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여왕벌은 배고파
“얘가 어떻게 나온 거지?”
분명히 닫아놓은 아공간 [서천 꽃밭]에서 어떻게 보석벌이 빠져나온 건지 모르겠다.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서둘러 창문을 열고 보석벌을 안으로 들였다.
정부웅의 말에 의하면 벌들은 밤에는 활동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추워서 활동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나?
그러니 이대로 오래 밖에 놔둘 수는 없었다.
“자, 들어와.”
밖에서 열심히 창문을 두드리던 보석벌은 내가 창문을 열자마자 부우웅 날아 들어와 내 주변을 맴돌았다.
내가 자신을 알아차려 준 것에 굉장히 기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왕! 떨어지고 있어!”
설기 녀석이 놀라서 외친 것처럼 힘을 잃은 듯 보석벌이 아래로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읏차!”
나는 서둘러 손을 뻗어 보석벌이 바닥에 추락하지 않게 내 손바닥 위에 안착시켰다.
“얘가 왜 이러지?”
“배고픈 거 같아. 힘이 없어 보여.”
설기 녀석이 보석벌 근처에서 주둥이를 킁킁대더니 말했다.
설기가 냄새로 그런 걸 알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틀린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몬스터는 마력이 없는 던전 밖에서는 점점 힘을 잃으니까.”
던전 밖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몬스터는 던전 브레이크로 마력을 과도하게 흡수하고 나오는 경우에만 생겨난다.
던전 브레이크가 아니라 아공간에서 나온 던전 보석벌은 마력이 모자란 듯 힘을 잃고 있었다.
“일단 꿀부터 먹여야겠네.”
나는 주방에서 감뀰물을 타와서 보석벌에게 먹였다.
이미 먹어본 적이 있었기에 보석벌은 기쁜 듯 감뀰물을 먹고 금세 기운을 차렸다.
그러곤 정신을 차렸는지 갑자기 내 얼굴 앞으로 날아올라 열심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키잉! 키잉키잉. 키이잉!”
“전혀 못 알아듣겠는데.”
보석벌은 내게 전달하고 싶은 게 있는지 열심히 말도 하고 부웅부웅 춤을 추면서 벌들 특유의 의사전달도 했지만, 아쉽게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는 혹시나 싶어서 설기를 바라 보았다.
“넌 알아듣겠어?”
“왕!”
설기 녀석은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키잉키잉 부웅부웅이래!”
“······그건 나도 알아들었거든?”
나와는 신어(神語)로 의사소통하는 설기지만 그래도 몬스터라서 몬스터끼리는 말이 통할까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그런 나와 설기가 답답했는지, 보석벌이 부웅 날아올라 내 옷소매를 발로 잡고 끌고 가는 식으로 날개짓을 했다.
“따라오라는 건가?”
아마 보석벌이 날 데리고 가려고 하는 곳은 벌집을 짓고 있는 [서천 꽃밭]이겠지.
여왕벌이 자라고 있는 왕대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나는 일단 보석벌을 따라나설 채비를 했다.
“왕! 나도 갈래!”
“설기, 너도?”
“인간 주인은 내가 지켜!”
나는 아기 진돗개의 모습으로 늠름한 척 포즈를 잡는 설기 녀석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저 모습으로 누굴 지킨다고.
물론 코볼트인 본모습으로 돌아가면 나름 무서운 몬스터였지만, 권속인 나보다야 약하다.
거기다 [서천 꽃밭]은 던전도 아니고 던전 보석벌밖에 없는 아공간이라서 위험할 것도 없지.
“그냥 산책하러 가고 싶은 거라고 말을 하지.”
“아, 아냐! 지킬 거다! 왕!”
욘석아. 그런 녀석이 산책용 하네스를 가지고 오자마자 꼬리를 그렇게 살랑살랑 흔드는 거냐?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설기에게 하네스와 목줄을 채워주었다.
그 와중에 나도 모르게 배변 봉투를 챙길 뻔했지, 뭐야.
“너 때문에 나도 자꾸 널 강아지로 생각하게 되잖아.”
“왕?”
나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의아해하는 것까지 강아지 그 자체인 설기를 데리고 보석벌과 함께 [서천 꽃밭]으로 향했다.
“어? 여기에 균열이 나 있네?”
