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아낌없이 주는 양
몽골 음식은 흔히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첫 번째는 하얀 음식이라는 뜻을 가진 차강 이데.
가축의 하얀 젖을 이용해서 만드는 유제품들을 말했다.
다른 하나는 붉은 음식이라고 불리는 올랑 이데.
가축을 죽이지 않고 젖을 짜내는 차강 이데와 다르게 가축을 도축해야만 얻을 수 있는 고기와 피를 이용한 요리였는데 고기와 피가 붉기에 붉은 요리라고 불렸다.
“코아이 마랄 님께 차강 이데를 대접해드렸으니, 보르테 치노 님께는 올랑 이데를 대접해드리겠습니다.”
“좋지.”
제일 먼저 대접할 건 보쯔라고 불리는 몽골식 만두였다.
“원래는 중국에서 포자(包子), 혹은 바오쯔라고 불리는 형식의 왕만두가 몽골에 전해져서 만들어진 게 바로 보쯔입니다.”
유목민족의 음식 문화는 간결한 편이어서 다른 나라의 요리를 받아들인 것들이 많았다.
이 보쯔도 마찬가지.
중국에서 들어와 몽골식으로 재탄생한 만두였다.
“몽골에선 기쁜 일이 있을 때나 중요한 손님이 오면 대접하는 귀한 음식이죠.”
보쯔는 원래 새해 명절이나 겨울철에 즐겨 먹는 음식.
겨울이 몹시 춥고 건조한 기후인 몽골 초원에선 도축한 양고기를 야외에서 꽁꽁 얼려 보관한 뒤, 필요할 때마다 먹는 방식이 발달했다.
여기에 몽골에서 귀한 밀가루를 써서 만들기에 보쯔는 새해 명절이나 손님이 올 때 대접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두꺼운 밀가루 만두피에 다진 양고기를 넣고 찌는 거죠.”
보쯔의 기원이 된 포자, 즉 바오쯔나 비슷한 음식인 한국의 왕만두의 경우에는 만두소에 고기와 각종 채소, 당면이나 두부까지 들어가지만, 보쯔는 순수하게 고기만 들어간다.
양의 살코기를 다진 뒤, 양 꼬리의 지방을 섞고 거기에 양파나 마늘을 조금 다져 넣어 냄새를 잡으면 그걸로 끝.
내 설명을 들은 보르테 치노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외로 간단하군?”
“그래서 오히려 좋은 점도 있습니다. 양고기 자체의 순수한 맛을 즐길 수 있거든요.”
원래 양고기 요리의 대표적인 요리는 따로 있었지만, 그건 오늘의 메인 디쉬이기도 했고 순수한 양고기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보쯔를 먼저 냈다.
“자,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먼저 이렇게 만두 위쪽을 살짝 찢어서 열고,”
보쯔는 오로지 고기만 다져서 넣고 두꺼운 만두피를 쓰기 때문에 찌는 과정에서 고기의 육즙이 흘러나와 만두 안에 고여있게 된다.
마치 상하이의 대표적인 만두, 소롱포(小籠包), 즉 샤오룽바오와 비슷한데, 그래서 먹는 방식도 비슷했다.
“살짝 식혀준 뒤, 육즙부터 마십니다.”
보쯔는 애초에 이렇게 먹는 만두였기 때문에 만두를 빚을 때부터 위를 찢기 쉽게 적당히 마무리하거나 구멍을 뚫을 때도 있었다.
나는 육즙이 좀 더 안에서 갇혀있길 원해서 구멍을 만들지 않고 닫아놨지만.
“냄새가 아주 좋다.”
내가 알려준 대로 보르테 치노가 보쯔의 위를 살짝 찢자 진한 양고기 냄새가 만두 안에서 수증기와 함께 올라왔다.
저 김과 냄새야말로 만두가 잘 익었다는 증거지.
내가 그 모습을 보고 씨익 웃고 있을 때였다.
“앗! 뜨거워!”
보르테 치노가 만두 채로 뜨거운 육즙을 들이켰다가 펄쩍 뛰어올랐다.
냄새가 너무 좋았던 모양인지 식혀서 먹으라는 내 말을 깜빡한 모양이었다.
칭기즈칸의 먼 선조 되는 성좌치곤 체통 떨어지는 모습이었지만, 그럴만할 정도로 육즙이 뜨겁긴 했다.
