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마이야르 갈비찜
“요리하는 걸 보여주려면 주방이 필요하겠는데······.”
명절 음식은 ‘연성이네’에서 해서 가지고 왔다지만, 성좌들 앞에서 요리를 하려면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 엄청난 성좌들을 데리고 손님이 아닌 채로 ‘연성이네’로 데려갔다간,
“현실 세계에 엄청난 영향이 갈 겁니다, 사장님.”
“에녹 씨의 말이 맞아요.”
에녹의 말대로 우리 동네에 핵폭탄이 떨어진 것만큼 문제가 커질 터였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눈을 감고 [도원향]에 있는 ‘연성이네’의 주방을 상상했다.
[도원향]은 무려 서왕모가 내게 준 S급 던전과 동급의 아공간.거기다 [도원향]이라는 공간의 특성은 옛사람들이 꿈꾸던 ‘이상향’이었다.
그때문에 이곳에 있는 모든 건물은 내가 상상하는 대로 생겨난다.
“사장! 여기에 ‘연성이네’가 똑같이 생겨났어!”
“혹시나 해서 해봤는데 되네.”
눈을 뜨자 내 뒤편으로 ‘연성이네’와 똑같은 건물이 생겨났다.
식당 안의 인테리어나 주방 도구들도 모두 그대로였다.
“이거라면 충분히 요리를 할 수 있겠네요.”
낯익은 주방의 등장에 미야도 반가운 표정을 하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사장, 그런데 왜 증류기는 이렇게 안 만든 거야?”
“······.”
아뿔싸! 증류기도 이렇게 만들었으면 되는 거였구나!
라고 당황하던 나는 곧 침착을 되찾았다.
“여기에 있는 도구들은 다 내게 익숙한 거지만, 저 증류기는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떠올려도 못 만들었을 거야.”
“······그런 걸로 하지, 뭐.”
아니, 진짜라니까?
증류기보다 더 익숙한 소줏고리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증류기를 들여놓느라 고생했던 천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보니 억울해졌다.
내가 그러고 있는 사이, 어느새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지금 공간에 건물을 창조한 건가요?”
“인간 출신 권속이 이 정도로 공간 지배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급 성좌들보다 더 나은 것 같군. 뛰어난 성좌가 될 거라던 라구티스와 라구티엔의 말이 허언은 아니었어.”
음?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내가 눈을 끔뻑끔뻑 뜨면서 성좌들을 바라보자, 헤르메스가 다가와서 속삭였다.
“넌 지금 성좌들 앞에서 이 공간이 ‘네 영역’임을 확실히 보여준 거야.”
“네?”
“공간을 마음대로 다루는 것. 그것이 성좌가 자신의 영역을 지배하는 첫 번째 단계거든.”
아니, 나는 그냥 필요해서 주방을 만든 건데 이게 성좌의 능력이라고?
나는 당황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에이, 제게 그런 능력 없습니다. 서왕모 님께서 주신 이 공간만의 특성인걸요. 처음부터 이랬어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도 이 아공간을 처음 설치할 때부터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니 내가 성좌 정도의 능력을 가져서 그런 건 절대 아닐 거다.
······아니겠지?
내가 힘껏 부정해도 실실 웃으면서 ‘얘가 성좌가 되는 순간 갓튜브 영상 찍어서 올려야지.’라고 중얼거리는 헤르메스를 보니 갑자기 불안해지는데.
“시끄럽고. 그래서 요리는 언제 보여줄 거지?”
이상하게 갑자기 초조해진 듯한 디오니소스가 짜증을 부리며 나를 재촉했다.
그 모습이 꼴 보기 싫었지만, 요리를 빨리 해야 하는 건 맞았기에 나는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마스터, 뭐부터 준비할까요?”
“힘쓰는 일은 맡겨줘!”
손님을 안내하는 에녹, 내 주방 보조를 서는 미야, 잡일 하는 천오도 익숙하게 주방과 홀에 들어서서 자신의 위치로 향했다.
