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5
15화. 연성이네 신야식당
“성좌님이 내 얘기를 하셨어요?”
“네. 제가 도움이 필요하단 말에 필요한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그······.”
“마철성입니다.”
내가 아직 이름을 몰라 잠시 말끝을 흐리자 그가 자신의 이름을 얘기했다.
마철성이라니. 덩치만큼 강해 보이는 이름이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을 이어 나갔다.
“네. 마철성 씨가 바로 그 분인 모양이네요. 클래스가 [농부]라고······.”
“저기, 잠깐만······.”
내 입에서 [농부]라는 말이 나오자 마철성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살폈다.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식당 안에는 나랑 마철성뿐이었는데도 누군가 들을 걸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는 날 제외하곤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는데도 속삭이듯 말했다.
“일단은 내가 대외적으로는 [드루이드]라고 말하고 다니고 있어서. 미안하지만 말조심 좀······.”
“[드루이드]요? 설마 ‘근육 마초’ 파티의 그 드루이드?”
“일단은 내가 맞기는 한데.”
나는 마철성의 수긍에 눈을 크게 떴다.
이름은 몰랐었지만, 근육 마초 파티의 리더인 [드루이드]는 꽤 유명했다.
무지막지한 힘으로 혼자서 탱딜을 다하면서도 식물을 다루는 스킬로 전투를 보조까지 할 수 있는 완전체 헌터.
등급은 B급이라 유명세에 비해 좀 낮았지만, 그건 그가 길드에 들어가지 않아서 지원을 못 받기 때문이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애초에 헌터 쪽에 큰 관심이 없는 나까지 알 정도면 스타 헌터나 다름없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클래스를 속이신 건가요?”
내 질문에 마철성이 부끄러운 듯 두툼한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였다.
“그쪽도 클래스가 [요리사] 시다 보니 아시겠지만, [농부]라고 소개하면 아무도 파티에 받아주질 않아서. 처음에 그렇게 속이다 보니 나중에는 밝힐 수가 없더라고.”
“아······.”
저렇게 잘 싸우는데도 클래스로 차별받는구나.
그가 오해하는 것과 달리 나야 던전에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는 일이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앞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선 말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네.
“그런데 대체 도와드릴 일이 뭡니까? 성좌께서 도움을 주라고 할 정도면 무척 어려운 일 같은데. 혹시 상급 던전이라도 공략해야 하는 거요?”
던전을 공략하다니. 무슨 그런 무서운 말씀을.
마철성과 달리 나는 연약한 요리사라고.
물론 주방에서만큼은 축복 덕분에 힘이 펄펄 넘치지만 말이야.
주방 구석 여포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추측을 부정했다.
“아뇨,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럼 대체 무슨 일입니까?”
“[농부]시니까 농사를 지으시죠? 농작물을 제게 제공해주시면 됩니다.”
“뭐? 농작물을요?”
마철성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입이 딱 벌어졌다.
아니, 농부한테 농작물 팔라고 하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내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자, 마철성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혹시 [요리사]가 독물을 제조하는 그런 클래스요?”
“네?”
“내가 키운 새끼들로 누군가를 암살하려고 하는 거냐는 거요.”
안 그래도 험상궂은 인상이 인상을 쓰니깐 더욱 무서워진다.
내가 잘못한 게 있었다면 바로 쫄았을 정도로.
하지만 난 억울하다고.
“무슨 소리세요? 제가 누굴 죽이다뇨.”
“그런 게 아니라면 사람이 먹으면 죽는 작물로 누가 요리를 해!”
아, 역시 그런 쪽으로 오해하는 거구나.
소리치는 마철성을 보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채하나도 그렇고 마철성도 그렇고 왜 다 내 요리를 독극물로 보는 건지.
물론 처음에는 독극물이 맞긴 했지만, 이젠 아니라고.
“그런 거 아닙니다. 저희 식당 가훈이 ‘요리는 손님의 웃음으로 완성된다.’입니다. 독 먹고 웃는 손님이 어딨겠어요.”
내 설명에도 마철성은 의심을 풀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이거 안 되겠네. 직접 보여주는 게 빠르겠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나는 그를 그대로 테이블에 앉혀놓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오후에 팔려고 준비해뒀던 ‘폭렬 제육볶음’을 빠르게 1인분 볶아서 내 왔다.
“드셔보세요.”
“갑자기 뭐 하는 짓이야? 이거 나한테 독 들어간 요리 먹이는 거 아냐?”
“오해를 단단히 하셨네요.”
나는 요리에 손도 안 대려는 마철성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못 믿어도 성좌님을 믿어보세요. 마철성 씨가 믿는 성좌님이 설마 자신이 후원하는 헌터를 죽이고자 하시겠어요?”
