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인디펜던스 데이
미야에게서 눈부신 황금색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 성안(星眼)으로 볼 때, 권속과 성좌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저 기운이었다.
흔히 후광 혹은 아우라라고 부르는 기운은 성좌들에게만 보였다.
아니, 권속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주 오래 집중해서 보면 권속들 안의 몸 안에 희미한 기운이 잠들어 있다는 게 보였다.
그러다 마치 애벌레가 번데기에서 오랜 시간 웅크려있다가 우화하면서 날개를 펴듯, 성좌들에게는 그 기운이 몸 밖으로 퍼져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우화’의 순간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야, 드디어 성좌가 되는구나.”
내 곁으로 다가온 손오공이 내 어깨에 손을 두르며 코를 쓱 문질렀다.
똑같이 전설급 황금빛 기운을 풀풀 흩날리는 성좌가 나와 어깨동무하고 있다니.
긴장될 만도 한데, 저 익숙한 얼굴을 보니 긴장은커녕 피식 웃음만 나왔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 그치?”
“그럼.”
나는 손오공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성좌로 돌아가고 있는, 정확히는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성좌로 태어나려고 하는 미야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에녹도 설기도 우리 곁으로 모여서 마치 가족처럼 미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이미 우리는 가족이나 마찬가지지.
그렇게 흐뭇한 마음으로 미야를 보고 있을 때였다.
“어? 저거 문제 생긴 거 아냐?”
“작은형님 말이 맞소. 살짝 이상한데?”
뒤에서 저팔계와 사오정이 놀라서 외쳤다.
이상하다고?
서둘러 미야를 보니 밖으로 쏟아지던 황금색 기운이 스르륵 되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성좌가 되는 게 취소된 것처럼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미야?”
“무슨 일이야?”
당황한 나와 손오공이 미야에게 다가가려 했을 때, 그나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에녹이 우리를 말렸다.
곁에서 함께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서왕모도 우리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지켜보자꾸나. 기운이 고요하고 성나지 않았으니,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 터. 아마 본인의 의지인 것 같다.”
“성좌가 되는 걸 거부하는 게 말씀입니까?”
“그렇다. 연유는 모르겠지만.”
서왕모의 말대로라면 이 상황이 미야가 원한 거라는 소리였다.
나와 손오공은 알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곤 다시 미야를 바라보았다.
그사이 퍼져 나갔던 황금빛 기운은 다시 미야의 몸속에 잘 갈무리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물론 내 성안에는 그녀의 몸속에 마치 구슬처럼 봉인된 황금빛 기운이 보였지만 말이야.
“후우.”
성좌가 되기 직전까지 갔다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미야가 눈을 뜨고 깊은숨을 내뱉었다.
그때까지 전전긍긍하던 나와 손오공, 에녹과 설기가 서둘러 그녀의 곁에 다가갔다.
“왕! 미야!”
“괜찮은 거야?”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다행입니다.”
설기와 손오공, 에녹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동안 미야는 말없이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한발 더 나아가 그녀의 앞에 섰다.
“미야, 괜찮아요? 문제가 있는 건 아니죠?”
“네, 마스터. 전 괜찮아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성안으로 볼 때도 기운이 조금 변한 것 빼고는 달라진 게 없었기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궁금증을 참지 못한 손오공이 내 어깨 위로 얼굴을 불쑥 내밀고 물었다.
“아니,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성좌가 되는 걸 왜 포기한 거야?”
“정말 성좌가 되는 걸 포기한 거예요?”
아마 이 계획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실행에 옮긴 손오공이니 궁금할 법도 하겠지.
궁금한 건 나 역시 마찬가지여서 나도 물어보았다.
그러자 미야가 쿡쿡 웃음을 터뜨리곤 고개를 저었다.
“포기한 건 아니고 미뤄둔 게 더 정확할 거예요.”
“미뤘다고요?”
“네. 저 스스로 다시 성좌가 되어도 된다는 확신이 생겼으니 언제든 다시 성좌가 될 수 있어요.”
미야의 몸속에 생긴 황금빛 기운의 구슬을 다시 풀어놓기만 해도 성좌가 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들은 손오공이 옆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안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미야는 성좌로 돌아가고 싶었죠?”
“네. 그랬어요.”
성좌로 다시 돌아가도 괜찮을지 자신감이 없었지만, 돌아가고자 하는 목표는 확실히 있었다.
그런데 성좌, 그것도 전설급 성좌의 경지의 코앞에서 성좌가 되는 걸 미루다니.
난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그런 거예요?”
