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성 안토니오의 불
“한동안 네 오빠는 몸을 회복해야 하니 이 방에서 혼자 지내게 두자. 알겠지?”
“······네.”
미야는 겁에 질린 그레텔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헨젤을 오두막에서 가장 깨끗하고 포근한 방의 침대에 눕혔다.
하지만 이미 미야가 마녀라는 착각에 빠진 그레텔의 눈에는,
‘마녀가 오빠를 감옥에 가뒀어.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거야.’
라는 모습으로 보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평소에 오빠가 너에게 먹을 걸 많이 양보했니?”
“네.”
“그래서 저렇게 앙상하게 말랐구나. 든든히 먹여서 다시 건강하게 살을 찌워야겠어.”
평소에 여동생 그레텔에게 먹을 걸 양보했던 착한 헨젤에게 영양을 챙겨주려던 미야의 착한 마음은,
‘마녀가 오빠를 살찌워서 잡아먹을 생각인 거야! 오빠를 구해야 해!’
아이를 살찌워 잡아먹으려는 마녀의 끔찍한 모습으로 해석되고 있었다.
“너희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너희가 여기에 있는 건 알고 계셔?”
“아니요. 우릴 버렸어요.”
“그랬구나······.”
미야는 가난으로 인해 버려진 남매에 대한 안쓰러움에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그 모습도 그레텔에게는 무서운 마녀가 ‘부모가 버린 아이들이니 먹어도 되겠네.’라고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그레텔, 너는 앞으로 나를 따라다니며 일을 배우렴. 숲에서 먹을 걸 구하는 법과 요리하는 법, 집안일을 하는 법을 가르쳐줄게.”
미야는 배고프고 굶주리며 살아온 그레텔에게 숲속에서 채집할 수 있는 과일이나 버섯 등 식량을 구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집 안을 청소하는 법, 빨래하는 법, 요리하는 법까지 알려주었다.
앞으로 부모 없이 살아야 할 아이들을 위해 먹고살 방법을 알려주려 한 것이었다.
‘마녀가 오빠를 감옥에 가두고 날 하녀처럼 부려 먹고 있어. 언젠간 꼭 도망치고 말 거야.’
그러나 그런 호의마저도 이미 맥각 중독으로 환각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그레텔의 눈에는 끔찍한 마녀의 행위로 보이고 있었다.
‘그전까지는 얌전히 마녀의 말을 따라야지. 들키면 죽고 말 거야.’
속으로는 어떻게든 미야를 해치고 헨젤과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얌전히 미야의 말을 듣는 척하고 있는 그레텔이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미야는 그레텔도 맥각 중독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아이들을 좋아하는 미야였기에 정성껏 헨젤과 그레텔을 돌봐주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몇 주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미야는 맥각 중독을 완벽히 치료할 수 있는 약을 만들어서 헨젤에게 먹였다.
“이제 슬슬 헨젤도 건강하게 살이 붙었구나. 우리의 인연도 여기서 마무리인가 보다.”
헨젤이 맥각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충분한 영양 보급으로 건강해지자, 미야는 아쉽지만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그러자 그레텔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미야에게 물었다.
“그, 그 말은 이제 우리가 필요 없단 소린가요?”
“서운해하지 말렴. 여기는 인간인 너희들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한때 성좌였고 지금은 권속이라지만, 숲에서 신비한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미야의 오두막은 평범한 인간, 그것도 어린애들이 살기엔 부적합했다.
미야가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지만, 언제 마력이 아이들의 몸에 스며들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맥각 중독보다 더 무서운 것이 마력 중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미야의 아름다운 마음씨는 그레텔에게 다르게 해석되고 있었다.
‘오빠가 살이 통통하게 올랐으니 잡아먹으려 하고 있어. 안돼! 내가 오빠를 구해야 해!’
그레텔이 그런 마음을 먹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미야는 헨젤과 그레텔 남매를 위해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너희가 앞으로 다른 마을에 가서도 먹고 살 수 있도록 내 과자 만드는 법을 가르쳐줄게. 너희가 처음 왔던 날 먹었던 과자가 기억나니?”
“네. 눈덩이 과자요.”
그레텔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레텔을 보며 미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희가 이름을 지어준 슈니발렌 만드는 법을 가르쳐줄게. 내가 최초로 개발한 과자니, 너희 말고 아무도 모를 거야. 그러니 그 과자를 만들어 팔면 배고프게 살진 않을 거란다.”
미야는 그렇게 말하며 슈니발렌을 만드는 법을 그레텔에게 가르쳤다.
하지만 그레텔은 도망칠 기회를 엿보기 위해서 슈니발렌을 만드는 법을 반은 듣고 반은 흘리고 있었다.
