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고유 영역
그동안 [요리사]에서 [성좌의 요리사]로, [성좌의 마스터셰프]로 클래스가 진화하면서 달라진 점이 몇 가지가 있었다.
[요리사]일 때는 단순히 던전산 재료로 요리가 가능하다는 능력밖에 없었지만, [성좌의 요리사]가 되면서 특수효과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그리고 [신야식당]이라는 특수 스킬을 얻게 되었고.
이번에 [성좌의 마스터셰프]가 되면서 새로 얻은 스킬은 두 가지.
미야를 수 셰프로 임명할 수 있었던 [셰프 임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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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 [주방의 절대자]
– 사장님 마음대로! 손님은 왕이 아니다!
– 특정 공간에서 완벽한 아성을 쌓은 존재에게 주어지는 고유 영역의 절대 관리 능력.
– 특별한 조건이 충족되는 곳을 자신의 고유 영역으로 삼는다.
– 자신의 고유 영역 안에서라면 그 어떤 존재라도 주인에게 거스르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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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연성이네’를 내 영역으로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스킬, [주방의 절대자]였다.
처음으로 [성좌의 마스터셰프]로 클래스가 진화하고 이 스킬을 발견했을 때는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헤르메스에게 문의한 결과,
‘그거 성좌의 영역 직전 단계야.’
‘네?’
‘네 영역을 만들 수 있는 스킬이라고.’
라는 대답을 받았다.
헤르메스의 설명에 의하면, 성좌가 될 가능성이 있는 권속들은 자신만의 고유 영역을 만들 수 있는 스킬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건 우리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에녹 씨도 가지고 있나요?’
‘도시 에녹이 제 고유 영역입니다.’
에녹이 자신의 도시 ‘에녹’에서 시장이자 왕이자 절대자인 것처럼, 그 안에서는 그 스킬의 시전자가 절대자가 되는 무시무시한 스킬이 바로 고유 영역이었다.
“제게도 고유 영역이 있어요.”
“그런가요?”
내 설명을 들은 미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두막이 바로 제 고유 영역이에요.”
에녹의 고유 영역과 비교하면 그 크기가 초라해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미야의 설명에 따르면 미야의 오두막 안은 겉과 달리 안이 더 넓다고 한다니까.
나는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미야는 성좌의 영역과 고유 영역을 모두 가져봤겠군요?”
“네. 저도 한때는 성좌였으니까요.”
미야는 그렇게 말하며 두 영역의 차이를, 아니 아공간까지 포함해서 세 영역의 차이를 설명해주었다.
“아공간이 스킬이나 크리스털로 특수한 공간을 창조해내는 거라면, 고유 영역은 이미 실존한 공간을 자신의 영역으로 선포하는 거예요.”
간단하게 설명해서 아공간이 주인 없는 집을 만들어내는 거라면, 고유 영역은 이미 있는 집을 자신의 소유로 선포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래서 아공간이나 변질된 아공간, 즉 던전이 몬스터나 헌터들이 들락날락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주인이 있는 고유 영역은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이 된다고 한다.
“성좌의 영역은 이 둘을 합친 것과 마찬가지죠. 새롭게 창조된 공간에 주인까지 있는 거니까요.”
모든 성좌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공간을 자신의 소유로 선포해서 산다고 한다.
내가 초대되었던 카인이나 스루드, 하데스의 영역이 모두 그들에게 맞춰진 공간이었던 걸 떠올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내가 ‘연성이네’를 내 고유 영역으로 선포할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제가 여길 고유 영역으로 선포하면 신화급 성좌라고 해도 함부로 날뛰지 못하는 게 맞죠?”
“네. 권속이라도 고유 영역은 그 존재만의 것이니까요.”
물론 신화급 성좌가 무리한다면 내 고유 영역 안에서도 깽판을 부릴 수 있겠지만, 그래서야 성좌력의 소모가 너무 크다.
권속 하나 혼내주겠다고 성좌력을 소모하는 건 가성비가 맞지 않거든.
즉, ‘연성이네’를 내 고유 영역으로 만들어 놓으면 세 여신이라고 할지라도 진상을 피우는 일은 어렵다는 거다.
