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북해도에 가면
“이, 이거 뼈가 분질러진 것 같은데?”
코아이 마랄의 발굽 공격에 보르테 치노가 끄응 앓는 소리를 냈다.
세상에, 때릴 때만 손을 발굽으로 변화시켜서 때릴 줄이야.
분명 사슴을 잡아먹는 건 늑대지만, 간혹 사슴 발굽에 치여 죽는 늑대도 나온다더니.
그 광경을 내 눈앞에서 볼 줄은 몰랐다.
“끄으으.”
“······많이 아파요?”
보르테 치노가 고개를 숙이고 끙끙거리자 때린 당사자인 코아이 마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때, 잠시 말이 없던 보르테 치노가 고개를 번쩍 들면서 말했다.
“안 되겠어. 뼈를 붙이기 위해서라도 더 많이 먹어둬야지.”
“······한 대 더 맞을래요?”
“하하, 노, 농담이야.”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더니.
발굽으로 뼈 부러뜨리기에 가까운 성좌 부부의 투닥거림을 보고 있자니 웃음만 나왔다.
그렇게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코아이 마랄은 유제품을, 보르테 치노는 양고기를 모두 먹어 치웠다.
“꺼흑. 잘 먹었다.”
“정말 잘 먹었어요. 배 속의 아이도 잘 먹었다고 하는 것 같아요.”
“정말?!”
코아이 마랄이 배를 쓰다듬으면서 웃자 보르테 치노가 놀라면서 아내의 배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진짜 태동이 있었는지 보르테 치노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정말 좋아하잖아?”
“후후후, 엄마가 좋아하면 아이도 좋아하니까요.”
“두 분, 아니 세 분 모두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아이를 가지고 행복해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한데, 내 요리로 세 명을 행복하게 했다니.
아주 뿌듯한 장사였네.
내가 그렇게 흐뭇해하고 있을 때였다.
[당신이 만든 ‘특별한 양젖으로 만든 차강 이데 세트(유일급)’에 특수효과가 부여됩니다.] [특수효과 [영양 보충]. [어머니의 축복]이 적용됩니다.] [당신이 만든 ‘성좌가 키운 양고기로 만든 올랑 이데 세트(전설급)’에 특수효과가 부여됩니다.] [특수효과 [기력 상승]. [아버지의 보호]가 적용됩니다.]요리 하나하나가 아니고 세트 단위로 묶여서 특수효과가 적용되는구나.
그리고 미리의 젖으로 만든 차강 이데와 달리 성좌들이 키운 양고기로 만든 올랑 이데가 등급이 더 높은 듯했다.
나는 신기해하면서 ‘차강 이데 세트’와 ‘올랑 이데 세트’에 적용된 특수효과를 살펴보았다.
우선 올랑 이데의 [기력 상승]은 양고기로 인한 보양 효과였고, [아버지의 보호]는 놀랍게도 가족을 지킬 때 늑대로서의 능력이 향상된다고 나와 있었다.
보르테 치노가 만족한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늑대는 다른 짐승들과 달리 일부일처로 평생을 산다. 그리고 처자식을 지킬 때 가장 강력해지지. 아버지가 될 내게 딱 좋은 특수효과다.”
굳이 올랑 이데의 효과가 아니더라도 알아서 가족을 잘 지킬 보르테 치노였지만, 더더욱 힘을 내서 지킬 수 있게 되었다며 내게 감사를 표했다.
다음은 차강 이데 세트의 효과였다.
그리고 [어머니의 축복]은······.
“······임신 중인 태아를 보호하고 태어날 아이의 격을 올려준다고?”
“이런 효과라니······.”
너무도 놀라서 입 밖으로 중얼거리자 같은 효과를 확인한 코아이 마랄도 놀란 얼굴로 자신의 배를 보았다.
그러곤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감사합니다. 이런 은혜를 입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나도 감사를 표하지. 우리의 아이에게 더없이 감사한 축복이었다.”
