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만나서 반가워
“성좌가 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놀라서 떨리는 목소리로 시프에게 물었다.
그러자 시프는 사색이 된 내 표정을 보곤 의아해하며 물었다.
“성좌가 되고 싶지 않나요?”
“솔직히 말하면, 예. 달갑지 않습니다.”
사실 나보고 성좌가 되는 기회를 주겠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내 성좌력, 즉 스타 코인이 너무 쌓일 것을 우려해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나를 성좌로 만들 생각을 한 적이 있었으니까.
나는 그때 인간으로서 ‘연성이네’를 계속 운영하고 싶다는 이유로 그 제안을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또?
“당장 성좌가 된다는 건 아니에요. 그저 언젠간 될 수 있다는 길이 열린 것뿐이에요.”
“그뿐입니까?”
“네. 그러니 안심해요. 권속 중에서 성좌가 되기 위해 수천 년을 노력해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이들이 넘쳐나요.”
내 설명을 들은 시프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놀란 나를 안정시켰다.
“성좌가 되는 건 그만큼 원하고 노력해도 되기 힘든 건데,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가 성좌가 될 확률이 얼마나 높을까요?”
시프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당장 우리 가게의 직원 미야가 그렇지 않은가.
다시 성좌로 돌아가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지만, 쉽게 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을 수 있었다.
“휴, 다행이네요. 제가 딱히 노력하지 않으면 성좌가 될 일은 없을 테니까요.”
“글쎄 그럴까요?”
“네?”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오호호.”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설명을 끝마친 시프는 옆의 스루드를 힐끔 보았다.
“권속이라면 모자라지만, 언젠가 성좌가 된다면 이 아이랑 어울릴지도······?”
“엄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인간 요리사, 듣지 마라. 우리 엄마는 헛소리를 잘해!”
“어머,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나는 도통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정리하자면, 내가 권속급이 아니라 온전한 권속이 되었고 그 때문에 앞으로 성좌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거겠지?
“허, 허허······.”
연준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 형이 성좌가 되면 꼭 후원해 주마.
공물은 ‘형님, 존경합니다.’를 A4 용지에 깜지로 써서 바치게 할 테다.
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사이 토르 일가는 가게를 떠날 준비를 마친 모양이었다.
“잘 먹었다, 인간 요리사. 우리는 이제 돌아가 보도록 하마.”
“정말 즐거운 식사였어요. 오랜만에 내려온 미드가르드도 재밌었구요.”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먹는 사람이 즐거운 요리를 만들었으니 나는 만족이었다.
나는 토르와 시프 부부를 향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했다.
그러곤 옆에서 함께 떠날 준비를 하는 스루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스루드 님은 잠시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나한테?”
곧 있으면 동도 트고 머무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의아해하는 스루드가 나를 보며 되물었다.
“네. 스루드 님이 아니면 안 됩니다.”
“어머. 성격이 급하네. 호호호 그럴 수도 있지.”
무슨 오해를 한 건지, 시프의 눈이 가늘어지며 둥글게 휘었지만, 정말 이건 스루드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었다.
스루드는 당황해하며 그런 시프의 등을 떠밀어 ‘신야식당’ 밖으로 내몰았다.
“엄마,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얼른 돌아가세요.”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려무나.”
“나는 허락 못 한다! 나보다 강해야 해!”
“아빠는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그렇게 간신히 시프와 토르를 ‘신야식당’ 밖으로 내보낸 스루드가 흥분해서 그런 건지 당황해서 그런 건지 모를 이유로 얼굴을 붉힌 채 내게 물었다.
“인간 요리사,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래?”
“스루드 님에게 꼭 만나게 해주고픈 사람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나는 그 말을 하곤 시계를 보았다.
오기로 한 사람과 미리 약속한 시간이 딱 되어 있었다.
“그러면 길지는 않지만 즐거운 시간 되시길. 에녹 씨, 우리는 자리를 비워주죠.”
“네, 사장님.”
나는 에녹을 데리고 어리둥절해 하는 스루드만 남겨두곤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때, ‘신야식당’이 아닌 ‘연성이네’ 정문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보였다.
“사장님, 아직 격리 기간이라서 막 왔다 갔다가 하면 안 되는 건 아시죠? 삼천 길드 이름이 아니었으면 저도 오기 힘들었어요.”
잔소리를 하면서 내가 다가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윤진하.
내가 그런 윤진하를 보며 말없이 웃자, 윤진하가 입을 삐죽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거기다 이 야심한 새벽에 부르시다니, 무슨 일이에요? 이렇게 왔으니 맛있는 거 해주셔야 해요?”
“맛있는 건 다음에 해드릴게요.”
“네? 먹을 것도 없는 거예요?”
“들어가 보면 알 겁니다.”
나는 그 이유를 대답해주는 대신 가게 안을 가리켰다.
그러자 윤진하는 의아해하며 나를 지나쳐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 누구세요?”
