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미야의 눈 내리는 탕후루
“서왕모 님을 뵙습니다.”
나는 진짜 서왕모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처음 이 계획을 짤 때 천육이 설명해준 서왕모의 신화를 떠올렸다.
‘서왕모 님은 좀, 아니 아주 대단한 분이시지.’
서왕모가 처음 사람들에게 숭배될 때 만해도 그녀는 머리를 산발한 채 비녀를 꽂고 있는 데다 표범의 꼬리와 호랑이의 이빨을 가진, 반인반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반은 짐승의 모습을 하고 곤륜산 꼭대기의 동굴 속에서 살며 권속인 세 마리 새가 가져오는 음식을 먹는 무서운 신, 그것이 초창기의 서왕모였다.
‘왜 그렇게 무서운 신인 거야?’
‘그때의 서왕모 님은 죽음을 다스리는 신이기도 했거든.’
당시 중국 사람들에게 해가 지는 서쪽은 죽음의 땅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서쪽을 다스리는 서왕모는 자연스럽게 죽음의 신이 되었다.
심지어 그녀의 힘을 묘사하는 단어가 바로 ‘천라오잔(天厲五残)’.
설명하자면 하늘의 위엄을 가진 동시 다섯 가지 흉한 별의 주인이라는 뜻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성격이 부드러워지셨지.’
처음에는 괴팍하기 그지없는 무서운 신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신선이 된 인간들이 곤륜산을 찾고 특히 그중에서 여자 신선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성품이 부드러워졌다나?
‘결정적으로 옥황상제랑 결혼하면서 아주 인자해지셨어.’
원시천존의 딸로 태어난 서왕모는 원시천존의 뒤를 이은 도교의 최고신, 옥황상제와 결혼을 했다.
덕분에 그녀도 최고신의 반열에 올랐고 체면을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 아니 성좌의 본질과 근원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
그녀의 옛 모습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듯했다.
성좌의 기운을 보는 내 성안(星眼)에 비친 그녀의 기운만 봐도 확실히 손오공과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도교 신화 성계의 최고신이기에 당연히 신화급 성좌인 탓도 있었지만, 그녀에겐 뭔가 더 특별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선과 악, 길흉이 동시에 잠들어 있는 듯한 기운이었다.
“좋은 눈을 가지고 있구나.”
그럴 리가 없는데도 인자하기 그지없는 서왕모의 목소리가 섬뜩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곧 이어진 그녀의 목소리는 다시 더없이 따뜻한 어조로 돌아와 있었다.
“자, 어서 내게 달콤하고 맛있는 걸 다오. 그렇다면 이 원숭이가 범한 무례와 실수는 용서해주겠노라.”
무례? 실수?
분명히 허락 다 맡았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으로 손오공을 바라보자, 금빛 털의 원숭이는 머쓱한 표정으로 혀를 쏙 내밀었다.
마치 ‘그렇게 됐어. 헤헤헤.’ 하는 표정이라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스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천오, 아니 손오공 님이 저기에······?”
전후 사정을 모르는 미야가 황당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계획을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미야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았다.
“미야, 날 믿죠?”
“네? 아, 네. 당연히 마스터를 믿죠.”
내 말에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미야.
나는 그런 미야를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면 날 믿고 우선 요리에 집중해서 이 위기를 넘어가죠. 모든 게 끝나면 설명해줄게요.”
“그······, 알겠어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일단 미야는 날 믿고 고개를 끄덕여줬다.
휴, 어떻게든 넘겼네.
일단 내가 말한 대로 요리에 집중해서 성좌들, 그러니까 서왕모와 손오공을 대접하는 것에 신경 써야 할 시간이었다.
“서왕모 님, 손오공 님. 이쪽으로 오시지요.”
음식 대접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우리의 퍼펙트 웨이터, 에녹이었다.
에녹은 흠잡을 데 없는 매너와 미소로 서왕모와 손오공을 자신이 만든 임시 카페로 안내했다.
“이곳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양식의 건물이로구나. 마음에 든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소소한 재주를 부려봤습니다.”
“호오? 재주가 뛰어나구나.”
카페를 직접 만들었다는 에녹의 말에 서왕모가 눈을 가늘게 떴다.
에녹을 탐내하는 것 같았는데, 그 의중을 눈치챘는지 손오공이 손을 내저었다.
“저 친구가 모시는 성좌는 부친입니다, 서왕모 님.”
“그래? 아쉽구나.”
아버지에게서 아들을 빼앗아 올 생각은 없었는지 서왕모는 더 이상 관심을 거두었고, 에녹은 손오공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오공 님.”