우리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연성이네’ 포지션이었다.
“하, 이제야 좀 안심이 되네요.”
“그쵸? 다른 성좌들 앞에서 요리가 아니라 술을 만드는 마스터는 좀 긴장한 것처럼 보이더라구요.”
미야가 살포시 웃으면서 내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그녀의 말대로 진짜 긴장하고 있었던 듯 어깨 근육이 찌르르하고 아파왔다.
“고마워요. 이제 우리의 전장으로 돌아왔으니 제대로 요리해보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천오에게 [도원향] 밖의 진짜 ‘연성이네’에서 가져올 재료들을 알려주었다.
천오가 재료를 가져오는 동안, 나는 오픈 키친 바 앞자리에 앉은 성좌들을 상태로 설명에 들어갔다.
“혹시 비프 부르기뇽이나 비프스튜를 들어보신 분 계십니까?”
프랑스의 비프 부르기뇽.
영국의 비프스튜.
이 두 음식을 처음 먹어본 사람은 공통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생각이 하나 있다.
‘이거 갈비찜인데?’
맞다.
소고기를 양념에 재워서 수분에 푹 익혀낸 부드러운 고기 요리.
맛이 비슷할 수밖에 없지.
물론 다른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의 갈비찜은 뼈가 붙은 채로 핏물과 뼛가루를 뺀 뒤에 재료와 함께 넣어서 푹 쪄내는 방법이라면, 비프스튜나 비프 부르기뇽은 고기를 한번 구운 다음에 끓여내는 방식이었으니까.
“그래서 비프 부르기뇽과 비프스튜의 장점과 한국 갈비찜의 장점을 결합한 요리를 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결합한 거지?”
“고기를 구워서 맛을 끌어올린 다음, 갈비찜 양념으로 푹 익혀낼 겁니다.”
이른바 구운 고기 갈비찜이라는 거지.
나는 어느새 천오가 가지고 온 천우의 소갈빗살을 조리대 위로 올렸다.
한국식 갈비찜처럼 뼈가 있는 고기가 아니라 깨끗이 살만 발라낸 갈빗살이었다.
“뼈와 함께 익히다 보면 아무래도 뼈에서 나오는 불순물이 많아지거든요. 맛있게 먹으려면 살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물론 뼈를 손으로 잡고 뜯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오늘은 술과 함께 갈비찜을 즐겨야 하니까.
잔을 잡아야 할 손에 뭐가 묻는 건 좀 그렇지.
오늘의 컨셉은 술과 요리의 조화이기에 서로를 방해하는 요소는 배제하는 게 좋았다.
“우선 트리밍(trimming), 즉 고기의 쓸데없는 부분을 제거하면서 정리를 해줄 겁니다.”
나는 카인이 준 [최초의 검]을 꺼내 들어 고기의 비계 부분과 하얀 근막, 즉 실버스킨을 포 뜨듯이 깨끗하게 제거해주었다.
이걸 그대로 놔두면 질기기도 질기고 실버스킨이 과하게 수축되어서 고기 모양이 이상해지거든.
깨끗하게 정리한 고기는 지저분한 흰 부위 없이 선홍빛 마블링이 예쁘게 드러났다.
“그 뒤에는 딱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줍니다.”
“크기가 애매하네?”
“그렇죠? 스테이크처럼 큼지막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먹기 편하게 썬 것도 아니니까요.”
헤르메스의 질문에 나는 조금 두툼한 큐브 모양으로 썬 소고기에 던전산 암염과 향신료를 뿌려 시즈닝(seasoning) 하면서 대답했다.
“이 정도 크기는 되어야 겉을 맛있게 구우면서 속을 다 익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속을 안 익힌다고? 왜 그런 거지?”
이번엔 리베르 바쿠스의 물음.
