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거절합니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렇게 말하며 입을 닦는 헤라.
아니, 시루 한 판을 다 드셨는데요?
가볍게 맛만 보라고 내어놓은 사과 설기 & 잼 설기를 몽땅 먹어 치운 세 여신을 보며 나는 헛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아테나는 좀 더 없는지 입맛을 다시고 있었고 아프로디테는,
“역시 권속으로 데려갈까?”
라는 무서운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오싹함에 내가 부르르 떨고 있자, 헤라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네가 준비한 음식도 먹어봤으니 말해보거라.”
성질이 급한 건지, 아니면 내가 한 음식은 더 먹지 않겠다는 건지, 헤라가 나를 재촉했다.
그 말에 아테나와 아프로디테도 의도가 다분히 숨겨진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보기에 우리 셋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은 누구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가 차라리 낫겠네.
거긴 둘 다 좋다는 대답도 가능하니까.
여긴 셋 다 예쁘다고 하는 순간 세 여신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게 생겼다.
직원들도 이 일에 대해서는 도움을 주기 힘들다는 듯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왜 대답을 못 하지?”
내가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자, 아테나가 미간을 찡그리며 물어왔다.
그러자 아프로디테가 요염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테나, 기억 안 나? 파리스도 쉽게 고르지 못하다가 우리의 조건을 듣고서 결정했잖아.”
“아프로디테, 이번에도 그러자는 거야?”
“못할 거 없잖아?”
아프로디테의 말에 아테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가 하계에서 대전쟁이 일어난 걸 몰라서 그렇습니까? 파리스가 다른 나라의 왕비를 탐냈고 당신이 그걸 들어주는 바람에······!”
“호호호, 사랑 앞에 전쟁이 대수겠어?”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사연을 이야기하자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녀를 놀리듯 이야기했다.
저번 황금 사과 쟁탈전의 승리자라 그런 걸까.
“아무튼 또 그런 일을 벌일 수는 없습니다. 전 반대예요.”
“아냐, 아프로디테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어머니?”
다른 패배자 중 한 명인 헤라가 아프로디테에게 찬성하자 아테나가 놀란 듯이 그녀를 보았다.
그러자 헤라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우리의 미모가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건 다들 인정하는 바잖니? 그러니 오히려 조건을 거는 게 인간에게는 선택하기 더 편할 수 있지.”
“하지만······.”
친어머니는 아니었지만, 어머니 없이 태어난 아테나였기에 헤라를 항상 친어머니처럼 따르던 그녀였기에 헤라의 말에 반박하기도 힘든 모양이었다.
“그때처럼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조건을 약하게 걸면 돼.”
“······알겠어요.”
헤라의 말에 납득하는 모양인 아테나를 마지막으로 세 여신이 모두 조건을 제시하는 데 동의했다.
······아니, 그런데 나는 동의 안 했는데?
내 동의도 없이 세 여신은 각자의 조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네가 요리에 진심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그러니 조건은 모두 요리에 관련된 걸로 하겠어. 다들 동의하지?”
“네, 어머니.”
“좋아. 그러면 나부터 조건을 제시하지.”
아니, 동의 안 했다고.
하지만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아프로디테가 매혹적인 눈빛을 내게 날리며 입을 열었다.
“파리스가 내 제안을 선택한 건 알고 있지? 그것과 비슷한 조건을 내걸게. 나를 선택한다면 누구든 매료시킬 수 있는 능력을 요리에 담을 수 있게 해줄게. 단,”
거기서 말을 멈춘 아프로디테는 희고 고운 손가락을 내 주방으로 향하게 하며 말을 이었다.
“너에게 사랑에 빠지게 하는 건 위험하니 네 요리와 사랑에 빠지도록 말이야.”
내 요리를 먹는 사람이 이성이든 동성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누구든 내 요리와 사랑에 빠지게 되며 계속 식당을 찾게 해준다는 말이었다.
자동 단골 생성 능력인가?
심지어 사람뿐만이 아니라 성좌에게도 해당하는 듯했다.
