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알리오 올리오 에 익스플로지오네
알리오 올리오.
정확히는 알리오 에 올리오(Aglio e Olio).
해석하자면 ‘마늘과 오일’이라는 뜻이다.
즉, 파스타 면을 마늘과 올리브 오일 소스로 만드는 아주 간단한 요리를 뜻한다.
원래 알리오 올리오는 나폴리 사람들이 링귀니 파스타로 만드는 스파게티 알레 봉골레, 즉 봉골레 파스타에서 유래했다.
이탈리아어로 조개를 뜻하는 봉골레와 화이트 와인, 그리고 올리브 오일로 맛을 내는 스파게티 알레 봉골레(spaghetti alle vongole)도 고급 요리는 아니었지만, 나폴리의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요리였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봉골레와 화이트 와인을 빼고 마늘과 올리브 오일만으로 파스타를 만들기 시작한 게 알리오 에 올리오의 유래였다.
보통 흔히 우리가 알리오 올리오라고 알고 있는 페페론치노가 들어가는 버전인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는 17세기 이후에 나왔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메뉴라니.”
“그거 먹고 우리가 힘이나 쓰겠어?”
내 설명을 들은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의 표정이 퉁명스러워졌다.
참, 다 큰 성좌들이 어른답지 못하게.
나는 피식 웃으며 내가 알리오 올리오를 고른 이유를 마저 설명했다,
“그래서 이 파스타가 여러분께 도움이 되는 겁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지?”
“오일과 마늘, 그리고 듀럼밀 파스타 외에는 아무것도 안 들어가니까요.”
알리오 올리오를 비롯한 오일 파스타는 심심한 맛으로 먹는 거지만, 미식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답게 한국에선 이것저것 넣는 레시피가 많이 개발되었다.
봉골레가 아니더라도 베이컨, 새우, 갈아서 뿌리는 치즈는 기본적으로 들어가고, 심지어 면을 삶을 때 치킨 스톡이나 MSG를 넣고 삶기도 한다.
물론 그러면 당연히 맛있다.
재료가 그렇게 맛있는데 맛이 없을 리가.
하지만 헬스 중독자들을 위한 메뉴에선 그런 재료가 일절 들어가선 안 되었다.
“원래는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절약형 요리였지만, 여러분께는 필요 없는 영양소를 빼버리고 몸에 좋은 것만 받아들일 수 있는 핀포인트 저격 요리가 되는 거죠.”
“오오.”
“이해가 가는군.”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가 내 설명에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웃으며 알리오 올리오의 첫 번째 재료를 꺼내 보였다.
“아까 보신 듀럼밀을 물로만 반죽해 바닷바람으로 3일간 자연 건조한 건 스파게티입니다.”
파스타 면을 만드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일반 밀가루와 달걀노른자만으로 반죽해 촉촉하고 고소한 맛을 살려 뽑아내는 즉시 삶아 먹는 생 파스타.
다른 하나는 듀럼밀을 제분한 세몰리나 밀가루를 물로만 반죽해서 건조해서 만드는 건 파스타였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듀럼밀은 단백질이 많고 단단해서 흡수가 더딥니다. 일반 강력분으로 만드는 생 파스타보다 더 운동인에게 적합하죠.”
“자연 건조하는 이유는 뭐지?”
“좋은 질문이네요.”
헤라클레스의 물음에 나는 씨익 웃었다.
내가 특별히 공을 들인 부분을 물어봐 줬기 때문이었다.
“파스타 면을 빨리 말리겠다고 공장에서 고온 건조한 바람으로 말리게 되면, 특히 60℃ 이상의 열로 말리게 되면 면이 익어버립니다.”
면이 익는 과정에서 단백질을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들이 파괴되고 파스타에서 제일 중요한 전분이 익어버려 면이 맛이 없게 된다.
거기다 그렇게 익어버리면 파스타 면 색이 짙어지는 특징도 있었다.
“그래서 저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연 건조를 선택했습니다.”
그리 힘든 건 아니었다.
듀럼밀을 천오가 여의봉으로 찧어 세몰리나 밀가루로 제분해서 면을 반죽한 뒤, [남국의 해안]에 널어놓으니까 잘 마르더라고.
파스타의 본고장 나폴리가 지중해에 위치한 도시였기에 그쪽에서도 아마 이와 비슷한 환경에서 면을 말렸을 터.
