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뉴서유기
“그러면 일단 회의는 끝마치고 낮 장사 준비합시다.”
나는 직원을 모두 해산시키고 몰래 천오에게 속삭였다.
“천육이 불러서 잠깐 가게 뒤에서 이야기하자.”
“응?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천오가 머리카락을 하나 뽑더니 후욱 불었다.
그러자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가게 뒷문으로 빠져나갔고 밖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천육이 생겨나는 소리였다.
“잠시 나갔다 올게요.”
나는 직원들에게 낮 장사 준비를 맡기고 조용히 가게 뒤편으로 빠져나갔다.
“오! 사장, 오랜만!”
“오랜만이긴 하네.”
천오야 매일 얼굴을 보지만, 천육은 오랜만이긴 했다.
물론 그 내용물은 모두 똑같은 손오공의 분신이었지만.
기억까지 모두 공유하고 말이야.
“그래서 무슨 꿍꿍이야?”
“꿍꿍이? 에이, 섭섭하게 왜 이래?”
팔짱을 끼고 꺼낸 내 물음에 상처받는 표정을 짓는 천육.
하지만 저렇게 과장되게 표현하니 더욱더 수상해진다.
“왜 그러긴. 갑자기 반도원에 몰래 들어간다는 소릴 하니깐 그렇지.”
나는 천육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아무리 손오공의 분신이어도 예전처럼 망나니는 아니잖아.”
“와, 망나니라니. 본체가 알면 섭섭해할 거야.”
이번엔 진짜로 상처받았는지 천육이 울상을 지었다.
······아니, 솔직히 망나니는 맞았잖아.
“지금은 아니니깐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적어도 내가 아는 천오, 천육, 그리고 천칠, 천팔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기는커녕 모두를 지켜주려 하는 착한 가족이니까.”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진시황이 함부로 내 가게에 영향력을 끼치려 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모두를 지켜줬던 천오를 말이다.
그러니 반도원에 몰래 들어가자는 둥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일을 할 아이가 아니었다.
“안 그래?”
“휴, 역시 사장은 속일 수가 없네.”
내 말에 피식 웃으면서 천육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사실 이건 천오도 나도 아닌 우리 본체 생각이야.”
“손오공이?”
“응. 항상 우리를 통해 이 가게를 유심히 지켜봤거든.”
분신들과 기억은 공유하지만, 생각은 따로 할 수 있는 것이 본체.
손오공은 천오와 천육도 모르게 우리를 지켜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떤 점이 아쉬웠는데?”
“그게······.”
내 귀에 대고 천육이 손오공의 생각을 알려주었다.
그 내용이 꽤나 충격적이어서 잠시 굳어버렸지만, 곧 나 역시 납득이 가는 내용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 전혀 생각을 못 하고 있었어.”
“권속이 되었다지만, 사장은 얼마 전까지 인간이었잖아. 그러니 모르는 게 당연해.”
성좌, 그것도 전설급 성좌의 생각을 들은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나도 협력할게.”
“정말?”
“그럼. 오히려 이건 내가 주도해야 할 일이기도 하니까.”
손오공이 나서기 전에 내가 생각을 떠올렸어야 했다.
그런 점에선 손오공에게 고마움까지 느끼고 있었다.
손오공의 음모 아닌 음모에 동참하기로 한 나는 가장 중요한 일이 생각나서 천육에게 물었다.
“반도원에 가는 건 괜찮은 거지?”
“응. 그건 진짜 괜찮아.”
“그러면 됐어.”
어쩌다 보니 왕벌을 살리는 일과 손오공의 계획이 함께 진행되긴 했지만, 이걸 잘 해결하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 될 터.
나와 천육은 서로 손을 짝 소리 나게 마주쳤다.
* * *
이틀 뒤, 2주마다 돌아오는 ‘연성이네’의 공식 휴일이 거사 일이 되었다.
그 사이 던전 보석벌들은 여전히 여왕벌 왕대의 크기를 키우면서 불안해하고 있었지만, 가게를 접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동안은 감뀰물과 꽃가루 다식으로 마력을 보충해주었다.
“자, 그러면 출발해봅시다.”
“정말 괜찮을까요? 다른 성좌가 아끼는 과수원에 몰래 잠입한다니······.”
미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온다.
천오, 아니 손오공이 짠 계획을 모르는 미야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을 터였다.
