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숲 속의 마녀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의 도시 프라이부르크.
독일 서남쪽 끝에 위치한 이 도시는 독일치고는 날씨가 따뜻하고 일조량이 좋아서 살기 좋은 지역이었다.
덕분에 오랜 옛날부터 게르만족 중 하나인 알레만니 부족이 살았던 터전이었다.
그리고 그 부족은 미야, 아니 프라우 홀레를 최고신으로 믿고 살던 부족이기도 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의 유럽 점령, 그리고 기독교의 전파로 프라우 홀레를 비롯한 게르만 신화의 신들은 점점 밀려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17세기쯤에는 프라우 홀레가 숲속의 마녀로 산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다.
“요즘 세상이 참 흉흉해.”
“옆 마을도 용병들이 약탈했담서?”
30년 전쟁이 막 끝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급료를 받지 못해 굶주린 용병들은 떠돌아다니며 마을을 약탈하고, 방화, 살인, 강간을 밥 먹듯이 하고 다녔다.
그뿐인가?
배고프고 굶주린 병사들은 전쟁 포로나 교도소의 죄수들을 숲속으로 끌고 가 잡아먹었다.
식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이때가 바로 독일 역사상 가장 끔찍한 암흑기 중 하나였다.
독일 땅에서 30년간이나 내전이 일어났기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그리고 이 비극은 군인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라고 해서 피해 갈 수 없었다.
어떤 부모는 친자식을 잡아먹을 수 없었기에 다른 집과 아이를 바꿨고, 그나마 나은 부모는 아이를 숲에 유기해버리고 돌아오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항상 같은 곳이었다.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 일명 검은 숲.
숲에 너무나 빽빽하게 나무가 자라있어 한낮에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렇기에 들어가면 길을 잃는 사람이 많았고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도 수없이 많았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를 해하는 이 끔찍한 일들도 이 검은 숲 안에서 행해졌다.
“여보, 당장 내일 아침이 되면 애들을 숲에다 버리고 와요.”
“미쳤어? 저 애들은 당신 친자식이라고!”
남편의 고함에 아내는 싸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서요? 내가 옆집 헬렌처럼 애를 잡아먹기라도 하겠대요? 건넛집 윌헬미나처럼 애를 바꿔서 잡아먹는대요? 그냥 버리겠다는 거잖아요.”
“쉿! 조용히 해! 애들이 듣겠어!”
“이미 깊이 잠들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아내는 싸늘한 표정으로 아이들이 잠들어 있을 방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먹을 거라도 구해오지 못할 거면 입이라도 줄여야죠. 나라고 이러고 싶어 그러는 줄 알아요?”
“······.”
남편은 아내의 잔혹한 말에 더는 대꾸하지 못했다.
그 역시 당장 아이들의 몫의 입을 줄인다면 자신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양식이 늘어난다는 것에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부모의 대화를 배고파서 잠들지 못한 남매는 모두 듣고 있었다.
“······오빠.”
“쉿. 지금 깨면 엄마 아빠가 우릴 죽일지도 몰라.”
오빠는 어린 동생의 입을 막으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당장에라도 울고 싶은 건 오빠도 마찬가지였지만, 자신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들키면 버려지는 게 아니라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레텔, 마음을 굳게 먹어. 우리는 살 수 있어. 살아날 거야.”
“헨젤 오빠, 나 무서워.”
동화 속에서는 계모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친부모에게 버림을 받을 운명에 처해있던 남매는 다름 아닌 헨젤과 그레텔이었다.
“기다려. 오빠가 좋은 생각이 있으니까.”
헨젤은 부모가 잠들기를 기다려 몰래 창문으로 나가 반짝이는 은색 조약돌 무더기를 들고 왔다.
그리고 주머니에 가득 넣은 채로 다음날 아버지를 따라 숲속으로 향하면서 하나씩 몰래 흘렸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아버지는 숲에서 먹을 걸 찾아보마.”
“······네.”
헨젤과 그레텔은 자신을 버리기로 한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 떠오르는 죄책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제 살았다는 안도의 표정을 보니 할 말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표정은 헨젤과 그레텔이 조약돌을 주우며 돌아왔을 때, 경악으로 바뀌었다.
“여보! 쟤들이 어떻게 돌아온 거예요?”
“모, 몰라!”
당황하던 남매의 친부모는 헨젤이 주워 온 은색 조약돌 무더기를 발견하고 혀를 찼다.
