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행성 뿌셔
“마스터, 괜찮아요?”
“······아니요. 안 괜찮아요.”
무려 30일.
30일을 저 근육에 미친 성좌를 따라다녀야 했다.
육체의 차이가 너무 크게 나서 나에게 같이 운동하자는 말은 안 했지만, 옆에서 운동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내 몸에 근육이 생겨나는 엄청난 광경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소행성을 부술 줄이야······.”
나는 한숨을 쉬며 내가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에게 끌려갔던 30일간을 회상했다.
* * *
자신들이 평소에 운동하는 곳이라며 그들이 날 데리고 간 곳은 놀랍게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 아스테로이드 벨트였다.
태양계의 행성이 될 수도 있었던 크고 작은 소행성들이 구름처럼 공전하는 이곳에서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는 소행성들과 암석들을 부수고, 들고, 던지는 식으로 평소에 운동하고 있었다고 한다.
“오늘따라 소행성들이 영 무게가 덜 나가는 것 같은데?”
“그러게나 말이다. 평소에는 이것만으로도 자극이 빡 왔는데. 맛이 덜해.”
······분명 소행성의 최저 기준이 평균 지름 100km 이상일 것이었지?
지금 저 양반들은 지름 100km가 넘는 암석 덩어리들을 덤벨 삼아 운동하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네가 만들어 준 음료가 확실히 효과가 좋긴 한 모양이다.”
“부스터(booster)라고 했지? 말 그대로 신체 능력을 확실히 증폭해주네.”
헤라클레스나 길가메시는 그 거대한 소행성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면서도 무게가 불만스러운 듯 집어던졌다.
심지어 그러는 과정에서 박살 나서 쪼개지는 소행성도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압도적인 코즈믹 호러의 광경 앞에서 나는 말을 잃고 보고만 있었고 말이야.
“역시 조금 더 큰 것들로 운동을 해볼까?”
“저건 어때?”
지구에 있는 천문학자들께 심심한 사과 인사를 드려야겠다.
내가 만들어 준 부스터를 먹은 저 양반들 때문에 소행성 대의 소행성 지도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으하하하! 평소에는 무거워서 들지도 못했던 소행성도 지금이라면 딱 적당하게 자극이 되는군!”
“맛있다! 소행성 맛있다!”
아니, 왜 당신들도 운동하면서 맛있다고 하는 건데······.
그렇게 내가 소행성 헬스장에서 잔뜩 펌핑 받은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의 운동을 지켜본 지, 30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봐! 길가메시! 이 소행성 어때? 등 근육 조지는 데 쓸만하지 않아?”
“적당해 보이는군. 어? 잠깐, 멈춰!!”
“에이, 친구야. 기다려라. 어련히 내가 맛보고 넘겨줄게.”
“아니, 임마! 너 그거 무슨 소행성인지 모르는 거냐?”
“응?”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얼굴을 한 헤라클레스에게 길가메시가 사색이 되어서 외쳤다.
“그거 ‘헤베’야! 제수씨 이름 딴 소행성이라고!”
제우스와 헤라의 딸로 청춘과 젊음의 여신 헤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식으로 신이 된 헤라클레스의 새로운 아내가 된 걸로 유명한 여신이었다.
이상하게 우주의 천체에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이름을 붙이기 좋아하는 지구인들의 관습으로 ‘헤베’의 이름을 딴 소행성도 존재했다.
그리고 헤라클레스는 지금 자기 아내의 이름을 딴 소행성을 운동 기구 삼아서 들고 있었다.
“어? 진짜?”
“그래! 얼른 내려놔! 제수씨한테 바가지 긁히기 전에!”
“그, 그래.”
안 그래도 운동에 미쳐 산다고 평소 아내에게 구박을 많이 받는다고 했던가.
헤라클레스는 황급히 자신이 들고 있던 소행성 ‘헤베’를 내려놓으려 했다.
······부스터로 강화된 자신의 힘을 까먹고 말이다.
“으악! 이게 왜 쪼개져!”
당황한 헤라클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양팔의 이두와 삼두에 힘을 준 모양이었다.
마치 네메아의 사자의 목을 조를 때처럼.
덕분에 평균 지름이 186km에 무게가 무려 12.8페타톤에 이르는 소행성이 그대로 반으로 뽀각 쪼개졌다.
