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뜻밖의 손님
부우웅-
[도원향]의 아침은 던전 보석벌의 날갯짓에서부터 시작한다. [서천 꽃밭]에서 넘어온 던전 보석벌 일벌들이 여왕벌을 위한 [도원향]의 복사꽃 꿀을 채취해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소리였다.서왕모의 반도원에서 영험한 복사꽃 꿀을 잔뜩 챙겨왔지만, 요리할 때 좀 많이 뺏어서 썼거든.
그래서 [도원향]의 꽃꿀도 나눠주기로 했다.
참고로 두 아공간 사이의 이동은 [공간 찢기] 스킬로 알아서 이동하고 있었다.
네임드 몬스터의 주특기였던 스킬을 먹잇감에 불과했던 던전 보석벌들에게 빼앗긴 자이언트 와스프 퀸은 몹시 원통해하겠지.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여왕벌 애벌레가 무럭무럭 크고 있다며 기뻐하고 있습니다.]꿀벌의 여신이 기뻐할 정도로 자란 여왕벌 애벌레가 들어있는 왕대는 벌써 농구공만 한 크기로 성장해 있었다.
이거 이대로 키워도 되나 모를 정도로 걱정이 되었지만,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이대로만 계속 키우면 된다고 당신을 크게 칭찬합니다.]성좌가 괜찮다니 그대로 둬도 괜찮겠지.
덕분에 작디작은 일벌들이 죽어라 꿀을 모으고 먹고 로열젤리를 생산하느라 고생하고 있었다.
“조만간 감뀰물이랑 꽃가루 다식 만들어줄게, 힘내.”
“키잉! 키잉!”
신이 난 던전 보석벌들에게 특식을 약속하고 거실 밖 정원으로 나왔더니 천오와 설기가 정원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다들 좋은 아침.”
“잘 잤어, 사장?”
“왕! 천오! 또 던져줘!”
“······넌 안 지치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천오는 손에 들고 있던 여의봉을 휙 던져 주었다.
그러자 코볼트의 모습인 채로 헐레벌떡 달려와서 여의봉을 입에 물고 돌아오는 설기 녀석.
······너 지금 손 있는데 굳이 그걸 입으로 물어야 하는 거냐?
“아니, 그것보다 천오야, 설기가 여의봉을 물고 다녀도 괜찮은 거야?”
“아, 걱정하지 마. 둔갑술로 만든 가짜 여의봉이야.”
진짜 여의봉은 무려 13,500근. 1근에 600g으로 환산하면 8톤 가까이 되는 어마어마한 무게였다.
그걸 입으로 들고 다니면 아무리 설기가 네임드 몬스터여도 턱이 빠지고 말 거다.
우리 설기가 아직 아기라서 말이지.
“대충 반의반 정도로 무게 줄여놨으니 설기도 물고 다닐만할 거야.”
“반의반······?”
······설기 녀석은 지금 2톤 정도 되는 가짜 여의봉을 입에 물고 신이 나서 뛰고 있는 거였네.
아기라는 말은 취소해야지.
“또 던져 줭!”
“에잇 귀찮아! 이번엔 네 개를 던질 거다!”
“앗싸!”
도원향의 꿈같은 정원 안에서 원숭이 인간 넷과 개 인간이 여의봉을 던지고 물고 오는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비현실적이네.
나, 아직 꿈꾸고 있는 거 아니지?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사장님.”
그렇게 잠에서 덜 깬 느낌으로 천오와 설기가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 피곤한 얼굴의 에녹이 [도원향] 입구에서 우리가 사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에녹 씨, 어서 와요. 간밤에 고생했어요.”
“저야 밤이 원래 활동하는 시간 아니겠습니까.”
에녹은 우리가 낮 장사를 하고 잠든 사이 2층을 빵집으로 개조하고 있었다.
“당분간 낮에는 가게 나오지 말고 푹 쉬어요.”
“감사합니다.”
피곤한 표정의 에녹이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카인의 명령을 받아 특별하게 개조했던 ‘연성이네’와 비슷한 사양으로 개조를 하는 거라서 마력과 기운을 특히 많이 쓰는지 꽤 지쳐 보였다.
언제나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집사의 모습을 보여주던 에녹이 이렇게 피곤해하다니.
그래서 에녹에게만 휴가를 주기로 했다.
“아, 그나저나 그 광고 봤어요? 이제 TV에서 나오기 시작하던데.”
“······부끄럽습니다.”
에녹이 공주하와 함께 찍은 냉면 광고가 얼마 전부터 연일 TV와 유튜브에서 나오고 있었다.
내 레시피에 맞춰 제품을 다시 만드느라 제품 출시가 미뤄진 탓에 여름 음식 광고치고는 늦게 나온 편이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완판 모델로 유명한 공주하가 너무 맛있게 먹는 저 냉면이 대체 뭐냐고 화제가 됐다나?
