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할머니의 조언
미야의 손놀림을 따라 하늘에 흩날리는 새하얀 눈꽃들.
꽃이 만발한 반도원에서 흩날리는 보석 벌꿀의 눈꽃은 보는 사람의 숨을 절로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름답구나.”
서왕모도 곤륜산의 오색 빛을 반사해 반짝이는 탕후루의 눈꽃을 보며 눈주름을 그려내며 미소 지었다.
“저건 어떤 음식이더냐?”
“탕후루라는 음식입니다.”
퍼포먼스에 열중하고 있는 미야 대신 내가 대답했다.
탕후루. 한자로는 당호로(糖葫蘆).
꼬치에 호리병처럼 과일을 꽂아 넣고 설탕을 입혔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었다.
원래는 추운 중국 북부 지방에서 산사나무 열매 등의 과일을 오래 보존해서 먹기 위해 꼬치에 꽂아 설탕물을 입혀 보관했던 것에서 유래한 음식이라고 한다.
추운 날씨에 보관하다 보니 탕후루가 얼기도 했는데 이럴 때는 얼음 빙(氷)을 붙여 빙탕후루라고 부르기도 했단다.
그런 내 설명을 들은 서왕모는 생각이 났다는 듯, 무릎을 탁 쳤다.
“산사나무 열매라고 하니, 중원의 아해들이 저잣거리에서 사 먹는 걸 본 적이 있다.”
“네. 과일이 다양해진 현대에 와서는 굳이 산사나무 열매를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과일을 사용하죠.”
내가 어릴 적, 대충 23년쯤이던가?
그때 갑자기 탕후루가 내 또래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유행했을 때가 있었다.
그땐 진짜 온갖 탕후루가 다 나왔지.
딸기나 샤인 머스캣 포도, 방울토마토, 귤 같은 과일에서부터 파프리카, 오이 같은 채소, 심지어 인절미나 소고기로 탕후루를 만들기도 했고 말이야.
이른바 대탕후루시대였었다.
그래서 미야가 탕후루를 만든다고 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깜짝 놀랐었다.
탕후루 열풍은 다른 음식들 유행처럼 그리 오래가지 않고 금방 끝나서 요즘엔 거의 잊힌 음식이었거든.
“이번에는 반도원의 복숭아로 탕후루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탕후루를 만들 때 썼던 복숭아는 모두 두 가지 종류.
새콤한 천도복숭아와 딱딱하면서 향긋한 백도였다.
내가 말한 복숭아들의 이름을 들은 서왕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 다 내 반도원에서 자라는 복숭아라지만, 가장 뛰어난 반도를 고르지 않은 이유가 있느냐?”
“네. 있습니다.”
서왕모가 말한 뛰어남의 기준은 마력과 영험함.
그런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반도가 제일 뛰어날 터였다.
하지만 우리 요리사에겐 그 기준이 다르단 말씀.
“맛을 우선시해서 고려했습니다. 탕후루는 설탕물을 입혀 마치 유리처럼 딱딱한 껍질을 씌우는 간식이니까요.”
“그게 무슨 상관이더냐?”
“껍질이 달콤한데 내용물까지 달면 이중의 단맛에 금방 질려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달콤하기보단 새콤하고 향긋한 매력이 있는 천도복숭아와 딱딱한 백도를 골랐던 거였다.
그 복숭아들을 둥근 과일용 스쿱으로 파내어서 예쁜 구형으로 만든 다음에 꼬치에 꿴다.
그 후에 설탕물이 아닌 던전 보석 벌꿀을 입히면 완성.
이걸 얼린 과일로 만들면 빙탕후루가 되겠지만, 바로 직전에 차가운 그릭 복숭아를 먹었기에 일부러 얼리지 않은 탕후루로 대접했다.
굳이 얼리지 않아도 복숭아가 신선하니까 맛이 떨어질 일은 없었다.
“자, 여기 눈꽃 고치 탕후루입니다.”
미야가 펼쳐진 눈꽃을 재주 좋게 탕후루에 휘감아 마치 누에가 고치를 지은 것처럼 희게 변한 탕후루를 접시에 담아 서왕모에게 내었다.
눈꽃처럼 퍼져서 날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거미줄처럼 가는 벌꿀실로 이어져 있어서 휘감으니 고치처럼 둘둘 감긴 모양이었다.
서왕모는 신기한 듯 그 고치를 몇 번 건드려보더니 재밌다는 듯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한 알을 넣어 부드럽게 씹었다.
“이 고치가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하게 녹는구나. 그 안에 복숭아의 향긋한 향기가 올라오고 있어.”
마치 솜사탕처럼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고치와 향긋한 백도의 향이 어우러져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미야는 그런 서왕모의 반응을 보며 생긋 웃고는 다음 탕후루 준비에 들어갔다.
“드시고 계시면 다른 탕후루도 금방 만들어 드릴게요.”
“이것 외에도 있느냐?”
“이번에 만드는 건 보석 탕후루라고 합니다.”
“보석?”
