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금강불괴 코스
“본래 틸라피아는 아프리카 동남부에서 살던 민물고기였습니다.”
아무거나 잘 먹으며 빨리 자라고, 적응력이 강해 더럽거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죽지 않고 잘 자란다.
특히 자연산은 키우는 데 2년이나 걸리지만, 양식은 6개월이면 20cm를 넘는 크기로 자라나서 공급도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이 좋고 단백질이 풍부한 생선이라서 헬스 중독자들에게 선호 받고 있었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을 보면 닭가슴살이 29g으로 제일 높지만, 닭가슴살만 먹다 보면 질리거든요.”
일주일 동안 창해 길드원들이랑 닭가슴살만 먹었더니 입에서 닭비린내가 날 정도였다.
닭가슴살도 맛있게 요리하면 더없이 훌륭한 요리 재료지만, 맛있게 먹으면 단백질 외의 다른 걸 먹게 된다고 그냥 퍽퍽하게 삶은 닭가슴살을 그냥 먹는 것이 헬스 중독자들이었으니까.
“그래서 이 틸라피아라는 생선이 닭가슴살의 대체 음식이 되었죠.”
틸라피아는 100g당 단백질 함량이 23g으로 꽤 높은 편이었다.
비슷하게 단백질이 많다고 알려진 명태는 17g으로 조금 낮은 편이었고, 대구는 그보다 높은 19g이었다.
생선류 중에선 압도적으로 단백질이 많았다.
이런 장점들로 인해 1955년, 가난하고 배고팠던 대한민국도 틸라피아를 먹거리로 삼기 위해 수입해와서 양식을 하고 있었다.
생긴 것은 감성돔과, 속살은 참돔과 비슷해서 민물고기인데도 ‘역돔’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다만, 회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도미 회인 줄 알고 먹었다가 정체를 알고선 실망하기도 했다.
덕분에 ‘가짜 돔’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물고기가 바로 틸라피아였다.
······돔이라고 속여서 판 상인들이 나쁜 거지, 물고기에겐 죄가 없는데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퍽퍽한 닭가슴살에 비해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라서 먹기가 상당히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일한 흠이 민물고기 특유의 흙냄새였는데,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살려 바다에서 자라나게 개량된 종도 있었기에 점점 그 단점이 사라져 가는 훌륭한 음식 재료였다.
“이 던전 틸라피아도 바다에서 사는 생선이기에 흙냄새는 없고 살이 탄탄해서 아주 맛이 좋은 물고기입니다.”
던전 틸라피아는 20cm 정도인 민물 틸라피아의 10배 정도 되는 2m짜리 물고기였다.
살은 민물 틸라피아처럼 단백질이 많고 맛도 좋은 편이었고.
예전에 셀키가 처음 잡아 왔을 때 회로 한번 떠먹어봤는데 맛이 좋더라고.
하지만 오늘은 이 던전 틸라피아는 횟감이 아닌 스테이크용으로 쓸 예정이었다.
나는 보여 주기용으로 꺼냈던 던전 틸라피아를 다시 주방에 가져다 놓고, 미리 손질해 놓은 틸라피아 살코기만 다시 들고 왔다.
이것저것 떼어 놓아도 살만 1m가 넘는 어마어마한 생선이었다.
“어때요. 살이 아주 실하죠?”
“소 넓적다리라고 해도 믿겠군.”
“아냐, 히드라의 머릿살이라고 해도 믿을 거 같아, 난.”
길가메시와 헤라클레스의 감탄에 나는 피식 웃으며 틸라피아 생선포의 물기를 제거하고 그 위에 던전산 암염과 각종 향신료로 양념했다.
“이 던전 틸라피아는 뫼니에르 방식으로 조리할 겁니다.”
뫼니에르는 프랑스식 생선구이로 생선포에 밀가루를 묻혀 녹인 버터로 굽는 요리였다.
헬스 중독자에게 밀가루와 버터라니.
듣기만 해도 놀랄 재료들이었다.
“탄수화물이 걱정이라면 굳이 가루를 묻히지 않아도 되지 않아?”
“좋은 지적이네요.”
나는 헤라클레스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곤 답을 해주었다.
“흰살생선은 붉은살생선에 비해 살이 연한 편이라 껍질 없이 고온으로 구우면 살이 부서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요리사들은 먹기 힘들어 제거한 껍질 대용으로 밀가루를 고안해 낸 거죠.”
아마 생선을 껍질째로 구워서 바삭하고 짭조름하게 구워진 껍질을 즐기는 한국 사람들에겐 이해가 안 가는 조리 방식일지도 몰랐다.
특히 생선 껍질이 맛있기로 유명한 임연수어는 그 껍질로 밥을 쌈 싸 먹어도 맛이 기가 막힌 데, 오죽하면 ‘임연수어 껍질로 밥 먹다가 3대 부자가 망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겠어.