본고장의 맛을 살리기에 아주 좋은 방식이었다.
“그렇게 잘 말린 건 파스타를 끓는 마력수에 넣고 삶습니다. 미야.”
“맡겨주세요, 마스터.”
미야가 던전산 암염을 넣은 끓는 마력수에 면을 집어넣었다.
나는 그사이 프라이팬 위에 마감람유를 부었다.
“알리오 올리오란 이름답게, 올리브 오일이 많이 들어가야죠. 이건 올리브 오일과 비슷한 마감람유라는 기름입니다.”
대만의 한 던전에서 생산되는 마감람유는 마력이 잔뜩 스며들어 있는 올리브 오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올리브 오일과 맛, 향, 성질이 비슷했다.
거기다 올리브 오일이 발연점이 낮아 튀김이나 볶음 요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도 극복할 수 있었고.
나는 그 마감람유를 살짝 달군 뒤, 바로 얇게 썬 던전 마늘을 한 움큼 집어넣었다.
“알리오는 마늘이죠. 그래서 마늘이 꽤 들어갑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이번엔 다진 마늘을 한 움큼 더 집어넣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너, 너무 많이 넣는 게 아닌가?”
“마늘 향이 벌써 코를 찌르는데?”
저 둘이 알고 놀라는 건 아니겠지만, 사실 이탈리아의 알리오 에 올리오 레시피에서 마늘은 많아야 2개 정도 들어간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마늘을 향을 내는 향신료지 먹는 재료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이탈리아산 마늘이 한국의 마늘보다 향이 강하기에 조금만 넣어도 향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있었고.
하지만 세상 누구보다 마늘을 사랑하는 한국 사람들의 스타일에 맞추려면 마늘을 팍팍 넣을수록 좋았다.
우리는 생마늘, 간장에 절인 마늘, 구운 마늘, 심지어 마늘 진액도 먹는 사람들 아닌가?
그리고 내가 마늘을 많이 넣는 이유는 단지 마늘이 좋아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혹시 두 분은 마늘로이드라는 말을 아십니까?”
“마늘?”
“로이드?”
마늘로이드는 마늘에 들어가 있는 크레아틴, 알리신, 유황, 셀레늄 등의 성분이 운동하는 사람들의 몸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었다.
얼마나 좋으면 ‘로이드’, 즉 스테로이드 약물과 비교될 정도일까.
그만큼 효과가 빠르고 좋으면서도 몸에 문제가 안 생기는 그야말로 헬스 중독자들을 위한 음식 재료라는 소리였다.
“우선 마늘에 들어가 있는 크레아틴은 글리코겐처럼 에너지를 저장하게 해주는 성분입니다.”
글리코겐이 포도당을 저장한다면, 크레아틴은 포도당을 분해해서 만들어낸 에너지, ATP 그 자체를 저장하는 물질이었다.
그래서 근육이 더 길고 고강도의 운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물질이었다.
“그리고 알라신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서 피로 개선 및 체력 증진에 도움을 줍니다.”
그뿐만이랴?
운동 후 흥분한 신경 세포를 진정시켜주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효과까지 있었다.
“마지막으로 유황은 신체의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쌓인 독소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줍니다. 그리고 셀레늄과 함께 간 건강에 도움이 되죠.”
“그 말은 즉, 마늘을 먹으면 에너지도 회복되고 피로도 회복된다는 소리군?”
“거기다 몸의 독도 사라진다는 거고.”
정확하다.
나는 어느새 모범생이 되어 버린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에게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마늘이 왜 마늘로이드라고 불리는지 아시겠죠?”
“더 넣어주게!”
“그냥 있는 거 다 때려 부어!”
마늘의 효능에 흥분한 두 성좌가 마늘을 더 넣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몸에 좋다고 한 재료만 왕창 넣으면 맛의 밸런스가 무너집니다.”
나는 맛있고 건강해지는 음식을 만들고 싶은 거지, 마늘 범벅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니까.
나는 편 마늘과 다진 마늘이 마감람유 안에서 노르스름하게 잘 익어갈 때쯤, 폭렬초 열매와 잘 말린 던전 고추를 부수어서 넣었다.
그러자 매콤한 향이 마늘 향에 섞어서 확 풍겨왔다.
“마늘과 고추만 익혔을 텐데도 이렇게 맛있는 향이라니······.”