보르테 치노와 코아이 마랄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고개를 숙이며 깊은 감사 인사를 했다.
나는 서둘러 그들을 말렸다.
몇 번을 겪어도 성좌씩이나 되는 존재들이 내게 이렇게 정중하게 인사하는 건 좀 난처하거든.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인간이고 권속일 뿐인데요.”
“아니에요. 우리는 성좌지만, 그 전에 아이의 부모이기도 해요.”
“그래, 부모가 자식을 위해 은혜를 준 존재에게 고개를 숙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일이지.”
그렇게 말하며 늑대와 사슴 부부는 거듭 내게 고개를 숙였다.
하하, 이것 참 난처하네.
나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고개를 마주 숙이는 걸로 응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할까요?”
“이런 은혜라면 스타 코인을 전부 줘도 모자라지 않겠어.”
“아닙니다. 정가로만 받겠습니다.”
정말 전 재산, 아니 성좌력을 모두 내게 줄 생각인 것 같아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스타 코인은 많았고 정가 이상으로 받는 것도 좀 그렇다.
물론 양고기를 살 때 든 스타 코인 탓에 원가가 조금 있는 편이라서 정가라고 해도 꽤 많이 받게 됐지만 말이야.
“이걸로는 은혜를 다 갚지 못 하겠는데.”
그렇게 내 스타 코인 계좌가 두둑해졌음에도 보르테 치노는 찝찝한 표정이었다.
“혹시 원하는 게 있나?”
“어떤 것이라도 좋아요. 추상적이어도 좋으니까요.”
잠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빠져있던 보르테 치노와 코아이 마랄이 내게 물어왔다.
정말 딱히 바라는 게 없던 내 눈에 문득 코아이 마랄의 배가 들어왔다.
“음, 그렇다면 앞으로 아이들이 잘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네요.”
게이트 사태가 터지기 전, 한국은 출산율이 점점 감소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었다고 한다.
나야 어릴 때라 잘 몰랐지만, 게이트 사태가 터지고 던전과 몬스터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아이를 보는 게 더 힘들어졌다.
아이가 태어나도 위험한 사고에 휘말리는 일이 잦아졌으니까.
······내가 주변에서 임산부를 보지 못한 것도 비슷한 이유고.
그래서 문득 떠오른 거였다.
코아이 마랄의 아이도 그렇고 이곳에서 태어나는 아이들도 즐겁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내 말을 들은 보르테 치노와 코아이 마랄이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숭고한 영혼에 감탄했어요.”
“약속하마. 우리의 아이는 이 지구를 구원하게 될 것이다.”
“······네?”
지구를 구원한다고?
아니, 성좌들 사이에서 태어나면 신의 자식이나 마찬가지니까 이른바 ‘구원자’가 나와도 이상하진 않은데.
저 둘의 후손은 칭기즈칸인데 괜찮으려나?
설마 피와 철로 세계를 구원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 걱정하지 마라. 우리 아이의 칼은 저 던전과 몬스터들을 향할 테니까.”
씨익 웃는 보르테 치노를 보며 나는 살짝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지구를 구할 운명을 타고난 아이와 그 부모에게 하얗고 붉은 음식을 대접했던 ‘신야식당’의 영업이 끝났다.
* * *
“남은 양고기는 어쩌실 거예요?”
“글쎄요······.”
다음날, 낮 장사인 ‘연성이네’를 준비하면서 물어온 미야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다른 음식들처럼 정식으로 ‘연성이네’의 메뉴로 만들기엔 양고기가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요리 재료였기 때문이었다.
“저는 이번에 양고기에 입문하게 되어서 좋았는걸요.”
“하하, 미야 같은 손님이 많으면 좋겠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으니까요.”
양고기는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고의 고기지만, 꺼리는 사람에겐 냄새만 맡아도 속이 안 좋아지는 케이스도 많으니까.