“어우, 낯간지러워. 님도 그렇고 존댓말도 그렇고 평소처럼 쓰지 말고 대해.”
손오공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분신인 천오야 우리가 항상 함께하는 가족 같은 직원이었지만, 본체인 손오공에게 그래도 되나 싶었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모양이었다.
“저는 평소에도 경어를 썼습니다만.”
“······아, 생각해보니 그렇네.”
“그럼 님자는 붙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에녹은 모든 이에게 존댓말을 하는 스타일이었기에, 호칭 정리만 하기로 했다.
거기까지 말한 손오공은 나와 미야를 보며 외쳤다.
“사장이랑 미야도 똑같이 해달라고!”
“알겠어.”
나는 천오일 때나 손오공일 때나 변하지 않는 태도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에녹에게 미야가 만든 그릭 복숭아를 넘겼다.
“에녹 씨, 여기요.”
에녹이 우아하게 첫 디저트를 서왕모와 손오공 앞에 내려두는 사이, 나는 미야의 등을 살짝 밀었다.
“마, 마스터?”
“미야가 마스터셰프잖아요. 가서 설명해야 하지 않겠어요?”
평소라면 식당의 주인이자 마스터셰프인 내가 나서서 손님 대접을 했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미야의 자신감을 높여주기 위한 작전인데 내가 나서면 의미가 없잖아.
나는 살짝 불안해하는 미야를 격려하며 서왕모 앞으로 보냈다.
“지, 지금 나온 디저트, 아니 후식은 그릭 복숭아라는 후식이에요.”
처음에는 말을 더듬던 미야였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은 듯 부드럽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거기다 디저트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서왕모를 위해 후식이라는 단어 사용까지.
처음 가게에 왔을 때만 해도 대인기피증에 다른 이랑 말을 잘 섞지 않으려고 했던 그녀였는데.
나는 살짝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그녀의 설명을 지켜보았다.
“복숭아의 속을 파내고 발효한 양젖을 채우고 차갑게 만든 뒤, 곡물을 꿀에 절여 구운 그래놀라라는 씹을 것과 같이 먹으면 됩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되는구나. 내가 기른 복숭아를 어떻게 요리했을꼬.”
설명만 들어도 즐거워하는 서왕모의 반응에 용기를 얻은 미야가 나이프를 들고 그릭 복숭아의 반을 잘랐다.
그러자 속이 몽골식 요거트인 타라크로 찬 예쁜 복숭아의 단면이 드러났다.
“과육이 무른 물복숭아로 만들어서 수저로 가볍게 떠드세요.”
그릭 복숭아는 물복숭아 자체가 부드럽기에 포크나 스푼으로 떠도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베어 물기만 해도 과즙이 줄줄 흐른다는 물복숭아의 단점은 차갑게 식혔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
덕분에 샤베트 같은 차갑고 향긋한 물복숭아를 부드러운 요거트와 달콤 고소한 그래놀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가 바로 이 그릭 복숭아였다.
달그락, 중국식 수저로 그릭 복숭아를 크게 뜬 서왕모가 입으로 가져갔다.
그녀가 입을 열 때 호랑이 이빨이 잠깐 보여 섬뜩했지만, 그릭 복숭아의 맛에 사르르 녹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그런 감정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하오츠, 하오츠(好吃). 너무나 맛있구나.”
서왕모 자신의 복숭아 자체가 극락의 맛으로 유명한 데, 거기에 맛있는 것들이 더 얹어졌으니 맛이 없을 수가.
서왕모는 특히 그릭 복숭아 위에 뿌린 던전 보석벌의 복사꽃 꿀에 감탄한 듯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곤륜산에서 살면서 복숭아를 길러왔지만, 복사 꽃의 꿀을 먹어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서왕모는 수저를 코끝에 가져다 대고 복사꽃 꿀의 향을 다시 즐기며 미소를 지었다.
“반도원의 진정한 진미는 반도가 아니라 이 꿀이로구나.”
부웅, 부우웅.
서왕모의 극찬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반도원에서 던전 보석벌들이 날갯짓 소리를 냈다.
나도 저 녀석들이 칭찬받으니 기뻐서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장, 미야! 나도 먹을래!”
당연히 윗사람, 아니 윗성좌인 서왕모를 먼저 대접해야 했기에 기다리고 있던 손오공이 못 참겠다는 듯 나를 재촉해왔다.
미야가 손오공 분의 그릭 복숭아를 내오자, 손오공의 얼굴이 밝아지는 건 덤.
