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수태한 여신에게 수테차
(132화 후반부가 수정되었습니다. 수정된 부분을 먼저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푸른 잿빛 이리, 보르테 치노.
하얀 사슴, 코아이 마랄.
칭기즈칸과 몽골 제국의 역사를 담은 서사시, [원조비사]에 의하면 이 둘은 하늘의 명을 받고 북해, 즉 바이칼 호수로 내려왔다고 한다.
그리고 둘은 서로 사랑에 빠져 텡기스, 즉 바다라고 부를 정도로 넓었던 바이칼 호수를 헤엄쳐 건너 결혼하게 되고 아이를 낳는다.
“잠깐, 늑대랑 사슴이 이어져서 자식을 낳는다고?”
“성좌잖아. 어려운 일도 아니지.”
나는 신화에서 흔히 나오는 비유나 상징이라서 그렇다는 줄 알았다는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성좌라서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올 줄이야.
당황하는 내게 천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소 요괴인 우마왕도 선녀 출신인 나찰녀와 결혼해서 홍해아를 낳았는데, 뭘.”
거기다 첩은 너구리 요괴인 옥면공주라나?
하긴 신화나 전설 속의 존재들이 실존한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신화도 있는 그대로 믿어야 하는 게 맞겠네.
“아무튼 늑대와 사슴의 아이는 바이칼 호수 근처의 인간 여자, 알랑 고아랑 결혼하게 돼.”
원래 알랑 고아라는 여인은 남편이 있었는데 일찍 사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밤중에 게르 천장에 있는 창문, 에루게를 통해서 달빛이 들어와 배를 쓰다듬었더니 배 속에 아이가 생겼다고 한다.
늑대와 사슴의 아이가 달빛을 통해 알랑 고아라는 여인을 회임시키고 태어난 아이가 바로 칭기즈칸의 먼 선조 되시겠다.
“사별한 남편의 자식들이 항의하자 결국 알랑 고아는 막내아들을 눈물을 머금고 떠나보냈대. 거기서부터 훗날 정복자의 혈통이 시작되었다나?”
“뭔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네.”
해모수와 정을 통한 유화부인이 부여 금와왕의 궁에 들어간 뒤, 태양 빛을 받아 알을 낳았는데 거기서 주몽이 태어났다는 주몽 설화와 굉장히 유사했다.
거기다 금와왕의 아들 대소와 갈사왕에게 치여서 부여를 떠나 고구려를 건설하게 되는 점까지 말이지.
몽골과 한반도의 뿌리는 거슬러 올라가면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크게 이상한 건 아닌가?
“아무튼, 그 혈통에서 나중의 희대의 정복자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역시 그 정복자는 칭기즈칸이겠지.”
이런저런 유목민족이 살아가던 대초원을 단숨에 장악하고 동쪽으로는 한반도 고려에 서쪽으로는 유럽까지 지배한 세계 최대의 제국을 만든 정복자, 보르지긴 테무친.
일명 칭기즈칸. 몽골어로는 칭기스 카간이라고 부르는 ‘사해(四海)의 군주’가 바로 그였다.
“그러면 사슴 성좌가 말한 초원의 음식은 아마도 몽골 음식일 가능성이 높겠네.”
정확히는 바이칼 호수 근처에 강림했다고 하니 그쪽 음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훗날 후손들에게 공물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몽골 음식 쪽이 더 적합할 것 같았다.
“마스터, 좋은 음식이 있나요?”
이제 양고기에 완전히 맛을 들인 미야가 눈을 반짝이면서 새로운 양고기 음식에 호기심을 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웃었다.
“양고기 하면 몽골이죠.”
냄새를 피하기 위해서 어린 양의 고기를 선호하는 유럽이나 중동 쪽 요리와 정통 유목민족인 몽골식 양고기 요리는 달랐다.
몽골 쪽에서는 오히려 어린 양고기가 먹을 게 없고 향이 나지 않는다고 기피하고 오히려 튼튼한 성인 양을 선호한다.
그래서 진한 양고기의 냄새와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몽골식 양고기였다.
“거기다 유제품도 몽골식으로 준비하면 되겠네요.”
양, 염소, 소, 말, 야크 등 몽골에는 다양한 가축이 존재했고 다양한 가축의 젖으로 다양한 유제품이 만들어져 왔다.
덕분에 어떤 유제품을 만들지 머릿속에 계획이 세워졌다.
“자, 오늘은 일찍 잘까요? 내일은 아침부터 바쁠 것 같네요.”