“성좌들이 기대하고 있으니까 따로 성좌들에게 팔 메뉴는 만들 생각이긴 해요.”
애초에 ‘반짝 마켓’이 생긴 이유가 떡볶이처럼 나를 통해 인지도를 쌓으려는 성좌들을 위해서라고 들었다.
그러면 양고기를 가지고도 밀키트 상품을 만들어야겠지.
그렇지만 양고기처럼 다루기 어려운 재료로 밀키트라······.
“구워야 하는 램 요리나 오븐에 구워야 하는 셰퍼드파이도 밀키트엔 어울리지 않지.”
“샤브샤브나 허르헉도 밀키트엔 안 어울리네요.”
미야의 첨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나마 나은 게 보쯔 정도네요. 대량으로 빚어놓은 다음 냉동 만두처럼 얼려서 유통하면 되니까.”
밀키트라고 부르기엔 애매하지만 그래도 상품화는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 내 말에 미야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런 거라면 커리도 괜찮지 않을까요? 인스턴트 제품도 있고.”
“그거다!”
미야의 말에 내 머릿속에도 번개가 번쩍 쳤다.
한국의 인스턴트 카레는 주로 카레 가루였지만, 아예 레토르트 카레처럼 완성된 카레를 넣고 파는 상품도 있었으니까.
아니면 일본처럼 고형 블록으로 굳혀서 팔아도 나쁘지 않겠네.
잠깐, 일본?
“어떤 상품을 만들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도와줄래요?”
“그럼요.”
내가 씨익 웃으며 미야를 보며 묻자, 미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웃어주었다.
치이익!
냄비에 잘게 손질한 머튼 고기를 넣고 볶아준다.
육즙이 나오면서 잠깐 질퍽해지지만, 그 수분마저 날릴 정도로 볶아주다 보면 냄비 바닥에 갈색으로 지방과 살점이 살짝 타서 달라붙는다.
일종의 고기 누룽지다.
“음, 구수한 냄새.”
여기에 야채나 다른 재료를 볶은 뒤 육수를 부어서 국물을 만들면 프랑스 요리에서 말하는 밑 국물, 퐁드(fond)가 된다.
“여기에 다진 양파를 한가득 넣고 갈색이 될 때까지 볶아주세요.”
“네, 마스터.”
미야가 양파를 볶으면서 나온 수분에 고기 누룽지가 떨어져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양파와 섞였다.
그리고 갈색이 되면서 캐러멜화가 되었기 때문에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단맛이 생겨난다.
나는 미야가 볶는 중에 다른 재료들을 손질했다.
“마늘과 생강을 다지고, 토마토를 익힌 다음 으깨야지.”
그렇게 준비한 양념들을 갈색으로 익은 양파 위에 넣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던전산 향신료로 만든 커리 가루를 넣어서 다시 볶아준다.
“여기에 미리 만들어놨던 양 뼈를 구운 뒤 고아 만든 램 스톡 국물을 부어줍니다.”
흔히 치킨 스톡으로 대표되는 스톡 양념은 고체형으로 굳힌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국물로 고아 만든 양념이었다.
뼈나 고기를 구워서 다른 채소와 향신료랑 사골 국물 고듯이 푹 끓여서 만든 육수가 바로 스톡이었다.
물론 뼈나 고기에서 젤라틴이 나와서 수분을 날린 뒤 차갑게 식히면 고체처럼 굳긴 한다.
“벌써 좋은 냄새가 나네요.”
미야가 눈을 감고 냄새를 맡으며 미소를 지었다.
육수가 끓어오르면서 램 스톡과 커리 양념, 그리고 볶은 머튼 고기와 양파의 향이 가게에 퍼지기 시작했으니까.
“그사이 다른 고명을 준비하죠.”
미야는 가지, 연근, 버섯, 브로콜리를 다듬고 기름에 구웠다.