“서왕모 님과 손오공, 그리고 마스터의 도움으로 새로 성좌가 될 수 있었던 건 기뻤어요. 당장이라도 그러고 싶었구요.”
큰 죄를 저질렀던 손오공 형제들도 속죄하고 공덕을 쌓아 다시 성좌로 복귀했다.
그리고 과거에 매달리기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더 집중하자는 내 말에 미야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요?”
“성좌가 되기 직전, 마스터의 말이 생각났어요. 지금을 즐기라는 말이요.”
“분명 제가 그런 말을 했죠.”
그런데 그게 성좌가 되지 않는 거랑 무슨 상관일까?
내가 의아해하자 미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살짝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성좌가 되는 것도 좋지만, ‘연성이네’에서 요리하며 모두와 함께하는 지금이 더 좋았거든요. 성좌가 되면 가게를 떠나야 하니까요.”
“아.”
미야의 말에 나도 깨달은 바가 있어 입을 벌려 소리를 냈다.
성좌가 되면 ‘연성이네’에서는 일할 수가 없다.
성좌가 하계인 지구로 강림해 있다면 주변에 큰 영향을 줄 테니 불가능했다.
그래서 프로듀스 알바 플래닛 999를 진행할 때 첫 번째 조건이 바로 ‘성좌가 아닐 것’이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격이 낮아 주변에 영향을 덜 미치는 희귀급 성좌나 유일급 성좌는 후보에 있었지만, 미야는 전설급 성좌가 될 뻔했으니까.
아마 성좌가 된 뒤에는 가게를 떠날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그건 생각 못 했는데.”
손오공이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벌렸다.
미야가 성좌가 되는 걸 원했지만, 가게를 떠나 동료가 아니게 되는 건 생각지도 못한 표정이었다.
그런 손오공을 보며 미야가 살짝 웃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마스터는요?”
······사실 나는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한때 최고신에 가까웠던 미야가 다시 성좌가 된다면 최소 영웅급 이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미야가 제 가게에 취업한 이유가 바로 그거였으니까요. 미야가 간절히 원하는 걸 성취할 수 있다면 보내주는 것도 사장의 역할입니다.”
미야라는 우수한 직원, 그리고 가족같이 정든 직원을 떠나보내는 건 나로서도 아쉽다.
하지만 내가 아쉽다고 직원의 미래를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 나를 보며 미야가 살짝 서운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
“그래서 성좌가 되는 걸 미뤘어요. 저는 아직 ‘연성이네’에 있는 게 더 좋으니까요.”
“······정말 괜찮겠어요?”
“네! 물론이죠.”
걱정하는 내 물음에 미야가 웃는 얼굴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감동이었다.
염원하던 성좌로 돌아갈 수 있는 순간에 우리와 함께 있고 싶다며 그걸 미루다니.
그런 미야의 발언에 내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그런 나를 보던 미야는 곧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여러분 덕분에 자신감을 찾은 바람에 하고 싶은 게 생겼거든요.”
“하고 싶은 거요?”
“빵집을 해보고 싶어졌어요. 전문으로 제과제빵을 하는 저만의 가게에서요.”
지금 ‘연성이네’에서 미야가 만드는 건 식후에 먹을 디저트뿐.
여러 가지 음식을 취급하지만 주로 한식을 만드는 ‘연성이네’에서 미야가 만들 수 있는 과자나 빵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보고 싶다는 것이 미야의 말이었다.
“마스터처럼 제가 가게의 주인이 되어서 손님을 맞이하고, 제 요리로 손님이 즐거워하는 얼굴을 보고 싶어요.”
미야는 거기까지 말하고 나를 향해 살짝 윙크하며 웃었다.
“새로 성좌가 될 제 롤모델은 마스터거든요.”
미야의 장난스러운 윙크에 나는 피식 웃었다.
전설급 성좌가 예정된 미야에게 롤모델이 되기엔 난 단순한 요리사인데 말이야.
미야는 그 외에도 장점이 여러 개 있다며 손가락을 꼽으며 말했다.
“‘연성이네’는 요리에 집중하고 디저트는 제 빵집에서 제공하면 손님들도 편할 거예요. 밥 먹고 바로 후식 먹으러 빵집으로 오는 거죠.”
“그러면 회전이 빨라지겠네요.”
미야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식사는 사람마다 먹는 속도가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후식은 천천히 느긋하게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식당에서 후식을 제공하면 손님이 식당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늘어지고 회전율이 떨어져서 결과적으로는 식당의 매출에 악영향을 준다.
