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마초마초맨
[‘사자 가죽을 걸친 괴수들의 재앙’이 당신의 식단에 흥미를 표합니다.] [‘가장 오래된 서사시의 주인공’이 마력이 깃든 운동 중독자들의 요리에 군침을 삼킵니다.]그렇게 메시지를 보낸 성좌들은 예약을 해놓겠다는 말을 남기고 조용해졌다.
“음.”
이제 성좌들을 대해온 짬밥도 좀 찼겠다.
성좌명만 봐도 대충 정체가 짐작이 갔다.
“사자 가죽을 걸친 괴수들의 재앙은 당연히 헤라클레스겠고.”
사자 가죽을 쓴 신이나 영웅 중에 가장 유명한 건 역시 헤라클레스지.
괴물신 튀폰과 에키드나의 자식인 사자 한 마리가 네메아의 골짜기에 살고 있었다.
부모가 모두 신격을 가진 괴물들이었기에, 네메아의 사자 역시 반신의 격을 가진 최소 권속급의 어마어마한 괴수였다.
가죽이 비상식적으로 튼튼하고 두꺼워서 화살도, 창도 뚫지 못하고 어떤 냉병기로도 상처를 입힐 수 없는 걸로 유명했다.
심지어 근육과 뼈도 튼튼해서 몽둥이나 주먹으로 두들겨 패도 멀쩡했는데, 헤라클레스가 그 유명한 12개의 과업 중 첫 번째 과업으로 이 사자를 사냥하게 된다.
하지만 헤라클레스에게도 네메아의 사자는 상대하기 힘들었기에 30일 동안 치열한 싸움을 벌였음에도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화살도, 칼도, 창도, 도끼도, 몽둥이도, 주먹도 통하지 않는 이 사자를 헤라클레스는 어떻게 잡았을까?
간단했다.
“목을 졸라 질식시켜 죽여버렸다지?”
우람한 이두와 삼두로 사자의 목을 초크로 졸라 죽였을 헤라클레스를 떠올리며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헤라클레스는 사자를 죽이고 난 직후 사자의 발톱으로 사자의 가죽을 벗겨내어 자신이 걸치고 다녔다고 한다.
이후 헤라클레스는 이 사자 가죽을 뒤집어쓰고 수많은 괴물과 기간테스를 물리쳤고, 덕분에 존재 자체가 괴수들의 걸어 다니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가장 오래된 서사시의 주인공’은 역시 길가메시겠네.”
가장 오래된 서사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된 점토판에 쓰여있던 ‘길가메시 서사시’였다.
수메르의 도시국가 우루크의 왕인 길가메시는 반신이자 미남이며, 똑똑하고 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폭군이었다.
어머니가 들소의 여신, 닌순이었는데 정확히 신의 혈통이 1/2인 것이 아니라 2/3만큼 섞여서 보통 반신들보다 더 대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능력에 자만한 나머지 백성들을 괴롭히는 폭군이 되었지만, 신들의 명령을 받아 자신을 죽이러 온 엔키두와 우정을 나누고 개과천선하게 된다.
그 후 둘은 힘을 합쳐 훔바바라는 끔찍한 괴물을 퇴치하면서 가장 위대한 영웅들로 불리게 된다.
덕분에 한층 더 유명해진 길가메시의 명성이 하늘까지 닿자, 사랑과 풍요의 여신 이슈타르가 그에게 연인이 되어 달라고 구애를 해왔다.
하지만 이슈타르는 고대의 여신답게 애인이 조금 많은 편이었는데, 길가메시는 이걸 모욕하며 그녀의 구애를 거절한다.
이에 분노한 이슈타르가 재앙을 불러오는 하늘의 황소, 구갈안나를 보내어 길가메시의 우루크 왕국을 황폐하게 만든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다시 힘을 합쳐 구갈안나를 물리치지만, 신의 짐승을 죽인 벌로 엔키두가 죽게 된다.
길가메시의 몸에 흐르는 신성 때문에 그를 죽일 수 없었기에, 엔키두가 대신 죽은 것.
그 때문에 친구를 잃고 죽음을 두려워하게 된 길가메시가 불사(不死)를 찾아 떠나는 게 길가메시 서사시의 후반부 내용이었다.
“결국엔 불사의 방법을 찾지 못하고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인 뒤, 죽지만.”