“말 그대로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거죠.”
“하지만 마스터, 고유 영역에는 충족시켜야 하는 특별한 조건이 있어요.”
조건이 맞춰지지 않으면 고유 영역이 작동되지 않는다.
이것이 성좌의 영역과 고유 영역의 차이라고 미야가 설명했다.
“성좌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역이 존재하는 이유가 되지만, 고유 영역은 조건을 달성해야 존재할 수 있어요.”
“에녹 씨도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에녹의 고유 영역, 도시 ‘에녹’은 오로지 카인의 후손들이 만들고 거주해야만 그의 영역으로 작동된다고 한다.
미야의 고유 영역인 ‘다리 달린 오두막’은 방문하는 사람의 선악에 따라 선물을 주거나 벌을 주어야만 고유 영역으로 유지된다는 동화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역의 주인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는 거군요.”
“마스터의 조건은 뭔가요?”
“역시 요리와 관련된 조건이었습니다.”
내가 고유 영역을 펼칠 수 있는 특별한 조건은 바로,
“식당에 온 손님들이 내가 한 음식을 한 입이라도 먹고 만족하는 순간, 고유 공간이 작동된다고 하네요.”
“······정말 마스터다운 조건이네요.”
내 조건에 당황한 미야의 쓴웃음을 보면서 나도 피식 웃었다.
더 놀라운 건 조건이 하나 더 있다는 거였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음식을 먹이면 지배력이 더 강해진다나?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세 여신과 관계있는 음식을 먹이면 내 고유 영역의 지배력이 올라갈 거고 세 여신의 진상도 더 쉽게 막을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세 여신에게 있어 사연 있는 음식이라면 역시 사과겠죠.”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져 주고 간 황금 사과 때문에 전쟁까지 일으킨 세 여신이었다.
그러니 그녀들에게 사과 요리를 먹이면 내 고유 영역을 펼치는 데 무리는 없다는 게 내 예상이었다.
하지만 미야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그 세 여신은 마스터의 사과 요리를 먹지 않을 거예요.”
“그런가요? 왜죠?”
내 물음에 미야가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그 세 여신은 황금 사과와 얽힌 일을 흑역사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다도회 때도 제가 만든 사과 디저트를 전혀 손대지 않았어요.”
정성들여 만든 요리를 손도 대지 않고 차만 마시는 그 모습에 슬펐다며 미야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 그녀의 씁쓸한 표정에 큰 공감이 되었다.
내가 만든 요리가 거부당하는 건 요리사에게는 참 슬픈 일이거든.
그런 내가 위로해주려 할 때, 미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거기다 신화급 성좌들은 마스터의 요리를 입에도 대지 않으려 할지도 몰라요.”
“그런가요? 왜죠?”
“그들은 자존심이 강하거든요.”
다른 등급의 성좌들은 몰라도 신화급 성좌들은 자신의 체면 때문에 인간인 내가 만든 요리를 먹는 걸 기피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동안 가게에 많은 성좌가 들렸어도 신화급 성좌는 드물었죠?”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기껏해야 페르세포네, 헤르메스나 가네샤, 토르 정도네요.”
그들 외에는 어떠한 신화급 성좌도 아직 내 가게에 들린 적이 없었다.
왜지?
그 대답은 미야가 해주었다.
“신화급 성좌에게 인간이 만든 요리를 먹는다는 건 격이 떨어지는 일이거든요.”
“하하······.”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해도 불멸의 성좌들에게 필멸의 인간이 만든 요리를 먹는다는 건 그 격이 크게 상하는 일.
하데스는 아내 페르세포네에게 옛 고향의 음식을 먹여주고 싶어서, 헤르메스와 가네샤는 상업의 신이기에 허가를 주기 위해서, 토르는 요르문간드를 물리칠 의식적인 목적으로 내 식당에 찾아왔다.
그 소리는 즉,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도연성의 요리는 신화급 성좌들이 먹으러 올 가치가 없다는 소리네.
“그럼, 대체 왜 내 식당에 오려는 걸까요?”
“누가 황금사과의 적합한 주인인지 마스터에게 대답만 듣고 떠날 셈이겠죠.”