이미 자정이 되어가는 시간이지만, 심야 장사를 하곤 하는 ‘연성이네’에서는 이른 시간.
나는 배부르게 양고기를 먹은 직원들을 해산하고 내일을 기약했다.
* * *
아침부터 분주한 준비 과정을 거친 나와 직원들은 무사히 낮 장사를 마치고 ‘신야식당’의 준비까지 마쳤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이 되자,
[‘푸르면서 잿빛인 초원의 늑대’가 당신의 가게에 방문합니다.] [‘하얀 뿔의 아름다운 사슴’이 당신의 가게에 조심스럽게 방문합니다.]멀리서 늑대가 길게 우는 소리가 들리며 창문 밖으로 달빛이 환하게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천천히 저절로 열리는 문.
문을 통해 가게 바닥으로 길게 늘어지는 달빛 위로 두 개의 그림자가 떠 있었다.
마치 산등성이를 밟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듯, 신성한 모습을 한 늑대와,
그 뿔이 마치 세상을 받치는 세계수라도 되는 것처럼 아름답게 가지를 늘어뜨린 우아한 사슴.
나는 두 그림자의 정체에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연성이네 신야식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내 인사와 함께 늑대와 사슴은 가게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짐승의 형상을 하던 두 성좌는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늑대는 푸른 늑대 모피로 몸을 두르고 몽골식 전통의상을 두른 덩치 큰 몽골 남성으로,
사슴은 아름다운 뿔관을 쓰고 흰 피부를 가진 고운 여성의 모습으로.
“보르테 치노 님, 코아이 마랄 님.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용케도 우리 정체를 알았군.”
“제겐 우수한 직원이 있거든요.”
넉살 좋은 내 말에 늑대, 보르테 치노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로 푸른 잿빛 이리, 황금 씨족의 먼 선조이자 정복자의 조상. 천랑 보르테 치노다.”
“코아이 마랄이예요.”
그런 보르테 치노 옆에서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코아이 마랄.
그런 아내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보르테 치노가 호탕하게 웃었다.
“어때, 우리가 신청한 요리는 준비가 되었나?”
“그럼요. 일단 자리에 앉으······.”
“왕! 왕! 아르르르!”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갑자기 아기 진돗개로 변해있던 설기 녀석이 튀어나와 보르테 치노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설기야, 뭐 하는 거야?”
“사장님, 제가 잡겠습니다.”
에녹이 서둘러 설기 녀석을 잡으려고 했지만, 설기는 요리조리 피하면서 보르테 치노를 향해서 으르렁대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아니, 이 녀석이 갑자기 손님을 향해서 왜 이러지?
“허허, 이놈, 양치기 개인가? 나를 보고 짖다니, 아주 용맹한 녀석이구만.”
다행히 보르테 치노는 설기의 으르렁거림을 언짢게 여기지 않고 기특하게 여기며 웃음을 터뜨렸다.
“초원에서는 양들을 지키기 위해 양치기 개들이 늑대를 무서워하지 않고 용맹하게 싸우지. 아주 훌륭한 번견이로다.”
“왕! 왕! 늑대 싫어!”
“이런, 이 녀석아. 늑대나 개나 거슬러 올라가면 형제 사이인 걸 모르느냐?”
그렇게 말한 보르테 치노는 다시 늑대의 형상으로 돌아가 입을 쩍 벌려 설기를 향해 다가갔다.
자, 잠깐. 저거 무는 거야?
내가 당황해서 뛰쳐나가려고 했을 때, 보르테 치노가 손을 들어, 날 말렸다.
그러곤 설기의 조그만 머리를 입에 살짝 물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낑!”
보르테 치노가 늑대로 변하면서부터 겁에 질려 낑낑대던 설기 녀석은 그대로 대롱대롱 매달려서 부들부들 떨었다.
“하하하, 녀석. 무서워하기는. 기특해서 내 힘을 좀 나눠주려고 했는데 그러면 이미 찜해놓은 다른 성좌가 언짢아하겠지.”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당연한 소리를 하지 말라며 빨리 자신의 신수가 될 아이를 내려놓으라고 항의합니다.]이집트 신화의 성좌 웨프와웨트가 설기를 내려놓으라고 성좌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보르테 치노는 그 메시지를 보곤 키득거린 뒤 설기를 내려놓았다.
“왕! 무서웠엉!”
보르테 치노의 입에서 벗어난 설기 녀석이 내 다리 뒤로 숨어서 벌벌 떨었다.
놀랍게도 그런 설기의 이마에는 푸른 빛으로 처음 보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양치기 개의 덕목을 새겨놓은 내 낙인이다. 앞으로 양칠 일이 있을 때 좋을 거다.”