의아해하는 서왕모의 앞에서 미야가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스쿱을 써서 원형으로 파낸 천도복숭아에 방금 던전 보석벌들이 따온 복사꽃 꿀을 바르면 끝이었다.
설탕물, 아니 꿀물이 두껍게 발려 굳어버리면 단맛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에 미야는 섬세한 손길로 아주 최소한의 양으로 얇게 꿀물을 발랐다.
“보통은 차갑게 해서 말리지만, 저희는 다른 도우미가 있답니다.”
미야의 말에 던전 보석벌 일벌들이 부우웅 날아와 탕후루 근처에서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러자 물이 섞여서 농도가 낮았던 꿀물에서 물이 순식간에 증발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마치 보석처럼 영롱한 빛을 남기며 꿀물이 복숭아 위에서 코팅된 채로 굳어버렸다.
“호호, 이래서 보석 탕후루라고 부르는구나.”
“네. 꿀을 보석처럼 굳히는 던전 보석벌들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던전 보석벌들은 그냥 꿀만 굳혀도 영롱한 보석처럼 만들 수 있었는데, 안에 빨갛고 노란 천도복숭아 조각을 넣고 굳히니 정말 독특하고 아름다운 보석이 완성되었다.
이번에는 꼬치에 꽂지 않고
“먹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구나.”
내 말이 그 말이었다.
하지만 미야와 던전 보석벌이 이렇게 공들여서 예쁘게 만든 요리를 먹지 않을 수도 없는 법.
“허나 아름다운 걸 파괴하는 그 즐거움 역시 내 취향이니라.”
한때 죽음의 신이었던 그녀답게 섬뜩한 소리를 한 서왕모는 희고 고운 손가락을 들어 보석 탕후루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입에서 한입 깨무는 순간,
와자작!
보석 벌꿀 코팅이 부서지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왔다.
저 소리와 바삭한 식감이야말로 탕후루의 알파이자 오메가지.
씹으면서 들리는 소리, 입에서 부서지는 촉감, 그리고 꿀물의 수분을 증발시켜 만들어 고치 탕후루보다 더 달콤한 맛까지.
거기에 천도복숭아의 새콤한 맛까지 더해지면 보석 탕후루에는 탕후루의 모든 즐거움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왕모는 보석 탕후루를 씹어먹는 재미에 빠졌는지 순식간에 만들어진 탕후루를 모두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덕분에 이번엔 손오공뿐만 아니라 저팔계와 사오정도 먹질 못했을 정도.
······나중에 따로 만들어줘야겠네.
“즐겁구나. 다음엔 어떤 요리를 가져올 테냐?”
서왕모가 보석 탕후루를 모두 먹어 치운 뒤 기대에 찬 눈빛으로 우리를 보았다.
그런 서왕모 앞에서 나와 미야는 지금까지 나간 디저트들을 복기했다.
처음은 차갑고 달콤한 복숭아, 그리고 요거트와 그래놀라가 포함된 아이스 디저트였다.
그다음은 단맛을 극대화한 꿀 디저트였고.
단맛과 차가운 맛을 즐겼으니 이제는 따뜻하고 배가 든든해질 디저트의 차례였다.
“다음은 반도, 그러니까 납작 복숭아로 만든 피치 코블러입니다.”
코블러는 과일로 만든 셰퍼드 파이라고 생각하면 편했다.
과일을 밑에 깔고 비스킷 반죽을 위에 부어서 구운 간단한 파이로 19세기 미국 초창기에 정착했던 영국 이민자들이 식사 겸 디저트로 먹었던 요리였다.
“이번에는 반도를 썼어요.”
미야는 그렇게 말하며 어떻게 피치 코블러를 만들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복숭아 필링을 만듭니다.”
우선 납작 복숭아를 반달 모양으로 잘라 다듬은 뒤, 던전 보석 벌꿀 가루와 약간의 던전산 암염, 그리고 레몬즙을 대신할 던전 귤즙을 넣고 버무려준다.
이렇게 만든 복숭아 필링은 설탕이 녹을 때까지만 잠깐 가열해준 다음 식힌다.
“다음은 비스킷 반죽이에요.”
살짝 갈색이 될 때까지 익힌 버터 위에 밀가루와 던전 보석 벌꿀 가루, 그리고 던전산 암염을 조금 넣고 양젖을 넣어 묽게 반죽해준다.
그 뒤 살짝 갈색이 될 때까지 녹인 버터 위에 반죽을 붓고 그 위에 다시 만들어놓은 복숭아 필링을 올려,
“윗면이 갈색이 될 때까지 구우면 되는 거죠.”
거기까지 말한 미야가 시계를 봤을 때였다.
땡! 하고 미리 맞춰뒀던 타이머가 울렸다.
“다 익은 모양이네요.”
여기로 오븐을 가지고 올 수 없었기에 플레스케스텍 때처럼 더치오븐을 화염 속성의 마정석으로 데워주었다.
그렇게 달아오른 더치오븐 속에서 미야가 잘 구워진 복숭아 코블러를 꺼냈다.
