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너 쇠질 동료가 되어라
“와, 여기 빵 대박이다. 종류도 대박이고 맛도 대박이야. 가격은 더 대박인데?”
“이 정도면 서울 3대 빵집에 들어가도 되는 거 아냐?”
“난 대전 심성당에 맞설 빵집은 여기밖에 없다고 봄.”
‘마녀의 과자집’의 인기는 생각보다 더, 아니 훨씬 더 대박이었다.
처음에는 ‘연성이네’에서 밥을 먹고 후식으로 차와 빵을 즐기러 간 사람들이 손님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새로 생긴 서울 대박 빵집’
‘빵돌이 빵순이들 모여라. 성지 생김.’
‘아직 안 가봤니? 지금 제일 핫한 빵집’
이라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이제 ‘연성이네’를 들리지 않고 바로 ‘마녀의 과자집’을 가는 손님들도 생겨날 정도였다.
덕분에 미야는 정신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에녹 씨. 지금은 가게가 덜 바쁠 때니, 위층에 가서 미야 좀 도와주실래요?”
“네, 사장님.”
그래서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조금 널널한 시간에는 에녹을 2층 빵집에 보내서 도와줘야 할 정도였다.
문제는 잘생긴 데다 TV 광고에까지 나와서 팬클럽까지 보유한 에녹이 도우러 갔더니 손님이 더 늘었다.
“나도 갈까? 천육이나 천칠 보내면 되는데.”
“아서라. 우리가 도와줄 일이 없잖아, 저기엔.”
빵을 만드는 주방 일은 미야가 전부하고 손님을 접객하는 일은 에녹이 도와준다.
단순 요리만 하는 나나 단순노동만 하는 천오는 도와주러 가도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였다.
“그런가?”
“그래. 그러니깐 우린 미야가 미안해하지 않도록 저녁 장사 준비나 열심히 하자고.”
오전 11시쯤에 문을 열고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나는 9시에 문을 닫는 ‘연성이네’와 달리 ‘마녀의 과자집’은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영업을 한다.
예전처럼 미야가 ‘연성이네’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물론 가장 바쁜 점심시간에는 빵집에 브레이크타임을 걸고 주방에 와서 도와주고 있고, 성좌들이 찾아오는 ‘신야식당’의 영업 날엔 빵집을 일찍 닫고 도와주기로 했다.
그래도 예전처럼 가게 일을 모두 도와줄 수는 없는 노릇.
그 때문에 미야는 우리에게 많이 미안해하고 있었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손님이 많은 점심시간 주방을 제외하곤 에녹과 천오만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식당 일이라는 게 애초에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일이 밑 준비와 접객이니까.
정 바쁠 때는 천오가 천육, 천칠, 천팔도 불러내기 때문에 미야의 빈자리는 내가 조금 더 고생하면 그만이었다.
“그게 다 사장이 혼자서도 잘하는 덕분이지.”
“애초에 이 가게를 혼자서 10년을 운영했는데 이제 와서 어렵다고 하면 내가 게을러진 거지.”
물론 그때는 지금처럼 손님이 많진 않았지만, 식당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미야가 미안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식당을 잘 운영하는 게 중요했다.
“뭐, 정 안 되면 알바를 더 뽑아도 되고.”
그게 ‘마녀의 과자집’ 알바든 ‘연성이네’ 알바든 상황 보고 더 뽑으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천오와 주방에서 저녁 장사를 위한 재료 밑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어이, 연성 동생, 잘 있었어?”
“어? 철성 형님?”
홀에서 누가 나를 부르길래 놀라서 나가보니 나름 정장을 빼입은 마철성이 거기에 서 있었다.
커다란 화환 하나를 들고 있었는데,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빵’
‘안 죽으면 내가 죽여줄게.’
이라는 문구와 마철성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세상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마철성의 사진이라니.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어때? 센스 죽이지?”
화환에 적힌 문구를 가리키며 마철성이 엄지를 척 치켜들며 씨익 웃었다.
그 모습을 보니 오던 손님들도 다 도망갈 것 같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네.
나는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마철성의 화환을 받았다.
······가게 앞에 놔두는 건 미야한테 물어보고 놔야지.
“그나저나 형님이 가게까지 직접 오시고 별일이네요? 평소엔 퀵으로 보내셨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새 가게를 냈다는데 내가 직접 와야지. 원래는 개업 날 오려고 했는데, 길드 건으로 바빠서 이제야 왔네. 미안해.”