그래도 길가메시는 반신이자 가장 오래된 서사시의 주인공으로서 충분히 성좌가 될 수 있는 위대한 영웅이었다.
내 추측이지만,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 모두 신화급 성좌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전설급 성좌 정도는 될 인지도와 위대함을 가졌을 성좌들이었다.
그리고 공통점은 그것 외에도 하나 더 있었다.
“둘 다 어마어마한 힘과 근육으로 유명한 성좌들이지.”
전쟁이 잦았고 무기도 발달하지 못해 육체의 힘이 중요했을 고대에는 뛰어난 육체와 강력한 힘이 영웅의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처럼 먹을 게 풍족하지도 않았을 테니 그런 엄청난 육체는 타고나지 않은 이상 만들기 힘들었을 거고 말이야.
아마 인간 출신 영웅 중에 저 둘과 비견할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장사 영웅은 삼손이나 항우, 마우이 정도가 아닐까?
아무튼, 그렇게 위대한 근육 영웅들이 내가 방금 만들어낸 벌크업 요리에 관심을 가졌다는 게 문제였다.
“이거, 아직 레시피만 짰지, 재료를 구하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단순히 맛을 내기 위한 요리 재료와 몸을 만든다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필요한 요리 재료는 다른 법이다.
굳이 따지자면, 요리보다는 약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헬스 중독자들이 먹는 보충제도 결국엔 과학적인 방법으로 추출한 약품으로 몸의 성장을 보조하는 거니까.
아, 물론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 말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 레시피를 짤 때, 할아버지가 남겨주신 [약선구급방]이 큰 도움이 되었다.
“헤라클레스 님과 길가메시 님이 방문 예정인 시간을 알려 줘.”
나는 헤르메스의 신상의 머리를 살짝 두드리며 예약 일정 확인을 했다.
[현재 확인 시점으로부터 27일 뒤, 예약이 확정되었습니다.]음, 생각보다 시간이 빠듯하다.
‘신야식당’은 3일에 한 번 문을 열기 때문에 지금까지 밀린 예약을 생각하면 시간이 그래도 조금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밀키트 판매와 성좌 마켓에서 운영하는 ‘연성이네 포장마차’ 덕분에 예전에 비해서 예약이 준 탓이었다.
“휴, 일단 서둘러보자.”
나는 내가 만든 레시피의 재료를 체크하곤 늦은 시간이었지만, 바로 마철성에게 전화를 했다.
“네, 철성 형님. 저 연성이예요. 저번에 부탁한 그 음식 때문에 형님이 빠르게 키워주셨으면 하는 재료가 있어서요.”
– 말만 해! 내가 마력을 다 써서라도 키워낼게!
아니, 그 마력 고갈 때문에 근육이 빠지는 건데요, 형님.
나는 넘치는 마철성의 열정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 *
한 달 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이 되었다.
무릇 가을은 작물이 열심히 익어 만물이 배부르게 먹는 계절.
천고마비라고 해서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가축들까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수확물이 풍부해진다는 뜻이었다.
······물론 이 말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말이 살쪄서 북방의 이민족이 침입해오게 되어 한탄한다는, 원래는 부정적인 뜻이긴 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쿵!
나는 마철성에게 받은 작물 소포를 주방에 옮겨 놓았다.
스쿼트만 400kg을 치는 내가 들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무거운 소포였다.
그리고 이렇게 무거운 이유는,
‘연성 동생. 나는 동생만 믿어. 전력을 다해서 키웠다구.’
몸이 반쪽이 될 정도로 마철성이 마력을 쏟아부어 키운 작물들이 산더미처럼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부탁한 요리의 재료를 근육을 잃어가면서 키워내다니.
주객이 전도되었지만, 마철성은 내가 요리를 개발하기만 하면 금세 근육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듯했다.
그렇다면 그 믿음에 답해줘야지.
나는 꼼꼼하게 마철성이 보내 준 작물을 검사해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품질도 괜찮고 마력도 듬뿍 들어가 있네.”
“사장! 셀키한테 재료 받아왔어!”
내가 마철성이 준비해 온 재료를 검사하는 동안, 천오가 [남국의 해안]에서 셀키가 잡아 온 재료를 들고 왔다.
“이야, 이것도 싱싱하고 튼실하네. 좋은 요리가 되겠네.”
“그렇지? 셀키도 입맛을 다시길래 가져오느라 고생했다니까.”