“본인의 권능을 준다면 나 역시 그러하겠다.”
이번에 나선 건 아테나였다.
그녀는 자신의 권능을 술술 내뱉기 시작했다.
“정의와 지식, 지혜, 지성, 이지, 평화, 전쟁, 전술, 전략, 전법, 무력, 도예, 요리, 문명, 공예, 예술, 학문, 직조, 무기 제조, 영감, 법, 산업, 명예, 영광의 여신인 내 권능을 원하는 대로 요리에 담게 해주지.”
······와, 많기도 하다.
내가 지금까지 본 성좌 중에서 헤르메스보다 권능이 많은 신은 처음인 것 같은데.
원래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었던 아테나였지만, 훗날 그리스 문명의 중심 도시 아테네의 수호 여신이 되면서 도시 문명의 모든 걸 관장하게 되었다고 했지.
그래서 권능이 저렇게 많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많은 권능을 내 요리에 특수효과로 부여할 수 있게 해준다니.
“그렇다면 나도 내 권능을 나눠주도록 할까?”
마지막은 신들의 여왕, 헤라였다.
“나를 선택한다면 네가 만드는 모든 요리가 나를 비롯한 신화급 성좌, 그리고 최고신들에게 걸맞은 격을 갖추게 권위를 부여해줄게.”
그 말인즉슨, 내가 만드는 요리의 격이 자동으로 상승한다는 소리였다.
“그 격은 제우스와 함께 하나의 성계를 다스리는 내 권위이니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거야.”
그리스 신화에 속하는 성좌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신화의 성좌들도 내 요리에 함부로 토를 달지 못할 거라는 것이 헤라의 말이었다.
그리스 신화 성계와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어때, 누구의 조건을 수락하겠어?”
“······.”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정말 대단한 조건들이었다.
내 요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게 만드는 매력.
각종 긍정적인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
누구도 내 요리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권위.
헌터라면, 그리고 각성자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조건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어떤 분을 선택하더라도 조건은 모두 거부하겠습니다.”
“뭐?”
“아니, 왜?”
“모자란 거야?”
내 말에 놀라서 되물어오는 여신들.
하지만 조건이 부족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파리스가 겪은 일 때문인가?”
파리스가 여신들의 조건을 받아들였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아프로디테의 축복으로 원하던 미녀 헬레네와 사랑의 도주를 하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원래 아내였던 오이노네를 버리는 죄를 저질렀고 트로이 전쟁도 일으키게 되었다.
그렇게 가족과 나라가 모두 멸망하고 본인도 독에 중독되어 죽기 직전, 유일하게 치료법을 알고 있던 본처 오이노네가 그를 외면해 죽게 된 것이 파리스의 최후였다.
하지만 아테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파리스의 사례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었으니까.
“전 요리사입니다.”
“알아. 그래서 요리에 관련된 조건을 걸었잖니?”
아프로디테의 물음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요리사라서 그런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겁니다.”
요리사는 요리로 모든 걸 말하는 직업이었다.
내 요리로 즐거움, 그리고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 요리에 맛과 실력이 아닌 다른 요소가 영향을 끼친다면?
그게 과연 내 요리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 실력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사람들이나 성좌들이 제 요리를 찾게 되면 전 요리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말 겁니다.”
손님을 끌기 위해 맛이 아닌 더 좋은 특수효과를 찾을 거고 그러다 보면 무리한 시도도 많이 하게 될 거다.
아니, 애초에 특수효과에만 매달린 음식이 요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럴 거면 차라리 연금술사들처럼 약물을 만들고 말지.
“요리의 본질을 잃고 효과에만 매달리다 보면 저는 요리사가 아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조건들을 거부하겠습니다.”
“······.”
내 말에 말을 잃고 서로를 바라보는 여신들.
자신들이 고심해서 내어놓은 최고의 조건들을 거부하는 날 바보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내게 중요한 건 굴러들어온 호박 넝쿨보다 평온하게 내 요리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이었다.
그러니 무슨 조건을 걸어도 요리사의 길을 해친다면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휴, 알겠구나. 네 뜻이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지.”
