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우랑직녀전설
“사실 제 아내는 계속 서왕모 님을 그리워했습니다.”
서왕모의 반도가 들어간 치아오구오를 먹은 직녀가 하염없이 울고 있자, 견우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것도 다 제 탓이지요.”
한숨을 쉬며 견우가 자신들의 숨은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견우직녀 이야기에서 견우와 직녀는 서로 사랑에 빠져 옥황상제가 은하수 건너편에 떨어뜨려 놓은 걸로 알려져 있었다.
나도 당연히 그렇게 알고 있었고.
“사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니라고요?”
“네. 그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죠.”
거기까지 말한 견우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우는 직녀를 바라보았다.
“원래 벌을 받는 건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직녀는 도교 신화 속 최고신들인 옥황상제와 서왕모의 딸이었다.
그렇기에 직녀는 꾸중만 듣고 끝났고 견우만 벌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저는 기억을 잃고 하계로 떨어져 인간의 몸으로 환생하여 살게 되었습니다. 우랑(牛郞)이라는 이름으로요.”
깡촌의 가난한 농가의 차남으로 태어난 우랑은 천계 시절의 기억은 모두 잊고 근근이 먹고살면서 지냈다고 한다.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신 데다 가족이라곤 하나뿐인 형뿐이었는데, 새로 들어온 형수가 그를 지독히도 미워했더란다.
“다 지난 일이지만, 정말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몸뚱이만 들고 집을 나왔죠.”
그러다 우연히 복우산(伏牛山)에서 마주친 도사 하나가 그에게 산 위에 사는 늙은 소를 돌봐주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의아해하면서도 도사의 조언이었고 소가 있으면 밭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견우, 아니 우랑은 늙은 소를 데려와 극진히 보살폈다고 한다.
“그 소가 사실은 저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추방당한 금우성(金牛星)의 화신일 줄은 그땐 몰랐죠.”
그렇게 견우가 천계에서 추방되고 시간이 지났지만, 직녀는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 울면서 지냈다.
오죽하면 서왕모가 딸이 안쓰러워 다시 견우와 만나게 해줄까 고민했을 정도로.
“하지만 천계의 규율은 지엄한 법. 옥황상제가 한번 내린 벌은 되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견우는 인간 우랑이 되어 고생하고 직녀는 하염없이 울기만 하던 어느 날.
직녀가 아닌 다른 선녀들이 서왕모에게 하계에 유람하러 가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당시 하계에는 벽요지(碧瑤池)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연못이 있었습니다. 선녀들이 자주 목욕하러 놀러 오는 곳이었죠.”
한국도 경치 좋은 산속의 맑은 계곡과 연못은 항상 선녀탕이나 옥녀탕 등으로 불렸지.
선녀가 머물다가는 전설도 있었고.
그건 중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아무튼, 서왕모는 선녀들과 함께 벽요지에 가기로 했고 울기만 하는 직녀도 기분전환 겸 바람도 쐬자면서 데려갔다.
한편, 늙은 소와 단둘이 외롭게 살아가던 우랑은 짝이 없이 사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나는 언제까지 장가도 못 가고 이렇게 혼자 살려나.’
견우는 그때 자신이 중얼거렸던 말을 그대로 해주며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그땐 제가 결혼했단 것도 직녀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요.”
그렇게 혼자 한탄하고 있을 때, 놀랍게도 금우성이 환생한 늙은 소가 입을 열어 사람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 오늘 밤 벽요지로 가 봐. 네 진정한 짝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우랑은 소가 말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그것보다 짝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이야기에 신이 나서 벽요지로 향했다고 한다.
그리고 늙은 소가 말한 대로 옷을 벗어놓고 목욕하는 선녀들을 발견했다.
“늙은 소는 그때 저보고 선녀 옷을 하나 훔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천계로 올라가지 못할 테니 곁에 두고 신부로 삼으라고 하면서요.”
음? 이야기가 너무 익숙한 데?
이거 완전히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아니야?
사실 ‘선녀와 나무꾼’과 비슷한 이야기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에서 발견된다고 듣긴 했다.
그런데 견우와 직녀 전설에도 섞여 있었을 줄이야.