“이건 노쇼도 아니고······.”
나는 아직 오지도 않은 세 여신의 진상 행동에 지끈거리는 골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이를 악물었다.
“역시 고유 영역을 어떻게든 만들어야겠어요.”
그래서 제대로 내 요리를 먹게 만들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신화급 성좌라고 벌이는 무례한 행동들을 제어할 수 있겠지.
잘 된다면 그들의 잘난 콧대를 눌러줄 수도 있을 터였다.
그러려면 당연히 그녀들과 사연이 얽힌 사과를 먹여야 할 거고.
“그렇다면 어떻게 음식을 먹일 건데?”
지금까지 얌전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천오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어왔다.
“자신들의 흑역사라고 사과는 먹지도 않는다며?”
나는 그런 천오의 물음에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사과인 줄 모르고 먹게 하면 되겠지.”
천오야, 잘 봐둬.
세상엔 우리가 뭘 먹는지도 모르고 먹는 요리가 참 많단다.
“······뭔가 미소가 섬뜩한데.”
근두운 위에서 천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 * *
다음날, 던전 브레이크로 인한 영업 중단이 풀리고 다시 ‘연성이네’의 영업이 재개되었다.
“자, 오늘부터 여름 특별 메뉴인 냉면이 개시됩니다!”
“뭐? 냉면?”
“이럴 줄 알았어. 여기라면 꼭 한 번 해줄 것 같았다니까?”
에녹의 광고 촬영을 계기로 만든 평양냉면과 매콤달콤한 서울식 비빔냉면 주문이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자청비의 메밀로 만든 면발과 개운한 동치미 육수가 들어간 평양냉면은 물론이고, 잘 숙성된 매콤한 소스가 들어간 비빔 냉면의 평가는 그야말로 대호평이었다.
“진짜 여기 음식은 따로 상품화해서 팔아야 한다니까요. 이게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냉면 제품으로 나오면 제가 매일 먹을 겁니다.”
셔츠에 비빔냉면 소스를 다 튀겨가면서도 먹는 걸 멈추지 못하던 한 직장인 남성이 그래도 엄지를 치켜들며 냉면의 맛 평가를 해주었다.
그런 손님을 보며 에녹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입맛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저 손님은 지금 나가는 두 가지 냉면의 레시피를 응용해 만든 상품이 곧 있으면 출시된다는 걸 알까?
그것도 공주하와 에녹이 광고를 찍은 제품으로 말이야.
아직 그 사실을 밝힐 수가 없기에 나는 속으로 웃으며 계속 요리를 해 나갔다.
“하, 어쩜 이렇게 새콤달콤매콤하죠?”
오픈 키친 바에 앉아서 물어오는 손님에게 나는 비밀을 가르쳐주듯 속삭이면서 대답했다.
“비결은 사과와 배, 그리고 고춧가루예요.”
“에이, 다 아는 재료만 이야기하시네.”
“하하, 정말인걸요.”
진짜 비결은 그 세 가지였다.
물론 평범한 사과와 배, 고춧가루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우선 단맛은 던전보석벌꿀에 절인 돌배, 아니 스톤페어를 갈아서 내주었다.
잘 익힌 스톤 페어는 신맛과 떫은맛이 사라지고 깊은 단맛이 나거든.
거기에 매운맛은 던전 고춧가루와 폭렬초 열매 가루를 섞어서 화끈하게 냈다.
마지막으로 신맛은,
“사장! 멜리멜론을 모두 갈았어!”
천오가 여의봉으로 잔뜩 으깬 노란색 과육을 들어 보이며 히죽히죽 웃었다.
던전에서 구할 수 있는 사과를 닮은 황금색 과일, 멜리멜.
마르멜로라고도 부르는 이 과일은 사과의 단맛과 모과의 신맛이 동시에 존재하는 독특한 과일이었다.
그래서 냉면 소스의 새콤달콤한 맛을 살릴 수 있는 과일이었다.
그리고,
“‘황금 사과’라는 별명을 가진 과일이기도 하지.”
오늘 저녁, ‘연성이네 신야식당’을 방문할 세 여신,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에게 대접할 사과 요리의 주재료이기도 했다.
사과 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