천오가 재료를 지키느라 힘들다고 엄살을 부렸지만, 평소에도 셀키를 귀여워하는 천오였다.
아마 한두 마리 정도는 주고 왔겠지.
나는 피식 웃으며 천오에게 받은 재료도 손질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는 냉장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육고기까지 밑 준비를 해놓으면 끝이다.
“마스터, 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죠?”
“아니에요. 딱 좋은 시간에 왔어요.”
빵집의 문을 닫고 내려와 주방 준비를 하는 미야까지 왔으니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나는 씨익 웃으며 헤르메스의 신상을 톡 건드렸다.
“손님 받자.”
그리고 헤르메스의 신상이 카두케우스 지팡이를 앞뒤로 흔드는 동시에,
콰앙! 콰앙! 우르릉
마치 미사일이 떨어진 것 같은 두 번의 굉음과 함께 가게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바압!”
“힘이 좋아지는 바압!”
가게 밖인데도 귀가 떨어질 것 같은 고함을 질러대는 저 두 사람, 아니 두 성좌가 바로 헤라클레스랑 길가메시겠지.
그리고 곧 ‘연성이네 신야식당’의 문이 열렸다.
“어서······,”
“조, 좁다!”
“얼른 들어가!”
놀랍게도 터질 것 같은 빵빵한 근육을 가진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는 혼자서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문에 끼어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끼어있던 헤라클레스는 기어코,
우지직.
문과 문 주변의 벽을 박살 내고 나서야 들어올 수 있었다.
“미, 미안하다.”
“······.”
아직 요리도 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부터 피곤한 거지.
히드라를 물리치는 것보다, 훔바바를 퇴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고난과 과업이 둘씩이나 내 앞에 있는 느낌이었다.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맛있게 요리를 해드리는 게 요리사의 미덕이니까.
나는 애써 웃으며 두 손님을 받았다.
* * *
“사장님, 수리는 다 끝났습니다.”
“고생했어요, 에녹 씨.”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가 부수고 들어온 문은 에녹이 재빨리 수리를 마쳤다.
에녹이 천재 건축가인 것도 있고 ‘연성이네’ 외벽은 이미 그가 만든 것이라 익숙하다는 점도 있었지만,
“아닙니다. 저 두 분이 도와주셔서 빨리 끝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부수었으니 당연한 거지.”
“결자해지라고 해야 하나? 식전 운동으로 딱이었어.”
박살 낸 장본인인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를 일꾼으로 부린 덕분에 더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전설급 성좌를 인부로 삼아서 하는 수리 공사라니.
빨리 끝날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쓴웃음을 짓고 있자, 길가메시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문을 부순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건물 재료의 격이 좀 아쉽더라고. 내 창고에서 재료를 좀 나눠줄 테니 용서해줘.”
에녹이 개축한 ‘연성이네’의 외벽은 아마 지구상에서 제일 튼튼하겠지만, 이렇게 성좌들의, 그것도 전설급 이상의 성좌들의 공격에는 버틸 수가 없었다.
카인이 도와줬다고는 하지만, 권속인 에녹이 개조한 거라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왕의 재보라면 정말 좋은 품질이겠군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에녹은 자신이 손 본 외벽의 격을 지적하는 길가메시의 말에도 오히려 기뻐하며 그의 제안을 받았다.
건축가로서 길가메시가 가지고 있는 격 높은 재료에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와, 사장이 요리 재료 발견했을 때 눈이랑 똑같은데?”
“······내가 저래?”
내 떨떠름한 물음에 천오가 완전히 똑같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미야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입을 열었다.
“일단 두 분은 자리에 앉으시지요. 오늘 코스의 첫 번째 요리가 나갈 차례입니다.”
이렇게 시작부터 복잡한 일이 일어났지만, 이제는 요리를 할 시간.
나는 미리 준비해놨던 웰컴 드링크이자 벌크업 코스 요리의 첫 번째 요리,
“자청비의 오곡 라떼와 비트 식초 에이드입니다.”
두 잔의 음료를 두 사람 앞에 놓았다.
“이게 몸을 키우는 데 먹는 음식이라고?”
“정말로?”
근육을 키우는 데 왜 이런 음료를 내었는지 궁금하다는 두 성좌를 향해 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두 분은 혹시 부스터(booster)에 대해 아십니까?”
헬스 중독자라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부스터부터 챙겨 먹는 게 필수 아니겠어?
운동은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