그리고 아공간 게이트에서 아주 미세한 실금 같은 균열을 발견했다.
에녹이 만든 아공간 게이트가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나와 함께 온 보석벌이 그 균열로 향해 몸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네가 한 거야?”
“키잉!”
그렇다는 듯 보석벌이 벌침을 꺼내 조금씩 틈을 넓히곤 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양봉벌이 진화해서 생겨난 보석벌이었기에 침을 쏘고 나면 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침이 빠지지 않게 살살 균열을 만든 모양이었다.
“아니, 잠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공간을 찢고 균열을 만드는 건 그때 그 말벌, 아니 자이언트 와스프의 스킬이잖아?
저 스킬을 왜 쟤가 가지고 있는 거지?
“······일단 우리도 들어가 보자.”
“왕!”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천 꽃밭]으로 향하는 아공간 게이트를 작동시켰다.
다행히 보석벌이 만들어낸 균열은 게이트가 작동되면서 제대로 된 게이트에 덮여 깨끗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설기를 안고 [서천 꽃밭]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여긴 향긋하네.”
“냄새가 좋왕!”
들어가자마자 우리를 반겨주는 건 코를 찌르는 수백 가지의 꽃들이었다.
정부웅이 새로 태어날 여왕벌과 던전 보석벌들을 위해 내게 양도해준 이 아공간 꽃밭은 백화난만, 만화방창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곳이었다.
“나 본모습으로 돌아갈래!”
“그럴래?”
아무래도 내가 마력이 깃든 음식을 밥으로 준다지만, 마력이 없는 밖에서 설기가 본모습인 코볼트로 있는 건 힘들다.
평소에 강아지 모습으로 쭉 있는 것도 그런 연유였는데, 아공간은 마력이 풍부하니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자, 풀었어.”
“아르르!”
하네스와 목줄을 풀어줬더니 금세 덩치가 내 가슴팍까지 커진 코볼트로 설기가 변신했다.
내 밥을 많이 먹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웨프와웨트와 보르테 치노에게 축복을 받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코볼트가 그런 건지 성장이 심상치 않았다.
“신난당! 왕!”
물론 덩치만 커졌지, 꽃밭 위로 뛰어다니며 데굴데굴 구르는 걸 보면 아직 강아지 그 자체였지만 말이야.
나는 설기가 자유롭게 놀게 둔 다음 보석벌과 함께 아공간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키잉! 키이잉!”
설기와 마찬가지로 마력이 풍부한 아공간 안으로 들어와서 더 활기차진 보석벌이 빠른 속도로 날며 나를 벌집이 있는 안쪽으로 안내했다.
나야 벌집이 있는 곳을 알고 있으니 보석벌의 안내 없이도 갈 수 있었지만, 보석벌이 속력을 내는 걸 보니 급한 일인가 싶어서 이를 악물고 달려서 따라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경악스러운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커진 거야?”
놀랍게도 처음 가져올 때 엄지손가락만 하던 여왕벌 왕대가 주먹만 한 크기로 커져 있었다.
“키잉. 키잉.”
“키이잉······.”
그리고 처음 올 때부터 여왕벌 왕대를 보살피던 일벌 스무 마리가 비상 상황인 듯 부지런히 왕대를 보살피고 있었다.
“이거 뭔 일이 생겨도 크게 생긴 것 같은데······.”
그런데 정부웅도 아니고 내가 본다고 뭘 아나?
내가 늦은 밤이지만, 다시 아공간 밖으로 나가서 정부웅에게 연락할까 고민할 때였다.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당신을 기다렸다고 전합니다.]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시간이 없다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여왕벌이 담긴 왕대를 축복했던 꿀벌의 여신이 내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 * *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의 정체는 꿀벌과 출산의 여신, 아우스테야.
발트 신화의 유일급 성좌로 그렇게 격이 높은 성좌는 아니었다.
그녀는 전에 우리 가게를 찾아주었던 영웅급 성좌 부부, 라구티스-라구티엔 부부에게 나를 소개받았다고 했다.
같은 성계의 성좌니 그럴 수도 있겠네.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던전 보석벌은 자신이 특별히 아끼는 벌들이라고 말합니다.]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던전 보석벌의 정체는 양봉벌이 진화한 거라는 가설이 맞았다.
