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성좌 완성 계획
시간을 살짝 거슬러 올라가, 가게 뒤편에서 천육이와 이야기를 할 때.
천육은 내게 손오공의 계획을 속삭여주었다.
“본체는 미야가 왜 아직도 성좌로 올라가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간대.”
“미야가 성좌로?”
나는 천육의 말에 의아해져서 되물었다.
사람들의 오해로 인해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져서 성좌에서 권속으로 떨어진 게 아니었나?
그리고 분명 다시 성좌로 올라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런 내 의문에 천육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본체의 말로는 이미 성좌로 올라서도 충분할 만큼 성좌력이 쌓였다던데?”
“그게 정말이야?”
제천대성 손오공이 천계에서 살펴본 결과, 미야는 이미 성좌로 올라서도 충분히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인지도를 쌓았다고 한다.
하긴, 그동안 ‘연성이네 신야식당’을 운영하면서 디저트 분야는 모두 미야에게 맡겼었으니까.
찾아온 성좌들이 보통이 아닌 만큼, 미야의 이름도 널리 퍼졌을 게 분명했다.
거기다 유명 갓튜버 헤르메스의 ‘프로듀스 알바 플래닛 999’와 ‘이왜갓’에서도 비중 있게 나온 터라 성좌들에게 잘 알려지기도 했고.
그런데 그게 벌써 성좌로 올라갈 정도라고?
“원래 미야가 있었던 전설급 성좌는 힘들겠지만, 유일급 성좌는 단숨에라도 오를 수 있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영웅급 성좌도 가능하다고 그러고.”
“그렇구나.”
미야의 원래 정체인 프라우 홀레(Frau holle)는 게르만족의 여신 중에서 가장 위대한 여신으로 북유럽 신화의 프리그나 프레이야와 동일시되는 신이기도 했다.
북유럽 신화만큼 유명한 신화가 아니기에 신화급 성좌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성계의 수장급 성좌였기에 원래는 전설급 성좌였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사장도 알겠지만, 미야가 일부러 더 높은 성좌를 노리려고 기다리는 것 같진 않거든?”
“그건 그래.”
처음 우리 가게에 취직했을 때만 해도 빨리 성좌로 돌아가고 싶어서 초조해하던 미야였지만, 함께 일하면서 그런 모습은 사라져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은 건 아니었다.
일이 끝나고 자신의 닭 다리 달린 오두막 위에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그녀를 볼 때면, 성좌들 사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잘 느껴졌으니까.
더 좋은 조건을 고려해서 성좌가 되는 걸 미룰 성격이 아니었다.
“아마 자신이 다시 성좌가 될 수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왜지?”
“본체가 말하길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진 것 같대.”
“아.”
그건 나도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다른 종교의 영향으로 마녀로 추락하고 아껴주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했던 미야였다.
아마 자신이 다시 성좌로 올라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겠지.
그런 고민과 사라져 버린 자신감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걸 어떻게든 해결해야겠네.”
“맞아. 공덕치는 충분하니 자신감만 회복하면 성좌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천육은 그러면서 저팔계와 사오정을 언급했다.
“팔계랑 오정이도 원래는 천계의 관리였다가 요괴로 변했잖아. 나랑 같이 삼장법사 님을 모신 공덕과 긴 모험을 이겨냈다는 자신감으로 다시 천계로 올라간 거였거든.”
저팔계는 원래 천계의 수군 대장인 천봉원수였다.
사오정은 무려 옥황상제를 호위하는 무관인 권렴대장이었고.
죄를 짓고 요괴가 된 이들이 각각 정단사자와 금신나한이라는 성좌로 다시 복귀한 사례를 본 천육, 아니 손오공의 분석은 믿을만했다.
“본체가 짠 계획은 이래. 서왕모의 반도원에 들어간 뒤에 일부러 들키는 거야.”
“그래서?”
“미야가 활약해서 위기에서 벗어나는 거지! 그러면 자신감도 돌아올 거야!”
완벽하지 않냐며 히죽 웃는 천육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고야 말았다.
“구멍투성이네. 그걸론 안돼.”
“안 돼?”
“그래. 차라리 이렇게 해보자.”
반도원에 침입했다가 발각된 위기를 미야의 활약으로 이겨내는 것까지는 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이겨내느냐였다.