하지만 뫼니에르 식으로 조리하면 부드러운 생선 살과 함께 버터 향이 가득 밴 밀가루 껍질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그건 그 나름의 맛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밀가루를 쓸 수는 없으니 나는 대체제를 찾아냈다.
“우선 이렇게 양념한 틸라피아 살에 아몬드 가루를 골고루 묻혀줍니다.”
곱게 간 아몬드 가루는 탄수화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밀가루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거기다 아몬드는 탄수화물만 적은 게 아니라 단백질이 많이 들어간 견과류여서 헬스 중독자들에게 아주 좋은 단백질 섭취원, 아니 좋은 간식거리였다.
그렇게 아몬드 가루로 틸라피아 살을 코팅해준 뒤, 나는 병에 담긴 샛노란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이건 기 버터라는 겁니다. 정제 버터죠.”
버터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 재료였다.
버터 안의 지방이 80%나 되기에 칼로리가 높아 다이어트의 적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겐 먹기만 해도 살이 쭉쭉 빠지는 신의 음식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에 내가 고안한 식단은 다이어트가 아닌 벌크업 요리 코스였기에, 나는 칼로리보다는 몸에 좋은 지방을 섭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로 이 기 버터를 골랐다.
“버터치고는 향이 독특한데? 양젖 버터인 건 알겠는데······.”
“역시 헤라클레스 님. 바로 알아차리시는군요?”
“양은 잘 못 키워도 양젖 버터 정도는 구별할 수 있다고.”
헤라클레스가 입을 삐죽이며 투덜댔다.
그는 양을 키운 목동 출신.
성좌 마켓에서 양고기를 살 때 헤라클레스가 키웠던 양도 있었다.
판매자치고 너무 솔직한 설명문에 사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왜 냄새가 다른 거지?”
“그건 일반 양젖 버터를 제가 한번 끓였기 때문입니다.”
버터에는 다량의 지방과 조금의 단백질, 그리고 유당이라고 불리는 당 성분이 있었다.
이걸 한 번 끓이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버터 안에 있던 수분을 날리고 유당과 단백질을 걸러내 99% 지방으로 만든 것이 바로 기 버터였다.
덕분에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들도 손쉽게 먹을 수 있고 수분을 날리고 불에 한 번 끓였기에 진하고 캐러멜 향이 은은히 나는 것이 이 기 버터의 특징이었다.
거기에 일반 버터보다 더 높은 온도까지 끓일 수 있어 튀김용으로도 좋다는 점도 있긴 하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건 바로,
“틸라피아가 고단백질 음식이라면 기 버터는 순수한 지방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저탄고지 식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완벽한 음식이고, 벌크업을 위해 많은 칼로리를 섭취해야 하는 헬스 중독자들에게도 좋은 음식이었다.
“지방은 나쁜 것 아닌가? 맛은 있지만 몸에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건 오해입니다.”
나는 길가메시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몸을 키우는 데 있어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각자 빠짐없이 그 역할이 중요했다.
단백질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근육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영양소였고 탄수화물의 중요성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설명해왔다.
“지방도 마찬가지로 중요하죠.”
몸에 안 좋다는 편견이 있는 지방도 마찬가지로 근육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단 지방은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보다 큰 열량을 가지고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들어내는 재료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방도 꼭 비율에 맞게 섭취해줘야 몸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누가 높으신 양반 아니랄까 봐 입맛 까다롭기는. 그냥 주는 대로 먹어!”
“너는 아무 생각 없이 먹으니까 매번 그렇게 살이 찌는 거야! 매번 지방 태우는 데 보내는 시간이 얼마야?”
어휴, 이 양반들 진짜 친한 거 맞나 모르겠네.
나는 다시 티격태격하는 길가메시와 헤라클레스를 내버려 두고 요리에 집중했다.
첫 번째는 기 버터를 팬에다 녹이는 것이었다.
보통 버터를 녹이면 흰 거품이 끓어오르기 마련인데, 기 버터는 이미 한 번 정제한 버터였기에 깔끔하게 녹는 걸로 끝났다.
나는 그렇게 녹은 기 버터 위에 신선한 던전 귤을 하나 잘라 그 즙을 쫙 짜 넣었다.
“음, 향이 좋네.”
버터 향과 레몬 향이 섞여서 퍼지면 그걸로 소스는 완료.
나는 다른 팬 위에 마감람유와 약간의 기 버터를 넣고 다시 녹였다.
이번에는 틸라피아를 구울 차례였다.
“이렇게 부서지지 않게, 살짝 올리면,”
치이이익!
달궈진 기 버터와 마감람유 위에서 아몬드 가루를 입힌 틸라피아 살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익기 시작했다.
너무 고온에서 구우면 살은 안 익고 겉에 묻힌 아몬드 가루만 타버리는 참사가 벌어지니 적당한 온도에서 굽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약한 불에서 천천히 틸라피아를 굽는 동안, 나는 미야에게 틸라피아 스테이크와 곁들일 가니쉬를 부탁하기로 했다.