“어쩌지?”
“······.”
“······.”
소행성을 쪼개 버린 괴력답지 않은 울먹이는 소리로 중얼거리는 헤라클레스.
자신의 이름을 딴 소행성을 박살 낸 남편에게 과연 헤베는 무슨 말을 할까.
나와 길가메시는 그 참담한 현장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돌아가자.”
그렇게 광란의 소행성 헬스장에서 벌어진 두 성좌의 운동은 참사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몸이 덜 풀렸다며 투덜거리는 길가메시의 중얼거림을 듣고 온몸을 부르르 떨어야 했다.
* * *
“그렇게 된 겁니다.”
“정말 고생하셨네요, 마스터.”
“그러니까요. 정말 헬스 중독자들이란······.”
나는 미야의 위로에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억울한 건,
“진짜 시간이 하나도 안 흘렀네.”
시간의 모래시계를 쓴 덕분에 현실에서는 시간이 10초도, 아니 1초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왔던데?”
“실화냐.”
내가 떠나있던 30일은 사실 꿈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눈앞에서 왁자지껄 떠들며 에녹과 함께 다시 문을 수리하는 저 두 근육질 성좌를 보니 꿈은 아닌 듯했다.
“역시 신화급 아이템이군.”
======================
[무한 시간의 모래시계(신화급)]– 시간의 흐름을 본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모래시계.
– 공허의 구역에서 가져온 모래를 사용했기에 매우 비싸다.
– 사용 횟수의 제한이 없으며, 시간의 흐름 범위도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
======================
놀랍게도 길가메시가 가지고 있던 건 그냥 시간의 모래시계도 아니고 [무한 시간의 모래시계]라는 신화급 아이템이었다.
“운동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큰맘 먹고 산 물건이지. 이것만 있으면 얼마든지 운동을 해도 시간이 안 지나가.”
“내가 너처럼 재수 없는 친구랑 운동 파트너를 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라니까.”
“웃기고 있군. 나 아니면 누가 너랑 운동 강도를 맞춰준다고?”
길가메시는 헤라클레스의 어깨를 주먹으로 힘껏 때리며 웃었다.
“삼손? 그 친구는 신의 혈통이 없어서 우리 못 따라와. 마우이? 그 친구는 반대로 신격이 너무 높아서 우리랑 어울리기 힘들어. 항우는 운동보다 전쟁을 더 좋아하고.”
“쳇. 미우나 고우나 우리 둘뿐이구먼.”
파트너를 정해서 운동을 하면 서로 격려도 되고 자세도 봐주고, 위험할 때 도와줄 수 있어서 더 고강도의 운동도 가능하다던가.
겉보기엔 훈훈한 광경이었지만,
“······두 분, 손이 놀고 있습니다. 더 빨리 움직여야 수리가 끝나고 다음 음식을 드실 수 있을 겁니다.”
“······.”
“······.”
오늘 하루 벌써 두 번째 문 보수 공사를 감독하는 에녹의 눈에는 영 못마땅한 우정일 뿐이었다.
지은 죄가 있는 길가메시와 헤라클레스는 군말 없이 에녹의 지시에 따라 보수 공사를 계속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길가메시가 가져다준 격 높은 건축 자재에 눈을 반짝이는 것이 기분이 나쁜 것 같진 않았다.
오히려 좋은 건가?
아무튼 그렇게 보수작업이 끝나고 나자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가 다시 오픈 키친 바의 좌석에 앉았다.
나는 피곤한 웃음으로 그들을 맞이한 뒤, 다시 음식 대접을 시작했다.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만, 역시 운동을 끝내고 난 뒤엔 영양분을 보충해야죠.”
“고기!”
“소화 잘되는 고기!”
길가메시와 헤라클레스가 한마음 한뜻으로 외쳤다.
역시 상남자들이네. 고기부터 찾는 걸 보니 말이야.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도 탄수화물입니다.”
“······또?”
“살 안 찌려고 운동으로 열심히 그 탄수화물을 태웠는데?”
“이번엔 다른 탄수화물입니다.”
탄수화물이라고 다 같은 탄수화물이 아니다.
부스터로 만든 자청비의 오곡 라떼는 단당류, 그리고 소화 잘되는 종류의 탄수화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이런 것들은 급격히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몸이 바로 흡수할 수 있는 탄수화물이었다.