원래 존재하던 몬스터가 아닌 새로운 벌종, 그것도 꿀벌의 탄생에 아우스테야는 굉장히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모양.
그러나 공간과 경계를 넘나드는 자이언트 와스프 퀸의 약탈로 점점 보석벌들이 사라지는 걸 안타까워했다고 했다.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은 당신이 보석벌들을 구해줘서 매우 고마웠다고 말합니다.]그런데 나와 연준이, 그리고 채하나와 정부웅이 그런 자이언트 와스프 퀸을 퇴치하고 죽어가던 보석벌들을 살리는 걸 보고 매우 감동했다나.
그래서 내게 자신의 축복이 서린 여왕벌의 왕대를 맡겼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은 당신이라면 인간과 꿀벌이 서로 해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과대평가십니다. 저는 한낱 요리사인걸요.”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꿀벌에게 요리해주는 요리사는 당신뿐이라고 합니다.]아우스테야는 내가 벌들에게 단순히 먹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해주고 같은 걸 나눠 먹은 사실을 기특하게 여긴 모양이었다.
“저는 그저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던 것뿐입니다.”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그런 당신의 고결하고 숭고한 마음에 감탄했다고 합니다.]‘식구(食口)’.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가족’이라고 부른다.
영어에도 컴패니언(companion)이라는 단어가 있다.
어원을 따지면 ‘자기 빵을 나눠 먹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동료’를 뜻하는 단어였다.
그런 맥락에서 내가 던전 보석벌들을 먹이고 살 곳을 마련해 준 것이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나 보네.
아무튼, 그런 내게 아우스테야가 놀라운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러니까 던전 보석벌들에게 특이점이 발생했다는 거죠?”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당신의 말이 맞다고 전합니다.]처음 시작은 던전 보석벌 중 일벌들이었다.
내가 중화했다지만, 자이언트 와스프 퀸의 독과 내 요리를 먹은 보석벌 일벌들은 기묘한 변화가 생겨났다고 한다.
네임드 몬스터였던 퀸의 독에서 [공간 찢기] 스킬 일부를 자신들의 능력으로 받아들였던 것.
“그래서 보석벌이 아공간에서 나와서 내 방 앞까지 올 수 있었던 거였구나······.”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이 변화는 일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변화된 일벌들이 생산하는 로열젤리를 먹은 던전 보석 여왕벌은 더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왕대가 비좁을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어서 일벌들이 황급히 왕대를 확장해야 했다고.
“왜 그런 일이 생긴 거죠?”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자신의 축복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작아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립니다.]아우스테야는 새로운 보석 여왕벌이 던전 보석벌이라는 종을 널리 널리 퍼뜨리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무럭무럭 커서 알을 많이 낳아야 했고 출산의 여신이기도 한 아우스테야는 보석 여왕벌 애벌레에게 ‘성장의 축복’을 걸었다고 한다.
원래 여왕벌은 산란을 위해 다른 일벌에 비해 덩치가 크고 성장률이 높아야 한다나.
문제는 그 축복 때문에 아마 거대한 덩치를 자랑했던 자이언트 와스프 퀸의 능력 일부가 여왕벌에게 흡수된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이 아공간의 마력과 꿀로는 여왕벌에게 모자란다고 합니다.]“여기로도 모자란다고요?”
나는 눈을 껌뻑이며 [서천 꽃밭]을 둘러보았다.
원래 E급 던전이긴 했지만, 그래도 마력이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 던전의 마력을 머금은 꽃들도 마력이 풍부한 꿀을 생산해냈고.
그런데 마력이 모자란다니.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부족한 마력은 결국 여왕벌을 죽게 만들 것이라며 우려합니다.]일벌들이 부지런히 마력이 담긴 꿀을 모으고 먹은 뒤 자신들이 생산해낸 로열젤리로 여왕벌 애벌레를 먹이고 있지만, 그걸로는 앞으로 더 성장할 여왕벌의 마력을 충당할 수 없다고 한다.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진정한 여왕벌의 탄생을 위해 특별한 꽃과 마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자신의 힘이 미약해 부탁할 대상이 당신밖에 없다고 애원합니다.]격이 낮은 유일급 성좌인 데다 유명하지 않은, 아니 대부분 그 존재도 모르는 발트 신화의 꿀벌의 여신 아우스테야.