하지만 이 계획의 원인, 그리고 메인이 그녀기에 사정을 말해줄 수는 없었다.
내가 살짝 난처해하자, 내게 미리 사정을 들은 에녹이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하곤 그녀를 달랬다.
“천오의 본체는 전설급 성좌니까요. 그런 존재가 괜찮다고 했으면 괜찮을 겁니다.”
“그렇긴 하지만······.”
여전히 근심이 걷히지 않는 미야의 표정을 보며 나는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계획에 있어 사정을 모르는 건 오로지 미야뿐이었으니까.
“왕! 걱정하지망!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줄게!”
아, 설기 녀석도 모르지.
사정은 모르고 있지만, 자신을 지켜준다는 말에 미야가 배시시 웃으며 설기를 꼭 안아 들었다.
“고마워, 설기야.”
“왕? 지켜주려면 안으면 안됑!”
“아유, 귀여워.”
발버둥 치는 설기를 꼭 안은 미야와 여왕벌 왕대가 들어있는 벌집을 안아 든 에녹, 그리고 일행의 선두에서 나와 천오가 갈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반도원까지는 어떻게 가?”
전설에 따르면 서왕모는 여러 신들과 신선들이 산다는 곤륜산에서도 꼭대기에 거처하는 격 높은 여신.
그래서 그녀의 반도원도 전설에 나오는 곤륜산에 있다고 한다.
즉, 현실에 있는 곤륜산이 아니었기에, 특별한 이동 수단이 필요했다.
천오가 타는 근두운은 실제 구름이 아니라 구름을 일으켜 이동하는 술법이라 우리를 태울 수도 없는 노릇.
그런 내 의문에 천오가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럴 줄 알고 내가 탈 것을 준비했지.”
“탈 것?”
“잠깐만 기다려 봐.”
그렇게 말한 천오가 휘파람을 길게 불었다.
그러자 저 멀리서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번쩍이는 번개와 함께 희고 긴 무언가가 나타났다.
“설마······.”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그것’을 본 나를 비롯한 미야와 에녹의 입이 쩍 벌어졌다.
눈부시게 흰 비늘과 멋들어진 뿔, 그리고 위엄있는 수염을 흩날리며 구불구불 우리에게 날아오는 건,
“요, 용?!”
바로 신수중에서도 가장 으뜸이라는 용, 백룡이었다.
그런 영험한 신수가 우리 앞에 내려앉는 걸 본 나와 직원들이 놀라서 입만 뻐끔거리고 있을 때, 천오가 용에게 다가가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오랜만이다, 막내야?”
“하······, 우리가 대업을 끝낸 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리 부려 먹는 것이요, 손형.”
잠깐.
천오가 히히 웃으며 말하는 걸 들어보니 저 용의 정체가 어렴풋이 짐작되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킨 다음에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삼장법사 님을 태우고 다니던 백마십니까?”
“그렇게 다닐 때가 있었지.”
백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내 눈앞의 백룡은 서해 용왕의 셋째 아들이었다가 죄를 짓고 삼장법사를 태우고 다니던 용마였다.
그 말인즉슨, 보통의 용이 아니라 삼장법사를 태우고 다닌 공적으로 팔부천룡(八部天龍)이 되어 세상을 떠받치는 위대한 용이었다는 소리였다.
아니, 이미 용이 아니라 성좌였다.
당장 내 눈에도 그의 몸에서 영웅급 성좌임을 나타내는 보라색 기운이 일렁이는 게 보였으니까.
“천오야, 이 분을 타라고?”
내가 당황하면서 천오에게 묻자 천오가 괜찮다며 껄껄 웃었다.
“얘가 누굴 태우는 거엔 천계 제일이거든. 얘만 한 탈 것이 없어.”
“흥! 그거야 옛날 내 죄를 씻어내기 위해서였으니까.”
백룡은 불쾌하다는 듯 천오를 노려보았다.
“나도 이제 나름대로 지위가 있고 명예가 있는 성좌요. 이러면 곤란합니다, 손형.”
“그래, 천오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성좌 위에 올라타는 건 좀······.”
우리가 인간보다 나은 권속이라지만, 성좌의 몸 위에 올라탄다는 건 여전히 무례한 일.
직원들 모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자 천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팔계랑 오정이한테 들었는데, 너 요즘 등이 허전하다고 자꾸 뭐 짊어지고 다닌다던데?”
“윽, 그건······.”