“인간 요리사, 이런 깜짝 선물을 준비하다니. 이래서야 내가 더 고마워지잖아.”
그러자 그녀를 확인한 스루드의 따뜻해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이렇게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구나. 만나서 반가워. 나는 스루드라고 한단다.”
“······네? 누구요?”
“네가 잘 아는 이름으로는 ‘전장을 누비는 힘의 처녀’라고 부르지.”
“서, 설마 성좌님?!”
나는 가게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나머지는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성좌에게 맡겨야지.”
성좌와 성좌가 후원하는 헌터의 만남.
지구와 성좌의 세계를 잇는 우리 가게가 아니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겠지.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네.
* * *
잠시 토르가 오기 전, 아니,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평범하게 영업을 하던 날.
“에녹 오빠, 저희 또 왔어요.”
에녹의 팬으로 보이는 여성 손님들이 눈을 반짝이면서 식당으로 들어섰다.
에녹도 그 손님들의 얼굴을 기억하는지 익숙하게 그들을 맞았다.
“오늘도 오셨네요. 이러면 이번 주만 일곱 번째십니다.”
“퇴근하면 회사 근처에는 오기도 싫었는데, 저희 에녹 오빠 보려고 주말에도 오잖아요.”
“감사합니다.”
“꺄아아!”
에녹이 미소를 지으며 감사 인사를 하자 주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비명을 지르는 손님들.
가게에서 일하는 에녹에게 민폐를 끼쳐선 안 된다며, 이렇게 작게 비명을 지르는 법을 연습했다나?
“에녹 오빠 오늘도 너무 멋져요.”
“이쪽으로 오시죠.”
팬들의 애정 어린 칭찬을 가볍게 넘기며 자리로 안내하는 에녹은 프로 웨이터, 그 자체였다.
“주문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오뎅 전골로 할게요. 우동 사리도 추가해 주시구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 천천히 가져다주셔도 돼요.”
“맞아요. 그래야 오빠 오래 보죠.”
기다리는 동안 에녹 얼굴을 보는 게 더 좋으니 천천히 가져다줘도 된다는 손님들의 대답에 에녹이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작게 비명 지르는 것 외에도 에녹의 팬클럽에서 지령이 내려왔다고 한다.
가게에 방해되지 않게 에녹과 대화하는 건 식사를 주문할 때와 계산할 때만.
그리고 먹을 때는 오로지 요리에만 집중할 것.
“요리가 맛있으니깐 먹을 때 에녹 오빠를 보려고 해도 눈이 요리에서 안 돌아가더라.”
“그러니까. 먹을 때는 에녹 오빠가 옆에서 말 걸어도 밥만 먹을 듯.”
그러니 오히려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득이라나?
······그나저나 팬클럽이 생기다니. 에녹 씨,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서운 매력의 남자였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들어온 주문을 받아 요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손님들이 밥을 다 먹어갈 때, 에녹을 불러서 살짝 서비스하기로 했다.
“에녹 씨, 이거 팬들한테 가져다드려요.”
“사장님, 이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미야가 만든 꿀타래, ‘여신의 은실’을 하나씩 챙겨준 나를 보며 에녹이 쓴 웃음을 지었다.
물론 나는 사양하는 에녹에게 억지로 디저트를 넘겼지만.
“에녹 씨 팬이기도 하지만, 일주일에 7번씩 오는 단골손님인데 이 정도는 챙겨드려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니나 다를까, 에녹이 디저트를 가지고 가자 손님들이 주특기인 작게 비명을 지르면서 기뻐하는 게 보였다.
그래, 요리가 뭐 있어? 손님이 기뻐하면 그게 요리지.
물론 저 손님들이 좋아하는 건 ‘디저트를 가져다준 에녹’이지만.
“혹시 방송해볼 생각 없으십니까? 이런 알바보다 훨씬 돈을 잘 벌 겁니다.”
물론 매너가 좋은 팬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에녹의 잘생김이 소문이 나자 방송가와 엔터사에서 그를 섭외하려고 찾아오기 시작했거든.
“몇 번을 말하지만, 저는 다른 일을 할 생각 없습니다. 식사하러 오신 거면 식사만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니 말이라도 좀······.”
“이 이상 영업 방해를 하실 거면 나가주십시오.”
“······윽!”
저런 쯧쯧쯧.
나는 에녹에게 흘러나온 기세에 겁을 먹고 도망치는 엔터사 캐스팅 직원을 보며 혀를 찼다.
무려 최초의 흡혈귀이자 카인의 아들인 에녹이었다.
흡혈귀의 진조가 뿜어내는 기세를 평범한 인간이 받아낼 리 만무.
그러게 왜 가만히 있는 에녹을 건드려.
“사장님, 에녹 씨는 대체 정체가 뭡니까?”
오픈 키친 바 좌석에 앉아 있던 다른 엔터사 직원이 내게 물었다.
이쪽은 그나마 예의 있는 편으로 에녹을 귀찮게 하지 않고 식당에 자주 와서 얼굴도장을 찍는다는 전략을 세운 사람이었다.
