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7
17화. 그의 손에 쥐어지는 영업허가증
[경계를 넘나드는 안내자가 맛의 환희에 몸을 부르르 떱니다.]나는 고기를 한 점 먹고는 눈을 지그시 감고 맛을 음미하는 헤르메스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맛을 느낄 때 방해하면 그것도 예의가 아니거든.
한참을 그렇게 씹어서 입에서 고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난 뒤에야 감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와! 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운 건 처음인데?”
“그런가요?”
“응. 아무래도 우리를 숭배하는 인간들은 제단에 고기를 태워서 바치거든. 대부분 구운 고기라 맛은 있지만 질겨. 근데 이건 마치 양젖 치즈를 먹는 것처럼 부드러워.”
헤르메스는 거기까지 말하곤 못 참겠다는 듯 고기를 몇 점씩 집어서 입에 집어넣었다.
겉으로 보기엔 십 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헤르메스라서 고기를 입에 가득 넣고 오물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겉절이를 가리켰다.
“조금 매울 수 있는데 고기랑 함께 드셔보세요. 느끼한 맛을 잡아 줄 겁니다.”
내 말에 헤르메스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겉절이와 수육을 함께 먹었다.
그리곤 이번엔 눈가를 촉촉이 적시는 게 아닌가.
“매, 매워! 물!”
이런, 헤르메스는 맵찔이였구나.
폭렬초 열매 가루를 살짝 넣었는데 그게 크게 매운 모양이었다.
나는 물을 그의 앞에 가져다주며, 매운맛을 진정시킬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럴 땐 먼저 고기만 드신 뒤에 밥을 크게 한 숟가락 떠서 드셔보세요. 꼭꼭 오래 씹으시고요.”
“······후아, 죽는 줄 알았네.”
고기의 지방이 매운맛을 녹여버리고 밥알이 입안의 매운맛을 닦아주면 매운 것도 금방 진정된다.
내가 알려준 대로 하고 나자 헤르메스가 살았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눈물이 글썽거리면서도 다시 겉절이를 집네?
“매운데 이상하게 자꾸 손이 가네.”
매워하면서도 겉절이를 먹고 다시 급히 고기와 밥을 먹는 걸 반복하는 헤르메스.
그렇게 겉절이 한 접시를 다 비우고 리필까지 요청했다.
“아레스한테 가서 자랑해야겠어. 그 자식은 자기가 형이라고 매번 날 애 취급하거든? 아마 아레스라도 이건 못 먹는다. 장담해.”
그러곤 깨끗이 비운 겉절이 접시를 들어 마치 인증사진을 찍듯이 상태창으로 사진을 찍는 헤르메스.
······배추겉절이 가지고 이러면 폭렬 제육볶음 2단계만 되어도 엉엉 울겠는데?
나는 새 배추겉절이를 가져다주며 쌈도 권했다.
“상추 위에 깻잎을 올리고 고기와 고추, 마늘을 올린 뒤 함께 먹어보세요. 겉절이를 조금만 같이 넣어도 좋습니다.”
“으으읍! 이어 애악, 애악!(이거 대박, 대박!)”
눈을 휘둥그레 뜨며 쌍 따봉을 날리며 극찬하는 헤르메스.
쌈장이 없어서 아쉽지만, 고기가 워낙 맛있으니 그대로만 먹어도 충분히 맛있는 한 쌈이 되었다.
역시 고기는 신선한 쌈채소랑 같이 먹어야 제맛이지.
그렇게 헤르메스가 때로는 고기만, 때로는 겉절이와, 또 때로는 쌈으로 즐기다 보니 순식간에 수육 백반 1인분이 깔끔하게 비워졌다.
“맛있게 드셨어요?”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헤르메스에게 물었다.
요리사로서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지면 언제나 뿌듯한 법.
그런데 돌아오는 헤르메스의 대답은 그렇지 못했다.
“아니.”
“네?”
“양이 모자라. 더 줘.”
“모자라신다고요?”
바, 방금 1인분을 싹 비웠는데?
헤르메스는 씨익 웃으며 당황해하는 날 보았다.
“내가 태어나서 바로 한 게 뭔지 알아? 아폴론 형님의 소 50마리를 훔쳐서 그 중 두 마리를 신들에게 제물로 바친 뒤에 내가 다 먹었어. 당연히 모자라지.”
갓 태어난 헤르메스는 아폴론이 기르던 신성한 소 50마리를 훔쳐서 두 마리를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고 고기를 자신이 다 먹어치웠다고 한다.
남은 48마리는 화가 나서 찾아온 아폴론에게 돌려줬다나?
도둑과 꾀의 신인 헤르메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신화였지만, 나는 다른 것에 놀랐다.
아니, 갓난아이가 소 두 마리를 먹어 치웠다니.
당연히 수육 1인분으로는 턱도 없겠네.
