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하나만 더
“······.”
미쳤어.
아무리 봐도 미쳤어.
이 사람들은 죄다 미쳤다.
“아, 맛있다! 하체 맛있다!”
“야, 혼자만 먹냐? 좋은 건 같이 먹어야지!”
“자극이 온다! 등에 자극이 쫘아악 와!”
“하악하악, 쇠냄새. 하악.”
마철성을 따라 영업이 끝나면 창해 길드의 훈련실로 와서 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
왜 전 ‘근육 마초’ 파티원들이자 현 ‘창해 길드’의 길드원들이 전부 근육 덩어리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사람들, 전부 운동에 미쳐 있었다.
“하하하, 우리 연성 동생 감탄한 거 봐라. 얘들아. 운동의 매력에 연성 동생도 흠뻑 빠진 것 같다. 자, 한 세트 더!”
“한 세트 더!”
“먹자!”
“맛있다!”
아니, 맛있다니? 요리사 앞에서 아무것도 안 먹고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또 처음 보네.
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자, 마철성이 근엄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척 올렸다.
“연성 동생? 팔이 멈췄네? 그러면 몸 식어. 혈류 펌핑됐을 때, 펌핑 왔을 때 계속 해줘야지.”
“네? 형님, 저 방금 10회 세트 했는데요?”
“에헤이, 내가 보니 7번만 했더만. 자세 불량한 거 빼면 5번밖에 안 한 거니까, 딱 5번만 더 하자.”
“네? 형님? 자, 잠깐만요?”
“자, 외쳐! 맛있다!”
“아니, 그러니까 뭐가 맛있다는 거냐고요!!”
“한 번, 아니 두 번만 더 하자!”
“숫자 못 세냐!!”
그렇게 나는 5번이 아닌 10번 한 세트를 더 하고 나서야 마철성의 마수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헥, 헥헥, 더는 못합니다.”
“이야, 그래도 초심자가 이렇게까지 따라오다니. 사장님, 재능있는 거 아닙니까?”
프로틴 쉐이크를 벌컥벌컥 들이켜던 창해 길드 마스터 여사용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지금 죽어가는 거 안 보이나? 재능은 무슨.
내가 입을 벌릴 힘도 없어서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자, 창해 길드원들이 하나둘씩 말을 거들기 시작했다.
“비전투계 각성자인 데다가 초심자인데 우리 루틴을 따라온다? 천재지, 천재.”
“사장님, 여기에 있는 기구들 다 전투계 각성자용으로 특수 제작한 거 아십니까? 이게 일반인들이 하는 기구들보다 기본적으로 5배 이상 무게가 나가는 것들이에요.”
그러니까 내가 들었던 저 60kg 벤치프레스가 사실은 300kg짜리였다 이거지?
“에이, 아니죠. 봉 무게는 조상님이 들어주시게요? 바벨 봉 무게가 100kg 정도니까 400kg을 드신 겁니다.”
······어쩐지 죽을 것처럼 힘들더라.
들었던 무게를 확인하고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는 나를 앞에 두고 눈치 없는 창해 길드 사람들은 연신 감탄만 터뜨렸다.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클래스가 [요리사]지? 사장님, 사실은 전투 계열 아닙니까?”
“알고 보니 몬스터를 요리하는 거지. 뼈와 살을 발라주마!”
“야, 그거 말 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난 비전투계열이라고 반박해주고 싶네.
이만큼 할 수 있는 것도 넥타르를 마시고 몸이 환골탈태한 덕분에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작 클래스를 속이고 비전투계열인데 전투계열인 척하는 건 당신들 예전 길마라고.
“흡! 흡!”
요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진지하게 운동하고 있는 마철성은 전투계열 각성자들 전용으로 만든 바벨로 봉무게 포함 스쿼트로 200kg을 치고 있었다.
5배 무게인 걸 감안한다면, 스쿼트로만 1톤을 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사람인가?
“끄응!”
그렇게 1톤 스쿼트를 끝낸 마철성이 그대로 그 자리에 널브러졌다.
힘을 과하게 쓴 듯 얼굴이 반쪽이 된 모습에 나는 아까의 원한은 잊고 안쓰럽게 그를 쳐다보았다.
반면, 창해 길드원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쯧쯧, 형님 많이 약해지셨네.”
“뭔 소리야? 무게는 예전보다 훨씬 더 고중량으로 치시잖아.”
“너 고중량파냐? 중량도 중요하지만, 자극이랑 반복이 더 중요한 거 몰라? 형님이 예전 같았으면 무게는 더 적어도 10회는 더 하셨어.”
중량? 반복?
잘 모르는 이야기라 그러려니 하고 듣고 있었는데, 헬스 중독자들 사이에선 민감한 화제였던 모양이었다.
창해 길드원들이 서로 으르렁대며 싸우기 시작했다.