나는 계란을 삶고 프렌치랙, 즉 양갈비를 스테이크처럼 구웠다.
그리고 걸쭉하지 않고 묽은 국물로 완성된 카레 위에 고명을 모두 올리면,
“홋카이도식 양고기 수프 카레 완성입니다.”
인도식 양고기 카레가 걸쭉하다 못해 쌈장 정도의 묽기로 만들어서 난을 찍어 먹는 느낌이라면, 한국과 일본의 카레는 살짝 묽어서 밥에 비벼 먹는 느낌이었다.
홋카이도식 수프 카레는 그보다 더 묽어서 아예 국물 같이 만들어서 떠먹는 카레였다.
북쪽 지역이라 몹시 추운 홋카이도에서 따뜻하게 카레를 즐기기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이었다.
“어때요?”
“너무 맛있어요.”
미야가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맛 보더니 바로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요리하던 과정을 내내 지켜 보던 천오가 그 모습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펄쩍 뛰었다.
“나도! 나도 먹을래!”
“많이 끓였으니까 너도 먹어. 에녹 씨도요.”
2층에 있던 설기도 불러와서 직원들이 모두 먹고 나도 한 그릇 깨끗하게 비운 뒤에 물었다.
“어때요, 이번 메뉴도 잘 팔릴 것 같아요?”
“성좌도 인간도 모두 만족할 것 같은 메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유가 들어가면 더 좋겠지만······.”
피나 우유가 제일 좋은 에녹의 평이 이 정도면 충분히 먹히겠네.
나는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부터 팔죠.”
그렇게 ‘연성이네’의 새 특선 메뉴, 여름철 보양 ‘양고기 수프 카레’가 새로 출시 되었다.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는 초대박.
‘연성이네’에 오랜만에 대기열이 한 시간이 넘을 정도로 사람이 밀려들었다.
* * *
“어으, 피곤타.”
양고기 수프 카레의 인기가 너무 대단해서 정신없는 하루를 끝내고 나서야 나는 2층 내 방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커리의 향신료가 양고기 냄새를 잘 가려준 덕분에 생각보다 손님들의 양고기의 호불호가 덜했다.
거기다 이열치열의 민족답게 더운 여름의 더위를 뜨거운 국물 요리로 이겨낸다며 손님들이 더 밀려들었다.
“하긴, 에어컨 바람 쐬면서 먹는 뜨끈한 국물 요리가 최고긴 하지.”
홋카이도에선 겨울에 먹는 요리가 여기선 삼계탕을 대신하는 복날 요리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나는 뿌듯한 피곤함에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그때였다.
똑.
똑똑.
······뭐지? 꿈인가?
나는 뭔가를 두드리는 듯한, 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잠을 방해받았다.
잠에서 깨기 싫었기에 일부러 무시하려고 했지만,
똑똑.
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
“뭐야!”
“왕! 왕!”
미친 듯이 이어지는 소리에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옆에서 자고 있던 설기 녀석도 놀라서 크게 짖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야?”
“창밖을 봥!
설기의 지적에 내가 창밖을 내다본 순간이었다.
컴컴한 밤 풍경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귀신은 아니겠지?“
나는 등줄기를 스치는 오한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리 지금이 무더운 여름이고 극장에는 공포 영화가 나오고 귀신 이야기가 재밌는 시즌이라지만, 귀신이 진짜 나오면 재미없는데.
성좌를 상대로 장사하고 마녀, 흡혈귀랑도 같이 먹고 사는 중이지만, 그래도 귀신은 본능적으로 좀 꺼려지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창문을 두드리는 작은 무언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어? 너희가 여기 웬일이야?“
”키잉! 키잉!“
창가를 두드리는 공포의 손님은 다름 아닌 내가 데려온 던전 보석벌이었다.
그것도 눈물을 글썽거리며 문을 열어달라고 애처롭게 울고 있는 불쌍한 모습으로 말이다.
여왕벌은 배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