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사과 천국
냉면을 개시한 낮 장사 시간이 지나가고 저녁 타임이 되었다.
원래라면 ‘신야식당’의 영업일이 아니지만, 일부러 초대한 세 명의 성좌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와 직원들은 ‘신야식당’의 문 앞에 나와 있었다.
“다들 준비됐죠?”
내 질문에 직원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본체가 전설급 성좌인 천오도 이번만큼은 예외 없이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오는 손님 셋 모두 신화급 성좌였으니까.
천오의 본체가 와도 상대하기 어려운 손님들이란 소리였다.
“옵니다.”
에녹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여름이라 해가 지는 게 늦어져 아직도 어슴푸레 밝은 하늘에서 세 줄기 무지갯빛 빛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역시 신화급 성좌는 등장부터 다르네.”
토르도 번개와 함께 내려오긴 했지만, 이번 세 여신의 등장은 뭔가 남달랐다.
각자의 무지개 주변으로 수없이 많은 새가 화려한 날개를 펼치며 여신들의 하강을 보좌하고 있었으니까.
“저 무지개는 비둘기, 여기는 공작이네. 마지막은 올빼미인가?”
“아프로디테, 헤라, 아테나 순인가 보다.”
천오의 의문에 내가 대답해줬다.
이미 세 여신이 오기로 확정된 시점에서 자료 조사는 필수.
내가 공부한 바에 따르면 사랑과 생명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상징하는 새는 번식력이 뛰어난 비둘기, 신들의 여왕인 헤라에게는 우아한 공작새, 지혜와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를 상징하는 건 밤에도 눈을 부릅뜨고 모든 걸 꿰뚫어 보는 올빼미였다.
그렇게 각자를 상징하는 새들의 보좌를 받으며 세 여신이 차례차례 무지개를 타고 하계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여기가 그 유명한 하계의 식당인가? 방비가 훌륭하군.”
철컥, 하고 갑옷이 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지개에서 내린 건 청동색 머리카락을 한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였다.
그녀는 카인과 에녹이 세워놓은 ‘연성이네’의 성벽을 보며 감탄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쓸만한 성채를 가지고 있구나.”
······식당인데요.
식당이 분위기나 인테리어, 음식으로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 방어력으로 호평을 받으니 기뻐하기도 그렇네.
하지만 확실히 알게 된 건 있었다.
애초에 음식에 기대를 안 하고 왔다는 걸 말이다.
“하계의 성소치고는 격이 높아. 하지만 하데스 오라버니가 그렇게 극찬할 수준이라곤 생각이 안 되는데?”
공작새와 함께 지상에 내려서며 미묘한 평을 늘어놓는 건 다름 아닌 가정을 수호하는 신들의 여왕, 헤라였다.
하데스에게 ‘연성이네’의 이야기를 들어본 모양이네.
“흐음, 하계에 아름답지 못한 것들이 가득하네. 내가 발을 내딛는 것도 꺼려질 정도야.”
매혹적인 분위기에 관능적인 몸매와 몸을 겨우 가릴 정도의 옷을 입고 있는 금발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인상을 찌푸리며 마지막으로 내려왔다.
그녀의 가슴께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새겨진 황금 사과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다.
“마스터.”
“네, 봤어요.”
역시 사과가 아니라 멜리멜론이네.
그렇다면 내 준비가 틀리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나는 거기서 자신감을 얻고 씨익 웃으며 앞으로 나서서 여신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어서 오십시오. ‘연성이네 신야식당’을 맡고 있는 도연성이라고 합니다.”
“네가 그 소문의 식당 주인이구나.”
내게 말을 건 건, 오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헤라였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스윽 내려다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권속치고는 제법이야. 필멸자 주제에 성좌를 엿보는 인간이 그 골칫덩어리 말고 또 있을 줄은.”
골칫덩어리?
헤라가 말하는 이가 누굴까 궁금하던 차에 옆에서 아테나가 눈을 살짝 크게 뜨고 말했다.
“헤라클레스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내가 골칫덩어리라고 말할 인간이 그놈 말고 또 누가 있겠어?”
헤라클레스.
그녀의 남편인 제우스가 몰래 바람을 피워서 낳은 아이였기에 헤라의 미움을 받은 영웅.
제우스는 헤라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아이에게 ‘헤라의 영광’이라는 이름인 헤라클레스의 이름을 붙여주고 그녀의 젖까지 먹게 했지만, 헤라의 미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헤라가 내린 시련으로 12 과업과 각종 모험 끝에 영웅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유명해진 헤라클레스는 죽은 뒤에도 신들과 함께 기간테스들과 싸워 올림포스를 지킨, 인간이자 신화급 성좌가 된 인물이었다.
