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콩떡빙수
황금 사과로 일어난 파란만장한 식사는 신들의 어머니, 레아의 방문과 중재로 일단락났다.
신들의 여왕, 헤라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는 타이틀에 미련을 버린 듯 홀가분해진 표정으로 내게 미소를 지었다.
“네 덕분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구나. 감사를 표하겠어.”
“별말씀을요. 그저 제가 생각하는 바를 요리로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너도 쟤도 걔도 다 예뻐.’라는 황희 정승 메타로 답변을 하게 됐지만, 미모나 매력을 가지고 누구를 고른다거나 하는 건 영 불편해서 말이지.
이번에 제대로 깨달은 거지만, 이런 대단한 여신들을 앞에 두고 한 명을 고른 파리스 왕자가 진짜 대단한 거였다.
“따지고 보면, 필멸자인 인간에게 이런 불합리한 선택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짓이었다.”
아테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건지 반성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아프로디테가 피식 웃으며 그런 아테나의 어깨를 쳤다.
“어머, 우리의 장점은 신들이지만 인간다운 거 아니겠어? 물론 그래도 인간에게 ‘아름다움’에 대해 한 수 배운 건 이 아프로디테에게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프로디테가 거기까지 말하자 헤라가 대표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서 네게 보상을 해주고 싶구나. 마음 같아선 아까 우리가 말한 조건들을 다 들어주고 싶은데, 그건 네가 원하지 않겠지?”
여신들이 관장하는 각종 권능을 내 요리에 부여해주겠다는 헤라의 제안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제 요리에 자부심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우리의 성좌력을 나눠주겠다. 그게 제일 공평할 거야.”
차르륵, 스타 코인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당장 확인해볼 수는 없지만,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양의 스타 코인이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럼, 다음에는 다른 의도 없이 순수하게 요리를 즐기러 오도록 하마.”
그렇게 세 여신은 누군가를 정하지 않은 내 판결에도 만족하고 페르세포네와 레아와 함께 ‘연성이네’를 떠났다.
그렇게 신화급 성좌 다섯이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그리고 우리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되었다.
“어마어마한 일이었죠?”
“태어나서 이렇게 진땀을 빼본 적은 대홍수 때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노아의 대홍수 이전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에녹이 난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대홍수를 농담처럼 말하면 우린 대답할 말이 없어져요.
가장 오래 산 에녹에게도 그만큼 이번 일이 고난이었다는 말이었기에 나는 피식 웃었다.
“저기, 사장님, 이건 어떻게 할까요?”
에녹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건넨 걸 보니 웃을 수가 없어졌지만 말이다.
그 아프로디테가 나중에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남기고 갈 줄이야.
잘생겼다고 처음엔 싫어하더니 에녹이 무척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하하, 에녹 씨에게 맡길게요. 연애는 자유니까.”
“연애라고 하셔도, 전 처자식이 있습니다.”
아, 맞다.
에녹도 처자식이 있고 후손이 있었지.
하마터면 불륜을 일으킬 뻔했다.
에녹은 부드럽게 웃으며 아프로디테의 연락처를 내게 넘겼다.
“여신께서 준 연락처를 함부로 파기할 순 없으니 사장님께 맡기겠습니다.”
“······일단 제가 맡고 있을게요.”
이 연락처를 가지고 있어봤자 나도 쓸 데가 없었지만, 유부남이 가지고 있는 것보단 낫지.
그런 내게 입을 연 건 천오였다.
“휴, 사장. 나 이번에 결심한 게 있어.”
“결심?”
“본체한테 말해서 신화급 성좌로 올라갈까 봐.”
“갑자기?”
“이번처럼 신화급 성좌들이 몰려들어 와 깽판을 치면 막을 수가 없어.”
진시황 때와 달리 이번엔 아무것도 못 했다며 천오가 분개했다.
같은 전설급 성좌를 대하는 것과 한 등급 위인 신화급 성좌를 대하는 것엔 차이가 있으니까.
“본체도 내 말을 들으면 그동안의 생각을 바꿀 거야.”
신화급 성좌로 올라간다는 소리를 마치 동네 구멍가게 간다는 식으로 말하는 천오였지만, 천오의 본체를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말이었다.
신화급 성좌는 보통 태초부터 신으로 태어나 신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신들을 말한다.