“이번에 드실 탄수화물은 바로 복합탄수화물입니다.”
복합탄수화물이란 단당류를 제외한 이당, 삼당, 사당, 그리고 다당류를 의미했다.
운동 후에 먹을 복합탄수화물은 그중에서 다당류로 당이 여러 개가 결합한 탄수화물이었다.
이름 그대로 당이 많았고 그만큼 분해 과정이 많이 필요해서 소화와 흡수가 느린 것이 특징이었다.
“운동 후에도 탄수화물은 꼭 먹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모한 글리코겐을 채울 수가 없거든요. 글리코겐이 부족하면 뭐라고 했죠?”
“근육이!”
“빠진다!”
음, 대답 잘하는군.
전설급 근육 성좌들을 학생으로 삼은 어린이집 선생님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면 다음 설명도 해줘야지.
“하지만 아까처럼 단당류 탄수화물을 먹으면 글리코겐은 충전되지만 잉여 에너지가 지방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천천히 조금씩 당을 보충할 수 있는 복합탄수화물을 먹는 겁니다.”
예를 들면 저번에 마철성이 찾았던 100% 통밀빵이나 호밀빵, 현미밥이나 감자 등이 있었다.
퍽퍽하고 씹기 힘들고 소화가 잘 안되어서 속이 더부룩한 재료들이지.
하지만 내가 이번에 선택한 재료는 조금 특별한 재료였다.
“혹시 듀럼밀이라고 아십니까?”
내 물음에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가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나는 세 번째 주머니를 꺼내서 마철성이 재배한 듀럼밀의 낟알을 그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러자 길가메시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하, 거친 밀을 말하는 거군.”
야생 밀 중 하나인 엠머밀을 사육해서 최초로 밀 농사를 시작한 건 다름 아닌 길가메시가 살았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이었다.
내가 꺼낸 듀럼밀은 엠머밀을 개량한 품종이긴 하지만, 크게 보면 다른 점이 거의 없었다.
예를 들면,
“거친 밀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 껍질을 분리하기가 힘들어서 식감이 거칠어지지. 거기다 딱딱해서 갈아도 부드럽지가 않아.”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즉에 주 곡식을 보리로 바꿨어.”
껍질을 벗기기가 힘들어 껍질째로 갈아서 먹어야 해서 식감이 좋지 않다는 점까지 말이다.
듀럼밀의 설명을 들은 헤라클레스도 생각이 난 게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듣고 보니 나도 기억나네. 우리도 이 거친 밀로 빵을 해 먹었지만, 주로 보리를 먹긴 했지.”
“그래서 이걸 먹겠다는 건가?”
길가메시와 헤라클레스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하지만 고대 수메르와 고대 그리스 모두 식감 때문에 꺼렸다는 듀럼밀의 단점이 바로 운동 후 탄수화물 섭취의 핵심이었다.
“딱딱하고 거칠어서 곱게 갈기가 힘들고 겨를 벗겨내기가 힘들죠. 그래서 소화가 덜 됩니다. 복합탄수화물을 먹는 이유와 똑같죠?”
“하지만 그러면 맛이 없잖아.”
“저런, 인간의 위대함을 너무 얕보시네요.”
투덜대는 헤라클레스를 보며 나는 히죽 웃었다.
“인간은 그 거친 밀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연구해냈죠.”
듀럼밀로 빵을 만들면 거칠고 딱딱하다.
그래서 인간은 가장 위대한 음식의 발명 중 하나를 발명해냈다.
“바로 파스타로 먹는 겁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 앞에서 마감람유를 두른 팬을 마정석 화로에 올렸다.
그리고 열기가 어느 정도 올라온 순간, 편 마늘을 한 움큼넣었다.
마감람유에 구워지는 마늘 향이 기분 좋게 코를 찔렀다.
“본 코스의 첫 번째 요리는 알리오 올리오입니다.”
그런 뒤에 나는 다진 마늘을 다시 한 움큼 넣으면서 씨익 웃었다.
“혹시 마늘로이드라고 들어보셨나요?”
복합탄수화물과 마늘, 그건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마약과도 같은 단어였다.
알리오 올리오 에 익스플로지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