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4
14화. 농부가 직업을 숨김
신야식당(神夜食堂).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신들이 밤에 찾는 식당이라는 소리인가?
스킬 설명을 보면 성좌를 강림시킬 수 있다고 거창하게 적혀져 있지만,
“그냥 성좌를 손님으로 받는다는 소리네.”
특히 ‘강림한 성좌는 요리를 먹는 행위 외에 어떤 능력도 행사할 수 없다.’라는 설명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이건 ‘성좌라도 식당에선 진상 손님처럼 굴 수 없다.’라고 해석하면 되려나?
“일단 한 번 성소부터 지정해보자.”
성소라고 하면 보통 신이나 성좌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곳으로 제사를 지내는 동안 신이 강림하는 곳.
넓게 보면 내가 요리를 바칠 때 만들었던 제단도 성소라고 할 수 있지만,
“이건 좀 다르겠지.”
성좌가 직접 손님으로 내려와서 요리를 먹고 갈 수 있다는 걸 보면 아바타로 왔던 하데스처럼 성좌가 내 눈에 보이고 물리적으로도 존재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성좌가 내려오면 앉아서 먹을 테이블이 필요할 테니, 나는 가게 구석, 주방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성소 지정]”
스킬 [신야식당]의 효과로 내가 가리킨 테이블을 주변이 투명한 파란색으로 뒤덮였다.
아마 저기가 성소로 지정된다는 소리겠지?
[해당 구역을 ‘성소’로 지정합니까?] [Tip. 성소로 지정된 구역에 ‘신상’이나 ‘제단’을 세우면 성좌가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내 예상대로 성소를 지정하겠냐는 상태창 알림이 떠올랐다.
지금은 성좌가 찾아와도 준비된 재료가 없었기에 나는 일단 손을 되돌려 [성소 지정]을 취소했다.
“좋다. 이젠 불려가는 일은 없겠네.”
먹고 싶은 성좌가 스스로 찾아오면 그때 요리를 만들어주면 되니까.
거기다 밤에만 성좌들이 찾아온다니, 낮에는 평범하게 ‘연성이네’ 운영에 전념할 수 있고.
나에겐 지금 가장 적합한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미리 재료를 준비해놓지 않으면 기껏 찾아온 성좌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러면 진짜 ‘천벌’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살짝 소름이 돋았다.
“재료는 일단 페르세포네 님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해결될 거 같으니까 다행이지.”
[농부] 클래스라니. 처음 들어보는 클래스였다.추측을 해보자면 땅을 갈고 작물을 재배하는 클래스다 보니 비전투계열이겠지?
그렇다면 아마 나처럼 고생 좀 하지 않았을까.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만나면 친해져야겠다고 다짐하며 일단 오늘은 여기서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 * *
“[밭 갈······], 아니 내려치기!”
콰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솟구쳐 올랐다.
세 개의 날을 가진 쇠스랑이 거대한 흙덩이로 구성된 흙 골렘의 머리에 찍힌 탓이었다.
크오오오!
키가 3m는 넘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흙 골렘은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평범한 사람, 아니 헌터라도 그 힘을 이겨내지 못했겠지만, 쇠스랑의 주인은 씨익 웃으며 어지간한 사람 허리통만 한 팔뚝에 힘을 주며 쇠스랑을 끌어당겼다.
그러곤 힘차게 스킬 이름을 외쳤다.
“대지 [뒤엎기]!”
퍼석!
스킬과 함께 쇠스랑이 당겨지자 흙 골렘의 머리가 마치 폭발하듯 산산조각이 나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모습에 파티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마철성! 헤라클레스의 화신!”
“헤라클레스는 무슨, 철성이 형 후원 성좌가 길가메시인 거 몰라?”
“그거 확실한 정보야?”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저렇게 힘이 좋은데 길가메시겠지.”
“헤라클레스라니까?”
마치 곰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덩치와 사람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두꺼운 근육.
거기다 엄청난 괴력으로 유명한 마철성은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역사(力士) 그 자체였다.
그 덕분에 헤라클레스나 길가메시와 계약했다는 소문이 도는 마철성이었지만, 뒤에서 들리는 파티원들의 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놈들아! 아직 안 끝났어! 골렘은 핵을 파괴해야 할 거 아냐! 또 움직이기 전에 핵부터 찾아!”
“네! 형님!”
“지금 갑니다!”
마철성의 호통을 들은 파티원들이 서둘러 달려와서 흙 골렘의 몸을 열심히 무기로 찔렀다.
마법 계열 헌터가 있었다면 탐지 마법으로 금방 찾았겠지만, 마철성의 파티는 전원 육탄계 헌터.
이렇게 일일이 들쑤시는 방법밖에 없었다.
쿠르릉!
그 사이 머리를 잃은 바람에 잠깐 경직되어 있었던 흙 골렘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핵을 파괴하지 않는 이상 끝없이 몸을 수복하며 움직일 수 있는 게 바로 골렘 계통 몬스터였다.
흙 골렘은 자신에게 달라붙은 헌터들을 떼어놓으려 거대한 주먹을 들어 올렸다.
“피해!”