······라고 헤르메스가 예전에 말해준 적이 있는데, 그런 헤라클레스랑 나를 비교한다고?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과분한 말씀이시네요. 저는 그냥 평범한 식당 주인일 뿐입니다.”
“흐음, 겸손하네? 내가 보기엔 꽤 괜찮아 보이는데 말이지.”
이번에 말을 한 건 고혹적인 자세로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아프로디테였다.
“인간치고 이렇게 순수한 사람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한데? 어때, 내 권속으로 들어오지 않겠어?”
와우, 성좌 대 헌터의 계약이 아닌 성좌 대 권속의 계약을 제안받아 버렸다.
가만히 있어도 향기가 그윽해지고 몽롱해지는 매력을 발산하는 아프로디테의 말에 잠시 머리가 멍해진다.
그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끄덕일 뻔한 내 옆구리를 뭔가가 쿡 찔러온다.
“마스터, 정신 차려요.”
눈을 부라리고 있는 미야가 속삭이는 목소리로 나를 질책하며 절굿공이를 소매 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아니, 누가 바바 야가 아니랄까 봐 절굿공이로 사람을 찌르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는 아프로디테의 제안을 거절했다.
“크흠, 큼. 그건 힘들겠습니다.”
“그래? 아쉽네. 누가 이미 지키고 있구나?”
아프로디테의 눈빛이 미야를 향해 살짝 반짝였다.
한때 성좌였던 권속답게 미야는 그런 아프로디테의 눈빛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프로디테, 내기를 하기도 전에 간섭하는 건 반칙이야.”
“맞습니다. 공정하지 못해요.”
“어머, 무서워라. 선택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다들 급하네?”
헤라와 아테나까지 아프로디테를 지적했지만, 그녀는 능구렁이처럼 웃으며 너스레를 떨 뿐이었다.
덕분에 분위기는 얼음장이 된 것처럼 싸늘해졌다.
······싸울 거면 다른 데 가서 해주라.
내가 속으로 한숨을 쉬고 있는 사이, 헤라가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
“오래 말할 것도 없지. 너도 황금 사과에 대한 전설은 알고 있지? 우리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 한 명을 골라라. 그렇다면 너에게 그에 응당한 보답을 내리겠노라.”
역시 목적은 이건가.
나는 헤라의 말을 듣고 나오려던 한숨을 삼켰다.
저 세 여신의 자존심 싸움 때문에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하는 거냐고.
내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헤라가 고운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왜 대답하지 않지?”
그야 당연히 냉큼 대답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렇지.
이 상황은 내가 신화급 성좌들에게 받은 보상과는 달랐다.
지금껏 요리를 해주고 정당한 보상을 받은 것과 달리 그냥 누군가를 고르고 얻는 보상이 제대로 된 것일 리가 없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여기서 아프로디테를 골랐다가 자신이 원하는 여인, 그것도 유부녀를 끝내 얻고 말았지만, 결국 나라를 망하게 했지.
거기다 고르지 않은 다른 두 여신의 분노를 사는 건 덤이었다.
안 되겠어.
어떻게든 이 여신들에게 내 음식을 먹여 만족시키게 한 뒤에, 내가 절대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고유 영역으로 세 여신을 구속시켜야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당장 대답하는 대신, 그녀들을 안으로 안내하기로 했다.
“우선은 세 분께서 계시기에 이곳은 너무 누추하네요. 안으로 드시지요.”
스킬 [신야식당]의 힘으로 성좌들의 모습이 밖의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지만, 신화급 성좌 셋이 이곳에 모여있었다.
그 강력한 힘에 언제 무슨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데 언제까지 밖에다 세워둘 수는 없지.
“시간을 끌려고? 난 저렇게 누추한 곳에 들어가긴 싫은데.”
아프로디테가 내 속셈을 간파했는지 피식 비웃음을 날렸다.
나는 그런 아프로디테에게 영업용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저었다.
“하데스께서 직접 수하를 부리셔서 인테리어를 해주셨습니다. 누추하지는 않을 겁니다.”
“······흥.”
같은 신화급 성좌라고 해도 하데스는 최고신 제우스와 동급의 성좌.
그런 하데스를 언급하자 아프로디테도 더는 핑계 댈 게 없는지 발걸음을 옮겼다.
휴, 겨우 이 귀한 곳에 누추한 분들을 모셨네.
“소박하지만, 여기가 제 식당입니다.”
내 안내에 세 여신이 식당 안을 둘러보며 소감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테리어 자체는 ‘연성 백반’ 시절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 물건들 자체의 격이 높았기에 그녀들의 기준에도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건 카론의 은화로 만든 모양이군?”