“세계를 떠받치면서도 등이 허전할 정도면 우리 정도는 태워줘도 되잖아?”
천오의 지적에 잠시 말을 잃은 백룡은 결국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한 번 만이오.”
“진즉에 그렇게 말을 잘 들었어야지.”
천오는 껄껄 웃은 다음에 자신이 제일 먼저 백룡의 목 위로 올라갔다.
“뭐해? 얼른 다들 타.”
“······이거 진짜 타도 되나.”
나와 직원들은 백룡의 눈치를 쓱 봤지만, 백룡은 체념한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안 타고 버틸 수도 없으니 결국 우리는 조심스럽게 백룡의 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실례하겠습니다, 백룡 님.”
우리가 다 올라타자 백룡이 한숨을 푹 내쉬며 염불을 외웠다.
“다 내 업보로다. 나무아미타불······.”
“예끼, 이놈아. 부처 앞에서 염불을 외다니.”
“투전승불도 부처요? 그러면 나도 부처겠네.”
“불만 있으면 석가여래께 말씀해보던가.”
“······.”
백룡이 자신의 말에 대꾸하지 못하자 천오가 껄껄 웃으며 그의 머리를 두드렸다.
“자, 그러면 얼른 곤륜산으로 가보자꾸나. 오랜만의 반도원이다! 가자! 서쪽으로!”
“우왓!”
천오의 말과 동시에 백룡이 몸을 솟구쳐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빛이 된 것처럼 흰색 기운에 감싸여 어디론가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렇게 서쪽 어딘가에 있는 곤륜산으로 향하는 우리의 뉴 서유기가 시작되었다.
* * *
“다 왔소.”
정신을 차려보니 그곳은 곤륜산이었다.
눈을 뜨니 곤륜산 전체를 덮은 마력과 영기가 오색구름처럼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거기다 반도원 근처인지 향긋한 복사꽃 내음이 코끝을 찌르고 있었다.
“멋진 곳입니다.”
“정말이에요. 가만히 있어도 신성한 기운이 차오르는 것 같네요.”
사막 출신인 에녹이 곤륜산을 둘러보곤 감탄을 터뜨렸다.
미야 역시 곤륜산에 가득한 영기를 느끼며 입을 살짝 벌렸다.
“왕! 여기선 본 모습으로 돌아가도 될 것 같아!”
“키잉. 키잉!”
설기와 던전 보석벌들도 이곳의 마력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정작 나는 눈 감았다 떠보니 곤륜산에 와 있다는 것에 적응이 안 되어서 당황스러웠지만 말이야.
“이제는 이런 걸로 부르지 마시오, 손형.”
백룡은 우리를 내려주고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하늘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천오는 그런 백룡을 향해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갈 때도 부탁할게!”
“······.”
대답 없이 사라진 백룡을 보니 왠지 불안하네.
우리 모두 그런 표정을 짓고 있자, 천오가 괜찮다며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저래도 부르면 또 온다니까.”
“······네가 손오공의 분신이라는 걸 완전히 잊고 살았다.”
‘연성이네’에서는 힘쓰는 일이나 재료 손질 조수를 맡아서 큰 사고 안 치고 조용히 일하는 천오였지만, 그 본체는 도교의 천계에서도 소문이 자자하고 불교에서는 나름 부처 대접 받는 손오공.
천오의 진짜 모습을 이제야 조금이나마 본 것 같아서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 그러면 반도원으로 들어가 볼까?”
천오의 안내를 받아 조금 걷자 만개한 복사꽃이 가득한 반도원이 눈에 보였다.
천오, 아니 손오공이 이미 손을 써두어서 우리는 아무에게도 걸리지 않고 조용히 반도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키는 이가 아무도 없네요?”
일부러 사정을 알려주지 않은 미야만 당황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천오는 그런 미야를 보며 히죽 웃었다.
“운이 좋은가 본데?”
“그런 건가요? 아무리 그래도······.”
미심쩍어하는 미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나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에녹 씨. 벌집에서 벌을 풀어주세요. 여기서 꿀을 채집하다 보면, 여왕벌에게 필요한 마력과 특별한 꿀을 모두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부우웅.
에녹이 벌집을 꺼내자마자 보석벌들이 날아올랐다.
그러곤 신성한 복숭아를 맺게 하는 복사꽃들을 향해 바로 달려들었다.
휴, 이걸로 아우스테야의 부탁은 해결이 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나는 천오와 눈을 마주쳤다.