손오공은 요괴로 태어나, 후에 신이 된 존재기에 그 강력한 성좌력에도 불구하고 전설급 성좌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제천대성 손오공은 투전승불이 되어 부처가 된 존재고 신화급 성좌가 될 정도로 인지도와 성좌력이 큰 존재기도 했다.
본인이 원한다면 당장 신화급 성좌로 올라갈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손오공이었다.
“대체 황금 사과로 어디까지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건지.”
이번에 제대로 신화급 성좌로 승격하는 걸 생각해보겠다는 천오의 말에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천오도 피식 웃었다.
“나는 그 황금 사과를 사장이 받았다는 것이 제일 놀랐다고.”
“······그것도 그렇네.”
여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장 아름다운 것도 아닌 내가 이 황금 사과를 받아서 어디에다 쓸까.
나는 혹시 몰라서 일단 황금 사과를 들어 올려 확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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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의 황금 사과(신화급)
–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새겨 놓은 신성한 황금 사과
– 사용자가 원한다면 특정 집단에 전쟁을 일으킬 불화를 불러올 수 있다.
– 혹은 특정 대상에게 선물함으로써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는 칭호를 선사할 수 있다.
– 오로지 성좌만 사용할 수 있는 신성한 격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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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신화급이네.”
이집트의 성좌, 웨프와웨트가 준 신화급 스카라베 이후로 얻은 두 번째 신화급 아이템이었다.
하긴, 이 황금 사과에 얽혔던 일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신화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이 황금 사과에 붙은 기능이 또 어마어마했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트로이 전쟁의 간접적인 원인이 된 황금 사과라서 그런 기능이 붙은 모양인데, 나한테는 정말 조금도 쓸모가 없었다.
요리하고 그 요리를 손님에게 대접하는 걸로 만족하는 나 같은 소시민에게 이런 건 줘도 거절이야.
그나마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는 칭호를 준다는 설명은 나쁘지 않았지만,
“괜히 또 누구에게 줬다가 불화를 일으킬 것 같단 말이지.”
방금 세 여신에게 모두가 각자에게 맞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설득한 참인데, 이걸 누군가에게 줘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고 한다면 아마 천벌을 받을 터였다.
마지막으로 이 사과가 부담스러운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냥 가지고 있기에도 버거운 기운이네.”
오로지 성좌만 사용할 수 있는 신성한 격으로 가득 차 있다는 설명대로 황금 사과는 존재만으로도 강력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신화대로라면 황금 사과는 원래 신이 아닌 인간은 가질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반인반신이자 훗날 올림포스 신들과 동급의 반열에 오른 헤라클레스마저도 황금 사과를 함부로 다루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실제로 헤라클레스의 12 과업 중 황금 사과를 가져오라는 과업이 있었다.
이 사과와 같은 사과는 아니었지만, 신성한 사과인 것은 마찬가지라서 헤라클레스조차 직접 따올 수도, 가질 수도 없어서 티탄인 아틀라스에게 부탁하고 나서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런 황금 사과를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부담되는 일이었다.
음, 역시 누군가에게 줘야겠다.
내가 그렇게 결심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인 건 주방을 정리하고 있던 미야였다.
“미야, 이 사과는 미야에게 줄게요.”
“네? 화, 황금 사과를요? 제게요?”
화들짝 놀라면서 몇 번이나 되묻는 미야의 모습에 오히려 내가 놀랐다.
“아무래도 이 황금 사과는 미야에게 제일 잘 맞는 것 같아서요.”
“······그런가요?”
미야는 당황하면서도 내 말에 얼굴을 살짝 붉혔다.
음? 왜 그러지?
“아무래도 권속이라지만 인간인 제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원래 여신이었던 미야가 가지고 있는 게 더 안전하겠죠. 이 기운이 미야가 성좌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
“그리고 미야는 이미 트렌트나 리빙 트리로 과일을 재배하고 있잖아요. 이걸 또 키워서 요리 재료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였군요······.”
미야는 내 설명을 듣고는 잠깐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가 곧 피식 웃었다.
“마스터라면 그럴 줄 알았어요.”
“네?”
“아니에요. 마스터의 도움이 되도록 제가 잘 간직하고 있을게요.”
미야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맡아준다면 그걸로 다행이었다.
황금 사과를 재배하게 되면 신화급 요리 재료가 또 생길 테니 기대가 되네.
