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마스터, 죽일까요?
“뭐야? 왜 촬영 현장에 개새끼가 돌아다녀?”
“디, 디렉터 님!”
황준우의 상사로 보이는 사람이 오만상을 쓰고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사람이 네가 캐스팅한 사람이야? 생긴 건 반반하게 잘 생겼네.”
에녹을 위아래로 훑으며 띠거운 표정으로 평가하는 캐스팅 디렉터.
기분이 나쁜 인간이네.
에녹의 표정을 슬쩍 살폈는데, 정작 당사자는 ‘어디서 개미가 더듬이를 움직이네.’라는 표정으로 관심이 없었다.
하긴, 권속이라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에게 평범한 인간은 개미처럼 보일 테니까.
“근데 그래도 촬영 현장에 개를 데리고 오는 건 선 넘었지. 여기가 애견 카페인 줄 알아? 당신들 놀이터야?”
“디렉터 님 자, 잠시만요!”
“시끄러워! 넌 어디서 이런 기본도 안 된 인간들을 데려왔어? 당장 꺼지라고 해!”
나와 내가 안고 있는 설기를 보며 삿대질하는 캐스팅 디렉터를 황준우가 황급히 말리려고 했다.
군벌 헌터 앞에서 고함을 치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했겠지.
에이, 그거 오해라니까.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돌아가면 그만인데.
하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인 모양이었다.
“하등하기 짝이 없는 입을 멋대로 놀리는구나.”
“뭐?”
“감히 사장님께 건방지게 지껄인 말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아, 이거 에녹이 굉장히 화가 났나 보네.
본인이 무시당하는 건 신경도 안 쓰지만, 내가 무시당하는 건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 같잖네, 진짜.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사장님. 처리해도 됩니까?”
캐스팅 디렉터나 황준우는 둔한 편이라서 느끼지 못하는 모양인데, 지금 에녹한테서 살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거든?
당신들 이대로 가다간 죽어!
내가 황급히 에녹을 말리려고 할 때였다.
“어머, 강아지 귀엽다. 얘 이름이 뭐예요?”
깨끗하고 청량한 목소리가 우리 옆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캐스팅 디렉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고, 공주하 씨?”
“얘 너무 귀여운데, 안아봐도 되나요?”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은 여배우가 설기를 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름이 뭐예요?”
“설기라고 합니다.”
“헥헥.”
살벌한 분위기에 꼬리를 축 내리고 있던 설기 녀석이 공주하를 보고 꼬리를 뱅뱅 돌리기 시작했다.
녀석, 예쁜 건 알아보네.
그런 설기의 모습을 귀여워 죽겠다는 듯 공주하가 비명을 질렀다.
“꺅. 너무 귀여워요. 안아봐도 될까요?”
“그럼요.”
정중히 내게 부탁하는 걸 보니 저 캐스팅 디렉터와 달리 인성은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설기를 넘겼다.
“어머, 어머, 넌 어쩜 이리 예쁘니?”
“왕!”
설기 녀석도 공주하의 품이 좋은지 신이 나서 짖었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이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쪽으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주하 씨, 웬 개야? 주하 씨 강아진가?”
“아뇨, 저 고양이 집사잖아요. 여기서 만난 강아지예요.”
놀랍게도 말을 건 사람은 오늘 광고를 찍는 감독인 모양.
감독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면도하지 않아 지저분한 수염을 긁적였다.
“곤란한데. 음식 광고 촬영 현장에 강아지가 있는 건 보기 안 좋아.”
설기를 데려온 건 나였지만, 감독의 말도 이해는 갔다.
나도 정작 식당 안에는 설기를 들여놓지 않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설기를 어디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광고를 포기할 수밖에.
“에녹 씨, 돌아가죠. 설기랑 같이 있긴 힘든가 봅니다.”
“네, 사장님.”
당장이라도 캐스팅 디렉터의 목에 이빨을 박아넣고 전신의 피를 빨아들일 기세였던 에녹은 순식간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에녹의 신분과 정체를 생각하면 이 일대가 한 줌 핏물이 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 우리의 대화를 들은 황준우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에녹 씨 자, 잠깐만요.”