나는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올리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겉을 노릇하게 구워주는 건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서 고기의 맛을 더 높여주기 위함이죠.”
고기의 표면에 강한 열을 가해서 단백질의 변성을 끌어내 색과 향을 추가해주는 마이야르 반응.
비프스튜는 고기에 밀가루옷을 입혀서 굽기에 마이야르 반응을 끌어내기가 힘들다.
물론 농후제인 밀가루를 입혀서 구우면 국물의 농도를 진하게 하고 고기에 국물의 양념이 더 잘 스며들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래도 구운 고기가 더 맛있다는 이유로 비프 부르기뇽 식으로 고기를 굽기로 했다.
“그리고 속을 익히지 않는 이유는,”
“이유는?”
“바로 이 술을 이용한 양념으로 푹 익혀서 고기 속에 스며들게 하기 위함입니다.”
다들 갈빗살에 정신이 팔려서 오늘의 메인인 술을 까먹으면 곤란하지.
나는 오크 소곡소주를 들어 보이며 씨익 웃었다.
“이 술 향이 깊이 밴 고기를 먹으면 느낌이 색다르실 겁니다.”
“술이 밴 고기라······.”
누가 주당들 아니랄까 봐.
리베르 바쿠스를 비롯한 성좌들이 신기해하면서 눈을 빛냈다.
사실 이건 특별한 레시피는 아니었다.
원래 비프 부르기뇽을 할 때 고기를 레드와인에 재워놓기도 하니까.
다만 오크 소곡소주는 도수가 너무 높기에 그렇게 하면 나중에 진짜 술맛밖에 안 난다.
위스키로 재워둔 고기를 구우면 딱 그렇게 되거든.
술 향이 날 듯 말 듯 은은하게 스며들게 하는 게 오늘 요리의 포인트였다.
“자, 이렇게 양면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를 옆으로 빼두고.”
겉면을 노릇하게 구워주는 시어링(searing)을 마친 고기를 잠시 놔두는 것을 레스팅(resting)이라고 한다.
새어 나온 육즙을 다시 가둔다는 이야기가 있다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고 겉면의 열기가 고기 내부까지 들어가 고루 익히는 기법이었다.
“양념을 만들 차례죠. 고기를 구운 기름 위에 각종 채소를 넣고 볶아줍니다.”
던전산 마늘, 양파, 파, 그리고 미야가 정성들여 기른 던전산 배까지.
배는 고기를 연하게 하는 연육 작용을 하고 향긋한 향기로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나는 우선 마늘을 노릇하게 구워준 뒤, 양파와 파를 넣어서 색이 변할 때까지 볶아주었다.
옆에서 미야가 손질해주는 배를 넣고 다시 살짝 구워준 뒤,
“비프 부르기뇽이나 비프스튜와는 가장 큰 차이가 여기서 나오죠. 간장 양념을 넣습니다.”
적정량의 간장과 던전 보석 벌꿀을 부었다.
이거야말로 궁극의 단짠단짠이지.
이미 소곡주와 판금 갑오징어 숙회 무침으로 단짠단짠의 묘미를 알게 된 성좌들이 침을 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분 정도 푹 끓여줍니다.”
간장과 구운 채소, 그리고 달콤한 꿀 향이 퍼지자 성좌들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암, 이 맛있는 냄새 앞에서 기다리는 건 고통이지.
화장실이 급한 사람들처럼 성좌들이 끙끙대는 동안 10분이 지나가고 나는 충분히 맛이 우러난 양념의 건더기를 모두 건져냈다.
“그것들은 안 먹어?”
“육수용 재료들을 건져내야 국물이 깔끔해지거든요. 이 배는 먹어도 되는데 드실래요?”
“응! 자, 각시도 먹어.”
“네, 서방님.”
내가 양념이 잔뜩 배어있는 배 한 조각을 주자 라구티스가 라구티엔과 나눠 먹었다.
“단짠단짠이야!”
