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반디오니소스 연합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닝겐!”
디오니소스랑 승부할 생각에 내가 씨익 웃자 라구티스가 기겁하며 나를 말렸다.
사색이 된 건 라구티엔도 마찬가지였다.
“서방님 말이 맞아요. 디오니소스는 무서운 신······이예요.”
말하다가 문득 내 옆에 디오니소스와 같은 신화 속 성좌이자 올림포스 동료이며 배다른 형제인 헤르메스가 있다는 걸 깨닫고 라구티엔이 말을 흐렸다.
하지만 헤르메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 주정뱅이가 이상하다는 것쯤은 나도 익히 잘 알고 있으니 말 안 가려도 돼. 진짜루.”
“그, 그렇군요.”
라구티엔이 정말 말해도 되나 싶은 표정을 짓고 있기에 내가 나서서 물었다.
짧지만 그동안 지켜봐 온 결과 헤르메스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진짜 솔직히 말해도 된다는 소리거든.
“대체 그 성좌가 어떻길래 이렇게 말리시는 겁니까?”
“그자는······.”
라구티엔이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독재자예요. 아주 오랫동안 양조 성좌협회를 지배해 왔어요.”
음? 디오니소스가 독재자라고?
나는 당황하면서 라구티스와 라구티엔이 입을 모아 설명하는 양조 성좌협회의 이야기를 들었다.
* * *
신화 단위로 구성되는 ‘성계’를 제외하고, 성좌들은 다양한 모임과 집단을 만들어왔다.
예를 들면 한반도 출신 성좌들끼리 모인 ‘한반도 성좌 연합’이라던가.
드물게 헤임달과 이리스가 만난 것처럼 성계 간의 모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성계 안팎으로 서로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임과 달리 꽤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모임을 ‘성좌협회’라고 불렀다.
이런 성좌협회의 대표적인 예로는 우선 헤르메스와 가네샤가 소속된 상업 성좌협회가 있었다.
전 우주의 성계와 성좌들이 ‘성좌 마켓’이라는 하나의 장소에서 거래와 교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이들.
성좌들은 ‘성좌 마켓’을 통해서 물건을 주고받고 게시판을 이용해 커뮤니티 활동까지 하고 있었다.
심지어 헤르메스가 그렇게 목메는 갓튜브도 이 성좌 마켓의 기능 중 일부분이었다.
이미 성좌들은 ‘성좌 마켓’을 벗어나선 살 수 없는 지경.
“엣헴. 우리보다 권한과 권력이 더 큰 협회는 딱 한 군데밖에 없다고.”
“거기가 어딘데요?”
“전 우주 방······, 아냐, 이건 아직 네가 알면 안 되는 지식이야.”
헤르메스는 무심코 대답하려다 화들짝 놀라며 입을 닫았다.
그 협회가 뭔지 궁금하긴 했지만, 더 묻진 않았다.
뭐, 성좌가 아닌 내가 알아선 안 될 사항이 한두 개겠어?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 다시 헤르메스에게 물었다.
“아무튼, 양조 성좌협회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협회라는 거죠?”
“닝겐 말이 맞아.”
대답은 라구티스가 해왔다.
우리 꼬마 신랑 성좌님은 어린 얼굴에 어울리지 않은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었다.
“보통 성좌들이 평소에 잘 먹고 마시지 않는다는 건 알지?”
“네. 제가 장사를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성좌들은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
모순이지만, 신이라고 해서 영원불멸의 상태를 언제까지고 유지할 수는 없는 법.
영원히 영원불멸의 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그 격에 어울리는 음식과 음료를 먹어서 신체(神體)를 유지해야 했다.
“그 격과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먹는 음식들이 있어.”
“너도 먹어봤지?”
헤르메스의 말에 나는 바로 감이 왔다.
“넥타르로군요?”
“그래.”
넥타르, 암브로시아, 소마, 암리타, 이둔의 황금사과, 천도, 그리고 에덴동산의 생명나무의 열매 등등.