“저거 맞으면 최소 뼈 부러진다!”
“뼈 부러지기 전에 죽는 게 더 빠를 걸?”
헌터들이 황급히 골렘에서 떨어지려 할 때였다.
마철성이 거대한 덩치에 안 맞게 재빨리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흙 골렘을 향해 날렸다.
픽! 픽! 하고 자신이 날린 암기가 박히자 마철성은 입꼬리를 히죽 올리며 비장의 스킬을 사용했다.
“이런 [씨 발아].”
그와 동시에 흙 골렘의 몸에서 무수히 자라는 잡초들.
잡초들은 뿌리를 내려 흙 골렘의 몸을 파고들고 그 움직임을 제한했다.
덕분에 헌터들을 향하던 주먹도 허공에서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져 그사이에 모두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었다.
크오오오!
흙 골렘은 고통스러워하며 식물을 제거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뿌리에 달라붙은 흙, 즉 자신의 몸을 뜯어내는 꼴이 되었다.
마치 전신에서 털이 자란 것처럼 잡초로 무성해진 흙 골렘을 향해 마철성이 다시 달려들었다.
“대지 [고르기]!”
흙 골렘을 내려찍은 그의 쇠스랑이 주르륵 등을 긁어내렸다.
그러자 폭포수처럼 흙이 쏟아져 나오는 흙 골렘의 몸.
그리고 그 흙더미 속에는 골렘의 핵도 포함되어 있었다.
“됐다! 핵이 나왔다!”
골렘에게 핵은 심장이자 뇌이며 영혼, 아니 골렘 그 자체였다.
당연히 핵을 잃은 흙 골렘의 몸은 그대로 흙더미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C급 던전, [고대 족장의 무덤]의 보스, 무덤의 수호자 흙 골렘이 토벌되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도 형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잡초를 키워서 흙 골렘을 속박하다니, 역시 [드루이드] 클래스. 힘도 힘이지만, 형님의 식물 다루는 스킬은 최곱니다.”
“흙 속성 몬스터 중 형님이 쓰러뜨리지 못하는 몬스터는 없을걸요?”
마치 유치원생이 선생님에게 떠들 듯이 달려들어 자신을 칭송하는 파티원들을 보며 마철성이 피식 웃었다.
“짜식들, 아부가 왜 이렇게 길어? 얼른 부산물 챙기고 나가자. 배고프다.”
“넵!”
“형님은 여기서 딱 쉬고 계십쇼!”
그렇게 파티원들이 흩어져서 지금까지 쓰러뜨린 던전 몬스터의 부산물과 보상 아이템을 챙기고 있는 동안, 마철성은 조용히 일어나 흙 골렘이었던 흙더미로 향했다.
흙 골렘은 골렘의 핵을 제외하면 얻을 게 없기에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지만, 마철성은 흙더미를 뒤지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여기 있네. 어이쿠, 많이도 자랐다.”
마철성이 집어 든 건 아까 그가 암기로 던진 씨앗이 스킬 [씨 발아]로 자라난 커다란 식물의 뿌리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정체는,
“무식한 놈들. 잡초가 아니라 도라지다, 도라지.”
마철성이 두꺼운 손으로 흙을 탈탈 털어내자 뽀얀 속살을 드러내는 거대한 백도라지.
그런 게 몇 덩이나 더 있었다.
‘이걸로 도라지무침 해 먹으면 수십 명이 먹고도 남는데, 쩝.’
하지만 던전에서 마력을 먹고 자란 백도라지는 인간이 먹으면 마력 중독으로 죽게 되는 독초나 다름없었다.
마철성은 아쉬운 듯 혀를 차며 파티원들 몰래 백도라지를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왜 그런 독초를 챙기는 걸까?
‘그래도 내가 키운 작물이고 내 새끼인데 버리고 갈 수야 있나.’
그가 왜 독초에 불과한 도라지를 내 새끼라고 하는 걸까?
모두가 [드루이드]라고 착각하는, 그리고 마철성도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말하는 그의 진짜 클래스는 다름 아닌 [농부]였다.
“반쪼가리지만.”
처음 [농부]로 각성하던 날, 그는 자신이 비전투계열 각성자라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그래도 그 능력을 살리려고 노력을 해보았다.
하지만 그 작물을 들고 감정을 받으러 어떤 연금술사를 찾아갔을 때,
‘못 먹어요. 그거 먹으면 죽어요.’
라는 대답을 듣고야 말았다.
아공간도 던전처럼 마력으로 유지되는 공간.
텃밭에서 키운 작물은 모두 마력을 머금고 자랐고 사람이 먹을 수가 없는 게 당연했다.
[농부]로 성공하고 싶었던 마철성은 크게 좌절했고 결국 농사를 접어야 했다.‘농부가 무리라면 몬스터라도 잡자!’
농사를 포기한 대신, 그는 던전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의 클래스를 보고 파티에 끼워주지 않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농부] 클래스와 농사 스킬을, [드루이드]라고 속이고 전투 스킬로 교묘하게 위장해서 던전을 공략했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힘의 장사였던 터라 다들 그가 비전투계열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덕분에 금방 유명세를 떨칠 수 있었다.