“뭐가 이렇게 뜨거운 거야?”
“보통 만두가 아니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저 만두는 무려 슬라브 신화의 저승 신이자 주신 페룬의 최대의 라이벌, 늑대 신 벨레스가 키운 양고기였으니까.
아무래도 보쯔는 추운 계절에 먹는 양고기 요리였기에, 슬라브, 그러니까 추운 동유럽 지역의 성좌가 기른 양을 쓰기로 했었다.
거기다 주신의 라이벌이라고 칭해질 정도로 해당 성계에서 격 높은 성좌가 직접 기른 양이라 그런지 마력이 듬뿍 깃들어 있었다.
거기다 두 여신의 축복을 받은 마철성이 기른 밀가루로 만두를 빚은 데다 마력수로 쪄서 저 만두에는 마력이 아주 잔뜩 깃들어 있는 상태였다.
“마력이 잔뜩 깃들어 있다는 건 그만큼 이 만두가 열을 잔뜩 머금고 있다는 소리니까요.”
마력이 깃든 재료는 평범한 요리에 쓰이는 열로는 절대 익지 않는다.
그래서 몇 배는 되는 온도로 익혀야 했다.
당장 마력수만 해도 380도는 넘어야 끓기 시작하기에 그 증기로 익힌 이 만두도 성좌가 고통스러워할 만큼 뜨거울 수밖에.
“히해해따(이해했다.)”
혀를 덴 모양인지 늑대, 아니 개처럼 혀를 빼물고 혀를 식히는 보르테 치노였지만, 화를 내진 않았다.
오히려 마력이 잔뜩 깃든 데다,
“뜨겁지만, 육즙이 기가 막히는군.”
진한 마력 맛과 함께 익은 양고기 만두, 보쯔에 홀딱 빠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입 안 가득 만두를 넣고 육즙과 고기를 음미하며 행복하게 웃는 보르테 치노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그 모습을 본 코아이 마랄도 자신이 먹던 타라크를 내려놓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많이 먹어요, 당신.”
“고마워, 여보.”
먹기 편하게 미리 보쯔의 위를 찢어 식혀놓는 아내의 배려에 보르테 치노가 흐뭇하게 웃었다.
참 보기 좋은 부부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다음 요리를 준비했다.
“이번에는 호쇼르라고 부르는 만두입니다.”
“이번에도 만두?”
“보쯔와는 좀 틀릴 겁니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튀김만두거든.
찐만두와 튀김만두는 엄연히 다른 음식이지. 암.
“이 호쇼르도 기원은 중국의 고기 호떡인 훠샤오얼(火燒兒)에서 유래했습니다.”
한국의 호떡은 납작한 밀가루 핏속에 설탕과 곡물, 계피 가루 등을 넣어서 맛을 내지만, 중국식 호떡에는 야채나 고기가 들어간다.
몽골의 호쇼르도 마찬가지로 사실 보쯔와 똑같은 양고기 만두소가 들어간다는 게 특징이지.
“이렇게 반달 모양으로 만든 납작만두를 끓는 기름에 넣고 튀깁니다.”
“오!”
“맛있는 소리가 나네요.”
치지지직!
달군 마감람유 속에 들어간 납작만두가 바삭하게 튀겨지는 소리에 보르테 치노와 코아이 마랄 모두 즐거워했다.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만큼 식욕을 자극하는 소리가 없지.
“이 호쇼르는 보쯔와 달리 몽골의 여름 축제인 나담 기간에 주로 먹습니다. 그래서 나담 호쇼르라고도 하죠.”
나담은 몽골의 모든 부족이 모여서 각자의 기량을 겨루고 스포츠로 경쟁하는 일종의 올림픽 같은 축제.
지금도 몽골의 가장 큰 축제로 이 나담 기간에 부흐라고 부르는 몽골 씨름에서 우승한 선수는 국가급 스타가 된다고 하던가?
그러고 보니 몽골의 S급 헌터도 이 부흐 선수 출신이라지, 아마.
아무튼, 호쇼르도 보쯔처럼 그런 축제에서 먹는 특별한 음식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이 호쇼르에 들어간 양고기는 양은 많지 않지만, 다윗이라는 영웅 성좌가 기른 양고기입니다.”
“아, 들어본 적이 있다.”