“기왕이면 요리로 그 위기를 극복하는 거야.”
“요리로?”
“그래. 과거야 어쨌든, 지금의 미야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요리사, 그중에서도 파티시에니까.”
원래 프라우 홀레는 실을 잣고 물레를 돌리며 눈과 겨울, 그리고 밤을 지배하는 여신이었다.
그리고 마녀 혹은 바바 야가로서의 미야는 과자와 약을 만들며 착한 아이에게 상을 주고 나쁜 아이에게는 벌을 주는 존재였고.
그런 과거를 지닌 미야였지만, 지금은 요리로 인지도와 성좌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본인도 그걸 더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고.
“그렇다면 요리 쪽으로 자신감을 되찾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사장 말이 맞는 것 같아.”
나와 천육은 그 뒤로도 어떻게 미야가 요리로 자신감을 찾게 할 건지 상의를 나누고 에녹과도 계획을 공유했다.
그리고 막상 서왕모의 반도원에 도착했을 때, 나타난 서왕모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자식아! 서왕모로 둔갑해서 나타난다는 이야기는 없었잖아!
* * *
손오공의 장난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나는 미야와 머리를 맞대고 복숭아 요리를 생각해냈다.
“마스터는 떠오르는 게 있어요?”
“글쎄요. 제가 아는 건 복숭아 불고기 정도라······.”
“······불고기요?”
미야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지만, 놀랍게도 실존하는 음식이었다.
강원도 원주의 명물 요리로 복숭아를 갈아 넣어 만든 불고기 양념을 소고기 부챗살에 얹은 뒤, 그대로 직화에서 먹는 요리였다.
물론 그렇다고 복숭아 불고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서왕모 님은 달달한 걸 좋아한다고 하셨으니 디저트를 해야겠죠. 미야는 떠오르는 게 있나요?”
“흐음······.”
내 물음에 미야가 미간을 모으며 고민에 빠졌다.
사실 손오공과 미리 짜고 친 만큼 어떤 디저트를 할지 생각해 놓은 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계획의 핵심은 미야가 스스로 성좌의 자격이 있다는 자신감을 찾는 것.
내가 나서서 아이디어를 주거나 요리를 정해서는 안 되었다.
“떠오른 게 있어요.”
“정말요?”
“네. 이런 건 어떨까요?”
미야가 내게 말한 디저트는 총 세 가지.
그중 두 가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아서 나는 나도 모르게 씨익 미소를 지었다.
“괜찮네요. 그렇게 가죠.”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그것들을 만들려면 도구가 필요한데······.”
미야가 주변을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우리가 반도원에 온 목적은 던전 보석 여왕벌의 마력 보충이었기에 조리 도구는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으니까.
미리 계획을 알고 있던 나도 따로 챙기진 않았다.
여기서 짜잔! 하고 조리 도구를 꺼내도 어떻게 알고 가져왔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말이 없잖아.
내가 정말 요리에 미쳐서 항상 조리 도구를 들고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물론 품속에 식칼로 쓰는 [최초의 검]이 있긴 하지만.
“서왕모시여, 요리를 만들어 드리려면 도구가 필요한데 가게로 다녀오는 걸 허락해주실 수 있나요?”
“안 된다.”
미야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서왕모, 아니 서왕모로 둔갑한 손오공의 대답은 칼 같은 거절이었다.
손오공은 서왕모의 얼굴로 눈에 쌍심지를 켜며 대답했다.
“도구를 가져간다는 핑계로 가게로 가서 그대로 줄행랑을 칠 수도 있지 않느냐.”
“저희는 그럴 생각이······.”
“그럴 생각이 없기는. 저 천둥벌거숭이 같은 손오공의 동료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아니, 본인 입으로 자신을 천둥벌거숭이라고 말해도 되는 거야?
그 표현은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여기까지는 미리 상의 된 내용이라 나는 불만을 말하지 않고 난처한 표정만 지었다.
미야는 진심으로 난처해져서 서왕모로 둔갑한 손오공을 향해 애원했다.
“하지만 이래서는 요리를 할 수가 없는걸요.”
“그것 또한 그렇군. 그렇다면 심부름꾼을 내어주마.”
손오공이 손을 흔들자 소매에서 두 명의 신장(神將)이 튀어나왔다.