B급 헌터 ‘근육 드루이드’ 마철성.
그는 이제 자신을 리더로 한 파티 ‘근육 마초’까지 운영하며 헌터로 잘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 농사짓고 싶네.”
각성자에게 클래스는 본성과도 같은 것.
[농부]인데 농사를 짓지 못하다니. 헌터로 성공가도를 달려도 언제나 아쉬움이 마음 한켠에 부채처럼 남아있었다.그렇게 한숨을 푹 내쉬고 있던 그에게 띵- 성좌의 메시지가 울렸다.
“성좌님?”
공물을 요구하거나 퀘스트 줄 때를 제외하곤 대화하는 일이 거의 없는 그의 성좌가 웬일로?
전투 시작 전이라면 축복을 주는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은 전투가 다 끝난 뒤.
마철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봄을 가져오는 저승의 안주인이 당신에게 누군가를 도와주라고 지시합니다.]갑자기 누군가를 도와주라니, 더더욱 당황스러운 마철성이었다.
“그게 누굽니까?”
[봄을 가져오는 저승의 안주인은 가보면 안다며 자세한 위치를 설명해 줍니다.]평소답지 않은 자세한 설명 뒤에 성좌는 다시 침묵했다.
마철성은 던전을 나오고 파티와 해산한 뒤에, 성좌가 가르쳐준 곳으로 향했다.
피곤할 법도 했지만, 마철성에게 성좌의 지시는 절대적이라고 해도 될 만큼 중요했다.
[농부]로 각성한 뒤, 첫 농사에 성공해 작물을 수확했을 때, [봄을 가져오는 저승의 안주인이 당신에게 흥미를 느낍니다.]아직 보잘것없던 그와 계약하길 원했던 유일한 성좌.
뛰어난 헌터들도 쉽게 하지 못한다는 성좌와의 계약을 자신이 하다니!
마철성은 감동해서 그녀와의 계약을 받아들였다.
거기다 그가 결국 농사를 포기하고 던전을 공략하는 헌터가 되었을 때도 성좌는 실망하지 않고 그를 계속 믿어주었다.
거기다 계약도 해지하지 않았다.
마철성은 그런 성좌에게 크게 감동했고 진심으로 그녀를 믿고 섬기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성좌가 만날 것을 지시했으니, 피곤해도 따를 수밖에.
‘엄청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는데?’
무려 성좌가 도움을 지시한 일이었다.
정식 퀘스트를 내린 건 아니었지만, 아마 이런 일이라면 성좌의 보상도 내려올지 몰랐다.
물론 성좌를 진심으로 섬기고 있는 마철성으로서는 보상이 없어도 따를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여긴가 보네. ‘연성이네’?”
그것도 줄이 엄청나게 길게 늘어선 맛집이었다.
마철성이 황당해하며 가게 안을 살펴보려고 했을 때였다.
가게 앞에서 줄을 서고 있던 한 여학생이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 새치기하는 거예요?”
“아니, 학생, 나는 밥 먹으러 온 게 아니고······.”
“아저씨, 여기 다 기다리고 있는 거 안 보여요? 가서 줄 서 세요!”
“아, 아저씨?”
올해로 37살.
아저씨라 불리기 충분한 나이지만, 아직 총각이었던 마철성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험상궂은 그의 표정에 다른 헌터들도 겁을 먹는 편이었는데, 여학생은 겁을 먹기는커녕 한층 더 매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무섭게 보면 어쩔 건데요! 제가 여기 오려고 몇 번째 시도하는 건지나 알아요?”
“미, 미안. 뒤로 갈게.”
맛집 앞에서는 겁도 사라지는 걸까.
몬스터도 때려잡는 B급 헌터 마철성은 여학생의 기세에 밀려 저도 모르게 맨 끝으로 가서 줄을 섰다.
‘잠깐, 내가 왜 줄을 서는 거지? 난 그냥 사람을 만나러 온 건데?’
하지만 여학생의 살벌한 눈빛이 아른거려 얌전히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장장 두 시간을 더 기다려서야 겨우 식당에 들어설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이런, 어쩌죠? 이제 브레이킹 타임인데. 조금 이따가 오시겠어요?”
브레이킹 타임 전, 마지막 손님이었던 아까 여학생이 이를 쑤시며 행복한 표정으로 식당을 나갔다.
테이블을 닦던 식당 사장은 미안한 표정으로 그에게 양해를 구해왔다.
마철성은 잠시 순진한 식당 사장처럼 보이는 이 사람이 성좌가 말한 사람이 맞나 싶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말은 해보기로 했다.
“성좌 보이지 않는 저승의 안주인께서 보내서 온 사람인데.”
“아! 페르세포네 님이 말씀하신 그분이구나.”
환하게 웃는 식당 주인, 도연성이 그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도연성이라고 합니다. [농부] 클래스시죠? 전 [요리사] 클래스입니다.”
“그, 그걸 어떻게? 아니, 그것보다 [요리사]라고요?”
자신이 숨겨왔던 직업이 들통나자, 그리고 자신만큼 독특한 클래스가 있다는 소리에 경악한 마철성이었다.
연성이네 신야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