거기에 배우 뺨치게 잘생긴, 아니 어지간한 배우들도 무릎을 꿇게 만드는 꽃미남이 누구냐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덕분에 계속 다음 광고나 드라마를 찍자고 연락이 와서 골치가 아팠지.
“에녹 씨는 더 찍을 생각 없어요?”
“지금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미 아버지가 너무 흥분해서 골이 아픕니다.”
에녹이 찍은 광고 영상을 보내줬더니 카인이 흥분해서 요즘 기계와 과학 관련 성좌들한테 입체 홀로그램으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중이란다.
안 그런 것 같은데 카인도 아주 팔불출이야.
그때 어딘가에서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일어났으면 이쪽으로 와요! 모닝티 끓여놨어요!”
정원 건너편에 자리한 닭 다리 오두막에서 미야가 나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미야도 아침 일찍 일어난 모양이네.
“에녹 씨도 가실래요?”
“저는······ 눈을 좀 붙이겠습니다.”
“얼른 가서 주무세요.”
비틀비틀 지하실로 내려가는 에녹을 뒤로하고 나는 천오와 설기에게도 물었다.
“그만 놀고 차 마시러 가자.”
“싫엉! 더 놀 거야! 아르르르!”
이젠 입에 여의봉을 물고 터그 놀이를 하고 있는 설기를 보며 천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설기랑 놀고 있을 테니 사장은 가서 차 마셔.”
“그래. 설기 녀석 저 몸으로 노는 건 오랜만일 거라서 만족하려면 한참은 걸리겠다.”
곧 성좌가 된다지만, 인간 출신으로 나약한 내 몸으로는 한 시간도 못 버틸 게 분명했다.
전설급 성좌의 분신인 천오면 몰라도.
“마스터만 오셨네요?”
“다들 바쁘다고 하네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미야의 오두막 테라스에 놓여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미야가 안에서 고풍스러우면서도 정감 있는 시골 주전자에 차를 가득 따라왔다.
“오늘은 찻잎에 [도원향]의 복사꽃 향을 첨가해본 차예요.”
“음, 향이 좋네요.”
녹차는 가향이 되지 않은 차 그대로의 향과 맛을 즐기는 편이지만, 홍차는 가향된 차를 즐기는 편이었다.
얼그레이나 레이디 그레이같이 시트러스 계열의 향을 첨가한 홍차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복사꽃 향이 가미된 차를 맛보니 절로 미소가 나왔다.
복숭아 맛이 가미된 립x 사의 복숭아 티와는 확실히 다른 맛이었다.
“오늘은 버터 스콘과 소금빵을 구워봤어요.”
“오, 신제품이네요.”
빵집 개조 공사가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매일 아침마다 미야가 빵집에 낼 메뉴를 테스트 겸 식사 대용으로 먹고 있었다.
나는 우선 푹신한 소금빵을 들어 반으로 뜯었다.
“크, 결이 잘 살아있네요.”
나는 구운 닭 껍질처럼 바삭하게 갈라지는 소금빵 껍질과 닭가슴살처럼 부들부들 찢어지는 속살에 감탄을 터뜨렸다.
거기다 소금빵 안에 생긴 버터 홀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양젖 버터 냄새라니.
“미야가 소금빵까지 배웠을 줄은 몰랐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 크루아상이랑 비슷할 줄 알고 시도했다가 몇 번 실패했어요.”
“둘은 전혀 다른 빵이니까요.”
미야가 부끄러운 듯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백했다.
소금빵은 생긴 게 크루아상과 비슷하지만, 만드는 법은 전혀 다른 빵이었다.
크루아상은 버터와 반죽을 교차로 겹친 뒤, 몇 번을 접어서 겹겹의 층을 만든 뒤 반죽을 삼각형으로 잘라 돌돌 말아 굽는 빵이었다.
그 덕분에 층층이 구워진 빵의 속살이 부드럽고 푹신하기보다는 쫄깃하면서 바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소금빵은 반죽을 충분히 발효시킨 뒤, 밀대로 밀어 납작해진 반죽에 버터를 통째로 넣고 돌돌 말아서 굽는 빵이었다.
덕분에 푹신하고 부드러우면서 결이 잘 살아있는 빵의 속살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뭐니 뭐니해도 이 짭짤한 소금과 버터의 조화가 별미죠.”
“던전산 암염이랑 미리의 양젖으로 만든 버터를 넣어봤어요. 어떤가요?”
말해 뭐해.
나는 소금빵을 크게 베어 물며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스콘도 드셔보세요.”
미야의 말에 나는 소금빵의 짠맛이 가시기 전에 단맛을 확보하기 위해 버터 스콘을 들었다.
그리고 미야가 트렌트와 리빙 트리에서 길러낸 과일로 만든 잼에 푹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스콘도 아주 좋네요.”
진한 버터 향과 동시에 퍽퍽하지만 고소한 스콘이 입 안에서 부스러졌다.
스콘은 빵과 케이크의 중간에 있는 오묘한 간식이었다.