내가 속으로 놀라고 있는 사이, 견우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제가 나타나자 선녀들이 놀라면서 옷을 챙겨 입고 천계로 올라가더군요. 그렇지만 단 한 명, 도망가지도 않고 올라가지도 않고 저를 빤히 쳐다보는 선녀가 있었습니다.”
“직녀님이시군요.”
내 대답에 견우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전혀 몰라봤지만, 제 아내는 저를 처음 보자마자 우랑이 견우의 환생인 걸 알아차렸던 모양입니다.”
직녀는 선녀 옷을 빼앗겼지만,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천계에서 다 하지 못한 부부의 연을 하계에서 누리기로 했다.
그렇게 지상에서 우랑과 직녀는 결혼하여 알콩달콩 살아갔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고 한다.
“직녀님이 선녀 옷을 발견했나요?”
“네? 아닙니다. 서왕모 님이 저희를 발견하셨지요.”
아, 여기서 선녀와 나무꾼과 이야기가 달라지는구나.
선녀와 달리 하계를 떠나 천계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던 직녀가 언제까지고 돌아오지 않자, 서왕모가 걱정되어 하계를 살펴봤던 모양이었다.
그러곤 벌을 받고 하계로 추방된 견우와 살고 있는 직녀를 보고 분노한 서왕모는,
‘천군은 당장 가서 직녀를 천계로 끌고 오너라!’
천계의 병사들을 풀어 직녀를 데리고 오게 시켰다.
우랑과 직녀가 아무것도 모르고 깨가 쏟아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 사실을 눈치챈 건 바로 늙은 소였다.
‘지금 천군이 직녀를 잡으러 오고 있어.’
자신의 말에 깜짝 놀란 견우와 직녀가 전전긍긍하자 늙은 소는 해결 방법도 알려주었다.
인간인 너는 천계로 가지 못하지만, 내가 죽고 그 가죽을 뒤집어쓰면 너도 천계로 올라갈 수 있을 거야.’
거기까지 들은 나는 어디서 익숙한 내용에 눈을 가늘게 떴다.
견우가 직녀와 함께 있을 수 있기 위해 자신의 가죽을 바치는 소라니.
천우랑 똑같잖아?
한반도 성좌 연합을 도울 때 천우의 가죽으로 만든 배를 타고 활약한 적이 있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견우에게 물었다.
“설마 그 소가······.”
“네. 금우성이 바로 천우였습니다.”
세상에, 그러면 그때도 가죽을 내어주고 얼마 전에도 가죽을 줬다는 소리잖아?
주인을 위해서 두 번이나 가죽을 내놓는 소라니.
충견한테 동상을 세워 준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이 정도면 동상이 아니라 사당을 세워줘야겠네.
그런 내 생각을 읽은 듯 견우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사하고 또 그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태상노군께 가 있지만, 천우는 제게 가장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다시 고개를 내린 견우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천우의 말대로 곧 천군이 들이닥쳐 제 부인을 데리고 천계로 떠났습니다.”
천우의 말을 듣고 미리 대비하고 있던 직녀는 남편에게 피해가 없게 얌전히 끌려갔고, 우랑 역시 조용히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곤 천군이 떠나자마자 바로 천우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하늘을 날아 그 뒤를 따라갔죠.”
천우의 가죽은 인간이었던 우랑이 천군을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속도를 자랑했다.
암, 내가 그 속도를 잘 알지.
은하수도 건널 수 있는 속도인걸.
아무튼, 그렇게 천계로 다가가자 우랑은 점점 견우였던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가 견우였던 사실과 왜 추방되었는지, 그리고 전생과 현생을 다해 직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흐뭇한 얼굴로 아내의 손을 잡으며 말하던 견우였지만, 곧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옥황상제와 서왕모 님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거란 사실도 깨달았죠.”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아, 견우가 직녀를 잡으려던 찰나, 서왕모가 나타났다고 한다.
‘너희가 운명을 거슬러 끝까지 부부로 지내고자 한다면, 한때 죽음의 여신이었던 내가 너희에게 죽음보다 끔찍한 형벌을 내려주마.’
무시무시한 얼굴로 나타난 서왕모는 머리에서 은비녀를 뽑아 천계로 들어오려던 견우와 직녀의 사이를 힘껏 그었다.