“크흠, 그건 아니지만······.”
페르세포네를 들먹이자 그제야 표정이 풀리는 마철성이었다.
그러면서도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건지,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제육볶음 한 점을 집어 들어 입에 가져갔다.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오물오물 대던 그의 눈빛이 확 빛나기 시작했다.
“어? 이거 맛있는데? 화끈하면서도 고기 육질이 그냥······.”
“미쳤죠?”
내 말에 격렬히 고개를 끄덕이는 마철성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럼 그렇지. 내 요리에 성좌들도 넘어가는데 안 넘어가는 사람이 있을 리가.
마철성은 순식간에 젓가락을 놀려 제육볶음의 반 이상을 먹어 치웠다.
그러곤 그제야 내게 미안한 눈치였는지 멋쩍게 웃었다.
“이거 미안하게 됐수다. 난 또 내 새끼들로 누굴 해치려고 하는 줄 알고. 하긴 누가 마력 깃든 재료로 요리를 해? 그런 미친놈이······.”
“접니다.”
“네?”
“그거 몬스터 고기에요.”
“푸흡!”
내 말에 입에 있던 양념을 뱉어내는 마철성.
미리 피해 있던 덕분에 다행히 그의 침을 얼굴에 맞는 일은 없었다.
나는 경악에 차서 요리와 나를 번갈아 보는 마철성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안심하세요. 마력을 제거한 뒤에 요리한 거니까요.”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제 클래스가 [요리사]잖아요. 다 방법이 있죠.”
정확히는 내 요리가 마음에 든 성좌에게 받은 아이템으로 제거 한 거지만, 그것도 내가 [성좌의 요리사]이기 때문 아니겠어?
나는 마철성이 남긴 제육볶음 한 점을 내 입으로 가져가며 어깨를 으쓱였다.
“제 몸으로도 실험해봤고 지금까지 어떤 문제도 없었습니다.”
연금술사들은 이것저것 임상 실험까지 다 하고 나서야 약을 팔 수 있다지만, 나는 무려 성좌가 준 아이템으로 마력을 제거한 것이었다.
탈이 날 리가 없지.
“맛도 문제가 없죠?”
“맛은 기가 막혔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겠더만.”
“마력만 제거하면 던전 몬스터의 고기는 맛이 기가 막힙니다. 강력한 만큼 육질이 좋고 양도 많죠.”
“이야······.”
마철성은 지금까지 자기가 잡아 온 몬스터를 생각하는지, 맛을 상상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호오, 꽤나 맛에 진심인 사람이네. 그러면 여기서 회심의 일격을 넣자.
“그럼 생각해보세요. 여기에 흰 쌀밥이 있다면?”
“맞아, 안 그래도 밥 생각이 났는데······.”
“그 흰 쌀밥이 마철성 씨가 직접 키운 던전 쌀이라면? 보통 쌀보다 더 탱글탱글하고 맛도 진한 쌀밥과 같이 먹는다면?”
꿀꺽.
마철성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린다.
나는 히죽 웃으며 마지막 마무리를 했다.
“거기다 던전에서 키운 재료로 만드는 김치까지 얹으면?”
“와, 미치겠네. 내가 뭘 하면 됩니까?”
침을 꼴깍꼴깍 넘기던 마철성이 두 손을 들고 항복했다.
그럼 그렇지.
맛있는 밥 앞에서 버틸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나는 씨익 웃으면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금까지 키운 작물과 앞으로 키울 작물을 제게 공급해주시면 됩니다.”
“콜.”
마철성의 두툼한 손이 내 손을 짝! 하고 마주쳤다.
으악! 내 손바닥!
나는 눈물 맺힌 눈으로 얼얼한 손바닥을 휘휘 내저으면서 물었다.
“가격은 얼마나 쳐 드릴까요? 아무래도 농사 짓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니······.”
“가격은 무슨, 공짜로 가져가쇼.”
“네?”
이번엔 내가 놀랄 차례.
내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으니 마철성이 입꼬리를 올리며 히죽 웃었다.
“어차피 내가 애정으로 키워봤자 아무도 못 쓰는 불쌍한 새끼들인데 누가 써준다면 감사하다고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돈을 어떻게 받어.”
“아니 그래도······.”
“그럼 내가 여기 올 때 밥을 공짜로 주면 되지. 참고로 나 많이 먹습니다?”
배를 탕탕 두드리는 마철성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났다.
공짜로 주면 나야 고맙지.
그리고 밥 정도면 언제든지 줄 수 있고.
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그러면 밥 좀 없나? 이거 진짜 맛있는데?”
“하하하, 가져다드릴게요.”
그렇게 마철성은 무려 밥 여덟 공기와 ‘폭렬 제육볶음’ 3인분을 비우고 갔다.