“잠깐은 무슨. 얼른 대타 구할 준비나 해!”
그런 황준우를 윽박지르는 캐스팅 디렉터.
에휴, 돌아가자.
아마 카인과 아벨도 에녹이 이런 취급 받으면서까지 광고를 찍길 원하진 않겠지.
그렇게 우리가 돌아갈 준비를 하자, 이번에 나선 건 공주하였다.
“감독님. 이 강아지도 같이 촬영하면 어때요?”
“강아지를? 주하 씨, 이건 식품 광고야. 동물이 나오는 건 좀 그래.”
S급 배우 공주하의 요청에 감독도 단박에 거절하진 못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상 거절이라고 봐야지.
하지만 공주하는 포기하지 않았다.
“에이, 요즘에는 반려견이랑 같이 찍는 광고가 얼마나 많은데요. 1인 1반려동물 시대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귀족집 아가씨에게 충직한 강아지가 한 마리쯤 있는 게 더 컨셉에 어울리지 않겠어요?”
충직하다기엔 설기의 모습은 귀염뽀짝한 아기 진돗개였지만, 감독은 의외로 그런 공주하의 말에 슬쩍 넘어가는 듯했다.
“확실히 나쁘진 않아. 광고에는 3B 법칙도 있으니까.”
Beauty, Beast, Baby.
미녀와 귀여운 동물, 그리고 아기가 나오는 광고는 호감을 잘 산다는 이야기가 있다.
미녀는 당연히 공주하고, 귀여운 동물이자 아기는 설기에게 해당했으니 고민할 법도 하네.
“정말 저 강아지를 쓰실 겁니까?”
“역시 좀 그렇지?”
그러자 캐스팅 디렉터가 인상을 찌푸리며 감독에게 묻자, 감독도 다시 흔들리는 모양이었다.
감독은 짧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나야 광고주가 원하는 대로 찍는 을이라서,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네. 광고주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
“아쉽다. 같이 찍고 싶었는데······.”
진심으로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다시 설기를 건네는 공주하.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설기를 돌려받을 때였다.
“광고주 불렀어요?”
내게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가 옆에서 튀어나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본 감독과 캐스팅 디렉터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언제 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그러나 정작 그 주인은 두 사람에겐 관심도 가지지 않고 내 쪽을 바라보았다.
“어? 사장님? 에녹 오빠도 와 있었네요?”
“은채 씨?”
놀랍게도 목소리의 주인은 우리 식당 단골인 천은채였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광고 제품이 삼천 그룹 거라고 했지?
삼천 그룹 회장의 손녀인 그녀가 광고주 입장으로 있는 게 이상하진 않네.
반면, 다른 사람들은 하늘 같은 광고주와 광고 모델과 매니저가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에 놀라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할아버지가 불렀어요?”
“아뇨, 오늘은 그분이랑은 관계없는 일이에요. 아, 물론 오기 전에 전화는 드렸지만요.”
“그렇구나. 안 그래도 할아버지가 이리로 가보라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사장님이랑 말 상대하라고 보내셨나 봐요.”
천은채는 국밥 할아버지와 나와의 사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하긴 우리 아버지 기념관도 삼천 그룹에서 지은 거니 모를 리가 없지.
내가 그렇게 천은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주변 사람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감독님. 천은채 씨가 삼천 그룹 재벌 3세 맞죠?”
“그래. 방계도 아니고 직계 친손녀야.”
“그, 그러면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 할아버지가······.”
“······삼천 그룹 천재호 회장님.”
꿀꺽.
감독과 캐스팅 디렉터의 목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내 귀에 요란하게 들렸다.
“저 사람, 방금 천 회장 님과 통화했다고 하지 않았어?”
“저도 드, 들었습니다.”
“천 회장님과 통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해?”
“그게······.”
아마 별로 없겠지.
무려 삼천 그룹 회장이니까.
나야 뭐 어릴 적부터 국밥 할아버지를 봐왔으니 오히려 저렇게 당황하는 게 익숙하지가 않았다.