글루텐이 많은 강력분은 발효할 때 더 잘 부풀어 올라 쫄깃하고 크기가 풍성한 빵을 만들 수 있었다.
반대로 글루텐이 거의 없는 박력분의 경우에는 발효를 해도 크기에 변함이 거의 없고 부드러워서 케이크 나 쿠키류에 잘 쓰인다.
한편, 중력분은 우리가 평소에 수제비나 칼국수를 만들 때 쓰는 적당한 양의 글루텐을 포함한 밀가루.
그래서 이 중력분으로 만드는 스콘은 쫄깃하거나 부드럽기보다는 퍽퍽하고 꽉 찬 느낌의 식감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영국 사람들이 차랑 같이 먹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차랑 함께 먹으면 훨씬 먹기 편해지니까요.”
그냥 먹으면 건빵마냥 퍽퍽하기 그지없는 빵이 스콘이지만 잼을 곁들인 뒤, 차와 함께 마시면 훌륭한 다과가 된다.
퍽퍽한 스콘의 질감 사이로 따뜻하고 향긋한 차가 스며들면 풍미가 확 살아나거든.
보통은 애프터눈 티타임 때 먹는 조합이지만, 아침에 먹어도 훌륭한 한 끼가 되었다.
“이렇게 매일 아침을 대접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마스터도 참.”
내 말에 미야가 별소리를 다 한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마스터는 항상 이렇게 식사를 만들어주셨잖아요.”
“그래서 그래요. 가끔은 이렇게 대접받아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그래도 내가 만들어서 다른 사람, 다른 존재에게 대접하는 게 더 좋지만 말이다.
그렇게 티타임 겸 가벼운 아침 식사를 끝낸 나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마스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살짝 아쉬워서요.”
“혹시 빵이나 차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요?”
아쉽다는 내 평가에 미야의 표정이 굳었다.
요리에 있어 깐깐한 내 통과를 거치지 않으면 가게에 내지 않을 생각이라던 미야였기에 놀랄 수밖에.
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오해를 풀었다.
“아뇨.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어요.”
“그러면 뭐가 아쉬우세요?”
“커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좀 했어요.”
“아.”
이렇게 맛있는 빵에 함께 즐길 커피가 없다니.
미야의 빵을 먹으면서 살짝 억울해질 정도였다.
그제야 오해를 풀고 표정도 푼 미야도 곧 나와 같이 아쉽다는 말투로 동의했다.
“하긴, 커피가 빵이랑 찰떡궁합이긴 하죠.”
“그렇죠?”
빵과 커피는 떼어놓을 수 없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커피나무 묘목을 구할 수가 없네요.”
커피나무는 한국에서 자라지 않는 해외의 식물.
애초에 게이트 사태 이전에도 카페 왕국인 한국에서 소모되는 대부분의 원두는 전부 수입산이었다.
게이트 사태 이후로는 원두의 수입조차 어려워져서 카페의 80%가 망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였다.
“원두 수입도 어려운데 묘목은 더더욱 어렵겠죠.”
어떻게 묘목만 들여온다면 마철성이 커피 원두를 재배해 줄 텐데 말이야.
국밥 할아버지한테 부탁이라도 해봐야 하나?
“커피랑 차, 그리고 빵까지 모두 맛있는 집이라. 생각만 해도 좋네요.”
빵이 맛있는 빵집과 커피가 맛있는 카페는 종종 있지만, 둘 다 만족시키는 가게는 생각보다 별로 없다.
만약 미야의 빵집에서 커피까지 맛있게 내린다면, 더 많은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을 누리겠지.
“일단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고 우리는 이제 출근할까요?”
“네, 마스터.”
“나도 같이 가!”
나는 출근 준비를 마친 미야와 설기가 녹초가 될 때까지 놀아준 천오와 함께 [도원향]의 밖으로 나와 우리의 일터인 ‘연성이네’로 향했다.
그리고 상상도 못 한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러니까 너희가 헨젤과 그레텔의 그 남매라고?”
“······네.”
기껏해야 고등학생 남매로 보이는 남자애와 여자애가 가게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미야의 얼굴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미야가 마녀가 되어 사람들을 멀리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남매의 배신 때문이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아침까지 행복에 차 있던 미야의 얼굴은 딱딱하게, 아니 다시 흉측한 마녀의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여긴 왜 온 거니?”
미야의 입에서 싸늘하게 흘러나오는 말에 헨젤과 그레텔 남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말투가 차가워서가 아니라 진짜 분노한 미야의 입에서 눈꽃이 생길 정도로 차가운 입김이 나오고 있어서였다.
헨젤과 그레텔 중 오빠인 헨젤이 추위 때문인지, 무서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사과드리고 싶어서 왔어요. 그때의 일을요······.”
헨젤의 충격적인 말에 모두가 더는 입을 열지 못했다.
음, 이거 오늘 가게를 닫아야 하나?
나는 갑자기 닥쳐온 이 골치 아픈 상황에 머리를 부여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남매의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