소리는,
– 도연성 씨, 이,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알아내셨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보낸 정보를 묻는 채하나.
음? 그런데 내가 이름을 가르쳐준 적이 있었나?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곧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도움이 된 모양이네요?”
– 도움이라뇨! 이건 세기의 발견이에요! 검증만 된다면 당장 연구 결과를 발표해서······.
이크, 도움이 아주 많이 된 모양이었다.
평소에는 조용조용하더니 흥분하면 말이 많아지네. 너드 타입인가?
나는 따발총처럼 귀를 때리는 채하나의 목소리를 피해서 잠시 수화기를 뗀 다음, 목소리가 좀 잦아들었을 때 다시 귀에다 가져다 댔다.
“저도 그 정보들로 채하나 씨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긴 한데, 제가 지금 몹시 바빠서요.”
거짓말이 아니다.
지금 연성이네는 ‘폭렬 제육볶음’의 인기로 전쟁통을 방불케 하고 있으니까.
시끄러운 가게의 소음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고 있었기에 따로 변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 그럼 언제가 편하세요? 제가 그때 찾아갈게요.
우리 가게를 아나?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하곤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말고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죠. 그러면 저도 채하나 씨를 위해 시간을 좀 내볼 테니까요.”
– ······.
내 말에 잠시 수화기 건너편이 조용하다.
그럴 법도 하지. 이야기 좀 하자는데 부탁까지 들어줘야 하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그것도 자기가 전문가인 분야에 관한 내용을 문외한인 사람에게 설명을 들으려고 매달리는 꼴이니까.
하지만 나는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꼭 받아내야 하거든.
[보이지 않는 저승의 왕이 당신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봅니다.]안 그러면 저 무서운 저승의 신이 날 자기 집으로 데려갈지도 몰라.
나는 여전히 말이 없는 스마트폰에 대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고, 손님이 기다리시네. 전화 끊어도 될까요? 지금 주문이 밀려서요.”
– ······알겠어요. 무슨 부탁이에요?
결국,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채하나가 두 손을 들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내 조건을 말했다.
“던전 수급초랑 이것들, 신선한 상태로 구해다 주실 수 있습니까?”
나는 약초 정리를 하면서 눈여겨봤던 약초, 아니 이제는 채소로 쓰일 목록을 불러주었다.
포인트는 ‘신선함’이었다.
말린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 순 없으니까.
– 그 정도면 구할 수 있어요.
“그럼 그걸 구해다 주시면 제가 시간을 내는 걸로 하죠. 딜?”
– ······딜.
여전히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지만, 채하나는 순순히 거래를 받아들이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약속한 대로 다음 날 아침, 가게 앞으로 내가 부탁한 약초, 아니 채소들을 보내왔다.
[보이지 않는 저승의 왕이 당신의 수완에 고개를 끄덕입니다.]“제가 식당 장사만 10년째입니다. 이런 거엔 도가 텄죠.”
식자재를 더 싸고 더 좋은 제품으로 공급받으려면 가게 사장님들과 밀당이 중요하거든.
이번엔 그 대상이 채소 가게가 아니라 약초상을 운영하는 연금술사가 된 거였다는 게 다른 점이었지만.
나는 씨익 웃으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럼 영업하기 전에 빨리 만들어 볼까요?”
이제 저승의 여왕 폐하를 위해서 요리를 할 시간이었다.
요리사의 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