거기다 내 요리를 좋아해 주니 에녹도 쫓아내지 않았고 말이다.
“에녹 씨요? 저희 식당 직원이죠.”
“그거 말구요. 암만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나는 그에게 요리를 건네주며 웃음을 터뜨렸다.
에녹의 정체를 말해주면 그거,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나는 그를 살짝 놀릴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에녹 씨가 한국 사람이 아닌 건 아시죠?”
“당연하죠. 누가 봐도 헐리우드 배우 같은 외몬데요.”
“사실 에녹 씨는 외국에서 한 도시의 수장을 하던 사람이에요.”
거짓말은 안 했다.
카인이 세운 도시 ‘에녹’은 에녹의 이름을 따서 만든 도시니까.
에녹이 실질적으로 세우고 다스리기까지 했으니, 그가 주인인 거나 마찬가지지.
그런 내 말에 직원이 입을 쩍 벌렸다.
“서, 설마, 군벌 헌터 출신인가요······?”
군벌 헌터.
게이트 사태를 제대로 막지 못한 해외의 국가 중에서는 망한 곳도 꽤 있었다.
국가 대신에 도시 하나를 점거하고 왕처럼 군림하는 헌터 세력도 있었고.
엔터 직원은 에녹을 그런 군벌 헌터 출신으로 오해한 모양이었다.
나는 딱히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였고 말이다.
“아무튼, 에녹 씨가 돈 때문에 여길 관두고 방송할 생각은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뭐, 증혈 효과가 있는 미역부각을 준다면 고민할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그것도 나만 만들 수 있으니 에녹 씨가 직업을 옮길 일은 없겠네.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히죽 웃고 있을 때, 엔터사 직원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위에다가는 힘들 것 같다고 해야겠네요.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어요.”
“저런, 유감입니다.”
“그래도 맛있는 밥을 먹었으니 그게 남는 거 아닐까요?”
엔터사 직원은 그러면서 밥 한 공기를 추가 주문했다.
맞지. 맛있게 먹으면 그게 남는 거지.
배부르게 먹은 직원은 연신 아쉬운 눈으로 에녹을 보다가 가게를 떠났다.
“스크린에 세우면 진짜 대박일 텐데······.”
나도 살짝 궁금해지긴 하네.
에녹의 저 미모로 영화나 광고를 찍으면 얼마나 대단할까?
그래서 나는 엔터사 직원이 돌아간 뒤에, 에녹을 몰래 불렀다.
“에녹 씨.”
“네, 사장님.”
의아해하며 다가온 에녹에게 나는 조용히 말했다.
“저녁 장사 안 하는 날에는 에녹 씨 자유 시간이니 다른 일을 해도 괜찮아요.”
“다른 일 말입니까?”
에녹은 내가 무슨 생각으로 말하는지 알겠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보통 ‘신야식당’이 없는 날에는······.”
“아, 맞다. 카인 님한테 가시죠?”
에녹은 종종 내가 한 요리를 가지고 봉인된 카인의 영역으로 건너갔다.
내 식당이 아닌 곳에서는 여전히 고기만 먹을 수 있는 카인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해주는 여러 요리는 즐겁게 먹고 있는 듯했다.
가끔 아벨이 놀러 와서 요리를 두고 또 싸운다고 했던가?
역시 형제는 싸우기 위해 태어난 거지.
남자 형제 사이에 영원한 우애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낮에 모자란 잠을 밤에 보충해야 합니다.”
“앗, 그건 제가 죄송합니다······.”
원래는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해야 하는 흡혈귀였지만, 나 때문에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역전된 생활을 하고 있는 에녹이었다.
그러니 더 권하는 것도 민망해졌다.
“그래도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얼마든지요.”
에녹이 다른 곳에서 활약하는 모습도 나름 기대되네.
하지만 나는 몰랐다.
그 기회가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왔다는 걸 말이다.
* * *
토르가 다녀가고 사흘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에녹이 난처한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저기, 사장님.”
“네? 에녹 씨 무슨 일이에요?”
“저, 광고를 찍게 되었습니다만······.”
에녹이 내민 건, 놀랍게도 유명 식품회사의 냉면 광고 기획안이었다.
“에녹 씨가 광고를요? 별로 내키지 않아 했잖아요.”
“그게, 거절하려고 했는데······.”
에녹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와 숙부께서 하라고 시키셨습니다.”
“네?”
“하계의 영상에 제 얼굴이 남는 것도 나름대로 추억 아니겠냐면서······.”
카인, 아벨, 이 양반들아!
얌전히 반성이나 하고 있을 것이지!
못난 아버지와 삼촌을 둬서 고생하게 된 에녹을 보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침 가게가 쉬고 있으니 제가 따라가 드릴게요.”
예상치 못한 에녹의 광고 데뷔, 그리고 나는 거기에 일일 매니저로 따라가게 되었다.
당신을 캐스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