신들에게 불로불사의 몸을 주며 그들이 영원할 수 있게 해주는 영약들은 유명한 신화마다 존재했다.
그리고 이는 절대 인간이 손을 대선 안 되는 금기의 음식이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먹으면 불로불사를 유지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맛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들이라서.”
헤르메스의 말대로 불로불사의 영약들은 대부분 음료거나 과일이었다.
넥타르, 암리타, 소마는 모두 음료였고, 황금사과나 천도, 생명나무의 열매는 과일이었으니까.
때문에, 마시거나 과일을 먹는 것 외에는 먹는 방법이 없었다.
“암브로시아는 좀 다르긴 하지만······.”
헤르메스의 말에 따르면 암브로시아는 음식이 아니라 기름에 가깝다고 한다.
인간들이 바친 공물에 암브로시아 기름을 뿌려서 먹는 걸로 모자란 마력을 대체한다나?
어쨌든 그 자체로 음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들에게는 아쉽긴 마찬가지.
거기다 예전처럼 공물로 음식을 바치는 일이 거의 없어진 현대에 와선 그 암브로시아를 뿌려 먹을 음식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먹는 건 매일 같은 음료와 과일.
거기에 예전처럼 암브로시아를 뿌려서 먹을 인간들의 음식도 없는 성좌들은 입이 심심해졌다.
먹지 않아도 죽지 않지만, 습관처럼 뭔가를 자꾸 먹고 싶어졌던 것.
그런 그들에게 마력과 격도 모자라지 않고 성좌들에게서 구할 수 있는, 그리고 맛도 좋은 대체 수단이 딱 하나 있었다.
“그래서 술이 중요해졌어요.”
술은 예로부터 제사와 성무에 필수적으로 사용되어왔다.
유교의 제사에서는 항상 조상께 술을 바쳤고 기독교의 성찬식에서는 포도주가 빠질 수 없었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샤먼들은 술과 환각 버섯을 먹고 황홀경에 빠져 신과 접촉하는 임무를 맡아왔었으니까.
때문에, 인간에게 받는 공물이면 충분했기에 수가 몹시 적었던 요리의 성좌들에 비해 술을 관장하는 성좌는 꽤나 남아있었다.
그런 성좌들이 자신들의 인지도를 키우기 위해 다시 술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영역에서 자라는 곡물과 과일로 술을 만들고 성좌 마켓에 팔면서 성좌들은 술을 점점 찾게 되었죠.”
라구티엔의 설명을 들으니 나도 하나 떠오르는 게 있었다.
연준이 녀석의 스승인 여동빈과 종리권, 이철괴가 찾아왔을 때, 내게 선물해줬던 [오석검남춘].
보통 신선들이 가지고 있는 영약은 단약이었기에 ‘왜 술을 준 거지?’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성좌들 사이에서 술이 유행했기에 영약도 술로 만든 모양이네.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라구티엔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성좌들이 술을 찾을수록 양조 성좌협회는 점점 그 영향력과 인지도가 커졌어요. 그리고 작은 변화가 생겼죠.”
“작은 변화라뇨?”
“협회 내의 서열이 실력순으로 바뀐 거예요.”
성좌들에게 술이 팔릴 때마다 스타 코인, 즉 성좌력이 쌓인다.
그렇게 되니 성좌들에게 더 인기 있고 높은 격을 가진 술을 만드는 성좌가 점점 협회 내에서 권력을 쥐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두각을 보인 성좌가 바로,
“디오니소스 님이군요?”
“맞아, 닝겐. 정말 순식간에 협회장 자리를 차지했어.”
다들 술의 신이라지만, 온전히 술만을 권능으로 가진 성좌는 드물었다.
대부분 다른 권능이 메인이었고, 술은 거드는 정도.
당장 라구티스도 ‘발효’의 권능이 메인이었고, 맥주는 그다음이었다.