다행히 헤라는 내 뜻을 이해했는지 조건을 철회해 주었다.
다른 여신들 역시 마찬가지인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휴, 다행이다.
그렇게 내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자, 아프로디테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그럼 뭘 원하는 거야? 진짜 우리 외모만 보고 결정하려는 거니?”
애초에 미모 대결 아니었나?
하지만 외모만 보고 결정할 생각도 아니었기에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불만인 건 아프로디테만이 아닌 듯 세 여신의 표정에도 점차 불만스러움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거, 세 여신을 모두 납득시킬 근거가 없으면 난리가 나겠는데.
서둘러 고유 영역을 구축해서 난동을 막아야겠다.
그러려면 이 여신들에게 사과 요리를 먹여서 만족시켜야 한단 말이지.
나는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여신들에게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게도 어려운 선택이니 잠시 고민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얼마나?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
답답한 모양인지 아테나가 코끝을 찡그리며 물어왔다.
신화급 성좌의 불쾌한 표정 앞에서 누구나 식겁했겠지만, 이거야말로 내가 기다리던 반응이었기에 나는 씨익 웃었다.
“저는 깊게 고민할 일이 있을 때 종종 요리를 하는 편이라서요. 그동안 요리를 하고 있어도 될까요? 요리가 끝나면 아마 고민의 답도 나와 있을 겁니다.”
“요리라······.”
내 말에 다시 서로를 바라보는 여신들.
원래라면 내 말에 쓸데없이 시간을 끈다며 화를 냈겠지만, 이미 이 여신들은 내 요리를 먹어봤다는 게 중요했다.
“기다려도 되지 않을까요?”
“맛이 나쁘진 않았잖아?”
아테나와 아프로디테의 말에 헤라 역시 흔들리는 표정이었다.
흐흐흐 내가 웰컴 푸드로 사과 설기와 잼 설기를 제공한 건 모두 이걸 위한 빌드업이었다, 이 말이야.
결국, 헤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좋아. 단, 우리에게 사과는 별로 좋은 추억이 없으니 사과 음식만 아니었으면 좋겠어.”
······방금 드신 게 사과 요리였는데요?
자신들이 사과를 먹었다는 걸 전혀 모르는 세 여신을 보며 나는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이걸 어쩌나, 앞으로 만들 요리가 모두 사과 요린데.
원래라면 손님들이 싫어하는 재료는 당연히 빼는 게 맞겠지만, 고유 영역의 활성화를 위해, 그리고 이 여신들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난 지금부터 사과 요리를 할 생각이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내가 무슨 요리를 할지 전혀 모르는 여신들에게 인사를 남기고 나는 주방으로 향했다.
* * *
나는 주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진지한 표정으로 미야를 불렀다.
“미야, 오늘은 미야의 역할이 클 겁니다.”
“준비는 되어 있어요, 마스터.”
미야가 각오가 되어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사과는 단 과일이니까.
그래서 사과 요리는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달콤한 디저트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디저트에 한해서는 미야가 나보다 훨씬 낫다.
“미야에게 제 능력을 공유할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미야는 실력만으로도 뛰어난 파티시에이자 셰프였지만, 성좌들에게 바치는 요리에 한해서는 내 능력이 더 빛을 발한다.
이번에 [셰프 임명]으로 내 능력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그녀가 만드는 요리의 질이 더 높아질 터였다.
“그럼, 이제 뭘 만들까요?”
“세 여신에 맞춰서 총 세 가지 요리를 만들 겁니다.”
권능도, 성향도, 출신도 모두 다른 세 여신이었다.
하나의 요리로 만족시킬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세 여신에게 각각 맞는 맞춤 요리를 만들 생각이었다.
“일단 첫 번째 요리는 아프로디테의 것으로 하죠.”
작품명은 글쎄,
“비너스의 탄생?”
나는 바다 거품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의 탄생 순간을 그린 명화, ‘비너스의 탄생’을 요리로 재현해 볼 생각이었다.
바로 사과로 말이지.
비너스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