아테나가 수저를 보며 놀라기까지 하고 말이다.
나는 그녀들을 오픈 키친의 바 의자로 안내한 뒤, 주방을 통해 오픈 키친 앞에 섰다.
그 사이 에녹이 여신들을 상대하고, 천오와 미야가 음식을 준비한다.
“여기 따뜻한 물수건입니다.”
“흥, 넌 손대지 마.”
에녹의 안내를 차갑게 거부하는 아프로디테의 반응에 나는 흠칫 놀랐다.
에녹을 보고 저렇게 반응하는 존재는 처음인데?
내가 살짝 긴장하고 있을 때 아프로디테의 입에서 그녀가 왜 그랬는지 이유가 슬쩍 흘러나왔다.
“권속 주제에 너무 잘생겼어. 재수 없게.”
아, 우리 에녹이 미의 여신이 질투할 만큼 잘생긴 탓이었구나.
이런 이유는 생각도 못 한 모양인지 당황하는 에녹을 보며 나는 속으로 웃으며 미리 준비한 웰컴 푸드를 꺼냈다.
“우선 본격적인 선택 전에 제가 준비한 음식을 드셔보시죠.”
“우리보고 하계의 음식을 먹으라고?”
내가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말에 인상을 찌푸리는 헤라.
아테나와 아프로디테도 마찬가지인 듯 불쾌한 표정이었다.
역시 신화급 성좌는 함부로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네.
하지만 말이지, 내가 만든 음식이 ‘아무거나’일 리는 없잖아?
무려 [성좌의 마스터셰프]가 만든 음식이거든.
“전설급 쌀, [두 여신의 보살핌을 받은 쌀(전설급)]로 만든 설기에 달콤한 잼을 넣어 만든 잼 설기입니다.”
내가 꺼낸 건 직육면체 모양으로 정갈하게 썰어진 새하얀 설기떡이었다.
참고로 코볼트 설기는 신화급 성좌들이 온다는 소리에 내 방에 대피를 시켜놓은 상태였다.
“음? 향기가?”
“너무 좋은데?”
“쯥.”
내가 음식을 꺼내자마자 여신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특별히 향에 신경을 많이 썼거든.
낯선 음식을 꺼리게 되는 것도, 먹어 보고 싶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 향에 좌우가 되는 법.
미야가 던전에서 따왔던 과일을 잼으로 만들어 달콤한 향이 솔솔 풍기게 했다.
“위아래 색도 다르구나.”
헤라의 말대로 잼을 사이로 위아래의 설기 떡의 색도 제각각이었다.
쌀가루를 만들 때 색소가 아닌 과일즙을 넣어 다채로운 색을 넣어 먹기 좋게 만들었거든.
이 색색의 설기 사이에 과일잼을 넣고 시루를 쪄내면 잼 설기가 완성된다.
요즘 떡집에서는 치즈나 갈릭마요 소스를 넣고 만들기도 한다지?
“드셔보시지요.”
“여기 차도 있습니다.”
여신들의 다도회에서 만난 권속, 철관음에게 받아 온 철관음 우롱차를 미야가 정성스럽게 타서 가져왔다.
은은한 차 향기에 달콤한 간식 향기가 순식간에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이, 이것만 먹고 바로 결정을 내려야 할 거다.”
내 말에 전혀 먹을 생각이 없던 여신들이 서로를 잠깐 바라보더니 잼 설기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곤 우물거리며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달구나.”
“향긋합니다.”
“이거 왜 맛있지?”
지금껏 많은 성좌를 만족시켜온 나였다.
아예 먹지 않겠다면 몰라도 한 번 먹었다면 저런 반응이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요리사가 바로 나라고.
나는 연신 잼 설기로 손을 가져가는 여신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음? 뭔가 씹히는데?”
“새콤하면서 달콤합니다.”
“어디서 먹어 본 맛인데······.”
당연히 익숙한 맛일 거다.
잼 외에도 설기 반죽 속에 멜리멜론을 던전보석벌꿀에 졸여 만든 사과 졸임을 넣었거든.
이른바 사과 설기 & 잼 설기란 말씀.
[특별한 사연이 있는 음식을 영역에 들어온 성좌들이 소량 섭취했습니다.] [스킬 [주방의 절대자]가 발동할 시, 당신의 지배력이 조금 더 강해집니다.]후후, 이제 시작이지.
세 여신은 내가 준비한 사과 지옥에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었다.
아니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거니 사과 천국으로 하자.
나는 싱긋 웃으며 사과 설기 & 잼 설기를 먹는 세 여신을 바라보았다.
어서 오세요, 사과 천국에.
거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