설기가 양치기 개 일을 할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이것도 기연이라면 기연.
나는 어느새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 보르테 치노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설기야, 너도 인사드려야지?”
“고, 고마왕······.”
여전히 무서워하는 설기는 에녹이 다시 2층으로 데려다 놓기로 했다.
내가 그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짓는 동안, 보르테 치노는 웨프와웨트와 대화중이었다.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자신의 신수가 될 아이에게 별걸 다 줬다며 투덜거립니다.]“거 좋은 거 주는 건데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쩨쩨하게 그러지 마쇼.”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그건 고맙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미리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항변합니다.]“알겠소. 에잉.”
같은 전설급 성좌라 그런지 동급의 둘은 서로 투닥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코아이 마랄이 보르테 치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여보?”
“크흠, 아, 알겠다니까. 미안하게 됐소!”
[‘망자의 길을 여는 하얀 자칼’이 자신도 여기서 이해하고 물러나겠다고 합니다.]아내의 지적에 바로 꼬리를 내리고 사과하는 보르테 치노를 보니 여기도 공처가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일이 해결된 것 같으니 이제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와서 음식을 대접해드려도 될까요?”
“좋아요.”
코아이 마랄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체가 하얀 사슴답게 그녀의 웃음에 가게가 환해지는 것처럼 아름답고 고결한 미소였다.
신기하네. 저번에 온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가 왔을 때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나는 속으로 살짝 의아해하며 오픈 키친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요청을 먼저 확인하고 싶습니다. 유제품 요리와 양고기 요리, 맞으신가요?”
“맞다. 내가 유제품 요리를 신청했지. 그런데 당신이 양고기 요리를 신청한 거야?”
보르테 치노의 물음에 코아이 마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요즘 당신이 이리저리 고생이 많잖아요. 몸보신하라고 양고기 요리를 신청했어요.”
“당신······.”
보르테 치노가 감동한 표정으로 코아이 마랄을 바라보았다.
“암, 양고기가 몸보신에는 최고지. 역시 내 생각해 주는 건 당신밖에 없어!”
얼마나 감동한 건지 코를 훌쩍일 정도인 보르테 치노를 보며 코아이 마랄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대답했다.
“저야말로 당신뿐인걸요. 수태한 저를 위해 유제품 요리를 신청해줄 줄은 몰랐어요.”
“아이를 가졌을 때는 유제품이 좋으니까.”
코아이 마랄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는 보르테 치노를 보며 흐뭇하게 웃다가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잠깐,
“혹시 임신 중이십니까?”
“······네.”
“정말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내 물음에 기쁜 듯이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코아이 마랄.
나는 그제야 그녀가 우리 가게로 왔을 때 다른 여신들과 달리 가게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 걸 알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여인은 아이를 가진 여인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아마 황금 사과 경쟁이 벌어졌다면 코아이 마랄이 그 주인이 됐을 수도 있겠네.
나는 이 경사스러운 일에 흐뭇하게 웃다가 잠깐 멈칫했다.
······설마 또 다른 칭기즈칸이 태어나는 건 아니겠지?
위대한 정복자였지만, 그만큼 무서운 사람이기도 했으니까.
하하, 설마······?
나는 고개를 흔들어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버리고 요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행이네요. 오늘 제가 준비한 유제품 요리는 배 속의 아이에게 좋은 요리들일 테니까요.”
“그런가? 역시 소문을 믿고 예약하길 잘했군. 으하하.”
듣자 하니 보르테 치노는 코아이 마랄이 회임한 걸 알자마자 우리 식당을 예약했다고 한다.
그리스 3대 여신의 압박에도 아내를 위해 끝까지 예약을 포기하지 않았고, 덕분에 바로 식사하러 올 수 있었다나?
“저희 식당을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믿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본격적인 요리를 대접할 준비를 했다.
내가 처음으로 둘의 앞에 내놓은 찻잔에는 뿌연 액체가 찻잔에서 찰랑이고 있었다.
“오! 오랜만인걸.”
“그렇네요. 그리운 음료네요.”
구수한 사골 국물 향이 흘러나오는 이 우윳빛 차의 이름은,
“수테차입니다. 찻잎을 볶아 우유로 우려낸 몽골식 차죠.”
찻잎을 양 꼬리 지방에서 뽑아낸 기름으로 볶고 양젖이나 우유를 넣어 끓여 사골 국물 맛이 나는 몽골의 전통 차, 수테차였다.
젖과 꿀이 흐르는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