“이것도 정말 맛있네요.”
“으으, 나도 다오!”
“저도요!”
라구티스와 라구티엔의 표정이 밝아지자, 다른 성좌들이 참지 못하고 배를 달라고 졸랐다.
나와 미야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간장에 졸여진 배를 썰어서 간식으로 나누어주었다.
“음, 이것만으로도 술안주로 훌륭한데?”
그랬더니 오크 소곡소주와 같이 먹는 걸 보니 확실히 주당 성좌들이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피식 웃고는 다시 요리로 돌아갔다.
“깨끗하게 건더기를 건진 국물에 이제 아까 구운 고기를 넣습니다.”
여전히 팔팔 끓는 육수에 구운 고기가 들어갔다.
그리고 느끼함을 잡아줄 매콤한 맛을 살리기 위해 던전산 고추와 폭렬초 열매를 넣어주고,
“그리고 여기서 드디어 비장의 재료가 들어가는 거죠.”
나는 오크 소곡소주를 들어 그대로 냄비에 들이부었다.
맛있는 요리를 위해 술은 아낌없이 쓰는 법.
실제로 비프 부르기뇽을 제대로 만들려면 그 비싼 부르고뉴 와인을 한 병을 다 써야 했다.
물론 오크 소곡소주는 도수가 세니까 그렇게 많이는 넣지 않고, 딱 2컵 정도?
이미 성좌들이 홀짝홀짝 마셔서 병에는 딱 그 정도가 남아있었다.
“이대로 한 시간을 끓여 고기를 속까지 익힙니다.”
그러면 알코올이 날아가고 오크 소곡소주의 좋은 향만 고기에 스며들 거다.
그런 내 설명에 성좌들의 표정에 절망이 떠올랐다.
“안 돼! 너무 길어!”
“어떻게 기다리라고!”
“이, 이거라도 써서 시간을 줄여주세요······, 제발!”
그러면서 성좌들이 꺼낸 것은 일회용 [시간의 모래시계]였다.
아니, 그렇게까지 기다리기가 힘든가?
사실, 손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 내가 가진 모래시계를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주면 나야 고맙지, 뭐.
그리고 모래시계 덕분에 순식간에 지나간 한 시간.
나는 마정석 화로에서 불을 내리고 고기 하나를 꺼내 보았다.
집게로 집고 숟가락으로 살짝 누르는 순간, 마치 잘 익은 감자가 무너지듯 고기가 사르르 풀렸다.
그리고 동시에 퍼지는 오크 소곡소주의 향.
나는 눈과 코, 그리고 침샘을 자극하는 그 모습에 입꼬리를 올렸다
“잘 익었네요.”
“그, 그만하고 먹자고!”
내가 고기를 익히는 동안 미야가 옆에서 구운 밤과 레드 데이트를 생크림과 함께 갈아서 만든 밤대추 퓌레를 그릇에 세팅했다.
역시 갈비에는 밤과 대추가 빠질 수가 없지.
그리고 나는 그 옆에 고기를 예쁘게 플레이팅하고 오크 소곡소주와 단짠단짠의 치트키를 품고 있는 소스를 스윽 뿌려주었다.
마지막으로 쪽파를 허브처럼 올려주면 끝.
“비프 오크 소곡소주, 아니 오크 소곡소주 갈비찜 완성입니다. 부디 오크 소곡소주와 함께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다렸다고!”
“더는 못 참아욧!”
완성된 요리에 성좌들이 바로 포크를 가져가 고기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부, 부드러워!”
“단짠단짠의 자극적인 맛! 이걸 원했어!”
“그러면서도 느끼함이 전혀 없어요. 이 매콤한 끝맛 때문인가?”
“이 부드러운 퓌레를 같이 먹어보세요. 이런 맛은 처음이야.”
고기만 먹으면 안 되지.
나는 성좌들에게 새로운 오크 소곡소주 병을 꺼내며 함께 먹을 걸 권했다.