길드 마스터 자리는 여사용에게 넘겨준 지 오래였지만, 아직 그의 영향력이 강하다 보니 일이 생기면 그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 일이 많다며 마철성이 투덜거렸다.
“미안은요. 와주신 것만으로도 고맙죠. 가게 한번 가보실래요?”
“그래. 어디 우리 동생이 연 빵집 구경이라도 해보자고.”
나는 잠깐 가게를 천오에게 맡기고 화환을 든 채로 마철성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
오후 3시쯤이었지만, 빵을 사러 온 사람들이 가게에 가득했다.
“이야, 장사 잘되는구만?”
“그만큼 빵이 맛있으니까요.”
미야가 우리 직원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빵과 과자 쪽은 내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내 자부심 넘치는 표정을 본 마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 솜씨가 좋긴 하지.”
“네?”
“연성 동생이 빵 만드는 거 아냐? 저기 잘생긴 ”
아, 마철성은 이 빵집의 사장이 나라고 착각한 모양이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 가게는 저희 식당 직원이었던 미야가 독립해서 연 빵집이에요. 빵도 다 미야가 만들죠.”
“어? 동생이 사장 아니었어? 이거 연성 동생이 사장이라서 만든 건데······.”
마철성은 얼빠진 얼굴로 나를 보다가 내가 들고 있는 화환을 보았다.
“안 되겠다. 그거 다시 줘. 정상적인 걸로 가지고 올게.”
“가지고 온 정성이 있으니 한 번 보여는 주죠?”
“에헤이, 어떻게 처음 본 사람한테 이런 걸 보여 주나!”
아, 그러고 보니 마철성과 미야는 아직 얼굴을 본 적이 없나?
마철성이 곡물을 보낼 때는 항상 퀵으로 보냈고 직접 만날 때는 내가 항상 철성 형님이 있는 곳으로 갔었으니까.
거기다 ‘연성이네’에서 마야는 손님과 마주하지 않고 항상 주방에 있었다.
이렇게 ‘마녀의 과자집’에서 사람들을 대할 수 있게 된 것도 반도원의 일, 그리고 헨젤과 그레텔을 만나 과거의 앙금을 털어버리지 않았으면 힘들었을 터였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미야와 마철성은 오늘이 첫 대면이라는 소리였다.
“안 되겠다, 동생. 내가 금방 다른 화환으로 바꿔서 다시 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그럴 필요까진······.”
“마스터, 오셨어요?”
나와 마철성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우리의 방문을 눈치챈 미야가 주방에서 나왔다.
도망치려다 딱 붙잡힌 마철성이 난처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우스워서 한차례 웃은 나는 미야에게 그를 소개했다.
“여긴 철성 형님이에요. 우리에게 항상 신선한 곡물과 채소를 공급해주시는 분이죠.”
“마철성입니다. 반가워요.”
“처음 뵙겠습니다. 미야라고 합니다.”
마철성이 머쓱한 표정으로 두툼한 손을 내밀자 미야가 웃으며 그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확실히 사람 만나는 걸 어려워하던 예전의 모습이 사라져있어서 보기만 해도 흐뭇해졌다.
“어머, 이거 화환인가요?”
“아, 그, 그건 제가 여기 사장이 연성 동생인 줄 알고······.”
“재밌네요. 여기 둬도 될까요?”
“······그러시죠.”
미야는 쿡쿡 웃으면서 화환을 가게 입구에 잘 보이게 놓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마철성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근육 마초’의 리더이자 전 길드 마스터였던 천하의 마철성도 미야 앞에선 쩔쩔매는 게 내심 재밌었지만, 티를 내면 철성 형님의 철권이 날아올 것 같아서 꾹 참았다.
“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여기 있는 빵과 과자도 전부 보내 주신 작물로 만든 거예요.”
화환을 놓고 빵집을 안내해주던 미야는 마침 잘 됐다며 손뼉을 쳤다.
“이번에 새로 만든 빵이 있는데, 드셔보시겠어요?”
“빠, 빵이요? 괘, 괜찮습니다.”
마철성이 미야의 말에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하며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음? 왜 저러지?
내가 의아해하는 사이, 미야는 웃으며 주방으로 몸을 돌렸다.
“에이, 그러지 마시구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정말 괜찮! 은데······.”
진심으로 당혹스러워하는 마철성을 보며 나는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
“형님,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하세요?”
“그, 그게 말이지······.”