“하, 이래서 자극파 놈들은. 무게를 늘려야 어? 우리가 싸울 때 순간적인 힘으로 파박! 몬스터 뚝배기를 깰 거 아냐?”
“뭘 모르는 소릴 하고 있어? 우리한테 중요한 건 근육량이라고. 몸을 튼튼하게 조져 놔야 한 대 맞고 골로 갈 거 두 세대는 버틸 거 아냐?”
“누가 탱커 아니랄까 봐 몸으로 떼울 생각하고는.”
“근본도 없는 근딜 주제에 건방지게?”
내가 보기엔 둘 다 몸으로 떼우는 스타일 같은데.
내가 두 세력의 싸움을 보고 있을 때, 제 3의 세력이 참전했다.
“무식한 놈들아. 당연히 근지구력이 중요하지. 저중량으로 무조건 오래 해야 해.”
중량파 vs 자극파의 싸움에 반복파가 끼어들었다.
참고로 반복파의 수장은 현 길드 마스터 여사용이었다.
“무기 한 번 휘두르고 말래? 아니면 골병들면서 언제까지 몸으로 버티고 있을래? 요리조리 잘 피하면서 오래 때릴 수 있는 게 진짜 헌터다. 알간?”
여사용의 말에 싸우던 길드원들이 고개를 푹 숙였다.
오, 이렇게 해결이 되는 건가?
하지만 그런 내 기대는 바로 이어진 상황에 처참히 무너졌다.
“뭐래, 지금 마라톤 뛸 거예요? 던전에서 오래 버티면 마력 중독 오는 거 몰라요?”
“이래서 탱도 딜도 아닌 하이브리드 회피탱이 문제라니까. 저러다 한 대 맞으면 바로 골로 가면서.”
“이 자식들아! 내가 길마야!”
결국, 길마의 권위고 나발이고 세 분파의 싸움으로 훈련실은 진흙탕 싸움이 되고야 말았다.
“끄어, 이 자식들아. 그만 싸우고 나 좀 일으켜 줘······.”
그 소란 가운데 체력을 모두 소모한 채 쓰러져 있는 마철성의 다 죽어가는 희미한 신음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 * *
“그러니까 철성 형님은 고중량 고반복 풀자극 파라는 거죠?”
“······그래.”
숫자 잘 못 센 보복으로 조금 늦게 일으켜줬더니 삐진 마철성이 프로틴 쉐이크를 쪽쪽 빨아먹으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의 앞에는 이미 다 비워진 1L짜리 프로틴 쉐이크 통이 6개나 놓여있었다.
그리고 아직 안 먹은 프로틴 쉐이크 통이 3개가 더 있었고.
그걸 마철성은 순식간에 비웠다.
“어으, 먹는 것도 지친다, 지쳐.”
마지막 프로틴 쉐이크까지 다 비운 마철성은 길게 트름을 하곤 지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옛날에는 보디빌딩이나 역도 같은 종목을 위해 운동을 해서 딱히 답은 없었어. 중량은 중량대로 이점이 있고 반복이나 자극도 그 나름대로 이점이 있었지.”
“지금은 다른가요?”
“우린 헌터잖아. 잘 싸우려면 근력, 튼튼한 몸, 지구력 모두 포기할 수가 없지.”
그래서 마철성은 모든 스타일의 운동을 모두 하는 잡식파였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모든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방법에는 큰 단점이 있었다.
“에너지 소비가 너무 과해서 조금만 덜 먹어도 근손실이 일어나.”
결국 근육을 만들고 근력을 키우는 건 운동하는데 쓰고 남은 잉여 칼로리였다.
그런데 칼로리가 남지도 않을 정도로 운동을 하고 나면 오히려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몸은 이미 만들어진 근육을 분해해서 에너지로 변환시킨다고 한다.
“예전에는 그래도 꾸역꾸역 먹으면 몸이 유지는 됐는데, 이제는 그게 안 돼. 골격근량이 20kg이나 줄었어.”
근육이 많이 빠졌다는 마철성의 소리를 처음에는 믿질 않았지만, 그가 이렇게 힘들게 운동하고 지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실감할 수 있었다.
“운동을 좀 줄이시고 몸을 챙기시는 건 어때요? 형님, 이제 헌터는 은퇴하겠다고 하셨잖아요.”
헌터 은퇴 선언을 하고 길드 마스터의 자리도 물려준 마철성이었기에, 사실상 더는 몸을 키울 필요가 없는 그였다.
“그랬지. 근데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또 없잖아.”
그는 프로틴 쉐이크를 마시며 여전히 중량이냐 자극이냐를 두고 싸우는 창해 길드원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놈들 위기에 처하면 누군가는 가서 도와줘야지. 어떻게 가만히 놔두겠어.”
“······형님.”
혹여나 벌어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자신이 5분 대기조로 남겠다고 말하는 마철성의 모습에서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엿보았다.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위험으로 뛰어들었던 두 남자의 공통점을 보니 나는 운동을 그만두라는 말은 차마 더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죠. 제가 에너지를 확실하게 보충해드릴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정말? 그럼, 동생만 믿고 있을게.”
