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진짜가 나타났다
그릭 복숭아.
그릭 요거트와 복숭아를 합친 요리로, 복숭아의 속을 파내고 그 안에 그릭 요거트를 넣은 디저트였다.
생각보다 단순한 디저트고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지만, 처음 나올 때는 발상의 전환이라면서 꽤나 화제가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게이트 사태 이전 청담동의 브런치 카페가 원조였지, 아마?
그때 유행을 타면서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서 직접 만들고 유튜브에서도 이 그릭 복숭아를 만드는 영상이 꽤나 많이 올라왔던 걸로 기억한다.
“미야는 그릭 복숭아를 어떻게 알았어요?”
“빨리쿡이랑 천개의조리법, 그리고 블로그에서요.”
“아.”
현대의 제과제빵 공부에 부지런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인터넷까지 그 영역을 펼친 줄은 몰랐네.
하긴, 정통 디저트 레시피에는 그릭 복숭아가 없을 테니, 인터넷에서 배웠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야에게 조리도구를 넘겼다.
“내가 서포트할 테니, 미야가 마음껏 만들어봐요.”
“제가 메인으로 하나요?”
“네. 항상 그랬듯, 디저트는 미야가 훨씬 뛰어나니까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번 성좌 완성 계획은 미야가 주인공.
그러니 내가 나서서 요리를 주도해도 곤란했다.
그런 내 말에 미야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그러면 지금만큼은 제가 마스터셰프네요?”
“그렇게 되겠죠?”
지금부터 미야가 총주방장인 마스터셰프라면 나는 그녀를 도와주는 부주방장인 수 셰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야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자, 수 셰프는 어서 재료를 구해와 주세요.”
일부러 만든 우쭐대는 표정과 장난기 섞인 태도로 내게 지시하는 미야를 보니 속으로 웃음이 터졌다.
오늘은 미야가 주인공이니 어울려 줘야지.
나는 일일 마스터셰프께 공손히 대답했다.
“재료라면 역시 복숭아인가요?”
“네. 그릭 요거트······, 정확히는 양젖 요거트는 가게에서 가져왔으니까요.”
코아이 마랄에게 대접했던 양젖 요거트 타라크를 들고 미야가 싱긋 웃었다.
“맛있는 걸로 가져와 주세요.”
“네, 셰프!”
나는 미야에게 경례를 착 올려붙인 뒤 반도원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신장으로 둔갑한 저팔계와 사오정이 창을 내밀며 내 앞을 막았다.
“어딜 가느냐!”
“복숭아를 구해와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저팔계와 사오정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길을 열어주었다.
반도원의 복숭아를 이용해서 복숭아 디저트를 만드는 게 이번 요리의 핵심이었으니까.
그러나 불안한 것도 사실.
나는 조용히 저팔계와 사오정에게 속삭여 물었다.
“진짜 서왕모 님한테 허락 안 받고 복숭아를 따도 되나요?”
“글쎄?”
자긴 모르겠다는 식으로 코를 후비며 대답하는 저팔계를 보니 더 불안해지네.
그런 나를 보며 사오정이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큰형님이 과격한 점이 있긴 해도 사려가 깊은 분이니 다 조처를 해뒀을 거다. 믿고 따르는 수밖에.”
정말 괜찮은 걸까.
나는 설기 옆에서 아직도 기절한 척하고 있는 천오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반도원 안으로 들어갔다.
반도원에 꽃이 피는 시즌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은 계절이 무관한 곤륜산.
아직 복숭아를 딸 수 있는 나무도 있었다.
나는 가장 근처에 있는 복숭아로 다가가 살폈다.
“납작 복숭아네?”
우리가 흔히 아는 복숭아는 사과나 배처럼 탐스럽게 둥근 복숭아.
그런데 여기 달린 건 전부 마치 UFO처럼 혹은 도넛처럼 생긴 납작한 복숭아였다.
흔히 유럽에서 자주 먹는다고 유럽 복숭아로 알려져 있지만, 원산은 중국으로 ‘판타오’, 즉 반도라고 불리는 품종이었다.
“그 반도가 이 반도에서 유래된 거였구나.”
생각해보니 이름이 같았다.
나는 감탄하며 복숭아에 손을 대서 따려고 했다.
그때였다.