헤르메스가 숟가락을 들어 땡! 하고 그릇을 두들겼다.
“고기 더 있지? 더. 줘.”
“······알겠습니다.”
나는 눈물을 감추고 내가 먹으려고 남겨뒀던 수육을 모조리 내와야 했다.
“흐으, 맛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고기 한 점까지 목살 1kg을 모조리 먹어 치운 헤르메스는 여전히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합격.”
“네? 합격이라뇨?”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헤르메스는 품에서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내면서 히죽 웃었다.
“내가 여길 왜 왔을 거라고 생각해?”
“그야 식당엔 밥 먹으러 오죠.”
“그것도 맞아. 근데 이유가 하나 더 있어.”
식당에 밥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면 무슨 이유로 온단 말인가.
헤르메스는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킨 다음 내게 물었다.
“내가 무슨 신?”
“전령의 신, 그리고······.”
“상업의 신이지. 거기에 나그네와 도둑, 상인의 수호신이자 양치기의 신이며, 발명의 신이자 음악의 창조신이면서 동시에 경계의 신이고 죽은 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사자 겸 다산의 신.”
손가락을 몇 번이고 꼽으면서 이어진 길고 긴 자기소개가 끝난 뒤, 헤르메스가 다시 손가락 하나를 폈다.
“상업의 신, 헤르메스의 권한으로 네가 성좌들을 상대로 식당을 운영하는 걸 허가한다는 소리야. 주방의 청결, 재료의 신선도, 요리의 맛과 접객 서비스까지. 모두 합격이야.”
“······감사합니다.”
나는 헤르메스의 칭찬 및 합격 통보에 나도 모르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런데 잠깐, 이거 허가가 필요한 일이었어?
“허가 같은 것도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 상업의 신인 내 앞에서 설마 무허가 영업을 하려고 했던 거야?”
짓궂은 표정으로 날 보며 씨익 웃는 헤르메스.
아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식당을 운영하려면 당연히 영업 허가나 신고를 해야 하고 보건증도 따놓아야 하니깐.
헤르메스는 그냥 손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영업 허가를 해주러 온 성좌 세계의 공무원이었다.
“잠깐만, 그럼 지금까지는요?”
내가 카인이나 스루드, 하데스 부부에게 요리를 해준 것에 관해서 묻자 헤르메스는 걱정하지 말라며 피식 웃었다.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요리해주고 보답받는 거야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 그런데 이렇게 식당을 차려서 정식으로 장사를 하면 그때부터 내 소관이 되는 거야.”
헤르메스는 거기까지 말하고 나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큰아버지 말을 듣고 널 유심히 지켜보다가 영업 시작하자마자 와서 다행이지, 나 말고 다른 상업의 신이 발견했으면 큰일 났을걸?”
고지식하기로 유명한 가네샤가 알았다면 경을 쳤을 거라면서 말하는 헤르메스.
누구도 통과시키지 말라는 어머니의 명령에 자기 아버지도 막아섰던 신이 가네샤였다.
하필 그 아버지가 파괴 신 시바였고 덕분에 목이 잘려 나갔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규칙을 어기지 않았던 가네샤니, 나를 절대 봐주지 않았을 거라나.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와, 이거 몰랐으면 그대로 성좌한테 천벌을 받았겠네.
그런 나를 보며 헤르메스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내 어깨를 두드렸다.
“사실 인간이 성좌들에게 뭘 판다는 건 우리 쪽에서도 극히 드문 일이라서 말이야.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니 네 잘못은 아니지.”
헤르메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건네준 양피지를 가리켰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정식 영업허가증을 받았잖아? 그럼 된 거지. 한번 펼쳐서 읽어 봐.”
헤르메스가 건넨 양피지를 받아 펼쳐보자 복잡한 신어(神語)가 쓰여 있었다.
다행히 그 신어들은 헤르메스가 딱, 손가락을 튕기자 내가 볼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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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허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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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명 : 연성이네 신야식당
소재지 : 지구, 한국, 서울
대표자 : 도연성(인간, 필멸자)
영업장 : 연성이네 내부 테이블(1개)
영업의 종류 : 식품접객업
영업의 형태 : 성좌음식점
성좌 상거래법 제11조 제25항에 따라 그리스 상업의 신 ‘헤르메스’가 해당 업장의 영업을 허가함.
(사) 상업 성좌협회장 레이디 나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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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생각보다 본격적이네.
어쨌든 이걸 받았으니 이제 걱정 없이 영업해도 된다는 거구나.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헤르메스에게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그가 신경 써준 덕분에 천벌 받는 일도 없이 정식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 거니까.
헤르메스는 그런 나를 보며 손을 내저었다.
“에이, 뭘. 네 요리가 맛있어서 정식 허가를 내린 거야. 기준 미달이었으면 그거 안 줬을 거니까.”
헤르메스가 영업 허가를 내주는 기준은 두 가지.