늑대 성좌인 보르테 치노에게 양치기 성좌들은 미리 알아둬야 할 경계 대상이라나?
어쨌든 다윗을 알고 있다면 설명은 빠르지.
“나담이라는 신체 능력을 자랑하는 축제에서 먹는 호쇼르를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영웅이 기른 양고기로 만들었습니다. 충분한 보양식이 될 겁니다.”
“그것참 기대되는군.”
내 말에 천성이 전사이자 늑대인 보르테 치노가 흥분해서 콧김을 뿜어댔다.
나는 웃으며 그에게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호쇼르를 건네주었다.
“이것도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내 성좌력을 입안에 둘러놨으니 이제 걱정 없다.”
보르테 치노는 그렇게 말하며 진짜 하나도 뜨겁지 않은 듯 호쇼르를 허겁지겁 씹어 먹었다.
아니, 남들은 그렇게 목을 매는 성좌력을 내 요리를 먹으려고 소모한다고?
나는 황당했지만, 정작 성좌력을 쓴 당사자는 기뻐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맛있구나. 진짜 맛있어.”
본인이 좋다면 된 거겠지.
나는 속으로 웃으며 그 옆에 새로운 반찬을 추가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연속으로 고기를 드시고 기름에 튀긴 만두까지 드시면 느끼할 수도 있으니 이 김치랑도 함께 드셔보시죠.”
“김치? 풀 요리 아닌가?”
“아예 풀을 못 드시는 건 아니죠?”
“먹을 수야 있지만······.”
늑대 같은 맹수들도 풀을 아예 못 먹는 건 아니고 간혹 뜯어먹곤 한다. 과일을 먹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그렇게 내키진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보르테 치노에게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 김치를 몽골에서는 악마의 음식이라고 부릅니다.”
“뭐? 악마?”
“나쁜 의미가 아니라, 느끼한 고기 요리를 김치와 함께 먹으면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르더군요.”
몽골은 기본적으로 ‘풀은 가축이, 가축은 인간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사는 유목민족들이었다.
감자나 양파, 마늘 같은 채소는 자주 먹는 편이었지만, 푸성귀나 열매채소 같은 경우에는 키우기도 어렵고 가축이 먹을 것도 없기에 사람들은 잘 먹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음식이 몽골에 퍼지고 느끼함을 달래주는 김치가 유행을 타면서 순식간에 그 매력에 빠져버렸다나?
“더 많이 먹을 수 있다면, 풀이라도 좋다.”
내 설명을 들은 보르테 치노는 히죽 웃으며 김치를 한입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오!”
그러곤 다시 맹렬히 호쇼르와 보쯔를 입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이러니 몽골 사람들이 김치를 악마의 음식이라고 부르지.
“더 주게.”
“더 드릴 수는 있지만, 마지막 메인 디쉬가 남아있습니다. 배부르시지 않으시겠어요?”
“메인 디쉬?”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방에서 한창 익어가고 있을 요리를 슬쩍 보았다.
“네. 허르헉이라고 부르는 몽골 양고기의 정수죠.”
오늘의 메인 디쉬는 바로 허르헉이었다.
* * *
지금이야 가볍고 튼튼한 조리 도구들이 많이 나오고 교통수단도 발달했다지만, 먼 옛날, 오로지 두 발과 가축의 힘으로 떠돌아다녀야 했던 시절의 유목민들에게 무거운 조리 도구는 오히려 짐이었다.
“거기다 초원에서는 제대로 된 대장간도, 철도 구하기 힘들었으니까요.”
“그렇지. 그때는 철보단 뼈나 돌을 더 많이 썼어.”
내 설명에 보르테 치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구하는 철도 죄다 남자들의 무기로 써야 했기에 솥이나 프라이팬 같은 조리 도구는 사치였다.
“그래서 허르헉 혹은 버덕이라고 부르는 요리가 발달했죠.”
가축을 도축한 뒤, 뼈와 고기, 간혹 피와 내장까지 그대로 다시 죽은 가축의 가죽 안에 집어넣는다.
그 뒤 아주 뜨겁게 달군 돌을 안에 넣고 가죽을 꿰매버리면 돌의 열기가 가죽 안에서 퍼지면서 마치 찜통에서 익는 것처럼 고기가 익어버린다.
“그 방법을 그대로 쓴 건가?”