성공할지 아닐지 알 수 없는 데도 마철성의 얼굴은 환해졌다.
저렇게까지 좋아하니 안 만들어 줄 수도 없고.
내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철성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면 내일도 이 시간에 와. 운동은 루틴이 중요하다고.”
“······운동은 지금까지 한 걸로 충분하니 이제 요리 연구를 할 게요. 그, 그럼 이만!”
“동생?”
나는 마철성이 쫓아와 잡기 전에 서둘러 가게로 도망쳤다.
내 손에서 나는 쇠냄새는 무쇠 프라이팬이랑 식칼 냄새만으로도 충분하다고.
* * *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
창해 길드에서 운동을 하던 날까지 포함하면 열흘이 지났고.
그동안 낮에는 ‘연성이네’를 운영하고 사흘에 한 번은 ‘연성이네 신야식당’을 열어 성좌들을 대접했다.
그 외에 남은 시간은 전부 마철성을 위한 요리를 연구하는데 보냈다.
그리고 답을 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창해 길드의 헬스장, 아니 훈련실에서 운동만 한 건 아니었다.
나는 창해 길드원들에게 어떤 식으로 식단을 하고 있는지 조사도 병행했었다.
그 결과, 몸을 만드는 식단의 핵심은,
“탄단지의 비율, 그리고 고열량이네.”
다이어트 식단이라면 탄단지의 비율만 중요시하면 되었다.
하지만 다이어트용 식단과 벌크업용 식단은 달랐다.
몸을 만들기 위해선 칼로리를 과잉 섭취해서 근육을 만드는데 투자해야 하니까.
그래서 보디빌더들은 칼로리를 몸에 부어서 파밍, 즉 덩치를 키우는 벌크업을 한 뒤, 컷팅을 통해서 불필요한 수분과 지방을 태우는 식의 식단과 운동을 해왔다고 한다.
“몸에 엄청 안 좋은 방식의 방법이지.”
애초에 보디빌더들은 몸을 깎아서 보디빌딩이라는 스포츠이자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마철성에게 그런 방식을 권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정확히 말하면 마철성은 지금 소비하는 칼로리가 너무 많아서 벌크업용 식단이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린매스업 방식이 되겠구나.”
린매스업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병행해서 근육을 키우는 동시에 지방을 태우는, 말하자면 벌크업과 컷팅을 같이 하는 식의 운동과 식단이었다.
마철성이 어마어마하게 소모하는 칼로리를 생각하면 아무리 고열량을 때려 넣어도 모자랄 터였기에 자연스럽게 린매스업 식단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탄단지 비율은 잘 맞춰야지.”
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골고루 보충하면서도 고열량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식단, 아니 요리를 구상해보았다.
“하, 진짜 어렵네.”
운동하는 사람들이 요리라고 하지 않고 식단, 식이라고 하는 이유가 다 있었다.
인간이 요리를 맛있게 먹기 위해 쓰는 영양소는 모두 운동인들의 적이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같은 재료를 가지고 극단적으로 맛있게 만드는 사람이 ‘요리사’라면 극단적으로 맛없게, 하지만 효율적으로 먹는 이들이 바로 ‘운동인’이었다.
효율적으로 먹기 위해 일부러 맛없게 먹는 요리들을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고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니.
그리고 문제는 하나 더 있었다.
“아무래도 형님의 급격한 에너지 소모는 마력 소모도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운동을 하는 마철성을 일주일 동안 성안으로 관찰한 결과,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성좌의 요리사]가 된 이후에 많은 변화를 겪었듯이 그도 [성좌의 농부]가 된 이후에 신체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마력을 끌어다 운동하는 데 쓰고 있었다.
그러니 육체적 에너지에 마력 에너지까지 소모하게 되었는데, 마력 쪽은 에너지 보충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으니 육체에 부담이 더 많이 가는 것이고.
단순히 물리적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걸로는 해결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력 보충이라면 또 내가 전문가지.”
내가 누군가.
지구에서 마력이 담긴 요리를 사람들이 마력 중독에 걸리지 않고 먹을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아닌가.
그렇게 탄단지와 고열량, 그리고 마력 보충까지 고려한 나는 완벽한 식단, 아니 요리 코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완벽해. 종이에 여백이 없어서 레시피를 더 쓸 수 없지만, 이거라면 철성 형님도 만족할 거야.”
내가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사자 가죽을 걸친 괴수들의 재앙’이 당신의 식단에 흥미를 표합니다.] [‘가장 오래된 서사시의 주인공’이 마력이 깃든 운동 중독자들의 요리에 군침을 삼킵니다.]아무래도 내 레시피는 마철성뿐만 아니라 근육으로 이루어진 성좌들도 만족시킨 모양이었다.
마초마초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