“이 은색 조약돌을 떨어뜨려서 그걸 주워서 돌아온 것 같아.”
“휴우, 오늘은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해야겠어요.”
그렇게 조약돌은 버려지고 밤새 창문 밖을 지킨 친어머니의 지독한 감시 때문에 헨젤은 조약돌을 새로 주워 올 수도 없어 곤란할 지경에 빠졌다.
그때, 그레텔이 아이디어를 냈다.
“오빠! 내가 이 빵을 안 먹을 테니까, 이 빵을 뜯어서 흘리자.”
“넌 먹어. 오빠가 참을게.”
그레텔의 아이디어에 기뻐한 헨젤은 자신의 몫인 검은 빵을 먹는척하며 주머니에 숨겼다.
그리고 길에다 뿌리면서 이번에도 아버지를 따라 숲으로 향했다.
“······여기서 기다려라.”
그나마 죄책감이라도 가졌던 전날과 달리 귀찮고 짜증 난다는 표정만 가득한 아버지를 보며 남매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 남매를 절망에 빠뜨린 건,
“오빠! 빵 조각이 없어!”
“새들이 먹어버렸나 봐. 어떻게 하지?”
빵 조각을 모두 새들이 물어가 버려서 돌아갈 길을 잃은 자신들의 처지였다.
“이, 일단 걸어보자. 몇 번이고 왔으니 기억이 날지도 몰라.”
헨젤은 용감하게 동생 그레텔의 손을 잡고 숲길을 걸었다.
하지만 길을 잃기로 악명 높은 검은 숲, 슈바르츠발트 안에서 길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느새 해는 지고 배는 고파오는데 먹을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남매를 잡아먹으려는 불쾌한 시선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것이 늑대인지, 아니면 사람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늑대인간인지 헨젤과 그레텔은 구분할 수 없었다.
“오빠! 저기 봐!”
“불빛이다!”
그렇게 길을 잃고 헤매던 남매는 숲속에서 빛나는 불빛 하나를 발견하고 서둘러 달려갔다.
“맛있는 냄새가 나, 오빠.”
“정말. 달달한 과자의 냄새야.”
오두막의 창가에선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굴뚝에서는 요리하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과자를 굽는 건지 오두막 주위에는 달콤한 냄새로 가득했다.
“오빠, 난 저 오두막이 전부 과자로 지어졌으면 좋겠어.”
“나도. 그러면 집을 통째로 뜯어먹을 수도 있을 거야.”
실제로 오두막은 과자로 지은 집은 아니었지만, 배가 고픈 와중에 과자 냄새가 나니 과자로 지은 집처럼 느껴지는 남매였다.
그때, 삐걱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어머, 이런 외진 곳에 웬 아이들이람?”
오두막의 문을 열고 나온 건,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기 전의 아직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을 때의 미야였다.
* * *
“많이들 먹으렴. 배가 많이 고팠구나?”
헨젤과 그레텔은 숲속에 사는 미녀가 주는 빵과 고기가 들어간 따뜻한 수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안해. 밀빵은 오늘 굽지 않아서 밀이 섞인 호밀빵이야.”
“미, 밀이 섞였다구요?”
“반 정도밖에 안 들어갔네. 그래도 참고 먹어주겠니?”
헨젤과 그레텔은 서로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남매가 평소 먹는 빵은 들어간 밀이 한 줌도 채 되지 않는 대부분 호밀로 만든 딱딱하고 시큼한 검은 빵이었다.
아니 그런 통호밀빵도 사정이 좋을 때나 먹는 빵이었다.
평소에는 말빵(Horsebread)이라고 불리는 약간의 보리와 콩을 으깨서 대충 구운 빵을 먹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먹을 게 없어서 진짜 말이 먹는 빵을 사람이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밀이 반이나 섞였다니. 게다가 그걸 참고 먹어 달라고 하다니.’
헨젤은 눈이 돌아갈 것 같았다.
밀과 호밀이 섞인 빵은 매슬린(maslin)이라고 부르는 부유한 농민들이나 먹는 빵이었다.
통밀가루로만 만들어진 빵은 부유한 상인, 혹은 귀족 밑에서 일하는 지위 높은 평민들이나 먹을 수 있는 아주 귀한 음식이었다.
귀족들은 거기서 한술 더 떠서 하얗게 정제한 밀가루를 체에 쳐서 아주 폭신하고 부드러운 빵들만 먹는 사치를 누렸고 말이다.