“그건 아직 따면 안 돼. 덜 익었어.”
“응?”
어디선가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나는 놀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복숭아 옆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손가락 크기만큼 작아진 천오를 보았다.
아니지, 천오는 저기 기절한 척하고 있으니,
“너 천육이냐?”
“응. 나야.”
키득거린 천육이는 폴짝 뛰어올라 내 어깨 위로 올라탔다.
“이건 3천 년에 한 번 익는 반도인데 천오백 년도 안 되었어. 다른 걸로 따자.”
“하긴, 반도원 복숭아는 네가 전문이지.”
나는 천육의 조언에 피식 웃었다.
손오공은 9천 년짜리 반도 중에 잘 익은 것만 골라서 따먹는 사고를 칠 정도였으니까.
“이거랑 요거. 그리고 저거랑 저 옆에 거를 따가자.”
나는 천육이 알려주는 복숭아들을 땄다.
반도원이라고 반도만 있는 게 아니라 종류가 다양해서 우리가 흔히 아는 동그란 털복숭아 중에서 백도와 황도, 천도복숭아까지 다양했다.
나는 반도를 포함해서 그것들을 조금씩 땄다.
“이것들은 전부 3천 년에 한 번씩 익는 애들이야. 9천 년에 한 번씩 익는 건 허락을 못 받았어.”
“왜?”
천육은 내 물음에 시무룩해져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9천 년에 한 번씩 익는 걸 따면 다 내가 먹어버릴 것 같아서 안 된다나?”
“······업보네.”
나는 천육의 말에 피식 웃으며 품 안의 복숭아들을 내려다보았다.
“9천 년에 한 번 익는 복숭아가 아니어도 6천 년에 한 번씩 익는 이것들도 대단한 거지.”
나는 납작한 반도 하나를 슥 옷에 문질러 닦은 뒤 한입 물었다.
“앗, 치사해! 혼자만 먹고!”
“재료 분석차 먹는 거야.”
암. 이건 절대 내가 재료를 빼먹는 게 아니고 요리를 위해 재료 분석을 해야 해서 그런 거라고.
반도를 깨물자마자 부드러운 과육이 물컹 입 안에서 무너져 내리면서 향긋한 복숭아 향과 함께 달콤한 과즙이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와, 이건 물복숭아의 끝판왕이네.”
복숭아 철이 다가오면 항상 사람들이 싸우는 주제인 딱딱한 복숭아 vs 물복숭아.
납작 복숭아인 반도는 부드러우면서 단맛이 강한 것이 물복파가 제일 좋아할 법한 복숭아였다.
백도 보다는 황도 중에서 잘 익은 물복숭아 느낌인데 과즙이 더 진하고 단맛이 뛰어나다고 할까.
“딱복파인 나도 반해버릴 맛이네.”
내가 짜릿하게 올라오는 납작 복숭아의 단맛에 몸을 부르르 떨 때였다.
[천미통]이 발동하며 복숭아의 정보가 떠올랐다.======================
6천 년 만에 익는 서왕모의 반도 복숭아(전설급)
– 감미(甘味, 단맛) 30% : 탄수화물 기반 에너지 확보 가능.
– 마미(魔味, 마력 맛) 70% : 순수한 마력 다량 보유.
– 특수효과 : [불로]. [장생], [우화등선], [비행(비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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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전설급 과일이었구나.
성분을 살펴보니 정말 단 맛과 풍부한 마력만으로 구성된 신기한 과일이었다.
“불로장생에 우화등선, 그리고 비행이라.”
특수효과 [불로]는 노화를 늦춰주었고 [장생]은 수명을 늘려준다고 나와 있었다.
[우화등선]은 신선이 되게 해주는 영약으로 내가 먹고 권속급이 될 수 있었던 [넥타르]와 비슷한 효과였다. [비행]은 하늘을 잠깐동안 자유롭게 날 수 있게 해주는 효과였지만,“아, 그거 여기서는 안 통해. 이 근처는 서왕모의 영역이라 허락받지 않은 신선은 비행이 금지되어있거든.”
나도 일단 권속이니 신선과 동급 취급이지만, 허가받지 않으면 날 수가 없다나?
거기다 일시적인 효과라 하계로 내려가면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대단하네.”