그러자 은비녀가 은하수가 되어 둘 사이를 갈라놓았고 둘은 다시금 만나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다.
“은하수가 그렇게 만들어진 거였군요.”
“정확히는 결계를 만드신 거였습니다.”
물론 과학적인 지식으로는 우리은하의 경계가 밤하늘의 강처럼 보이기에 은하수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서왕모는 그 은하의 경계를 이용해 견우와 직녀가 만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거대한 결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다시 헤어진 견우와 직녀는 안타까움에 목 놓아 울게 되었고 그걸 안타깝게 여긴 선녀들과 신선들이 서왕모에게 그 둘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서왕모는 1년에 단 한 번, 칠석날에만 둘이 만나는 걸 허용해 주었고, 이후 오작교를 비롯한 우리가 익히 아는 견우직녀 전설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이번엔 울음을 어느 정도 그친 직녀가 입을 열었다.
“서방님을 위해 모든 걸 버리고 함께 했던 걸 후회하진 않아요. 하지만,”
직녀의 눈이 반도가 들어간 치아오구오를 향하자 다시 그렁그렁 눈물이 차올랐다.
“제 선택으로 어머니를 속상하게 만들었던 점이 항상 후회됐어요.”
“부인······.”
“거기다 은하수 밖으로 유배된 이후에는 어머니를 뵐 수도 없었죠. 그런데 이렇게 어머니의 복숭아를 먹으니 어머니가 너무 그리워서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
직녀가 다시 울음을 터뜨리자 창밖에 빗줄기가 장맛비처럼 거세졌다.
이러나 때늦은 홍수가 나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많이 오네.
나는 이를 어쩌나 싶어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어머니를 떠올릴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주는 게 전부니까.
모녀의 화해는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야 했다.
그렇게 내가 고개를 들어 서왕모가 있을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였다.
[‘도원과 요지에서 연회를 주최하는 왕모님’이 당신에게 자신이 잠시 방문해도 괜찮겠냐고 물어옵니다.]도원은 반도원이고 요지는 곤륜산의 연못, 그리고 왕모(王母)님이라는 호칭을 보고 나는 단번에 성좌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직녀의 어머니이자 얼마 전 반도원에서 복숭아 디저트를 대접했던 서왕모였다.
“네. 오셔도 됩니다.”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창밖에 오색구름이 내려앉으며 가게의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그곳엔 산발한 머리에 표범의 꼬리를 허리에 감고 호랑이의 표정을 한 서왕모가 서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둘 다.”
“서, 서왕모 님!”
“어머니?!”
견우와 직녀가 갑자기 들이닥친 서왕모의 모습에 놀라 그대로 굳어버렸다.
천계의 형벌에 의하면 두 사람은 오작교 외에는 만나선 안 되었다.
그것도 서왕모의 자비로 원래의 형벌보다 완화된 벌이었기에, 몰래 여기서 만나고 있는 사실 자체가 또 다른 죄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견우와 직녀 모두 당황할 수밖에.
특히 직녀는 그리워하던 어머니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남편과 떨어질까 봐 겁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괜찮을까요?”
그 모습을 보고 미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속삭여왔다.
겨우 견우직녀가 우리 가게에서 편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내 손으로 서왕모를 불러들여 둘을 다시 갈라놓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씨익 웃으며 미야에게 속삭여 대답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서왕모 님의 저 표정, 안 보여요?”
한때 죽음의 여신이었기에 서왕모의 표정은 무섭기만 한 듯했지만, 두 눈에는 직녀처럼 촉촉한 물기가 올라 있었고, 그녀의 입과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결코 분노가 아닌 그리움 때문이었다.
“직녀, 내 딸.”
“어머니······.”
“이리 오련. 오랜만에 안아보자꾸나.”
“어머니!”
결국 직녀는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가 서왕모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그리운 어머니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죄송해요, 어머니. 못난 딸을 용서해주세요.”
“괜찮다. 이제 괜찮아. 나는 다 용서했단다.”
서왕모는 정말 오랜만에 만난 딸을 품에 안으며 그녀를 용서했다.
직녀의 눈에선 그 어느 때보다 눈물이 흘러넘쳤지만, 창밖에 내리던 비는 어느덧 그쳐, 개인 밤하늘 위로 은하수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도원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