갑옷을 입고 서슬 퍼런 날이 달린 창을 들고 있는 두 신장은 우리를 향해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명은 살짝 통통한 몸매였고 다른 한 명은 너무 말라 호리호리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이 둘에게 부탁하거라. 평소에도 내 심부름을 하는 신장들이니 알아서 잘 가져올 것이다.”
서왕모로 둔갑한 손오공의 말에 타 나지 않게 인상을 찌푸리는 신장들을 보며 나는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저 둘은 다름 아닌 저팔계와 사오정이라는 걸 천오에게 미리 귀띔받았거든.
예전에도 손오공의 심부름을 했었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백룡처럼 서유기가 다 끝났는데도 저렇게 부려 먹으니 심통이 나는 모양이었다.
“이것들을 가져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심통이 난 저팔계와 사오정에게 필요한 조리 도구 목록을 건네주며 살짝 속삭였다.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돌아오시면 맛있는 디저트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크흠, 좋다.”
“표정 관리하세요, 작은형님.”
먹을 걸 준다는 말에 저팔계의 얼굴이 헤벌쭉 무너져 내렸고 사오정이 황급하게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서유기 속 모습 그대로라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잠시 후,
“여기 가져왔다!”
“분명 이게 맞겠지?”
다행히 저팔계와 사오정은 내가 부탁한 조리 도구와 재료를 모두 빠뜨리지 않고 챙겨왔다.
“요리가 다 될 때까지 너희가 지켜보거라.”
그 모습을 확인한 서왕모, 아니 손오공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저팔계와 사오정을 향해 명령을 내리고 돌아섰다.
“나는 곤륜산 꼭대기에서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을 테니 허튼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야.”
그렇게 마지막까지 서왕모 코스프레를 완벽하게 해낸 손오공은 한 줄기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반도원 하늘의 먹구름이 사라지며 오색의 맑은 하늘이 돌아왔다.
대충 밑밥은 다 깔아뒀구나.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야에게 말했다.
“무서웠네요. 그쵸?”
“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니 방심하면 안 돼요, 마스터.”
미야는 진지한 표정으로 조리 도구를 살펴보며 입으로는 레시피를 중얼거렸다.
나야 이게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걸 알지만, 미야는 진심으로 서왕모의 천벌을 피하기 위해 요리에 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거, 나중에 진실을 밝히기가 미안해지는데.
나는 분주한 미야를 두고 설기와 에녹에게 갔다.
이 둘은 요리와는 큰 상관이 없으니 다른 걸 부탁할 예정이었다.
“에녹 씨, 요리를 완성해도 먹을 곳이 필요하니, 일단 이 근처에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줄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우리 가게에서야 만능 웨이터에 신사적이고 CF까지 찍을 정도로 퇴폐 미남인 홀 직원 에녹이었지만, 본업은 최초의 도시를 건설한 건설자.
그는 바닥에 떨어진 반도 복사나무의 가지와 바윗돌을 주워 와 뚝딱뚝딱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와, 별스타그램 감성 카페라고 해도 믿겠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재료들로 감성미 넘치는 카페를 만들고 있는 에녹을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그런 내게 설기가 눈을 깜빡이며 물어왔다.
“나는 뭐할깡?”
“설기 너는 기절한 천오 곁을 지켜주고 보석벌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게 돌봐줘.”
보르테 치노에게 양치기 개의 덕목이 새겨진 낙인을 받은 설기였기에, 누군가를 지키고 무리를 몰아서 관리하는 능력은 뛰어날 터였다.
“믿고 맡겨줭! 왕!”
그렇게 말한 설기는 아직도 기절한 척하는 천오의 곁에 찰싹 달라붙어서 날아다니는 던전 보석벌들을 매의 눈, 아니 개의 눈으로 좇았다.
“기절한 척이라니. 팔자 좋구만.”
“큰형님 들으시면 노하십니다, 작은형님.”
그리고 저팔계와 사오정의 감시 아닌 감시를 받으며 나는 미야에게 다가갔다.
“미야, 뭐부터 만들 거예요?”
“제일 먼저 만들 건, 그릭 복숭아예요.”
그릭 복숭아.
복숭아의 속에 그릭 요거트를 채우고 시리얼과 곁들여서 내는 디저트로 한때 청담동 고급 카페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바로 그 디저트였다.
진짜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