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젖과 꿀이 흐르는 식탁
구수한 수테차의 향이 가게 안에 퍼지는 동안 두 성좌는 눈을 감고 그 맛을 음미했다.
“역시 양 기름이 들어가야 맛이 좋다니까.”
“음? 제 것엔 안 들어간 모양인데요?”
보르테 치노의 말에 코아이 마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그런 코아이 마랄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이를 가지셨다고 하셔서 일부러 양 기름을 뺐습니다만, 괜찮으실까요?”
사슴의 임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직 입덧이 끝난 게 아니라면 양고기 냄새에 입덧을 할 수도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사슴에게 양 기름을 먹여도 되나 싶기도 했고.
사실 양 기름을 뺀 수테차는 그냥 양젖으로 끓인 밀크티였으니 임신 초기만 아니라면 괜찮을 터였다.
“먹어도 괜찮지만, 그 배려가 감사해서 더 부드럽고 맛있게 느껴지네요.”
코아이 마랄은 그런 내 배려가 기뻤는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그 덕에 뿔관에 달려 있던 장신구들이 찰랑대며 소리를 냈다.
“흥! 세심하긴 한 것 같구만. 얼른 다음 음식을 가져오라고.”
코아이 마랄이 기뻐하는 모습에 좋아하면서도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친절한 게 마음에 안 드는지 보르테 치노가 콧방귀를 뀌었다.
나는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다음 음식을 꺼냈다.
“이건 우룸입니다. 일종의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이죠.”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유의 지방을 크림으로 응고시켜 먹는 일종의 굳힌 크림이었다.
이런 점에서 우유의 지방을 분리해 수분을 날려버린 뒤 굳힌 버터와도 비슷했다.
정확히는 수분을 날리기 전의 버터라고 해야 하나?
실제로 우룸에서 수분을 날리고 굳히면 노란 버터가 된다.
이렇게 설명하면 어렵지만, 한때 유명한 요식업 사장님이 방송에서 소개해서 인기를 끌었던 튀르키예의 요리, 카이막이 이 우룸과 거의 유사한 음식이었다.
“이렇게 우유의 지방을 응고시켜서 먹으면 부드러움과 고소함을 진하게 느낄 수 있죠.”
우룸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아침에 미야가 짜온 신선한 미리의 젖을 끓지 않는 온도에서 천천히 가열한다.
그러면 양젖의 지방이 다른 성분들과 분리되기 시작한다.
원래는 양젖 자체에 포함된 지방층만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빠르게 많은 양의 우룸을 만들고 싶은 나는 꼼수를 썼다.
“미리 만들어놨던 양젖 크림을 넣었죠.”
“그러면 뭐가 달라지나?”
“네. 크림 자체가 양젖의 지방을 농축해놓은 거라서 양젖의 지방이 더 진해져서 우룸을 빠르고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 가열하다 보면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이때 불을 꺼버린다.
양젖이 끓어버리면 제대로 된 우룸이 나오질 않거든.
불을 끈 뒤에는 국자로 계속 들어서 흘리는 식으로 저어준다.
그러면 거품이 생성되는 동시에 수분이 날아가 지방을 포함한 거품층이 생겨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생성된 지방 거품층을 식히면 푹신한 솜처럼 연황색으로 굳게 됩니다. 그걸 떠내면 우룸이 완성되는 거죠.”
“신기해요. 만드는 법은 처음 알았어요.”
내 설명을 들은 코아이 마랄이 눈을 빛내며 손뼉을 쳤다.
아무래도 이들은 공물을 받는 입장이라 그런지 요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몰랐던 모양이었다.
“양젖을 짠 다음 처음 만드는 게 바로 이 우룸입니다. 그래서 가장 영양분이 좋고 질이 좋죠.”
나는 연황색의 우룸을 미야가 방금 구워 따뜻한 빵을 썰어 그 위에 바르듯이 올렸다.
튀르키예의 카이막은 여기에 현지의 소나무 꿀을 뿌려 같이 먹지만, 이번에는 올리지 않았다.
갓 만든 우룸은 꿀이 없어도 그 자체만으로도 진하고 고소하기도 했고, 꿀은 다음 요리에 쓸 소스였거든.
“드셔보시죠.”
내 말에 코아이 마랄이 우룸을 얹은 빵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곤 또 눈을 반짝이며 뿔관 장식이 흔들리는 소리를 내었다.
“맛있어요.”
“정말? 입에 맞아? 다행이다. 다행이야.”
코아이 마랄이 맛있다고 하자 보르테 치노가 눈에 띄게 좋아했다.
이미 맛을 봤기에 맛있는 거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작 먹지 않은 보르테 치노가 제일 기뻐하네?