[불로]와 [장생]만 해도 수명이 정해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효과였다.거기에 [넥타르]와 동급의 효과를 지녀서 신선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우화등선]까지.
내가 감탄하고 있자, 천육이 뭘 그런 걸로 놀라냐고 웃었다.
“9천 년 만에 익는 건 신화급인데?”
천육의 말에 의하면 반도원에는 총 3가지 복숭아가 있었다.
첫 번째는 3천 년에 한 번씩 익는 영웅급 복숭아로 먹으면 단숨에 신선이 될 수 있는 효능을 가졌다.
6천 년에 한 번씩 익는 전설급 복숭아는 불로장생을 할 수 있는 동시에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9천 년에 한 번씩 익는 신화급 복숭아는 먹는 동시에 하늘과 같은 수명, 즉 세계가 끝날 때까지 죽지 않게 된다고 한다.
“신화급이라니.”
내가 가진 신화급 아이템은 딱 둘.
웨프와웨트에게서 받은 [나일강의 크림슨 스카라베]와 그리스 여신들에게 받은 [에리스의 황금 사과]였다.
전자는 먹을 수 없는 장식품이었고 후자는 먹을 수는 있지만, 그 상징성 때문에 먹지 못하는 과일.
그런데 여기에는 그런 신화급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역시 도교 신화 성계 속 최고신 답네.”
도교 신화에는 다양한 성좌들이 존재했지만, 최고신에 해당하는 신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도(道), 그 자체를 신격화한 원시천존과 여자 신선들의 우두머리인 서왕모, 그리고 천계를 다스리는 옥황상제 정도?
아무튼 손오공은 그런 최고신이 아끼는 과일을 훔쳐 먹었기에 절대 죽지 않는 불사신이 된 것이었다.
“그전에도 이미 저승의 생사부에 적힌 내 이름을 지워서 불사신이긴 했어.”
“그래, 그래. 오래 살아서 좋겠다.”
나는 원래 오래 산다며 으스대는 천육에게 피식 웃어주고는 남은 복숭아들을 챙겨서 미야에게로 돌아갔다.
“미야, 이걸 한번 먹어 볼래요?”
“서왕모 님께 드리기 전에 먼저 먹어도 될까요?”
“맛을 봐야 제대로 요리를 하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먹었던 복숭아의 먹지 않은 반쪽을 잘라 그녀에게 넘겼다.
내가 말한 이유도 있었지만, 전설급 복숭아를 먹여서 미야의 격을 올려 주기 위함도 있었다.
만약 손오공의 추측과 달리 정말 미야가 격이 부족해서 성좌로 돌아가지 못하는 거라면 이런 영약이 도움이 될 테니까.
“어머, 마력이 엄청나요.”
6천 년 된 반도 복숭아의 단맛에 미야의 눈이 반짝거렸다.
하지만 딱히 성좌로 변하는 기미가 없는 걸 보면, 미야에게 모자란 건 역시 격이 아니라 자신감인 모양이네.
“자, 그러면 요리를 시작하죠.”
내가 관찰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미야는 복숭아를 먹고 기분이 좋아진 채로 소매를 걷어 올렸다.
“우선 마스터는 이 물렁물렁한 황도의 껍질을 깎아주세요.”
“네, 셰프.”
나는 마스터셰프의 명에 따라 물복숭아를 하나 골라 껍질을 깎았다.
“그릭 복숭아는 물복숭아로 만드는군요.”
“네. 그래야 먹을 때 편하거든요.”
내가 복숭아의 형태가 무너지지 않게 잘 깎아서 넘겨주자, 미야는 칼을 들어 꼭지, 그리고 꼭지와 연결된 씨를 파내고 복숭아의 안을 비워놨다.
“여기에 만들어 놓은 요거트를 채워줄 거예요.”
미리의 양젖으로 만든 요거트, 타라크를 꼼꼼히 채워 넣은 미야는 내게 다시 복숭아를 넘겼다.
“마력 빙정으로 살짝만 얼려주세요. 차가워야 맛있어요.”
내가 마력빙정을 꺼내서 복숭아를 차갑게 만드는 사이, 미야는 평소에 마철성이 재배한 곡식으로 만들어놨던 그래놀라를 꺼냈다.
“납작한 그릇에 그래놀라를 깔고 살짝 얼린 그릭 복숭아를 뒤집어서 올려 준 뒤, 어?”