하지만 그 얼굴은 곧 시무룩해질 수밖에 없었다.
“너는 먹을 수 없다. 이 서왕모를 속이려 한 벌인 것이야.”
“네?”
“아, 저기 정단사자와 금신나한은 죄가 가벼우니 먹어도 좋으니라.”
“아니, 서왕모 님! 그건 너무 하잖아요!”
손오공이 억울해서 펄쩍 뛰었지만, 여기는 서왕모의 영역.
거기다가 예전처럼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기엔 투전승불이 된 손오공은 달라졌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없는 것 맞겠지?
나는 시무룩해진 손오공에게 나중에 만들어주기로 마음먹고 손오공 분의 그릭 복숭아를 저팔계와 사오정에게 가져갔다.
“두 분도 드세요.”
내가 내민 그릭 복숭아를 본 사오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큰형님이 못 드시는 데 우리가 먹어도 될는지······.”
“어허, 동생아. 서왕모 님 말씀이 여기선 법인 게야. 얼른 먹자꾸나.”
신이 나서 허겁지겁 수저를 드는 저팔계를 보며 사오정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중에 큰형님의 심술을 어찌 받아낼 생각이오.”
사오정의 말대로 손오공이 매서운 눈으로 동생들을 째려보다가 서왕모에게 머리를 맞고 있었다.
물론 저팔계는 그 모습을 보며 낄낄댔지만 말이다.
“그래서 안 먹을 테냐? 그럼 나야 좋고.”
“누, 누가 안 먹는다고 했소? 먹을 거요!”
하지만 결국 사오정도 복사꽃 꿀과 그릭 복숭아의 향긋한 향을 이기지 못하고 수저를 들고 먹기 시작했다.
“맛있다! 맛있어! 옥황상제의 궁궐에서도 이런 맛은 못 봤다. 부처님께 올라가는 공양물에서도 이런 맛은 못 봤어!”
“또 또 불경한 소리를. 그러다 다시 요괴로 돌아가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작은형님.”
“아, 그만큼 맛있다는 소리지!”
그 말은 거짓이 아닌 듯 저팔계와 사오정이 접시를 깨끗이 비우고 내게 돌려줬다.
다시 임시 주방으로 돌아가려는 내 눈에 저팔계와 사오정을 바라보는 미야가 보였다.
죄를 지어 요괴로 떨어졌다가 다시 성좌로 복귀한 그들의 사연에 관심이 간 모양이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서왕모에게 다음 디저트를 내었다.
“다음은 당호로(糖葫蘆), 즉 탕후루입니다.”
탕후루.
중국 북부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과일을 꼬치에 꽂아 설탕물을 입힌 뒤 굳혀 만든 과자였다.
설탕물이 굳어져 만들어진 아삭한 설탕 껍질을 씹는 맛과 과일의 상큼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디저트지.
만들어서 얼리거나 얼린 과일로 만든 탕후루는 얼음 빙(氷)자를 써서 빙탕후루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미 차가운 후식을 드셨기에 이번에는 차가운 빙탕후루가 아닌 일반 탕후루를 만들어 드릴게요.”
빙탕후루가 아닌 탕후루를 고른 미야의 선택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운 것만 너무 연속으로 먹으면 속이 불편해지기도 하고 물려버리니까.
“그리고 서왕모 님의 복숭아가 너무 품질이 좋아서 이걸 얼려서 먹기엔 아쉽다는 생각을 했어요.”
“칭찬을 해주니 내가 다 기쁘구나.”
거기에 반도원의 주인인 서왕모를 칭찬해주는 센스까지.
빙탕후루는 유목민들이 겨울에 과일을 보존하기 위해 설탕물을 발라 차가운 바깥에서 보관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때문에, 과일이 신선하다면 굳이 차가운 빙탕후루를 먹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 이유를 고객에 대한 칭찬으로 포장해 설명하는 센스를 보니 미야는 이미 어엿한 요리사나 마찬가지였다.
슬슬 자기 가게를 가져도 되겠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미야는 한 차원 더 뛰어난 접객술을 보여주었다.
“어머, 꽃이 피는구나.”
미야가 꼬치에 꿰어진 탕후루를 허공에서 힘차게 돌리자 마치 눈꽃이 피어나듯 설탕물, 아니 던전 보석 꿀물이 실처럼 퍼지며 휘감겼다.
“프라우 홀레······.”
게르만족이 눈을 내리는 여신이라고 믿었던 여신, 프라우 홀레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할머니의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