이제 여기에 온 두 번째 목적을 해결할 차례였다.
“누구냐!”
마치 거대한 호랑이가 울부짖는 듯한 포효가 반도원을 뒤흔들었다.
아름답지만, 분노가 가득한 얼굴은 마치 죽음의 신처럼 무서운 여신, 서왕모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감히 내 반도원에 침입한 무뢰배들이 여기에 있구나!”
서왕모의 외침과 함께 곤륜산 하늘에 먹구름이 끼며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곤륜산의 주인다운 어마어마한 격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백룡을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서왕모의 엄청난 성좌력 앞에 나는 오금이 떨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때였다.
“손오공, 네 놈이 또 내 반도원에 침입해 난동을 피우려 하다니. 이번엔 절대 용서치 않겠다!”
서왕모가 긴 표범의 꼬리를 휘둘러 천오를 강하게 후려쳤다.
“꾸엑!”
눈치채지도 못할 강력한 일격에 손오공의 분신인 천오가 손가락도 까딱하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다.
아니, 미리 했던 이야기랑 다르잖아?
천오는 그 일격에 기절한 듯 바닥에 누워 꿈틀댔고 덕분에 모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저 천둥벌거숭이 같은 손오공의 꾐에 빠졌다지만, 너희 역시 내 반도원을 침입한 건 마찬가지. 너희도 벌을 받아야겠다.”
서왕모가 그렇게 말하며 꼬리를 휘두르려 하자, 내가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서왕모 님, 저희는 반도원을 망칠 생각이 없습니다.”
나는 우리가 왜 반도원에 왔는지를 설명했다.
그러자 서왕모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를 보았다.
“너희가 좋은 뜻으로 온 건 기특하구나. 하지만!”
번쩍!
서왕모의 음성이 높아지자 다시 번개가 치며 천둥이 사방에 울렸다.
서왕모는 우리를 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반도원에 허락 없이 무단으로 침입했다는 건 달라지지 않는 중죄. 그러니 너희에게 벌을 내려야겠다.”
제길, 성좌의 천벌을 피해 갈 수 없는 건가?
내가 입술을 깨물고 있을 때, 뒤에서 미야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섰다.
“곤륜의 서쪽을 다스리시는 여신이시여, 노기를 거두세요.”
미야가 나서자 서왕모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한때 나와 같이 위대한 성좌였지만, 지금은 한낱 권속에 머무르고 있는 존재로구나.”
“······그렇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지적하는 서왕모의 말에 미야가 잠시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곧 진정하고 입을 열었다.
“저희의 목적이 반도원을 해하려는 것에 있지 않으니, 부디 선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처라······.”
같은 권속이라지만 인간 출신인 나와 성좌 출신인 미야의 말은 무게가 다른 법.
다행히도 서왕모는 미야의 말에 관심이 생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내가 곤륜산 꼭대기 동굴에서 기거하는 몸이지만, 하계의 소문은 들었다. 너희가 그렇게 요리를 잘한다지?”
“미욱한 솜씨지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나를 만족시킬 요리를 만들어 오거라.”
아니, 갑자기 요리 미션이라고?
나는 당혹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어 서왕모를 보았다.
서왕모는 우리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참고로 나는 달콤한 것을 좋아하니, 이 반도원의 복숭아를 써서 만들면 좋겠구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미야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을 때였다.
서왕모가 나를 보며 살짝 윙크를 해왔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성안에 보이는 서왕모의 기운이 몹시도 낯이 익다는 걸 말이다.
천오, 이 자식. 나한테도 속였구나.
놀랍게도 내 눈앞의 서왕모는 진짜 서왕모가 아니라, 제천대성 손오공이 둔갑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제야 티 안 나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어서 요리를 만들어 오거라!”
“알겠습니다, 서왕모 님.”
나는 서왕모로 둔갑한 손오공의 말에 공손히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잠깐 당황하긴 했지만, 이제 다시 원래 계획대로 움직여야 했다.
“미야, 우리 힘내보죠.”
“네? 아, 네. 마스터.”
내가 손바닥을 펴서 내밀자 미야가 당황하면서 하이 파이브를 해 왔다.
미야는 정말 힘을 내줘야 했다.
나와 손오공이 이렇게까지 일을 키운 계획이 있었으니까.
바로 미야를 성좌로 재각성시킨다는 계획 말이다.
성좌 완성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