“자, 이제 버터를 녹인 기름에 튀긴 뒤, 설탕 가루를 뿌리면 완성이야. 그레텔, 화로에 불 좀 피워주겠니?”
튀김용 기름을 데우기 위해서 그레텔에게 화로를 부탁한 미야는 설탕 가루를 찾으러 잠깐 자리를 비웠다.
‘지금이야.’
그레텔은 지금이 기회라 여기고 다급한 척, 목소리를 높여 미야를 불렀다.
“불이 켜지질 않아요. 제가 봐선 모르겠어요.”
“그러니?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잠깐 기다리렴. 다칠 수도 있으니 뒤로 물러나 있고.”
자신의 마력으로 타오르는 마법 화로였기에 미야는 의아해하면서도 그레텔이 다치지 않게 주의를 주며 화로 앞으로 다가갔다.
“어머, 잘 타고 있는데?”
그레텔의 말과 다르게 활활 잘 타고 있는 화로를 보며 미야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이때다! 죽어라, 이 마녀!”
맥각 중독의 환각 증세에 시달리고 있던 그레텔이 미야를 그대로 화로에 집어넣고 문을 닫아 버렸다.
“그레텔? 지금 뭐 하는 거니? 그레텔! 이것 좀 열어봐.”
물론 권속인 미야가 한낱 화로에, 그것도 자신의 마력으로 타오르는 화로에 다칠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레텔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걱정된 그녀는 닫힌 화로의 문을 두드렸다.
“꺄악! 마녀가 다시 뛰쳐나오려 해!”
그레텔은 당장이라도 마녀가 화로에서 뛰쳐나와 자신을 죽이려는 환각에 시달리며 도망쳤다.
그 소리를 들은 미야는 사색이 되었다.
“설마 그레텔에게도 병이 있었나?”
그녀는 진즉에 그레텔도 검사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굴뚝으로 몸을 날렸다.
그 사이 그레텔은 서둘러 헨젤이 머무는 방으로 달려갔다.
“오빠. 우리 도망쳐야 해. 마녀가 우릴 잡기 전에!”
“그레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동생과 달리 이미 미야의 약으로 맥각 중독 증세가 치료된 헨젤은 동생의 말에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환각에 시달리고 있는 그레텔은 막무가내였다.
“내가 마녀를 불에 태워 죽였어. 하지만 또 살아날지도 몰라.”
“뭐? 너 지금 설마······!”
그레텔이 말하는 마녀가 그동안 자신을 치료해주고 돌봐주었던 미야라는 걸 깨달은 헨젤은 눈을 크게 뜨곤 서둘러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화로의 문을 열었다.
“안 돼······.”
화로 안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그리고 그 안에서 타오르고 있는 옷가지를 본 헨젤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굴뚝으로 서둘러 빠져나가느라 찢어진 옷감이었지만, 헨젤은 그게 미야가 죽은 증거라고 여겼다.
“우릴 살려주셨는데······, 도와주셨는데······.”
“오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마녀는 오빨 잡아먹으려고 했어!”
“그레텔, 아니야. 아니었다고!”
“오빠가 그랬잖아. 천사가 아니라 마녀라고. 진짜였어. 그 여자는 마녀였다고!”
심각한 맥각 중독에 시달리는 그레텔의 눈빛은 광기로 물들어 있었다.
헨젤은 떨리는 손으로 미야가 주고 남은 맥각 중독의 치료약을 동생에게 먹였다.
“오빠, 이게 뭐야?”
“······천사님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마지막 선물이야.”
약을 먹였으니 동생의 병도 낫겠지.
헨젤은 그렇게 생각하고 미야의 오두막을 둘러보았다.
“가자. 우린 이제 이 집에 있을 자격이 없어.”
“잠깐만, 오빠. 여기 보물들이 많이 있어. 이제 이걸 들고 가면 부모님도 우릴 버리지 않으실 거야.”
그레텔은 자신이 몰래 챙겨놨다며 금붙이가 잔뜩 들은 주머니를 꺼내 보였다.
그것 역시 미야가 떠나는 남매들을 위해 선물로 주려고 챙겨놓았던 것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남매는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금이 가득 든 주머니를 든 남매는 마을로 돌아갔다.
“헨젤! 그레텔!”
몇 주 만에 숲에서 돌아온 자녀들을 본 부모는 기절할 듯 놀랐지만, 헨젤과 그레텔이 가져온 보물을 보고는 다시 친절한 부모로 돌아와 남매를 환영했다.
자신들을 버렸던 부모였지만, 의탁할 데가 없던 헨젤과 그레텔은 부모의 보호 아래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시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그레텔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빠. 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그레텔.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어. 우리 죽을 때까지 그분을 위해 속죄하고 기도하며 살자.”