라구티엔 벌꿀 술 미드(mead)의 여신이긴 했지만, ‘빵’ 발효가 더 중요한 권능이었고 말이야.
반면,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와 광기, 축제, 황홀경, 야성의 신이었다.
전부 포도주와 관계된 권능으로 술에 취하면 찾아오는 광기와 황홀경, 야성, 그리고 술이 없이는 진행할 수 없는 축제 등 모든 권능이 술과 관련된 신이었다.
거기에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인 신화급 성좌로 그 자신의 격도 높은 존재.
훗날 등장한 디오니소스 밀교에서 그는 ‘자그레우스’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제우스의 뒤를 이어 올림포스를 지배할 예정이며, 오르페우스 밀교에서는 그의 지배를 마지막으로 신들의 지배가 끝나리라고 예언했다.
즉, 최후이자 마지막 주신이 될 디오니소스의 성좌력은 끝없이 강력했기에 그가 만드는 술도 그 품질이 어마어마하게 좋았다는 게 라구티스와 라구티엔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원래 협회장이었던 □□□□□께서 자리에서 물러나셨어요.”
“네? 누구요?”
“□□□□□······, 당신에겐 들리지 않나 보네요.”
전혀 들리지 않는 단어에 라구티엔의 얼굴이 우울해졌다.
그런 각시를 대신해서 라구티스가 역시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2만 년 전, 인간이 아직 돌을 깨서 도구로 사용하고 있을 때 등장하신 아주 오래된 신이셔.”
“2만 년 전이라니······.”
원래 성좌들의 협회는 가장 오래된 성좌가 협회장을 맡는 게 관례.
예를 들어 협회는 아니지만, 한반도 성좌 연합의 수장은 한반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성좌, 단군이었다.
단군보다 오래된 성좌라고 할 수 있는 환웅은 ‘한반도 성계’의 수장이고.
협회 중에서의 사례로는 상인 성좌협회의 협회장, 레이디 나가르가 있었다.
그녀는 시리아에서 상업으로 번성했던 도시, 나가르의 수호여신으로써 관장하는 권능도 상업이었다.
기원전 4천 년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6천 년 전에 상업의 성좌가 되었기에 가장 오래된 상업의 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원래 양조 성좌협회의 협회장 역시 가장 오래된 술의 신 □□□□□이었다고 한다.
“아프리카 남쪽에서 머물던 그분은 곰이 파먹고 남은 벌집에 비가 고여 발효된 최초의 벌꿀 술을 발견하셨고 신이 되셨지.”
거기까지 말한 라구티스는 벌꿀 술의 여신 라구티엔을 애처롭게 보았다.
“내 각시의 직속 선배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디오니소스에게 밀려나신 후, 잊혀진 신이 되어버렸죠.”
□□□□□는 지금 우리가 흔히 ‘부시맨’이라고 알고 있는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 코이산족이 믿던 여신이었다.
너무 오래된 탓에 코이산족도 얼마 남지 않았고 그들도 옛 종교를 대부분 잊었기에 □□□□□의 인지도, 즉 성좌력은 별로 남아있지 않던 상황.
양조 성좌협회의 협회장으로서 간신히 유지하던 인지도가 협회장에서 쫓겨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설마 소멸하신 건······.”
성좌들이 소멸하는 순간은 성좌력이 0이 되어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을 때.
즉, 완전히 잊혀진 신이 되었을 때 죽게 된다.
내 물음에 라구티스와 라구티엔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즉, 디오니소스는 자신이 협회장이 됨으로써 한 성좌를 소멸시켜버린 것이었다.
“아니, 대체 그 협회장이라는 자리가 뭐라고······.”
“인지도를 쌓고 성좌력을 모을 수 있는 아주 대단한 자리지.”
내 당황과 분노에 대답한 건 헤르메스였다.
그는 굳은 내 표정을 보며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같은 성계도 아니고 약소 성계의 성좌가 죽는 것 정도는 거뜬히 무시하고도 남을 자리긴 해. 나는 그러지 않았지만.”