“아닙니다. 전 유목민이 아닐뿐더러 지금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나는 가축의 가죽 대신 커다란 압력솥에 양고기와 뼈, 그리고 던전 감자와 양파, 당근 등을 넣었다.
“그리고 여기서 제 특별한 레시피가 추가됩니다.”
“레시피?”
“차이브라고 하는 향신료죠.”
차이브는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자라는 쪽파처럼 생긴 향신료였다.
양파와 부추 중간의 향이 나는 이 향신료는 요리에도 많이 쓰이지만, ‘풀’이라는 장점도 있었다.
“풀인데 장점이 있다뇨?”
풀을 뜯어 먹는 코아이 마랄이 궁금해하며 묻자 나는 웃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몽골의 초원에서도 차이브가 자랍니다. 그리고 차이브와 각종 약초를 먹고 자란 양고기에는 차이브의 향과 약효가 남아있죠.”
그래서 몽골 사람들은 사막에서 자라는 양보다 초원에서 약초를 먹고 자라는 양을 더 높게 쳐준단다.
양고기를 먹는 동시에 약초를 먹는 셈이니까.
“아쉽게도 제가 구한 양 중에는 차이브를 먹고 자란 양이 없어서 마력이 깃든 던전 차이브를 넣고 함께 쪘습니다.”
차이브는 양고기 외에도 다양한 요리에 향신료로 쓰이는 허브라 미리 마철성에게 길러달라고 부탁하길 잘했지.
모종을 구하는 게 어려웠지만, 국밥 할아버지가 삼천 그룹 내부에서 운영하는 종자 연구소에서 구해다 주었다.
“그리고 하나 더. 달군 돌이 아니라 화염 속성의 마정석을 썼습니다.”
마정석 화로에 쓰이는 화염 속성의 마정석을 달군 돌 대신에 압력솥에 넣었다.
양고기와 다른 재료 안에 있던 마력이 마정석과 반응하면서 어마어마한 열이 압력솥 안에서 흘러나오더라고.
드워프 알비스가 만들어준 압력솥이 녹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뻘겋게 달아오를 정도였다.
“고기가 타진 않았나?”
“두무지 님이 저승에서 숙성시킨 양고기는 쉽게 타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까지 아주 촉촉하게 익었습니다.”
두무지는 뜨겁디뜨거운 사막 지대인 메소포타미아의 양치기 신.
거기다 페르세포네처럼 저승을 오가는 신이었기에 그런 그가 키운 양고기는 질기긴 해도 열과 외부의 충격에 강한 고기였다.
그런 고기였기에 오히려 마정석의 열과 그로 인한 압력솥 안의 강력한 증기 속에서도 제 모습을 유지하며 잘 익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허르헉입니다.”
“크르르르, 못 참겠군.”
내가 압력솥에서 꺼내어 접시에 담은 수북한 양고기 더미에 보르테 치노의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강력한 마정석의 열기와 압력솥의 증기로 구우면서 동시에 찌듯이 익혔기에 겉은 바삭하게 구워짐과 동시에 속은 수육처럼 촉촉이 익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양고기였다.
“어디 한 번 드셔보시죠.”
“그럼, 한 번.”
보르테 치노는 내 권유에 사양하지 않고 바로 뼈가 붙은 큼지막한 양고기를 집어 들었다.
이제 체면도 버린 건지 식기도 쓰지 않고 손으로 바로 뼈를 잡고 고기를 뜯었다.
“어떠십니까?”
“이, 이건······!”
한입 먹자마자 갑자기 고통스러운 듯 몸을 비틀대는 보르테 치노.
나와 미야, 그리고 코아이 마랄은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당신, 왜 그래요?”
“너무 맛있다!”
그렇게 대답하곤 보르테 치노는 마치 늑대처럼 고개를 하늘로 향하면서 ‘아우우’ 길게 하울링을 뽑아냈다.
아, 늑대처럼이 아니라 진짜 늑대였지.
몸을 부르르 떨었던 건 너무 맛있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휴, 놀랐네.”
그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맛있어서 그랬다는 것에 기쁘기도 해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하지만 코아이 마랄은 다른 모양이었다.
“놀랐잖아요. 애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욧!”
쫘악!
임신한 아내를 놀라게 한 남편의 등에 손자국, 아니 사슴 발굽 자국이 진하게 남았다.
북해도에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