미야가 접시 위에 예쁘게 복숭아를 올린 뒤, 무언가를 찾았다.
“마스터, 어쩌죠? 보석 벌꿀을 안 가져왔나 봐요.”
미야가 울상이 되어 던전 보석 벌꿀을 찾았지만, 전혀 보이질 않았다.
이상하다, 아까는 분명 조금 남아있었는데?
의아해하는 내 눈에 신장으로 둔갑한 저팔계의 입가에 묻은 반짝이는 가루가 보였다.
······저거 백퍼 훔쳐 먹었구만.
“······크흠, 큼.”
내가 지그시 노려보자 저팔계가 애써 헛기침하며 딴청을 부렸다.
조리도구를 가지고 오면 맛있는 걸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새를 못 참고 손을 댄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온 저팔계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 없죠. 현지에서 구합시다.”
“현지에서요?”
“지금 여기엔 우리와 함께 온 던전 보석벌들이 있잖아요.”
나는 열심히 복사꽃 주변을 날아다니며 꿀을 모으고 있던 보석벌 일벌들에게 소리쳤다.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꿀 좀 나눠줄래?”
“키잉!”
내 말에 보석벌들이 일제히 이쪽으로 날아왔다.
다들 영험한 반도원의 복사꽃 꿀을 채취하면서 조금씩 먹었던 건지 힘이 넘치고 있었다.
“여기에 조금씩 나눠줘.”
“키잉!”
내가 작은 접시를 내려놓자, 보석벌들이 입에서 꿀을 토해냈다.
“신기해요. 꿀을 이렇게 모으는 거였네요.”
“그렇죠?”
일벌들이 꽃이 분비하는 꽃꿀을 먹고 뱃속에서 살짝 소화시킨 뒤, 벌집에 토해서 저장하는 게 바로 벌꿀이었다.
이 상태로는 수분이 많아 묽은 꿀이라 보통 벌들이 날갯짓으로 수분을 날려 꿀의 밀도를 짙게 만든다.
보석벌들은 한층 더 나아가 아예 딱딱하게 굳을 때까지 말리는 편이지만,
“우리는 이걸 시럽처럼 뿌려야 하는 거니깐 그대로 써도 될 것 같아요.”
“그럼 지금 뿌릴게요.”
미야는 그릭 복숭아 위에 던전 보석벌들이 나눠준 묽은 복사꽃 꿀을 뿌렸다.
그러자 향긋한 복숭아향이 폭발하듯 퍼져 나왔다.
“이 꿀로 하길 잘했네요.”
“정말요.”
복숭아와 복사꽃 꿀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완벽한 그릭 복숭아의 완성이었다.
“자, 어서 다른 요리도 만들죠?”
“네, 셰프!”
미야의 주도로 우리는 두 개의 복숭아 디저트를 더 만들었다.
그리고 에녹이 임시 카페까지 만들어 모든 준비가 끝날 무렵,
“준비가 다 끝난 모양이구나.”
서왕모, 아니 손오공이 때맞춰 다시 반도원에 찾아왔다.
나와 미야가 정중하게 다시 나타난 서왕모에게 인사를 올리려 했을 때였다.
“어서 오세······, 어?”
“두, 두 명?”
놀랍게도 똑같이 생긴 서왕모가 둘이나 우리의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당황한 우리를 보며 한쪽의 서왕모가 피식 웃더니 다른 서왕모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제 되었으니 가짜는 정체를 드러내라.”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맞은 서왕모가 원래의 모습인 손오공으로 돌아왔다.
“헤헤, 본체의 모습으론 처음 보지?”
서왕모에게 맞은 머리를 문지르며 머쓱하게 웃는 손오공은 천오와 똑같이 생긴 성좌였다.
잠깐.
방금 ‘가짜’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옆의 서왕모는······.
내가 경악한 얼굴을 하자 아까 손오공이 위장했던 엄한 모습과 달리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진짜’가 입을 열었다.
“여기서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구나. 나도 맛볼 수 있겠느냐?”
여자 신선들이 우두머리이자 곤륜산의 주인, 그리고 도교 신화 성계의 최고신, 진짜 ‘서왕모’가 우리 앞에 있었다.
미야의 눈 내리는 탕후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