그녀는 자신과 계약을 한 헌터도 없다면서 내게 부탁을 해왔다.
“제가 방법을 찾아 보겠습니다.”
나로서도 기껏 자이언트 와스프 퀸에게서 구해온 여왕벌과 일벌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여왕벌이 태어나지 못하면 일벌들을 포함한 벌집 자체가 유지되지 못하니까.
그러면 던전 보석 벌꿀도 얻지 못하고 기분도 찝찝할 터였다.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당신의 말에 몹시 기뻐합니다.]그렇게 아우스테야의 기뻐하는 대답을 듣고 나는 아직도 꽃밭에서 놀고 있는 설기 녀석을 데리고 가게로 돌아왔다.
* * *
“······이런 상황이라고 합니다. 다들 방법이 있을까요?”
다음 날 아침, 나는 출근한 직원들을 모아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했다.
밤늦게까지 혼자 생각해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거든.
“중요한 건 특별한 꽃과 마력이라는 거죠?”
“네. 그게 핵심이에요.”
내 대답에 미야가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는 꽃과는 그다지 연관이 없어요.”
“그렇군요······.”
미야의 대답에 내 표정도 덩달아 어두워졌다.
닭 다리가 달린 오두막을 타고 세상을 떠돌아다니던 미야가 어렵다고 하면 정말 찾기가 힘들다는 소린데.
“에녹 씨는요?”
“제가 살던 곳은 황무지와 사막이 대부분이라 꽃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도시 에녹이 세워진 곳은 에덴동산 근처긴 했지만,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 가족인 데다 그 가족에서도 쫓겨난 카인이 터 잡은 곳이라 꽃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에녹의 대답에 다시 한숨이 내쉰 나는 설기를 보았다.
“왕?”
“······아니다.”
자기 던전에서도 도망쳐 나온 설기에게 내가 무슨 기대를.
거기다 설기는 광산 던전 출신이라 그런 꽃을 알 리가 없었다.
나는 마지막 희망으로 천오를 보았다.
“있을지도?”
“정말?!”
내가 놀라며 묻자 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휴가 때 동생들 만났잖아. 그때 들은 게 좀 있어.”
“그게 뭔데?”
“반도원(蟠桃園)에 요즘 꽃이 만개했다고 하더라.”
반도원이라고 하면 서왕모가 가진 복숭아 과수원으로 삼천 년, 육천 년, 구천 년에 한 번 익는 신묘한 복숭아, 반도가 자라는 곳이었다.
그 반도의 꽃이 지금 피고 있다는 소리.
“그 반도가 참 대단하고 영험하긴 하거든.”
반도원의 반도 중 구천 년 만에 익는 제일 좋은 복숭아를 모조리 먹어 치운 손오공, 아니 천오가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하긴, 그 정도로 신묘한 복숭아의 꽃이라면 보석 여왕벌에게 딱 좋을 지도 모르겠다.
근데 문제는,
“너, 아니 네 본체가 그거 훔쳐먹어서 벌 받은 거 아냐? 우리가 갈 수 있어?”
“······글쎄?”
글렀다.
난처한 표정을 짓는 천오를 보며 내가 한숨을 쉬자, 천오가 발끈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 왜 이래! 나 제천대성 손오공의 천 다섯 번째 분신이야!”
“그 제천대성 손오공이 사고를 친 거잖아.”
“······윽.”
내 말에 찔린 표정을 지은 천오가 콧김을 훅 내뿜으며 자신의 가슴을 퉁퉁 쳤다.
“법사님을 무사히 천축까지 모시고 다녀온 덕분에 과거의 잘못은 다 씻겨나갔으니 괜찮아! 본체에게 물어볼게!”
그렇게 말한 천오가 눈을 감고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본체인 손오공과 소통하는 건가?
우리가 숨죽여 소통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자, 잠시 뒤, 천오가 눈을 떴다.
“된대!”
“정말?”
천오의 대답에 모두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런 우리를 향해 천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몰래 들어가야 한대.”
아무리 부처가 됐어도 손오공은 손오공인 모양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팔자에도 없는 반도원 침입을 하게 되었다.
“······.”
그리고 난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마지막에 천오의 입가가 씰룩이는 걸 말이다.
저 녀석, 무슨 꿍꿍이지?
뉴서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