그 사실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이미 장사가 너무 잘 되고 있었고 미야의 디저트를 손님들에게 맛보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
그렇지만 이제 미야가 빵집을 열어서 본격적으로 디저트를 팔게 된다면 굳이 ‘연성이네’에서 모든 걸 다 제공할 이유는 없어진다.
내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공간이 분리되면 더 많은 손님에게 음식과 행복을 전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다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에 내가 눈을 크게 떴다.
“······어? 잠깐만요. 지금 그거 독립 선언이에요?”
“그렇게 되겠죠?”
“그럼, 아까 ‘연성이네’에서 떠나고 싶지 않다는 말은 뭐였어요?”
“이웃 가게면 되지 않을까요?”
키득거리며 혀를 쏙 내미는 미야를 보며 나는 허탈해져서 고개를 푹 떨구었다.
아까까지 날 울릴 뻔한 감동 물어내.
그런 날 보며 미야가 혀를 쏙 내밀며 웃었다.
“제가 아직 마스터셰프인 거 아시죠? 수 셰프, 제 독립을 허가해주세요.”
“······얼른 부지부터 찾아봐야겠네요.”
미야가 전설급 성좌가 되는 걸 미루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소원이었다.
들어주는 수밖에.
“대신, ‘연성이네’랑 붙어있어야 합니다.”
“저야말로 바라는 바예요. 모두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걸요.”
그렇게 손오공과 내가 계획하고 서왕모까지 엮인 성좌 완성 계획의 결말은 미야의 빵집을 여는 걸로 결정이 났다.
* * *
다시 백마, 아니 백룡을 타고 ‘연성이네’로 돌아오고 일주일.
그 사이 폭염이 찾아오고 후덥지근한 날씨가 연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권속의 경지에 올라서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나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미야의 빵집을 열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 근처 부지 중에 마땅한 곳이 없네요.”
“그러게요.”
‘연성이네’ 주변은 오래된 주택가.
가게를 확장하고 싶어도 주변 동네 사람들이 애용하는 가게들만 있어서 자리를 구하는 게 어려웠다.
돈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애초에 다 얼굴을 알고 지내는 사이에 웃돈을 주고 그 자리를 사들이는 것이 마음에 불편했다.
거기다가 다른 이유도 있었다.
“역시 가까운 게 좋겠죠, 마스터?”
“네. 그래야 재료를 공유하기도 편할 거고 손님들도 식사 후에 디저트를 먹으러 가기 좋을 거예요.”
“거기다 아무리 제가 지금은 권속이라지만, 이 세상에 영향을 안 주는 건 아니니까요.”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성좌가 될 수 있는 미야였기에 아무 곳에나 가게를 짓는 것도 무리였다.
여러 가지 보강 공사와 스킬이 겹쳐 ‘성지’가 된 ‘연성이네’ 부지에 최대한 붙어있어야 그 영향을 줄일 수 있었다.
“거기다 ‘신야식당’ 땐 다시 제가 ‘연성이네’로 와야 하니까요.”
미야와 상의한 결과 빵집은 낮 장사에서만 운영하고 밤에 여는 ‘신야식당’ 때는 지금처럼 미야가 주방에서 나를 도와주기로 했다.
‘밤에는 빵집을 열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전 아직도 ‘연성이네’ 직원인걸요?’
라며 미야가 고마운 소리를 해주었다.
그러니 나도 최대한 미야에게 도움을 줘야지.
“부지 안에다가 지어야 여러 가지 부작용을 줄일 텐데······.”
역시 주차장을 밀고 빵집을 세워볼까? 아니면 창고를 조금 옮기고 새로 지어야 하나.
내가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정기 예약 확인을 알려드립니다.]갑자기 헤르메스의 신상이 카두케우스 지팡이를 든 손을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정기 예약이라고?
내가 의아해하며 헤르메스의 신상을 톡 건드리자 다시 알림이 흘러나왔다.
[음력 7월 7일, 부부 손님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성좌 ‘게으르지만 사랑이 넘치는 천계의 목동’과 ‘나도 어쩔 수 없는 선녀인가 봐’가 오늘 저녁 방문합니다.]‘게으르지만 사랑이 넘치는 천계의 목동’이면 견우고 ‘나도 어쩔 수 없는 선녀인가 봐’라면 직녀인데?
“아.”
나는 그제야 달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이 칠석이었구나.
정기 예약이란 바로 견우직녀 부부의 즐거운 데이트 예약이었다.
“칠석이라. 그러면 또 좋은 요리가 있지.”
오랜만에 칠석 요리를 준비해볼까?
칠석을 쇠는 한국, 중국, 일본의 전통 칠석 음식을 준비해볼 생각이었다.
엄마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