길가메시의 중얼거림과 헤라클레스가 꿀꺽 침을 삼키는 모습을 보고 나는 만족스러웠다.
알리오 올리오는 마늘과 오일, 그리고 고추의 맛이 전부기 때문에 이 향만으로도 맛있게 느껴진다면 반은 성공한 거였으니까.
“마스터, 면이 다 익었어요.”
미야가 알 덴테, 즉 꼬들꼬들할 정도로 익은 면을 냄비에서 건져서 내가 마늘을 볶고 있던 팬 위에 올려 주었다.
살짝 설익은 면은 소스와 함께 익히는 사이 완전히 익게 된다.
“미야, 면수도 넣어줘요.”
나는 면과 면수를 받는 즉시 팬 위에서 화려하게 면을 볶았다.
면을 삶은 물에는 면에서 흘러나온 전분이 있다.
이 전분이 오일과 물이 골고루 섞이게 되는 에멀젼 현상을 일으켜 파스타 면에 더 맛이 잘 코팅되게 해준다.
그렇게 에멀젼 과정을 거친 뒤, 깨끗한 접시에 보기 좋도록 알리오 올리오를 얹으면 끝.
“두 분 다 마늘을 듬뿍 담아드릴게요.”
“마늘로이드!”
“좋았어!”
노릇하게 익은 다진 마늘과 편 마늘을 면 위에 듬뿍 얹어주자 헤라클레스와 길가메시가 희희낙락 포크를 들었다.
[당신이 만든 ‘알리오, 올리오 에 익스플로지오네(유일급)’에 특수효과가 부여됩니다.] [특수효과 [에너지 보충]. [체력 증진], [독소 배출]이 적용됩니다.]“이야, 이거 맛이 심심할 줄 알았는데 나쁘지 않은데?”
헤라클레스가 알리오 올리오의 맛을 보곤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한 접시를 한입에 먹을 정도로 크게 퍼서 입으로 가져갔다.
길가메시는 그런 헤라클레스를 교양 없다는 듯 바라보며 혀를 찼다.
“나쁘지 않긴. 마늘이 고소하고 기름이 부드러우며 매콤한 맛이 느끼한 걸 잡아주질 않나.”
거대한 근육질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길가메시는 품위 있게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
그의 생각지도 못한 세심한 맛 평가에 나는 속으로 살짝 감탄했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좀 교양 있게 먹지?”
“누가 왕 출신 아니랄까 봐 잰 체하기는. 맛있는 건 빨리 먹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헤라클레스는 그사이 한 접시를 다 비우고 미야에게 빈 접시를 내밀었다.
“더 줘.”
“네, 잠시만요.”
“자, 잠깐! 나도 더 주게!”
남은 파스타를 헤라클레스가 다 먹을까 봐 길가메시도 품격은 어디다 팔아먹은 듯 순식간에 후루룩 남은 파스타를 먹어 치우고 빈 접시를 내밀었다.
“마스터가 넉넉히 만들어서 양은 모자라지 않으니 천천히 드셔도 돼요.”
“그러다가 이놈이 더 먹으면 어쩌려고!”
“야! 왕 출신이라는 놈이 생전에 많이 먹었을 거 아냐! 지금 좀 덜 먹으면 어때서!”
“넌 죽은 뒤에 신이 됐으니 올림포스에서 많이 먹었잖아! 너야말로 양보 좀 해라!”
아까까지 세상에 둘도 없는 운동 파트너라면서 자랑했던 그들의 끈끈한 우정이 내가 만든 알리오, 올리오 에 익스플로지오네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가끔 나도 내 요리의 위력이 무서울 때가 있다니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파스타 리필은 미야에게 맡기고 다음 코스 요리의 준비를 시작했다.
“탄수화물과 마늘로이드로 일차적으로 몸을 회복시켰다면, 이번엔 단백질로 근육을 성장시킬 차례죠.”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꺼낸 건, 셀키가 [남국의 해안]에서 열심히 잡아다 준, 거대한 생선이었다.
이 오동통한 생선의 살 속에 단백질이 아주 그득그득하다면 믿어져?
“지금부터 바다 틸라피아 스테이크를 해드리겠습니다.”
지구에는 닭가슴살에 맞먹는 단백질 보충 음식, 민물 틸라피아가 있다면, 던전에는 바다 필라티아가 있었다.
금강불괴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