디오니소스와 마찬가지로 영향력과 성좌력으로는 당장 상인 성좌협회장인 레이디 나가르를 쫓아내도 될 헤르메스였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선택은 하고 싶지 않다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쯤 되는 성좌라면 소모하는 스타 코인의 양도 많아. 내가 왜 갓튜브에 그렇게 사력을 다하겠어. 성좌력을 보존하려면 계속 벌어야 하거든.”
헤르메스와 동급인 디오니소스 역시 소모되는 성좌력을 채우기 위해 양조 성좌협회장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소리였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격이 떨어지고 말 테니까.
“······성좌들이라고 항상 빛나는 건 아니군요.”
“우리라고 별수 있겠어?”
헤르메스의 씁쓸한 대답 뒤에 입을 연 건 라구티스였다.
“그러니 이 내기는 받아들이지 마. 디오니소스는 자기 눈에 거슬린다면 같은 성좌라도 소멸시키는 무서운 자야. 하물며 닝겐 출신 권속인 그대한테 어떤 벌을 내릴지 모르겠어.”
라구티스 말고도 라구티엔, 헤르메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정도 듣고 왜 말리는지도 알았다.
그런데 영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저는 평생을 먹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요리를 만들며 살아왔습니다.”
“그건 우리가 잘 알지.”
“만약 제가 손님을 행복하게 하려고 다른 식당을 망하게 만든 뒤, 제 요리만 제공한다면 과연 손님들은 행복해할까요?”
자, 손님. 제가 옆집 식당을 망하게 만들었으니 이제 고민할 필요 없이 제 식당에서 편하게 드시면 됩니다.
으하하하! 아니? 왜 안 드세요?
······내가 생각해도 천하의 사이코패스가 따로 없네.
아무리 경쟁이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
원래 주방 너머를 엿보면 밥을 먹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지만, 내가 만든 요리에 다른 누군가의 눈물이 섞여 있다면 어떤 손님이 그걸 좋아할까.
그런 점에서 디오니소스는 내 기준, 제대로 된 요리사가 아니며 주조사도 아니었다.
“그런 사람에게 요리와 술로 지는 건 싫네요.”
“아니,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기를 포기하랬지, 지라는 게 아니잖아?”
“그게 그겁니다. 결국엔 지는 거죠.”
헤르메스가 무슨 이런 또라이가 있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지금은 식당 사장이라서 얌전히 있지, 학교에서 요리 배울 때 내 별명이 요리의 듀얼리스트, 암흑 요리사 탈곡기였어.
요리에 장난치는 기본도 안 되어 있는 것들에게 요리 배틀을 신청해서 죄다 박살 내고 다녀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그자가 만든 술에는 죽어도 안 질 겁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눈에 불똥을 튀기며 헤르메스를 바라보았다.
“여러분도 도와주실 거죠?”
“나는 좀······.”
형제라서가 아니라 공정한 상업의 성좌로서 내기에서 누군가의 편을 드는 게 어렵다는 헤르메스.
그의 위치를 충분히 이해했기에, 나는 라구티스-라구티엔 부부를 보았다.
“······.”
“······.”
둘은 잠시 서로를 보더니 결심을 굳힌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도와줄게, 닝겐.”
“저희가 도울 수 있는 건 모두 도와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맥주와 벌꿀 술의 성좌 부부의 협력을 얻은 나는 씨익 웃었다.
술은 곡물과 효모, 그리고 시간이 빚어내는 알코올음료.
[발효 균체 군단]과 [숙성의 수레바퀴]의 원본을 들고 있는 두 신의 협력이 있다면 내가 장담하는데 못 만들 술이 없다 이거야.“그럼, 먼저 술을 만들어 볼까요? 처음은 역시 벌꿀 술이랑 맥주겠죠.”
자, 디오니소스의 포도주에 대항할 멋진 술을 만들어 보자고.
미인 벌꿀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