“고기를 다 씹고 넘기기 전에 술을 같이 마셔서 함께 넘기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러자 성좌들에게도 놀라운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고기 속에 잠들어 있던 오크 소곡소주의 향이 진짜 오크 소곡소주와 만나면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
그 맛의 조화는 마치,
“오크 소곡소주를 고기로 만들어서 씹고 있는 것 같군.”
리베르 바쿠스가 더없이 만족한 표정으로 술잔과 포크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나는 웃으며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정확하십니다.”
“술을 위한 요리라고 하더니. 이렇게 이건 술이 요리 그 자체가 된 느낌이야.”
“감사한 말씀이시네요.”
사실 위스키 같은 독주는 안주를 잘 먹지 않는 것이 보통이긴 하다.
물을 따로 마시거나 가벼운 견과류, 치즈, 크래커 정도가 전부.
하지만 이런 술들도 연구하면 훌륭한 마리아주, 페어링, 주안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거든.
그 점을 리베르 바쿠스가 알아준 것 같아서 기뻤다.
“아니, 감사는 이쪽이 해야지.”
그런 내 감사에 리베르 바쿠스가 고개를 젓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정중하게 내게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해오는 게 아닌가.
“자네의 요리는 내 편견과 한계를 박살을 내 주었어. 오로지 술만 생각하던 나와 다른 동료들에게 술과 요리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네. 깊이 감사하지.”
“감사해요.”
“고맙다.”
“여러분······.”
리베르 바쿠스의 말에 다른 성좌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감사 인사를 해오기 시작했다.
다들 이게 대회라는 것도, 내가 인간 출신 권속이라는 것도 잊은 듯 진심을 담은 감사 인사였다.
내가 그런 그들의 진심에 감격해 중얼거릴 때였다.
“헛소리들을 하고 있군. 술의 한계? 새로운 세계? 정신이 나간 게 아닌가, 이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리베르 바쿠스여?”
싸늘하게 굳은 표정의 디오니소스가 입가를 뒤틀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른 성좌들을 향해 차가운 비웃음을 날렸다.
“어처구니가 없군. 술은 그 자체로 완벽한 천상의 이슬이요, 신의 물방울이다. 이런 허접한 인간의 요리를 곁들이는 건 오히려 술을 더럽히는 거다.”
“디오니소스······.”
리베르 바쿠스가 표정을 굳히고 디오니소스에게 손을 뻗었지만, 그는 오히려 리베르 바쿠스의 손을 쳐내며 경멸을 드러냈다.
“네가 나와 같은 신격을 조금이라도 공유한다는 게 역겨워. 역시 신들의 술은 내가 관리를 해야겠어.”
“그게 무슨 말이지?”
“너희 모두 양조 성좌협회에서 쫓아내겠다는 말이다. 오로지 내 술로만 모든 신들을 취하게 할 거다.”
“그건 폭거야! 독재라고! 네게 그럴 권한은 없어!”
디오니소스의 폭탄 발언에 놀란 리베르 바쿠스가 소리를 질렀지만, 디오니소스는 비틀린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권한? 아니, 내겐 있어.”
디오니소스는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자신이 만든 술을 꺼내 들었다.
“이 대회에서 이 술로 내가 이긴다면, 모두 내 말을 듣게 될 거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포도주가 담긴 도자기, 암포라의 뚜껑을 여는 순간,
“흐윽!”
“아, 아니?”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이고 황홀한 술의 향이 가게 안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냄새만 맡아도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열락의 밤을 보내는 듯한, 극한의 쾌락 속에서 다른 모든 걸 잊게 만드는 듯한 황홀경이 찾아오고 있었다.
“이게 내가 만든 술, ‘검은 우주의 광기’다.”
암포라에서 흘러나온 검은 포도주 속에서 수없이 많은 은하와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난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광기와 혼돈을.
검은 우주의 광기