“마스터, 준비됐나요?”
“그럼요. 여기 있어요.”
나는 미야가 복숭아 코블러를 굽는 동안 만들고 있던 양젖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이렇게······.”
미야는 살짝 식은 코블러 위에 양젖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크게 떠서 올렸다.
그러자 아직 남은 온기에 아이스크림 밑부분이 녹으면서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복숭아 디저트가 완성되었다.
“이건 서역의 간식이로구나. 들어본 적도 접해본 적도 없다.”
서왕모가 ‘서역’이라고 말하는 것이 살짝 우스웠지만, 개념으로서의 ‘서쪽’과 실제 지리 속의 ‘서쪽’은 다른 법.
서왕모는 살짝 경계하면서도 복숭아 코블러를 크게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이건······.”
서왕모의 눈이 지금까지 중 제일 크게 흔들렸다.
부드러운 파이와 달콤한 복숭아, 그리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동시에 혀 위에서 녹는 느낌일 테니까.
거기다 지금과는 달리 든든한 파이까지 함께 먹으니 자극적인 맛에 지쳐있던 입 안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느낌일 터였다.
“······마치 할머니가 손주들을 보살피는 듯한 맛이로구나.”
“정확하십니다. 복숭아 코블러는 미국 할머니 간식이라는 별명도 있으니까요.”
나는 서왕모의 감상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개척 시기부터 만들어져 내려온 간식이었기에, 미국 사람들에게는 할머니가 만들어 주는 시골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한 복숭아 코블러였다.
오랜만에 내려간 시골집에서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가 보온 장갑을 끼고 오븐에서 코블러를 꺼내는 광경은 그들에게 꽤 흔한 추억이었다.
“그래서인가 더 따스하고 맛이 있구나.”
서왕모의 표정이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부드러워져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그녀는 옥황상제와의 사이에서 많은 딸들을 낳았다고 한다.
그녀의 딸로 유명한 존재 중에서는 봉신연의에 나온 용길 공주나 모든 새들의 여신인 태진왕부인, 그리고 한국 전래 동화 속 인물인 심청이도 전생에 서왕모의 딸이라고 전해졌다.
그녀의 딸이라고 언급되진 않았지만, 천계의 선녀 대부분이 옥황상제의 딸인 걸 생각하면······.
“내 딸, 직녀가 그렇게도 너희를 칭찬한 이유가 있었구나.”
그렇다.
우리 식당에서 지금도 몰래 견우와 데이트를 하는 직녀도 바로 내 눈앞에 있는 서왕모의 딸이었다.
어쩌다 보니 모녀, 그리고 사위까지 대접하게 되었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서왕모가 몹시도 만족한 얼굴로 입을 닦고 감상을 말했다.
“내가 기른 복숭아로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먹은 건 처음이었다. 이건 내 부군인 옥황상제가 머무는 자미궁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요리야.”
서왕모는 나를 보고, 그다음에는 미야를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저 원숭이의 장난기가 괘씸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맛있는 걸 대접받았으니 오히려 투전승불에게 감사의 답례를 해야겠구나.”
“답례를 주실 거면 조금만 남겨주시지······.”
서왕모와 저팔계, 사오정이 모두 먹어버려 한 입도 먹지 못한 손오공이 울상이 되어 중얼거렸다.
서왕모는 그런 손오공의 정수리를 표범 꼬리로 툭툭 두드리면서 호호호 웃었다.
“복숭아 서리범아. 너희가 이곳으로 온 목적을 내가 직접 도와주는 데도 모자라느냐?”
“······!”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
첫 번째는 던전 보석 여왕벌을 위해 특수한 꽃과 마력을 보충해주는 것이었고 그것은 이미 달성했다.
그렇다면 서왕모가 도와주겠다는 건 두 번째 목적이었던 미야의 성좌 각성이었다.
서왕모는 미야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한때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위대했던 성좌였지만, 지금은 숲의 마녀로 지내고 있는 아이야.”
“······.”
“너를 위해 모두가 합심하여 이 일을 꾸몄다. 알고 있었느냐?”
“······네?”
자신의 정체를 언급할 때는 침묵하던 미야가 이어진 서왕모의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나를 보았다.
“마스터?”
“속여서 미안해요. 하지만 계속 지켜볼 수는 없었어요.”
“무슨 말씀을 하는 거예요?”
나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볼을 긁적였고 미야는 아직도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런 미야에게 서왕모가 준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찌 이미 성좌로 돌아갈 수 있으면서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이야.”
아니, 서왕모 님.
저희가 그 말을 차마 하지 못해서 이렇게 빙빙 돌아가며 계획을 짰는데, 그걸 냅다 팩트로 폭격해버리는 겁니까?
서왕모의 팩트폭격에 미야의 표정이 잠깐 흐려지더니 고개가 밑으로 떨구어졌다.
그리고 숙여진 고개 밑에서 조용한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가 다시 성좌가 되어도 좋을까요?”
그건 우리 가게에 온 뒤, 처음으로 털어놓는 미야의 속 마음이었다.
카르페 디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