마철성의 눈이 미야가 있는 주방으로 슬쩍슬쩍 향했다.
설마, 이 형님 미야를 보고 한눈에 반하셨나?
물론 미야가 그럴 정도로 미인이긴 하지만, 이제 성좌가 될 미야는 인간이 넘볼 대상이 아닌데······.
내가 안타까운 마음에 그를 달랠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 통밀빵이나 호밀빵으론 안될까? 내가 요즘 식단 중이라서.”
“아.”
한눈에 반한 게 아니라 탄수화물을 걱정하고 있는 거였구나.
······우리 형님, 연애 손실보다 근손실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네.
다행히 미야가 만든 빵 중에는 호밀빵이 있어서 마철성이 맛있게 맛볼 수 있었다.
* * *
미야의 빵집을 구경한 다음, 나와 마철성은 미야가 끓인 차 한 잔을 들고 다시 ‘연성이네’로 내려왔다.
차는 당이 없어서 좋고 카페인이 있어서 더 좋다는 마철성은 뜨거운 차를 후후 불어 마시면서 투덜거렸다.
“휴, 요즘 근손실이 너무 심해서 큰일이야.”
“형님이 근손실이 있다고요?”
우락부락한 저 근육에서 뭐가 손실되었다는 거지?
내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자, 마철성은 말도 말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A급 헌터가 된 건 알지? 그리고 [성좌의 농부]가 된 것도.”
“물론이죠.”
페르세포네와 자청비, 두 농경의 여신과 계약한 결과 마철성의 클래스는 나처럼 성좌 시리즈 중 하나인 [성좌의 농부]로 진화했다.
당연히 좋은 일이고 그때도 무척이나 기뻐했던 걸로 기억하는 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그런 내 의문에 마철성이 답을 해주었다.
“덕분에 능력이 엄청 상승해서 더 강해진 건 좋은데, 소모되는 칼로리도 높아졌어.”
“칼로리요?”
“그래. 힘은 넘치는데 먹는 건 한계가 있으니 운동이나 훈련을 하면 에너지 소모가 심해서 근육이 쭉쭉 빠져. 아주 죽겠다니까.”
헌터들이 각성해서 능력치가 높아지면 당연히 에너지 소모도 커진다.
특히 전투 계열 헌터들은 그 정도가 심한데, 각성하면서 신체가 딱히 달라지는 건 아니기에 에너지가 모자라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보통 그런 경우에는 마력으로 소모되는 에너지를 채울 텐데?
내가 그런 기본적인 각성자의 상식을 묻자, 마철성이 처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 클래스는 [농부]라서 마력이 신체 에너지를 커버해주진 않아.”
“맞다, 형님, [농부] 셨죠.”
저 엄청난 근육과 우람한 덩치, 그리고 막대한 힘으로 싸우기에 다들 마철성을 전투 계열이면서 식물 마법을 쓰는 [드루이드]로 알고 있었지만, 그는 [농부]였다.
그 말인즉슨, 그의 엄청난 전투 능력은 순전히 그의 신체 단련에서 나왔다는 소리였다.
새삼 다시 깨달으니, 마철성 무서운 사람이네.
“각성하고 나서도 보디빌더들 수준으로 꾸역꾸역 먹어야 겨우 근손실을 막을 수 있었는데, 이젠 먹는 걸로 칼로리 소모를 따라갈 수가 없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을 맞춰서 하루에 5끼에 총 5천 칼로리를 먹어도 살이 빠진다는 마철성의 말에 나는 입을 쩍 벌렸다.
“그렇게 먹는 데도 모자라다고요?”
“그래. 이러다간 조만간 뼈만 남을 거다.”
내가 보기엔 여전히 우람해 보이는 마철성이었지만, 이미 10kg이나 감량이 된 상태라고 한다.
마철성은 거의 울먹이는 수준으로 내 손을 잡으면서 애원했다.
“동생. 동생이 요리 전문가잖아. 먹기 편하면서 내 근손실을 채워줄 요리를 개발해줄 수 있을까?”
“형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단순히 칼로리가 많은 음식이 아니라 균형이 잡힌 채로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잖아?
“그런데 제가 운동 쪽은 전혀 몰라서요.”
“그럼 잘 됐다. 동생도 이참에 운동해보는 건 어때?”
“······네?”
“형만 믿어. 형이 아주 끝내주는 몸으로 만들어 줄게.”
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쇠질의 세계로 끌려가게 된 나였다.
하나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