“미야, 아스파라거스랑 브로콜리를 데쳐줄래요?”
“네, 마스터.”
미야가 주방에서 마철성이 심혈을 기울여 키워낸 아스파라거스와 브로콜리를 가져와서 끓는 물에 데쳤다.
아스파라거스는 요산을 배출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단백질을 과도하게 먹어서 통풍을 고질병으로 앓는 헬스 중독자들에겐 아주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브로콜리에도 여러 좋은 성분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효능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활동을 억제하고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활동을 촉진해 근육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었다.
“데친 아스파라거스와 브로콜리를 소금으로 간해서 기름 두른 팬에 살짝 볶을게요.”
“그거 좋네요.”
두 채소 모두 단지 삶기만 하면 특유의 향이 강해져서 채소를 싫어하는 사람은 질색한다.
“윽.”
“으윽.”
저거 봐봐.
당장 길가메시랑 헤라클레스가 녹색 채소를 보며 질색하고 있잖아.
하지만 짧게 데쳐준 다음 기름으로 살짝만 볶아줘도 수분이 날아가고 지방이 더해져서 고소한 맛이 살아나기에 채소를 볶는 건 좋은 선택이었다.
“역시 미야에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이라니까.”
“다 마스터의 가르침이 좋아서 그런 거죠.”
채소를 볶는 미야의 손놀림이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지 한층 더 경쾌해졌다.
나는 가니쉬는 미야에게 완전히 맡기고, 다시 틸라피아 스테이크에 집중했다.
“좋아, 노릇노릇하게 잘 익었네.”
나는 양면 다 옅은 갈색으로 노릇하게 익은 틸라피아 스테이크를 꺼내어 접시에 담았다.
그러곤 아까 만들어 놓은 기 버터와 던전 귤즙 소스를 그 위로 스르륵 부었다.
“던전 파슬리 가루랑 슬라이스한 던전 귤을 놓아주면, 끝!”
“가니쉬도 완성됐어요, 마스터.”
기 버터 소스가 예쁘게 부어진 틸라피아 스테이크 옆으로 잘 볶아진 아스파라거스와 브로콜리가 예쁘게 놓였다.
누군가에겐 단순히 단백질과 지방을 보충하기 위해 꾸역꾸역 먹는 음식이지만, 이렇게 조금만 신경 쓰면 보기만 해도 예쁘고 맛보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요리로 재탄생 할 수 있었다.
당장 저 둘만 봐도.
“크흠!”
“크흐음!”
꼴깍꼴깍 넘어가는 침 소리를 숨기기 위해 연신 헛기침을 하고 있었으니까.
아까 알리오, 올리오 에 익스플로지오네를 그렇게 먹은 성좌들이라곤 믿을 수가 없네.
그래도 많이 먹으면 나야 기쁘지.
“기다리셨죠? 드셔보세요.”
나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들 앞에 틸라피아 스테이크를 내어놓았다.
스르륵, 나이프를 가져대자마자 부드럽게 썰린 틸라피아의 살이 길가메시와 헤라클레스의 입으로 들어가자 맛을 본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맛있는 생선은 처음이군. 더 주게!”
“나도 더 줘! 고기보다 이게 더 맛있는걸?”
“어떠신가요. 만족스러우신가요?”
“암. 만족스럽고말고.”
“몸에 힘이 흘러들고 있다는 게 느껴져. 이대로 계속 먹으면서 운동한다면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을 자신이 들어.”
부스터부터 틸라피아 스테이크까지, 내가 오늘 준비한 식단은 단순히 영양분이 좋은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마력도 아주 풍부하게 깃들어 있었다.
그 마력도 내가 ‘염원’하면서 요리를 한 덕분에 더 좋은 효과로 거듭났고 말이야.
덕분에 전설급 성좌들을 맛뿐만 아니라 효과로도 만족시킬 수 있는 요리가 되었다.
그때였다.
[당신이 만든 ‘틸라피아 뫼니에르, 아스파라거스와 브로콜리를 곁들인(영웅급)’에 특수효과가 부여됩니다.] [특수효과 [근육 생성]. [호르몬 도핑], [독소 배출]이 적용됩니다.]평소라면 여기서 끝날 메시지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당신이 만든 ‘운동 중독자를 위한 코스 요리(전설급)’가 탄생했습니다.] [해당 코스를 먹은 존재에게 강력한 특수효과가 발생합니다.] [유니크 특수효과 [금강불괴]가 적용됩니다.] [유니크 특수효과는 모든 성계에서 오로지 당신만이 부여할 수 있게 됩니다.]코스 요리가 따로 등록된 것도 놀라운 데 따라온 특수효과는 더 놀라웠다.
근육으로 인한 몸 단련의 끝판왕, [금강불괴]가 내 요리로 부여되는 순간이었다.
조선의 조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