“자, 자네 저분께 무례하게 군 거 없지?”
“······망했다.”
“너, 무슨 일을 한 거야!”
방금까지 나와 에녹, 설기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캐스팅 디렉터의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가 빨갛게 달아올랐다가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저런, 저러다 심장마비 오겠네.
천은채는 그런 캐스팅 디렉터를 보곤 눈을 가늘게 떴다.
“우리 회장님 지인이건 아니건 사람한테 막 대하는 사람이랑은 일 안 해요. 헌드레드 엔터였죠? 당장 나가요.”
“자, 잠시만요!”
“가드 부를까요?”
삼천 그룹의 가드는 전원 헌터들.
잘 못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
캐스팅 디렉터는 나와 천은채, 그리고 가드들의 눈치를 보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갔다.
황준우 역시 눈치를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고 나와 에녹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 상사가 무례를 범했는데 부하 직원이라고 제가 말리지도 못했네요. 여러분을 여기까지 모신 사람으로서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사과하는 황준우를 보며 나는 얼른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황준우 씨가 잘못한 건 없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사과하지 마세요.”
“휴우, 이럴 땐 정말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지네요.”
하긴, 나 같아도 저런 상사 밑에서 일하려면 때려치우고 싶어지겠다.
하지만 자영업자인 데다 사장인 내가 섣불리 위로하기도 뭐하고.
내가 할 말을 찾고 있을 때였다.
“그럼 때려치우고 여기로 오세요.”
“······네?”
놀랍게도 천은채가 황준우한테 명함을 건네는 게 아닌가?
그 명함에는 트리플 사우전드 엔터테인먼트라고 적혀 있었다.
“이번에 제가 엔터사를 하나 세웠거든요.”
“삼천 그룹이 엔터사를요? 그런 곳에 저를 스카웃하신다구요?”
자신의 말에 기겁하는 황준우를 보며 천은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매일 꼬셨는데도 안 넘어왔던 에녹 오빠를 데려온 것만 봐도 능력이 대단해 보여요. 그런 인재는 내 것으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거든요.”
“가, 감사합니다!”
역시 어려도 재벌 3세는 재벌 3세구나.
엄밀히 말하자면 황준우의 능력이 아니라 카인과 아벨의 압박이 에녹에게 광고를 찍게 만들었지만,
“준우 씨가 일은 잘하더라고요.”
“와, 우리 사장님이 추천해주는 사람이라면 더 믿고 고용해야겠네요.”
“믿고 고용하셔도 될 겁니다.”
나는 황준우의 등에 날개를 달아주기로 했다.
계약부터 사소한 디테일까지, 거짓 하나 말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나와 에녹에게 설명해줬던 사람이었다.
저런 사람이야말로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해야겠지.
그런 내 배려에 황준우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사장님······.”
“자, 오늘은 헌드레드 엔터랑 계약이 끝났으니 일단은 돌아가시고 회사 정리하고 이직 준비하세요.”
“아닙니다. 헌드레드 소속이 아니라 개인으로 에녹 씨의 촬영을 돕겠습니다.”
이것 봐.
자신이 데려온 에녹의 촬영을 돕겠다고 끝까지 남아 있잖아.
요즘에 보기 드문 책임감이었다.
천은채도 그런 황준우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러도록 해요. 감독님, 촬영 계속해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옆에서 얼떨떨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감독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은채는 거기까지 말하곤 공주하를 보며 슬쩍 웃었다.
“전 아까 공주하 씨가 말한 아이디어 좋더라고요. 광고주로서는 찬성입니다.”
“어머, 천 대표님의 안목을 만족시켰다니, 영광이에요.”
공주하가 우아하게 웃으며 천은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뭔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어 에녹뿐만 아니라 설기도 광고를 찍게 되었지만, 잘 풀렸으니 다행인 거지?
“아쉽군. 그 인간 말종의 심장을 씹어먹고 싶었건만.”
······우리 에녹이 중2병에 걸렸어요.
내 젠틀한 에녹을 돌려줘!
공주와 독버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