“아무튼, 이렇게 한차례 폭풍이 끝났으니 다들 당 보충을 좀 할까요?”
“좋습니다.”
“찬성!”
내 말에 에녹과 천오가 쌍수를 들며 찬성했다.
원래 힘든 일 뒤에는 단 걸 먹어서 뇌를 북돋아 줘야 기운이 나거든.
미야는 황금 사과를 소중하게 자신의 품 안에 넣고는 내게 물어왔다.
“어떤 걸 만드시게요?”
“열대야인데 밤새워 요리하느라 다들 더웠죠? 시원한 빙수로 가죠.”
초복이 지나면서 열대야가 찾아올 정도로 무더워졌다.
그러고 보니 초복 때는 가게를 닫고 직원들도 전부 휴가를 보내느라 복들이도 못했네.
제대로 된 복들이는 중복이나 말복에 하기로 하고 나는 빙수로 간이 복들이를 하기로 했다.
“이제 여신들도 갔으니까, 설기도 불러와야겠네요.”
“제가 갈게요. 혼자서 심심했을 거예요.”
미야가 2층 내 방에 있는 설기를 데리러 갔다.
그사이 나는 가게 밖 냉장창고에 있는 [서리 거인 왕의 얼음 결정] 주변에 맺혀 있는 손가락만 한 얼음덩어리를 집어 들었다.
“여기 있네, 마력빙정(魔力氷晶). 읏, 차가워.”
집기만 해도 손을 냉동고에 집어넣은 것처럼 얼얼해졌다.
환골탈태로 권속의 몸이 되고 [전장의 축복]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이 이렇게 얼얼한 걸 보면 엄청난 냉기였다.
아마 평범한 인간이었을 때 잡았으면 손을 잘라낼 정도로 동상을 입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마력 빙정을 주방으로 가져와 큰 보올에 집어넣었다.
“그걸 직접 먹을 거야?”
“아니, 그럴 리가.”
[서리 거인 왕의 얼음 결정] 본체가 아니더라도 마력빙정만으로도 충분히 냉기가 과하다.이걸 갈아서 빙수로 만들어 먹으면 아마 모두 식도가 꽁꽁 얼어버릴지도 몰랐다.
“냉면 육수를 만들 때처럼 간접적으로 쓸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마력 빙정 위로 양미리의 양젖을 조금씩 부었다.
“와, 언다!”
양젖이 마력빙정 위로 떨어짐과 동시에 마치 눈처럼 얼기 시작했다.
던전 속에서 사느라 눈을 본 적이 없는 설기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신기한 모양이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얼어있는 눈꽃 우유를 스푼으로 살짝 떠서 설기에게 주었다.
“먹어봐.”
“이거 먹는 거야?”
“응. 깜짝 놀랄걸?”
내가 내민 스푼을 덥석 물어버리는 설기.
그리곤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차가왕!”
“그렇지?”
“그리고 맛있어!”
아이스크림도 빙수도 먹어본 적 없는 설기가 꼬리를 붕붕 흔들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마음에 든 모양이네.
나는 피식 웃으며 에녹에게 양젖이 담긴 병을 넘겼다.
“에녹 씨, 이렇게 조금씩 양젖을 떨어뜨려서 얼려주세요. 그러면 나중에 따로 갈지 않아도 훌륭한 눈꽃빙수가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우유도 혈액에 기반한 체액.
피만큼은 아니어도 에녹이라면 잘 조절해줄 터였다.
설기 녀석은 양젖이 떨어져 눈꽃이 되는 모습이 신기한지 에녹 옆에 찰싹 붙어서 계속 구경하고 있었다.
“귀여운 녀석.”
나는 그사이 마철성이 자청비에게 받아서 재배한 팥을 가져와 쑤기 시작했다.
그냥 팥을 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한번 가볍게 삷고, 두 번 나누어서 압력밥솥에 푹 삶으면 시간이 크게 오래 걸리진 않는다.
팥죽용 팥이 아니라서 뭉개질 정도로 삶을 필요도 없고 말이야.
그렇게 팥을 압력밥솥에 앉힌 다음엔,
“천오야, 이것 좀 찧어줘.”
나는 이미 만들어 놓았던 쌀밥을 적당량 그릇에 담아 천오에게 넘겼다.
“밥을? 먹는 게 아니고 찧어?”