심지어 자신의 몫도 코아이 마랄 앞으로 밀어주었다.
그걸 보는 의아한 내 표정에 그가 멋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최근 아내가 한동안 풀에서 풀냄새가 난다며 먹질 못했었다.”
“아, 그러셨군요.”
나야 주변에 임산부도 없었고 아이를 가진 여성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잘 몰랐지만, 임신 시기엔 음식을 가리는 것만으로도 큰 고생이란 소리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코아이 마랄은 사슴인데도 불구하고 풀냄새가 나서 풀을 못 먹는 상황이었다니.
“내 아내는 평소 천상의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고 살지. 그런데 그곳의 풀을 먹지 못하게 되니 다른 걸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유제품이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요청한 거였지.”
성좌들이 먹을 수 있는 유제품을, 아니 음식을 만드는 곳이 우리 식당 정도뿐이라 이 성좌 부부는 예약이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이런, 임산부인 데다 지금까지 잘 먹지 못했다고 하니, 더 신경 써서 요리해야겠네.
나는 혹시나 해서 코아이 마랄에게 물었다.
“아까 찻잎이나 지금의 빵은 괜찮으셨나요?”
“양젖과 함께 먹으니 괜찮았어요.”
찻잎도 풀이고 빵도 식물성이었기에 혹시나 해서 물었는데, 유제품이랑 같이 먹는 건 괜찮은 모양이었다.
내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안 코아이 마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배를 만졌다.
“뱃속의 아이도 기뻐하는 것 같네요.”
“정말?”
“아이, 이이도 참.”
우룸을 먹자마자 코아이 마랄 배 속의 아이가 태동을 보이자 보르테 치노가 기뻐하며 아내의 배로 손을 가져갔다.
부끄러운지 그런 남편을 밀어내고 코아이 마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아이도 이렇게 맛있는 유제품을 먹고 싶은 모양이에요.”
“칭찬 감사합니다. 그럼, 이 요리는 어떠실까요?”
나는 다음 유제품 요리를 꺼내 들었다.
“타라크, 혹은 쉬민 아르히라고 부르는 몽골식 요거트입니다.”
타라크는 간단히 말하면 집에서 만든 수제 요거트였다.
우룸을 만들고 남은 양젖에 미리 만들어놓은 타라크, 즉 유산균이 포함된 요거트를 살짝 섞은 뒤, 마찬가지로 따뜻하게 데워준다.
그런 뒤 반나절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안의 유산균이 발효되어서 걸쭉한 요거트가 완성이 된다.
“몽골과 제가 살고 있는 한국은 묘한 인연이 있는 사이입니다. 이 타라크도 마찬가지죠.”
몽골에서는 가축의 젖을 발효한 요거트를 타라크라고 부르지만, 몽골 간섭기에 그 영향을 받은 고려와 조선에서는 우유 자체를 ‘타락’이라고 불렀다.
흔히 우유죽으로 유명한 타락죽도 있고 말이야.
두 성좌는 신기해하며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 한 번 드셔보실까요?”
나는 타라크를 시리얼 볼크기의 작은 그릇에 담아서 두 성좌 앞에 두었다.
“살짝 시큼하네요.”
코아이 마랄이 살짝 입에 대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늘 타라크를 처음 만드는 것이라 미리 만들어놓은 게 없어서 발효와 맥주의 성좌, 라구티스가 준 [발효 균체 군단]에서 적당한 유산균을 뽑아서 넣었다.
덕분에 타라크의 맛은 짜릿할 정도로 시큼한 순수한 요거트 그 자체였다.
아내의 그런 모습을 본 보르테 치노가 눈에 쌍심지를 켜기 전에 나는 웃으며 비장의 소스를 꺼냈다.
“이건 던전 보석 벌꿀입니다. 시큼한 요거트에 이렇게 던전 보석 벌꿀을 섞어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나는 걸쭉하게 녹인 던전 보석 벌꿀의 영롱한 액체가 요거트 위로 나선을 그리며 뿌려졌고, 그 위에 가루처럼 부순 던전 보석 벌꿀을 살짝 뿌렸다.
“어머, 너무 예뻐요.”
흰색 타라크 위에 노란 벌꿀의 강이 흐르고 그 위에 반짝이는 보석 벌꿀 결정이 뿌려져 있었다.
나는 그런 코아이 마랄에게 웃으며 요리의 설명을 했다.
“하얀 타라크는 흰 사슴인 코아이 마랄 님을, 노란 벌꿀은 코아이 마랄 님의 황금색 사슴뿔을, 그리고 벌꿀 결정은 그 사슴뿔에 걸린 하늘의 별을 형상화해 보았습니다.”