‘이 예쁜 언니는 평소에 밀빵을 먹는구나. 혹시 귀족님이신가?’
그레텔은 농민처럼 거칠고 그을린 피부가 아니라 눈처럼 새하얀 피부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미야가 귀족이 아닌가 생각했다.
물론 숲에서 혼자 사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 의문은 다음에 나온 요리 때문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건 베이컨으로 맛을 내고 토끼고기로 끓인 스튜야.”
겨우내 훈제해서 말려놨던 베이컨을 볶아 기름을 낸 뒤, 손질한 토끼고기를 넣고 양파, 흰 당근, 자색 당근, 그리고 몇 가지 향신료를 넣는다.
“내가 직접 담근 아펠바인(Apfeltwein)을 넣고 끓여서 향이 좋을 거야.”
유럽의 술 하면 보통 와인을 떠올리지만, 독일을 비롯한 중부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사과주, 즉 사이더가 더 유명하고 흔했다.
독일에선 이러한 사이더, 사과주를 아펠바인, 즉 사과 와인이라고 불렀다.
“자, 얼른 먹어보렴.”
헨젤과 그레텔은 미야의 권유에 더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허겁지겁 요리를 입으로 가져갔다.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부드러운 빵과 고기 요리의 맛은 눈물이 날 정도.
실제로 두 남매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저런, 가엽게도······.”
미야의 원래 신격인 프라우 홀레는 어릴 적에 죽은 아이들의 영혼을 보살피는 여신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의 눈에 굶주림으로 피골이 상접한 두 남매의 모습이 얼마나 안쓰럽게 여겨졌을까.
“엄청나게 먹었다······.”
“오빠, 나 배부른 거 처음이야.”
살면서 배부르다는 걸 처음 느껴본 아이들에게 미야는 더 큰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까까지 굽고 있던 과자와 우유를 쟁반에 담아 가져 왔다.
“자, 이것도 먹어보렴. 이번에 내가 새로 개발한 과자란다.”
미야가 가지고 온 과자는 몹시 독특했다.
반죽이 마치 꽈배기처럼, 혹은 엉킨 실타래처럼 둥글게 뭉쳐 있는 모양으로 튀겨진 위로 새하얀 설탕 가루가 솔솔 뿌려져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눈덩이 같아요!”
“오빠, 벌써 겨울이 온 것 같아.”
남매의 말대로 눈덩이를 뭉쳐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 말을 들은 미야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이 과자의 이름을 정하지 않았는데, 너희 말대로 슈니발렌(Schneeballen)이라고 할까?”
독일어로 슈니발은 ‘눈덩이’를 뜻했다.
슈니발렌은 ‘눈덩이들’.
그렇게 이름을 짓고 보니 쟁반에 수북하게 담긴 과자들이 진짜 눈싸움을 위해 뭉쳐 놓은 눈덩이들처럼 보였다.
눈의 여신이기도 한 프라우 홀레에게 딱 어울리는 과자였다.
“자, 따뜻할 때 먹어보렴.”
“부드럽고 달콤해요.”
“너무 맛있어서 배가 부른데 또 먹을 수 있어요!”
먼 훗날, 잘못된 마케팅으로 인해 동방의 어떤 나라에서는 망치로 부수어야 할 정도로 딱딱한 과자로 잘못 알려졌지만, 슈니발렌은 원래 부드럽고 달콤한 과자였다.
덕분에 헨젤과 그레텔 남매는 배가 부른데도 슈니발렌을 하나씩 먹어 치웠다.
“다 먹었니? 밤이 늦었으니 내 오두막에서 자고 가렴. 너희가 잘 침대를 마련하고 올게. 여기 벽난로 앞에서 불을 쬐고 있으렴.”
미야는 남은 슈니발렌을 치우고 아이들이 잘 방을 정돈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그 뒷모습을 보고 그레텔은 꿈을 꾸는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오빠, 저 아가씨는 분명 귀족님이거나 공주님일 거야. 아니면 천사가 아닐까?”
“천사? 갑자기 그게 무슨 엉뚱한 소리야?”
헨젤의 황당하다는 표정에 그레텔이 손을 붕붕 흔들면서 말했다.
“생각해봐, 오빠. 우리가 배고파서 숲을 헤매고 있을 때 이런 멋진 오두막에서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천사님 말고 또 있겠어?”