음, 많이 먹는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구나.
“자, 잠깐만요. 벌써 다 떨어졌다구요? 소문 듣고 온 건데?”
그 탓에 평소보다 일찍 ‘폭렬 제육볶음’이 떨어지자 마지막 손님이 울상이 되어 돌아갔다.
던전에서 막 돌아온 헌터인 모양인지 헌터 장비를 찬 채로 온 손님이었는데,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그렇지만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하아, 다음에 또 올게요.”
고개를 푹 숙이며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자 퍼뜩 기억이 떠올랐다.
아, 그때 광장 헌터 마켓에서 도끼 들고 뛰어가던 헌터구나!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또 찾아주세요.”
대신 앞으론 더 맛있는 메뉴가 생길 거예요.
이번에 아주 좋은 재료들이 들어올 테니까.
* * *
그리고 그날 저녁, 마철성이 보내온 어마어마한 농작물이 식당에 도착했다.
나는 트럭 3대분으로 도착한 마철성의 농작물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와, 이거 당분간 일반 재료는 안 써도 되겠는데?”
마력 쌀에 마력 배추, 마력 무, 마력 고추, 마력 당근, 마력 양파, 마력 마늘, 마력 감자 등등.
그리고 팔뚝만 한 마력 도라지까지.
종류도 다양했고 양도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겐 너무나 익숙한 재료들이었다.
“당연히 재료부터 맛보고 분류해야 할 줄 알았는데, 이러면 완전 편하지.”
마철성의 설명에 따르면 [농부] 클래스는 단순히 던전산 식물을 키우는 직업이 아니었다.
지구에서 우리가 흔히 기르는 작물의 종자를 그가 가진 [아공간 텃밭]에 심으면, 마력을 흡수하면서 자라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혹시 필요한 작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다.
‘이번에 연성 동생을 도와주니 성좌님이 기뻐하시더라고. 그래서 새로운 축복을 받았어.’
어느새 날 동생이라 부르기 시작한 마철성은 돌아가자마자 페르세포네에게 ‘성장 촉진의 축복’을 받았다고 한다.
축복 덕분에 작물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져 금방 수확해서 보내줄 수 있다나?
자신만 믿으라며 호언장담했다.
물론 나로서도 완전 땡큐였다.
“이거 나한테는 완전 치트키잖아.”
내게 익숙한 재료들이 있으면 더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었으니까.
거기에 지금까지 찾아낸 던전산 재료로 킥, 그러니까 비법을 추가해 주면 ‘폭렬 제육볶음’처럼 멋진 요리가 나올 게 분명했다.
“아차, 처음 목적을 잊으면 안 되지.”
마력을 태운 던전산 재료로 더 맛있는 요리를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마철성에게 작물을 공급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당연히 성좌들에게 대접할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본래의 목적을 잊지 않고 10일이 지났다.
낮에는 ‘연성이네’에서 폭렬 제육볶음을 팔면서 정상적으로 영업했고, 밤에는 마철성이 가져다준 재료를 다듬으며 새로운 장사 준비를 했다.
그렇게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그러면 재료도 준비됐겠다. 해도 졌겠다. 시작해볼까?”
나는 손을 들어 주방 바로 앞, 구석진 테이블을 성소로 지정했다.
[해당 구역이 ‘성소’로 지정되었습니다.] [이제 성좌가 성소로 찾아올 수 있습니다.] [Tip. 성소로 지정된 구역에 ‘신상’이나 ‘제단’을 세우면 성좌가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번쩍!
빛의 기둥이 테이블에서 뻗어 올라 식당 천장을 통과해 하늘 높은 곳으로 뻗어나갔다.
마치 성좌들의 영역에 ‘식당 개시했어요.’라고 광고를 하는 듯이 말이다.
“그럼 장사를 시작해볼까?”
첫날부터 성좌가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처음 식당을 맡았을 때처럼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첫 손님이 찾아왔다.
“이야, 여기가 큰아버지랑 큰어머니가 말한 요리사가 있는 식당이구나?”
날개가 달린 챙 넓은 모자와 샌들, 그리고 뱀 두 마리가 엉킨 지팡이를 손에 쥔 십 대 소년이 날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난, 헤르메스라고 해. 여긴 뭘 잘해?”
전령의 신이자 상인의 수호신, 헤르메스.
올림포스 12신 중 일원인 그의 명성과 그의 주변에 번쩍이는 무지갯빛 불꽃을 보면 당연하게도 신화급 성좌였다.
첫 손님부터 신화급 성좌를 받게 되었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내 손님.
나는 빙긋 웃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어서 오세요. 드시고 싶은 거라면 뭐든지 됩니다.”
연성이네 신야식당(神夜食堂) 첫 개시였다.
수육 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