“그런 깊은 뜻이······.”
내 말에 눈을 반짝이면서 감동하는 코아이 마랄.
심지어 보르테 치노도 질투보다 감탄과 공감을 먼저 하고 있었다.
“보는 눈은 확실히 있군. 암, 이 정도는 되어야 내 아내의 아름다움에 빗댈 수 있지.”
팔불출 남편의 인정까지 받은 타라크는 그 맛도 대호평이었다.
“아까는 너무 시큼했는데, 이젠 새콤달콤하고 너무 맛있네요.”
“단맛과 신맛은 서로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니까요.”
그래서 요리가 너무 시큼할 때는 설탕을 넣고, 반대로 음식이 너무 달콤할 때는 식초나 레몬즙을 넣으면 좋다.
단맛을 잡겠다고 소금을 넣는 순간 그 요리는 망하는 거다.
아무튼, 단맛과 신맛은 단맛과 매콤한 맛에 버금갈 정도로 서로 잘 어울리는 찰떡궁합이었다.
“맛있어? 자, 내 것도 먹어.”
“고마워요.”
원래 임신하면 신 것이 당긴다고 하던가.
코아이 마랄은 적당히 시큼해진 꿀 섞인 타라크를 순식간에 두 그릇이나 비웠다.
“그다음은 아르츠와 아롤입니다. 치즈와 비슷한 것으로 타라크에서 수분을 뺀 뒤 말려서 딱딱하게 굳힌 거죠.”
타라크를 천 주머니에 넣고 천장에 걸어놓으면 타라크의 수분이 밑으로 빠져나온다.
이때 연두부 수준으로 말린 걸 아르츠라고 하는데 카망베르 치즈 같은 시큼함과 구수함이 특징이었다.
수분을 아예 모두 빼버리고 딱딱하게 굳힌 걸 아롤이라고 했다.
“몽골에선 중요한 보존 음식이자, 손님을 환대하기 위해 대접하는 간식이죠.”
나는 아롤과 아르츠를 그대로 주기보다는 다른 요리에 섞어서 주었다.
왜냐면 타라크를 그대로 굳힌 거라 이게 엄청 시큼하거든.
치즈 같은 아르츠는 우룸처럼 빵에 바른 뒤, 오이와 토마토 같은 신선한 야채를 올려 오픈 샌드위치로 만든 뒤 딱딱한 아롤을 갈아서 그 위에 올렸다.
“야채랑 같이 먹으니 더 좋네요.”
“원래는 그냥 먹는 거지만, 이렇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코아이 마랄은 타라크만큼 시큼한 아롤과 아르츠도 다른 재료와 함께 먹으니 오히려 즐겁게 입으로 가져갔다.
그 모습을 보르테 치노는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내게 요청했다.
“아내가 잘 먹는군. 같은 요리를 더 줄 수 있나?”
“물론이죠.”
“아뇨, 괜찮아요. 이제 양고기를 주셔도 돼요. 당신도 먹어야죠.”
자신만 자꾸 먹는 게 불편했는지, 코아이 마랄이 남편을 말렸다.
하지만 보르테 치노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아내의 모습만 봐도 배부른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나보단 당신이 더 먹어야 해.”
“여보.”
이 사랑스러운 부부 싸움 앞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살짝 껴들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두 분께 모두 요리를 드릴 생각이었으니까요. 미야. 코아이 마랄 님께 계속 요리를 주세요.”
“네, 마스터.”
나는 준비한 유제품 요리를 미야에게 넘긴 뒤, 보르테 치노 앞에 섰다.
“유제품은 충분히 마음에 드셨던 것 같으니, 이번엔 주문하신 양고기 요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실까요?”
“야, 양고기······.”
꾸르륵.
양고기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보르테 치노의 뱃속에서 우렁찬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참고 있었지만, 그도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
나는 이 팔불출 공처가의 헌신적인 모습에 흐뭇하게 웃으며 양고기 요리를 꺼냈다.
“먼저 몽골의 명절 요리이자 중요한 날에만 먹는 보쯔를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내가 꺼낸 건 밀가루 피로 양고기를 감싸서 쪄낸,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양고기 만두였다.
“음? 뭐야, 간단한 음식이잖아.”
양젖으로 만든 다양한 유제품으로 멋을 부렸던 지금까지의 요리와 달리 간단한 양고기 만두를 보고 보르테 치노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나는 그런 보르테 치노를 보며 씨익 웃었다.
“한 번 드셔보면 그런 말을 못 하실걸요?”
왜냐면 이 보쯔라는 양고기 만두는 내가 양고기 요리 중 제일 좋아하는 요리였으니까.
아, 일단 한번 드셔보시라니까?
아낌없이 주는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