첫 번째는 성좌들이 먹을 수 있는 요리인지였고 두 번째는 맛이 있냐였다.
“사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거 굉장히 중요하거든. 악 성향 성좌들 같은 경우에는 맛이 없으면 이 일대를 그냥 태워버릴걸?”
“그, 그렇군요.”
아까보다 한층 더 섬뜩한 느낌이 등줄기를 스쳤다.
지금까지 좋은 성좌들만 만나서 그런가, 악 성향 성좌들이 진상 손님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었으니까.
아무리 ‘신야식당’에서 성좌가 먹는 행위 외에 다른 능력을 행사할 수 없다지만, 돌아가서 해코지를 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잖아?
“뭐, 네 요리 실력이라면 그럴 성좌는 없어 보이지만 말이야.”
“하, 하하······.”
다르게 말하면 요리가 맛이 없으면 성좌의 불벼락이 내릴지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아니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내가 요리를 맛있게 잘하면 성좌들이 난리 칠 일은 없다.
성좌 카인도 따지고 보면 악 성향의 성좌에 가까웠는데 내 코카트리스 삼계탕을 먹고 멋진 보상까지 줬으니까.
“하여튼 큰아버지랑 페르세포네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서 와본 건데 이렇게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줄 몰랐네.”
“맛있으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러니 나도 보상을 줘야겠지.”
음? 보상은 영업하가증이 아니었나?
내 의문에 헤르메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말 그대로 테스트였고. 내 입맛을 충족시켜줬으니 그에 맞는 보상을 줘야지. 어디 보자, 뭐가 좋으려나?”
헤르메스가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작은 석상 하나를 꺼냈다.
꼬마 캐릭터 피규어처럼 귀엽게 생긴 헤르메스의 석상이었다.
“귀엽네요. 신상(神像)인가요?”
“보통 신상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기능이 있는 신상이지.”
“네?”
“당장은 비밀. 나중에 잘 쓰게 될 거야.”
헤르메스는 눈을 찡긋거리곤 테이블 위에 자신의 신상을 놓고 갔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맛있게 잘 먹었어. 다음에 시간 나면 또 올게!”
내게 작별 인사를 마치자마자 헤르메스의 모습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창문 너머로 동이 트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나?
성좌의 영역으로 불려갈 때랑 다르게 여기에선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르는 탓에 그새 새벽이 된 모양이었다.
꿈만 같던 밤이었네.
“이거 현실 맞지?”
신화급 성좌가 내 식당에 찾아와 내가 요리하는 걸 지켜보고 내 주방을 점검한 다음에 요리를 맛있게 먹고 영업 허가를 해주고 떠났다니.
내 손에 남아있는 영업허가증과 헤르메스가 깨끗이 비운 수육 정식 접시가 아니라면 꿈이라고 해도 믿었을 거다.
하지만 아직도 잘 안 믿기는데?
내가 얼떨떨한 나머지 아직도 볼을 꼬집고 있을 때였다.
부르르!
헤르메스가 두고 간 꼬마 헤르메스 신상이 부르르 떨리면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쾌활한 그의 목소리가 신상에서 흘러나왔다.
[배달의 성좌! 요기에서 먹지요! 성좌 잇츠! 예약받아요!]놀랍게도 헤르메스가 주고 간 건 성좌 전용 예약 어플, 아니 예약용 신상이었다.
나는 당황했지만, 일단 신나게 지팡이를 휘두르는 헤르메스의 신상을 톡 눌렀다.
[야호! 잘 들려? 나야 나, 헤르메스. 테스트 겸 연락해봤어. 앞으로 성좌들이 이걸 통해서 연락하게 될 거야. 바빠지겠네?] [아, 충고하는데 장사 실적을 높여서 테이블을 늘리는 게 좋을 거야. 그럼 이만!]자기 할 말만 하고 툭 끊어지는 헤르메스의 목소리.
어처구니가 없어진 나는 한동안 말없이 신상을 바라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단 잘까.”
성스러워야 할 신상이 예약용 알림기가 되어버린 상황을 받아들이느니 일단 자는 게 낫지 않을까.
밤새 손님을 받았으니 내일, 아니 날이 밝았으니 오늘은 가게를 좀 늦게 열어야겠다.
나는 오후부터 영업한다는 안내문을 써서 가게 문에 붙여놓고는 2층 내 방으로 올라갔다.
[배달의 성좌! 요기에서 먹지요! 성좌 잇츠! 예약받아요!] [배달의 성좌! 요기에서 먹지요! 성좌 잇츠! 예약받아요!] [배달의 성좌! 요기에서 먹지요! 성좌 잇츠! 예약받아요!]그때까지 나는 몰랐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성좌들이 내 식당을 예약하려고 엄청나게 싸우고 있다는 걸 말이다.
입 다물고 내 돈이나 가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