헨젤과 그레텔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자신들의 죄를 참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레텔은 미야에게서 배운 슈니발렌을 헨젤과 함께 팔며 큰돈을 벌어 더는 배고프지 않으며 살 수 있었다.
잔혹 동화의 비틀리고 뒤틀린 결말이었다.
* * *
“······그게 뭡니까.”
아우스테야가 전해준 미야의 과거를 모두 들은 나는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미야는 선의로, 아이들이 가여워서 잘해준 거였잖아요. 그런데 돌아온 보답이 그거라고요?”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그 시대에 살았던 인간들은 모두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씁쓸해합니다.]아무리 시대가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맥각 중독에 걸려 환각에 시달렸다고 해도 그렇지.
그래선, 그래선 미야가 너무 안타깝다.
“미야가 대체 어떤 상처를 받았을지······.”
나는 미야를 처음 봤을 때를 떠올렸다.
흉측한 마귀할멈의 모습을 하고 인간을 피하고 믿지 못하던 그녀의 눈빛을 떠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인간을 멀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운영하는 식당에 찾아온 그녀의 속마음은 여전히 조금은 인간을 믿고 있었다는 걸.
그렇기에 자신을 믿어주던 사람들을 지켜주지 못해 지금까지도 자책하던 얼마 전의 미야가 내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 미야가 사람들에게 배신당해 성좌에서 권속으로, 여신에서 마녀로 떨어져야 했다니.
생각하는 것만으로 내가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역시 안 되겠어요. 아무리 원혼이라도 다시는 그 아이들이 미야와 만나지 않게 할 겁니다.”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그건 당신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이 하지만 모든 일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며 안타까워합니다.]아우스테야는 내 분노를 이해한다면서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고?
내가 어리둥절해할 때였다.
“키잉! 키잉!”
갑자기 나타난 던전 보석벌이 벌침을 허공에 그었다.
그러자 지이익하고 공간이 찢어지면서 낯익은 두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는······.”
[공간 찢기] 스킬로 열린 틈으로 들어온 건, 낮에 우리를 찾아왔던 고등학생 정도 되는 모습의 두 남매, 헨젤과 그레텔이었다.수백 년 전에 미야를 배신했던, 그리고 방금까지 나를 분노케 했던 두 남매를 보며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대체 무슨 낯짝으로 여길 온 거지?”
“저희의 이야기를 성좌님께 들으셨죠? 화내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헨젤이 내 분노를 그대로 받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선 맥각 중독에 걸려 미야를 화로에 밀어 넣었던 그레텔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내가? 너희 이야기를? 왜?”
헨젤은 나를 보며 간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희에게 마지막으로 속죄할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그 이후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말씀드릴게요.”
나는 살짝 고민했다.
성좌의 조언도 있었으니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
하지만 들어서 어쩌라는 거지?
저들이 정작 사과를 구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그래.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너희가 왜 날 배신했는지 말이야.”
“······미야?”
어느새 내 뒤에 나타난 미야였다.
그녀는 마녀의 모습인 채로 싸늘한 표정으로 헨젤과 그레텔을 보며 내 옆에 섰다.
“미야, 무리할 필요 없어요. 지금이라도 내가 당장 내쫓을게요.”
내 말에 미야가 고개를 저으며 날 바라보았다.
날 보는 순간만큼은 다시 원래대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온 미야가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언젠간 제가 맞닥뜨려야 할 과거의 굴레인걸요. 마스터에게 더는 폐를 끼칠 수 없어요.”
폐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그저 미야가 더 상처받길 원치 않을 뿐이지.
하지만 미야의 결정이 그렇다면 나는 그걸 따르기로 했다.
“대신 같이 들어줄게요.”
“고마워요, 마스터.”
살짝 미소 짓는 미야의 곁에서 나는 팔짱을 끼고 헨젤과 그레텔을 노려보았다.
마찬가지로 다시 싸늘한 마녀의 얼굴로 돌아온 미야가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디 한번 말해 봐. 그 숨겨진 이야기란 게 뭔지.”
미야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그레텔이 눈물을 뚝 떨어뜨렸다.
그리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와서 되돌리기엔 늦었고 되돌릴 수도 없다는 걸 잘 알아요. ······언니.”
그레텔의 입에서 한때 미야를 불렀던 호칭이 흘러나오자 싸늘하던 미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맥각 중독에서 깨어난 뒤에 다시 언니를 찾아가 사과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맥각 중독보다 더 무서운 중독이 있었어요.”
헨젤과 그레텔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헨젤은 떨고 있는 동생의 손을 잡으며 비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모님은,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우리의 기억을 바꿔놓았어요.”
“그건 마녀를 향한 사람들이 광기였어요”
유년 시절의 끔찍한 기억은 때때로, 다른 이에 의해 조작되기도 한다.
뒤늦은 사과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