어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미야는 한때 헨젤과 그레텔의 조상들이 믿었던 천상의 신이었으니까.
하지만 헨젤의 표정은 어두웠고 초조해했으며, 계속 식은땀을 흘리며 불안해했다.
“······천사가 아니라 마녀일지도 몰라.”
“오빠!”
먹을 걸 주고 잠까지 재워주는 고마운 사람에게 그게 무슨 소리냐며 그레텔이 화를 냈지만, 헨젤은 고개를 저었다.
“신부님이 그랬어. 숲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의 은혜를 거부하고 도망친 나쁜 사람들이라고.”
“그건 그렇지만······.”
“너도 엄마랑 아빠가 하는 소리 들었잖아? 숲속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마녀들이 있다고. 그러니 숲속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그런 숲속에 자식들을 버린 부모였지만, 아이들에게 부모의 영향력은 절대적인 법.
어릴 때부터 주입식으로 들었던 부모의 경고는 아이들에게 일종의 세뇌처럼 각인되기도 한다.
“그러니 분명 마녀일 거야. 생각해봐. 이런 숲속에서 홀로 사는 여자가 천사일 리 없잖아?”
“하지만 오빠······.”
“내 말 들어, 그레텔. 저 여자는 분명, 윽!”
헨젤이 불안한 표정으로 동생을 타이르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헨젤의 낯빛이 파리해지더니 가슴을 부여잡았다.
“수, 숨이 안 쉬어져.”
“오빠!”
가슴을 부여잡은 헨젤은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고 그레텔이 비명을 질렀다.
그 사이,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은 미야가 서둘러 아이들을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헨젤의 상태를 체크했다.
“너무 오래 굶주려서 몸이 약해졌는데 갑자기 먹을 게 들어가서 몸이 놀랐구나. 이걸 먹으렴. 내가 만든 약이란다.”
미야는 병에 담긴 약을 스푼으로 떠서 헨젤에게 먹였다.
성좌에서 권속으로 떨어졌지만, 그래도 한때 최고신이었던 미야가 만든 약이었다.
효과가 뛰어난 그녀의 약을 먹은 헨젤의 표정은 금세 자는 듯 편해졌다.
그 모습을 본 그레텔의 얼굴에도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때였다.
미야가 갑자기 헨젤의 손에 살짝 상처를 내어 피를 입으로 가져갔다.
헨젤의 몸 안에 어떤 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시 수단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미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냈다.
“······맥각 중독이야.”
잘못 보관한 호밀에는 맥각균이라는 치명적인 병균이 생겨난다.
맥각균은 여러 가지 신경독성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발작과 구토, 두통, 경련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었다.
심해지면 혈액 순환이 나빠지기에 손과 발에 괴저가 일어나 손이 불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병을 ‘성 안토니오의 불’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최악의 경우에는 죽음에 이르는 지독하고 무서운 병이 바로 맥각 중독이었다.
“당분간은 여기서 요양해야겠네. 몸이 많이 약해졌어.”
미야는 맥각 중독에 걸린 헨젤을 그냥 보낼 수 없기에 오두막에 머물게 하며 치료하기로 결심했다.
헨젤과 그레텔을 친절하게 돌봐주려고 했던 미야였지만,
‘마녀가 맞았어······.’
‘마녀’라고 말한 즉시 쓰러진 오빠 헨젤을 본 그레텔의 머릿속엔 미야가 온통 마녀로만 보이고 있었다.
‘저 마녀가 오빠의 피를 빨아먹었어!’
맥각 중독의 또 다른 증상은 바로 환각.
맥각균이 만들어내는 물질 중 하나가 LSD, 즉 가장 효과가 지독한 마약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그레텔의 눈에 미야가 천사로 보였던 것은 헨젤과 마찬가지로 맥각 중독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매번 오빠의 양보로 호밀빵을 더 먹고 있던 그레텔은 더 심한 맥각 중독 증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결과, 헨젤의 병을 검사하기 위해서 피를 맛본 미야는 그레텔의 머릿속에서 천사가 아니라 사람을 잡아먹는 마녀가 되어있었다.
‘마녀는 죽여야 해!’
끔찍하게도, 맥각 중독의 원인이 마녀라고 생각해 무고한 여인들을 죽이던 중세 사람들의 광기가 맥각 중독에 걸린 어린 그레텔의 마음에도 스며들고 있었다.
성 안토니오의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