“응. 이 상태로 떡을 만들 거거든.”
역시 팥빙수에는 인절미가 빠질 수가 없지.
하지만 찹쌀떡을 지금부터 만들려면 찹쌀부터 씻고 찧고 익반죽하고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밥알 인절미였다.
“쌀밥을 찧어서 반죽하면 떡처럼 변하거든. 거기에 콩고물을 묻혀서 인절미로 만들 생각이야.”
“호오, 신기한 방법이네. 맡겨줘.”
나는 천오의 여의봉에 랩을 씌우고 그 겉면에 들기름을 발라주었다.
이렇게 되면 여의봉에 밥알이 들러붙지도 않고 반죽에 고소한 들기름 맛이 배어서 한층 더 맛있는 떡이 된다.
“미야는 과일잼을 가져다주세요. 종류별로 얹어가며 먹으면 맛있을 거예요.”
“네, 금방 가져올게요.”
미야의 과일잼은 잼 설기를 먹은 여신들도 감탄할 정도로 맛이 좋았다.
우유 빙수와 팥고물, 인절미와 함께 먹으면 기가 막히겠지.
“자, 완성!”
그렇게 완성된 우유 팥빙수.
요즘은 별의별 빙수가 다 나오지만, 이렇게 클래식한 팥빙수가 가장 근본인 법이었다.
“으음! 머리가 찌릿찌릿해지는 맛이네요.”
차갑지만 부드러운 우유 빙수가 입에서 녹고 그 위로 달달한 팥고물이 부족한 당분을 가득 채워준다.
밥알 인절미는 씹는 맛을 만족시켜주고 과일즙은 상큼함까지.
이거 거를 타선이 없는 팥빙수네.
내가 빙수에 만족해서 흐뭇하게 웃고 있자, 직원들도 서둘러 팥빙수를 먹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혈액을 차갑게 먹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에녹 씨, 혈액이 아니라 우유.”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에녹의 말을 정정했다.
혈액을 빙수로 먹는다고 하니깐 좀 이상하잖아.
거기다 에녹은 딸기와 비슷하게 빨간색을 띠는 과일잼을 올려 먹고 있어서 더 듣기 이상했다.
“맛있어! 맛있어!”
“앗! 나쁜 개, 나한테 튀지 말라고! 얌전하게 먹자, 좀.”
설기가 얼마나 맛있는지 고개를 파묻고 먹고 있자, 천오가 한숨을 내쉬면서 설기에게 숟가락으로 먹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적어도 우리 직원들 사이에서 견원지간(犬猿之間)이란 말은 해당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차갑게 먹는 디저트라니. 저도 처음이에요. 배울 게 더 늘었네요.”
미야가 숭배받던 게르만족은 원래 추운 지방에 살던 사람들.
그래서 그런지 여름에도 서늘해서 시원한 디저트를 먹어본 적이 없다며 미야가 학구열을 빛내고 있었다.
다들 만족하고 있어서 다행이네.
“자, 그러면 한층 더 맛있게 먹어볼까요?”
팥과 과일잼의 단맛이 있지만, 그래도 빙수는 달달하게 먹어야 제맛.
나는 던전 보석 벌꿀을 가지러 주방으로 향했다.
“어? 다 떨어졌네?”
텅텅 빈 던전 보석 벌꿀 통을 보며 나는 혀를 찼다.
채하나에게 주문한다는 걸 던전 브레이크 때문에 거리가 봉쇄되면서 깜빡한 모양이었다.
낮 장사를 할 때는 설탕으로도 충분하지만, 성좌들의 요리를 할 때는 던전 보석 벌꿀이 필수니 얼른 주문해야겠네.
– 던전 보석 벌꿀 재고 남아있으면 사고 싶습니다.
나는 서둘러 그 자리에서 채하나에게 문자를 넣었다.
새벽이라 전화는 실례이니까 말이야.
그러나 채하나는 안 자고 있었던지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
– 큰일 났어요. 지금 던전 보석 벌꿀이 씨가 말랐어요.
음? 던전 보석 벌꿀이 씨가 말랐다는 게 무슨 소리지?
내가 의아해하는 동안 바로 다음 문자가 날아왔다.
– 던전 보석벌들이 모두 실종됐어요.
내 예상보다 진짜 큰일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꿀벌의 실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